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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42일] 마음이 복잡한 날, 우루무치의 길거리 음식으로 소확행을 느끼다.

한국이었다면 이미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인 저녁 6시. 홍산공원에서 올려다 본 우루무치의 하늘은 그저 밝기만 했다. 머릿 속에 너무 많은 생각들이 뒤엉켜버린 오늘 하루. 그저 하루라도 빨리 이 곳 우루무치를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호스텔은 이미 4박을 예약해 둔 상황, 그 동안 밀린 블로그라도 쓰며 되도록 밖에 나가지 않고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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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42일]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우루무치. 시내와 홍산공원 정처없이 걷기.





홍산공원의 뷰포인트에서 보이는 풍경. 


특별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묻어두기에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던 홍산공원. 공원 주변이 조용해서 그런지 그냥 멍~ 때리기 좋았다. 




뷰포인트에서는 홍산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수 있는 홍산탑이 가까이 보인다. 홍산공원 내의 다른 장소들에 비해서 확실히 많은 사람들이 홍산탑 근처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도 나도 홍산탑과 우루무치 시내를 배경을 인증샷을 찍기에 바쁜 모습. 


홍산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겨보려고 몇 차례 시도해봤지만, 셔터를 누르기 바쁘게 족족 앵글로 들어오는 중국 사람들.. 정신건강을 위해 인증샷은 빠르게 포기했다. 중국에서 독사진 찍기는 넘나 어려운 것. ㅠ





홍산공원 산책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 


처음 들어왔던 홍산공원의 입구는 완만한 경사의 도보라서 잘 느끼지 못했는데, 반대쪽 입구는 생각보다 가파른 경사의 계단이 놓여 있었다.




가파르게 놓여있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작은 광장이 나오는데, 광장 한 구석에는 정말 뜬금없이 귀신의 집이 있었다. 딱히 공포에 떨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기에 가볍게 패스~!  




평화롭기 그지 없었던 홍산공원. 계단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즈음, 정면으로는 우루무치의 시내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빌딩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계단 끝으로는 초록빛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는 홍산공원의 호수. 그런데 물 색이 너무 녹차라떼..





홍산공원의 호수 한 가운데에는 한가로이 보트를 타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쪽으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낚시대를 들고 시간과의 싸움을 즐기는 중이었다. 진한 녹차라떼 빛을 띄는 호수.. 보아하니 혹여나 물고기를 낚더라도 먹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사진도 찍고,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 하고도 삼십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천천히 걸으며 시간보내기 좋았던 홍산공원을 뒤로하고 호스텔로 향했다. 입구를 나오자 어디선가 후각을 자극하는 냄새가 솔솔 풍겨온다. 




본능에 이끌려 걸어간 그 곳에는 다양한 꼬치를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다. 먹을까 말까 열 번을 고민하다가, 간신히 유혹을 견뎌내고 포장마차를 지나쳤다. 왜냐하면 오늘 저녁에는 양꼬치에 맥주를 먹어야 하니까! ㅋ  




볼 때마다 뭔가 답답함이 느껴지는 공안파출소. 

홍산공원 근처에도 역시나 간이파출소가 설치되어 있었다.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홍산공원의 사진. 


홍산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우루무치의 풍경, 우루무치 시내에서 올려다보는 홍산공원의 풍경 모두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호스텔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이 저녁 9시 쯤이었다. 이제서야 조금씩 붉게 타 들어 가고 있는 하늘. 저녁 10시가 되서야 비로소 어둠이 짙게 깔린다.




어제는 친구들과 같이 왔지만, 오늘은 혼자서 온 마팡즈! 


어제는 꼬치보다는 다른 요리를 중심으로 먹었기 때문에 양꼬치 성애자인 나에게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혼자서라도 꼬치에 맥주를 한잔하기 위해 다시 찾아 왔더랬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ㅠㅠ 


양꼬치도 어제에 비해서 너무 별로 였고, 양 내장꼬치도 냄새가 너무 나서 거의 절반은 남겼다. 




실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나는 우루무치의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맥주안주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ㅋㅋ




시간이 시간이라서 일까..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았거나, 열려있는 가게들은 마감 중이었다. 아직은 싱숭생숭한 머릿 속. 맛있는 꼬치에 맥주 한 잔이면 이 꾸물꾸물한 기분도 조금은 풀릴 듯한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




반쯤 포기를 하고 호스텔로 걸어가던 찰나! 작은 트럭에서 기름진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왠지 느낌이 좋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윤종신 아님 주의.)




트럭에는 갖가지 재료로 만든 꼬치들이 한 가득! 


고작 꼬치에 신을 운운하는 것도 참 그렇지만, 이 때의 기분은 정말 그랬다. "신은 나를 버리시지 않았구나." 혹은 "유레카!!" ㅋㅋㅋ




주문 방식은 간단했다. 작은 쟁반에 내가 먹고 싶은 재료를 담아서, 주인 아저씨에게 건네주면 끝! 나의 PICK은 오징어, 어묵, 닭날개, 팽이버섯, 유부, 옥수수 튀김! 그렇다. 맥주 안주 위주이다. 배운 사람 이니까 ㅋㅋㅋ




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


기분좋게 튀겨지는 소리! 참고로 이 트럭의 꼬치는 구이가 아니라 꼬치 튀김이었다. 하지만 구이면 어떻고 튀김이면 어떠랴! 재료가 꼬치에 꽂아지는 순간부터 최소 열 배는 맛있어 지지 않는가. ㅋ




꼬치가 다 튀겨지면 매운 양념장을 바를건지 묻는데, 나는 조금만 발라달라고 부탁했다. 벌써부터 침샘을 자극하는 비쥬얼... 아저씨. 맥주 같이파시면 장사 세 배는 잘되실 듯해요. 저 진지해요. ㅋㅋ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구입한 맥주와 함께 잇츠~ 꼬치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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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  


(아는형님 애청자 깨알 인증. ㅋㅋ)






한 꼬치만 사고 후회했던 오징어 꼬치... 


오징어는 말려도, 구워도, 데쳐도, 튀겨도, 심지어 회로 먹어도 맛있다. 이런 음식 흔치 않은데, 아시아 권 이외에는 생각보다 많이 사용되지 않는 식재료 되시겠다.



 

신장 자치구에서는 멜론과 수박이 참 달고 맛있다는 중국친구 무찐이의 말이 생각나서 미리 사두었던 멜론으로 달콤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양꼬치에 실패해서 조금 아쉽게 끝나는 하루가 될뻔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꼬치 튀김 덕분에 싱숭생숭 했던 머릿 속도 조금은 녹아내린 듯한 기분이었다. 우울할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맥주와 꼬치! 몇 년이고 변하지 않는 나의 소확행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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