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1일] 중국 우루무치에서 맞닥뜨린 돌발상황. 호스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문화재라기 보다는 기념품 상가에 가까웠던 그랜드 바자르를 빠르게 둘러보고 빠져나왔다. 그 후 그랜드바자르 근처 골목길을 탐험하기로 결정하고, 목적지 없이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걸어다니며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곳에서 현지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원래 목적지 없이 이 골목 저 골목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아비나쉬가 피곤해 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비나쉬와 나는 여행하는 취향이 비슷한 듯 했다. 



이전 글


[세계여행 +041일] 미라는 이집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신장박물관의 고대미라전시관.





 생각보다 볼게 없었던 그랜드 바자르. 그 주변으로는 다른 바자르들이 위치하고 있는데, 대부분 공사 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건물 외부공사만 진행 중이어서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었는데, 내부는 그랜드 바자르와 거의 비슷한 느낌이었다. 기념품을 팔고 있거나, 옷가지를 팔고 있거나. 빠르게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 시장 옆으로 나있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랜드 바자르 근처의 큰 도로들에 비해 한적한 골목길 그런데 한산해도 너~ 무 한산했다. 대부분의 상가들은 문이 닫혀있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폐업을 한 듯한 모습이었다.




닫혀진 셔터나 유리 위에는 붉은색 락카로 대충 쓰여진 '철(拆)' 자가 이 골목의 건물들이 곧 철거될 것 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마도 골목 전체의 건물들이 철거 될 예정인 듯 했다. 인적은 아비나쉬와 나 말고는 가끔씩 지나가는 행인들이 전부였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산한 느낌마저 들 정도. 슬럼가라고 말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스산한 느낌이 싫어 걸음을 재촉해 골목을 재빠르게 빠져나왔다. 골목을 빠져나와 바쁘게 걸어가는 행인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잠시 한숨을 내쉬고 아비나쉬를 보자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가락의 방향은 골목 끝에 있는 지하상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연세가 지긋하신 경비원 할아버지에게 짐검사를 간단히 받고, 지하 상가로 내려갔다. 그 곳에는 형형 색색 현란한 디자인의 여성복, 잡화들이 가득했다. 파워레인저가 여기서 쇼핑한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ㅋㅋㅋ




골목골목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코코 버블티' 이야기가 나왔다. 아비나쉬도 중국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있는터라, 이미 중국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듯 했다. 


"BRO!! 나도 코코 버블티 진짜 좋아해! 그런데 우루무치에는 코코가 별로 없네?"


나는 즉시 바이두 맵을 켜고 '코코' 매장을 검색했다. 좋은 소식은 우루무치에도 코코매장이 있었다! 나쁜 소식은 현재 위치에서 도보 30분 거리. 아비나쉬는 망설임 없이 "Why not!? Let's GO~ Bro!!" 를 외쳤고 그 길로 우리는 30분 거리를 열심히 걸어 코코매장 앞에 도착했다.




유리문을 퐛~ 열고 갑자기 등장한 땀 뻘뻘 흘리고 있는 두 외국인. 매장 직원들은 어리둥절. ㅋㅋ  


"우리 이 매장 찾느라고 30분 걸어왔어.. ㅠㅠ"


ㅋㅋㅋㅋ 매장 직원들이 박수쳐 줌. ㅋㅋㅋㅋㅋㅋ  100% 실화임. ㅋㅋㅋ 스스로 생각해도 웃기는 게 매장 도착하자마자 한 첫 대사가 저거였다. "우리 삼십분 걸어왔어.." ㅋㅋㅋ 거기에 큰 리액션과 함께 박수로 환대해주는 직원들도 귀욥. ㅋㅋ




얼음 가득, 펄 가득 들어간 코코 라지사이즈 버블티를 각자 하나씩 들고 룰루랄라 걸어가고 있는데, 앞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별일 아니겠지 하고 지나가려던 찰나, 어깨에 총기를 맨 군인이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잠깐 멈춰. 저기로 들어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 외국인으로 보여지는 사람들, 외관이 조금 튀어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파출소 안으로 들여 보내졌다. 처음 닥친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시키는대로 여권을 건네고,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했다. 


'기자인가?'

'여행 온 목적이 뭐지?'

'언제까지 있을 목적이지?'


정말 숨이 턱 하고 막히는 상황이었다. 좁은 파출소 안에 흐르는 적막한 공기와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군인들. 한시라도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애초에 관광이 목적인 우리였기에 물어보는 질문에 답한 후, 별다른 문제없이 여권을 받아 파출소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우루무치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수 많은 파출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 숨통이 막힌다는 기분이 이런 느낌이구나..'




