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089일 중국 선전] 어서와 선전은 처음이지..?! 다사다난 선전에서의 첫날..


이전 글


[+088일 중국 광저우] 중국인 친구가 강추하는 광저우 1일 추천코스! 

(사면도, 성심대성당, 월수공원, 캔톤타워야경.)






세계여행 중 만난 중국인 친구 토니 덕분에 즐거웠던 광저우에서의 마지막 날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광저우를 떠나 홍콩 국경과 맞닿아 있는 선전(深圳 심천)으로 이동하는 날. 광저우에서 기차로 약 2시간 걸리는 가까운 선전이지만, 하루만 묵어갈 예정이라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호스텔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광저우 중앙 기차역(广州火车站)으로.




 광장에서 바라 본 광저우 중앙 기차역


고속열차 전용역인 광저우 남부 기차역에 비해서 제법 세월이 느껴지던 광저우 중앙 기차역. 왠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기차역에 더 정감이 간다. (내가 오래되서 그런가..?!)




K237호 기차의 출발 시간은 오전 11시 16분.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티켓 교환을 위해 매표소로 향했다. 광저우 중앙 기차역을 거쳐서 선전 서부 기차역으로 가는 K237 호의 티켓은 오랫만에 받아 본 빨간 티켓이자, 중국에서 받은 마지막 기차표였다. 




티켓을 받은 후, 전광판에 뜬 대합실 번호를 확인하고, 




대합실에서 기다리다가 안내방송이 나오면 검표를 받고 승강장으로 들어간다. 중국에서 수십 번을 해왔던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조금 시원섭섭한 기분마저 들었다.




일반열차 기준, 광저우 중앙 기차역에서 선전 서부 기차역 까지의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종착역인 선전 서역에 기차가 멈춰섰다. 내일은 선전과 홍콩 사이의 국경사무소를 걸어서 통과할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도시 간 이동은 이걸로 마지막인 셈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도시 중에서도 3위 4위를 다투는 광저우와 선전이기에 평소 다른 도시들 보다도 기차역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차역을 빠져나가던 수많은 인파들이 멈춰서서 기다란 줄을 이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조금 당황했지만, 일단 줄을 서서 기다려보기로.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약 1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린 결과 끝에, 이 줄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션전 서부 기차역 출구에 설치되어 있는 검문소.


좀처럼 줄어들지 않던 긴 줄의 끝에는 공안 3명이 출구를 막아서고, 나가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제법 삼엄했다. 신분에 문제가 있는지 공안에게 잡혀가는 사람도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국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바로 신장 위구르 지역의 우루무치 기차역에서 였다. 출구에 검문소가 설치되어 도시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도시는 우루무치와 선전이 유일했다. 적어도 내가 여행해본 중국의 도시들 중에는 말이다.




중국과 홍콩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도시여서 인지, 중국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경제 수준이 높은 도시여서 인지,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타지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위화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아닐까.




야자수가 가로수?!


숨이 막힐 정도로 삼엄했던 기차역을 빠져나오니, 중국의 다른 대도시들과 다를바 없는 선전의 공기와 분위기. 다행히도 신장위구르 지역의 우루무치 만큼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삭막하지는 않았다.



연관된 글


[+041일 중국 우루무치] 중국 우루무치에서 맞닥뜨린 돌발상황. 호스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하지만 광저우 못지 않게 푹푹찌는 덥고 습한 선전의 날씨.. 선전 서부 기차역은 직접 연결된 지하철 역이 없기 때문에, 가까운 지하철역인 대신역(大新站)까지 걸어가야만 한다... ㅠㅠ 등터파크 개장...





선전에서 하루 머물러 갈 호스텔은 지하철 1호선 백석주역(白石洲站) 에 위치한 작은 호스텔로, 배낭 여행객들이 묵어 갈만한 저렴한 호스텔들이 주로 이 곳에 몰려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라고도 불리우는 '선전(深圳 심천)'은 광저우와 마찬가지로,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텔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고, 중국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경제수준이 높아 숙박시설의 가격도 비싼편이었다.





덥고 습한 날씨.. 기차역 출구 검문소 대기.. 지하철역 이동.. 거기에 호스텔이 위치해 있는 동네는 길이 또 왜 이리 복잡한지... ㅠㅠ 제대로 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곳이 아닌 것인지, 호스텔 간판을 걸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겨우겨우 찾아낸 오늘의 호스텔... 


"헥헥.. 안녕하세요.. 부킹닷컴에서 예약했어요~ 이름은 '요행악어' 에요."


"먼저 좀 앉으세요~ 음..... 그런데 여자방을 예약하셨네요?! 혼성 도미토리는 이미 풀부킹이에요.. 어쩌죠....?!"



호스텔 직원의 청천벽력같은 답변에 부킹닷컴 어플을 열고 다시 확인했지만, 분명 혼성 도미토리로 예약이 되어있었다. 아마도 시스템 오류이거나, 호스텔 측에서 잘못 표기를 한 것이거나... 당황한 직원이 미안하다며 근처의 다른 호스텔을 소개시켜 주었는데, 비싸고, 지저분 하고, 냄새가... ㅠㅠ





결국 호스텔의 예약을 취소하고, 지하철역 근처에 걸터앉아 다른 숙소를 검색했다. 새로 검색한 숙소는 지하철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모리 가든 호스텔(Mori's Garden hostel) 이라는 곳. 처음 예약한 호스텔보다 가격은 비쌌지만, 중국에서의 마지막 숙박이니까 조금 좋은 곳에서 묵어보자는 생각에 바로 예약!





"Be aware of poo poo~ (멍멍이 응가를 조심하세요~)"


모리 가든 호스텔 역시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풀부킹은 아니니까... ㅠㅠ 계획했던 "일찍 도착해서 선전 구경하기" 는 이미 산산조각이 나버렸지만, 오늘 하루 묵어갈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음에 감사.. 또 감사.. ㅠㅠ





모리 가든 호스텔의 악동 "모리"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젊은 사장님과 호스텔의 마스코트이자 악동인 강아지 모리가 있는 모리 가든 호스텔. 사장님의 영어수준도 높고, 넓고 쾌적한 호스텔의 환경 덕분에 장기 숙박객들이 많은 듯 했다.





현재 시각 오후 5시 30분.. 더운날씨에 기진맥진.. 호스텔에 짐을 풀고 늦어도 너무 늦어버린 점심을 먹으러 근처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오 그런데 세븐일레븐..?!' 중국 다른 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세븐일레븐이 선전에 있다니... 역시 대도시인가.  ㅋㅋ




편의점에서 발견한 한국의 맛.


중국 여행을 하면서 한국음식을 입에도 안 댈 만큼 잘 먹고 다닌 나인데, 기진맥진 도착한 편의점에서 한국식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김치를 보니 눈이 돌아가버렸다. ㅋㅋㅋ  




발견 즉시 구입, 그리고 폭풍 흡입!!! 그래 이 맛이지... 이 맛이야... ㅠㅠ





저녁에는 오늘의 필수품인 맥주도 살 겸, 오랫만에 요리도 해 먹을 겸 버스를 타고 월마트에 장을 보러갔다. 


결국 지금까지 선전에서 한 일이라곤.. 편의점에서 한국음식 먹기와, 월마트에서 장 본일 밖에 없지만, 아직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




프로젝터를 갖추고 있는 모리호스텔 아주 굿굿.


중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주방을 사용할 수 있는 호스텔인 모리호스텔'. 마트에서 사온 재료로 오랫만에 실력 발휘!! 자, 이제 메인 이벤트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이 났다. 




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한국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독일 전. 당연히 지는 경기라 생각해서 마음을 비우고 봤지만..




결과는 2:0 으로 대한민국의 승리. 정말 헐.. 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이 사건으로 인해 독일이 이기면 탈락 확정이었던 멕시코가 승점 차이로 16강행 열차를 탔고.. 세계여행 중 만난 멕시코 친구들은 한국사람인 나를 만날 때 마다 "그땐 고마웠어 친구!!!" 를 외치곤 했지... ㅋㅋ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은 대이변을 일으킨 한국의 축구 경기와 함께 뜨겁고 위대하게 무르익어갔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