골목이면 골목, 상가면 상가, 대부분의 시설이나 진입로에는 경찰, 방범대원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검문을 하고 있었다.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몇 차례의 폭탄테러와 유혈충돌로 인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 같은 방식은 이미 티베트 자치구에서도 이뤄졌던 방식으로, 현재 신장자치구의 진전국 (陈全国 전취안궈)  당서기 시절에 행해진 통치 방식이라고 한다. 


중국은 티벳자치구의 진전국 당서기의 임기가 끝나자 마자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당서기로 임명하면서, 그가 티벳 자치구의 당서기 시절에 보여주었던 리더십을 이 곳에서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 내용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네이버나 다음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로 검색해보시길.. 최근 알려진 신장위구르 수용소에 대해서도 알아 볼 수 있다.





한족이 아닌 이민족이 많은 탓에 잡음이 끊이지 않는 티벳자치구와 신장 위구르 자치구. 그래서 이 두 지역의 당서기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유력한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게 된다고 한다. 이런 주목할만한 인물임에도 불구, 네이버는 여전히 전진국 당서기를 티벳자치구 당서기로 표시해두고 있다.


참고로,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티벳자치구의 당서기를 지내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가주석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중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예 무지한 상태였는데, 이번 우루무치 방문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중국의 정치 시스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조금 무거운 얘기는 접어두고 다시 돌발상황 이후의 이야기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밀크티의 펄을 쪽쪽 빨아마시며 길을 걷고 있는데 아비나쉬가 멈춰서서 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정갈하게 빚어진 만두들이 입욕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비나쉬의 목에서 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 ㅋㅋㅋ 너무 맛있어 보이길래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아직 영업 준비가 다 안됐다는 주인 아저씨의 대답.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ㅠ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넓고 길게 뻗어있는 도로 건너편으로 홍산공원이 보인다.




'우루무치' 라는 이름 때문일까, 우루무치를 그저 작은 중소도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와 본 우루무치에는 고층빌딩들도 여기저기 솟아있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발달된 도시였다.




저녁 여섯 시 즈음 호스텔 도착해서 아비나쉬와 저녁을 어떻게 할지 상의하고 있는데, 로비에 앉아 있던 다른 친구들이 대화에 참여했다. 한 명은 일본에서 온 텟페이씨, 한 명은 중국인 친구인 숀.




로비에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공유하고 현재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상황과 중국의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아홉시.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했다. 배꼽시계가 울리기 전까지. ㅋㅋㅋ   




마침 네 명 모두 저녁을 먹지 않은 상태라 다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맥주도 한잔 할 겸, 리셉션 스태프에게 양꼬치 잘하는 집을 물어봤더니 ‘马胖子(마팡즈)’ 라는 식당을 추천해주었다. 마이티엔 호스텔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 




식당에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의자들... 

순간 좌절하며 어떻게 하지 생각하고 있는데, 그냥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는 종업원. ㅋㅋㅋ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청소를 하고 있었던 듯 하다.




오픈된 키친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우리가 들어온 이 후에 손님들이 한 명, 두 명씩 계속 들어와서 테이블을 채우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믿음이 갔다. 맛있어라 제발...!!




신장자치구의 맥주인 우쑤(乌苏)맥주를 각 한 병씩 주문. 


한국에서는 보통 술을 주문하면 한 병을 시켜서 나눠 마시는 반면, 중국은 사람수대로 술을 시켜서 자기 술은 자기가 마시는 듯했다. 식당 안에 다른 테이블을 살펴보니 역시나 각자 한 병씩 자리에 놓고 마시고 있는 모습. 한국과는 조금 다른 문화가 신기했다. ㅋ   




다 같이 건배!!!!!!!!! 




왼쪽부터 순서대로 일본에서 온 텟페이상, 중국에서 온 숀, 캐나다에서 온 아비나쉬, 그리고 나.




중국인인 숀 덕분에 음식주문은 일사천리였다. 역시 로컬 친구가 있으면 참 좋다. ㅋㅋㅋ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양꼬치, 야채볶음, 당면요리, 그리고 따판찌(大盘鸡). 따판지는 중국식 닭볶음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일 먼저 나온 양꼬치는 기대했던 것 보단 살짝 실망.




당면 볶음과 야채볶음은 맛있었다. 역시 불맛은 국적불문 통하는 듯.




그리고 마지막 중국식 닭볶음탕(大盘鸡)은 장예에서 먹었던 것보다는 맛있었다. 아무래도 중국 스타일 이다 보니 두반장 맛이 강하고 간이 조금은 짜다. 한국식 닭볶음탕이 그리워 지는 순간.




저녁 11시가 되서야 비로소 어둠이 깔리는 우루무치의 밤. 


그저 신장자치구에 오고 싶다는 생각하나 만으로 오게 된 우루무치. 하루만에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 속을 가득 채웠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오늘 하루. 조금은 답답하지만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글


[세계여행 +042일]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우루무치. 시내와 홍산공원 정처없이 걷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