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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2일]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우루무치. 시내와 홍산공원 정처없이 걷기.

어제 느낀 우루무치의 무거운 공기 때문일까, 오늘은 괜시리 밖에 나가기가 싫었다.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뒹굴뒹굴 거리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채비를 하고 호스텔 문 밖을 나섰다.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딱히 목적도 없는 상황. 오늘 하루는 그냥 발길 닿는대로 우루무치 시내를 걸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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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41일] 중국 우루무치에서 맞닥뜨린 돌발상황. 호스텔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호스텔을 나오자 마자 찍은 사진. 


어제의 무거운 공기는 어디갔냐는 듯이 화창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이날 운동회가 있었는지 어떤 행사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호스텔 주변이 초등학생들로 가득했다. 시끌벅적 하지만, 왠지 추억을 자극하는 소리와 풍경.




전 포스팅들에서도 여러번 이야기 했었지만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때로는 지도를 안보고 무작정 걷다가 고의적으로 길을 잃어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바이두 맵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기때문에 길을 잃어도 쉽게 다시 찾아갈 수 있다는 믿을 구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ㅋ




우루무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간이 파출소. 


전 포스팅에도 언급했지만, 현재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진전국(陈全国 천취안궈)당서기가 티벳의 당서기 시절 이미 사용했던 격자식 치안관리법으로, 현재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300~500미터 마다 파출소를 설치하여 엄격하고 삼엄한 감시를 하고 있다. 2019년 4월 기사를 기준으로 신장위구르 지역에 설치된 파출소의 수가 약 7700개 라고 한다.



관련 뉴스. (본문 내용에 참고한 기사)


http://news.mt.co.kr/mtview.php?no=2019040817432331868&outlink=1&ref=https%3A%2F%2Fsearch.daum.net





위 사진의 구조물은 BRT라고 하는 우루무치의 간선버스 시스템이다. 한국의 버스 시스템처럼 전용차선이 있어서 다른 시내버스에 비해서 이동속도가 빠르다. 사진과 같이 전용 승강장을 가지고 있고, 승강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짐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스를 타는데 짐검사라니..




중국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랬듯이 우루무치 역시 어딜가나 공사중이었다. 도로 한가운데를 막고 공사하는 것을 보니 지하철 공사인 듯하다. 바이두 맵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2018년 5월 기준(2019년 5월 기준 동일함.) 으로 우루무치에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어있고, 2020년 까지 총 4개의 노선을 개통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처없이 걷는 중 저 멀리 우루무치 시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자 랜드마크인 중천광장(中天广场)이 보인다. 샤프모양의 독특한 형태를 한 빌딩이라서 어디서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개인적으로 우루무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천광장 빌딩이다. 그 만큼 어디를 가던지 보이고, 제일 먼저 눈에 띈다.




다리 너머로 빌딩이 빼곡한 번화가를 지나 한적한 골목길을 걸어보기도 하고,




다시 번화가로 들어와 이곳 저곳을 구경하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뭘 먹을지 고민, 고민, 고민하다가 고민 끝에 발견한 곳은!!

 




너로 정했다. 오늘의 점심은 KFC ! ㅋㅋㅋㅋ  



요행악어의 간단 중국어.


중국에서는 KFC를 肯得其(ken‘de’qi) '컨더치' 라고 부른다. 

케이에프씨의 'K'에 해당하는 '켄터키' 를 중국어 발음으로 변형 시킨 것. 




KFC 내부에 들어가서 줄을 서있는데, 직원이 작은 종이를 나눠준다. 갑분 QR 코드. ㅋㅋ 이제는 익숙한 중국의 QR코드 문화.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핸드폰으로 주문을 해보았다. 


핸드폰으로 주문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핸드폰에서만 주문할 수 있는 할인된 메뉴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회원가입을 한 덕분에 나중에 다른 중국 지방에서도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꿀팁!

 



KFC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비원. 몸 검사와 가방검사를 받아야지 내부로 들어올 수 있다. 일부 치안이 좋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케이에프씨 마저 보안검색이라니..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음식이 나오자 마자 순삭. 배가 얼마나 고팠으면 치킨과 햄버거 사진은 찍지도 않고, 마지막에 후식으로 먹은 아이스크림 사진만 남아있다. 분명 있어야 할 사진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급했다는 것, 많이 배고팠다는 것. ㅋㅋㅋ


참고로 아이스크림은 소금맛 아이스크림.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맛이었다.




점심을 먹고 또 정처없이 걷기를 두 시간.. 


지나 가는 길에 커피와 차를 파는 작은 가게가 있길래, 홍콩식 커피를 주문했다. 홍콩식 커피는 홍차와 커피를 섞은 원앙티를 말한다. 


나는 홍콩사람인 여자친구 덕분에 작년에 처음으로 원앙티를 마셔봤는데, 처음엔 이게 무슨 맛이지 하다가, 마시다 보면 언젠가 뜬금없이 마시고 싶어지는 그런 맛이다. 그래서 내가 뜬금없이 우루무치에서 버블티를 포기하고 원앙티를 마시고 있는 이유랄까. ㅋ

 



원앙티를 쫍쫍 빨며 걷다가, 사야 될 물건들이 생각났다. 지도를 켜고 주변의 백화점을 검색해보니, 왕푸징 백화점이 근처에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서 블로그에 업로드할 용도로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직원이 오더니 내부는 촬영이 금지라고 한다. 그래서 내부 사진은 없다. 내부에는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중간 규모 정도의 백화점의 모습이었다.





기승전 보안검사 같지만, 정말 우루무치에는 어딜가나 보안검사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해야 할 광장마저도 울타리로 둘러 쌓여져 있고, 입구에는 경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신분증 확인과 보안 검사를 받아야하는 광장. 지금까지 태어나서 들어본 적도 없고, 지금까지도 우루무치의 인민광장(人民广场)이 유일 무이한 곳이었다.




보안이 삼엄한 이유는 바로 이 기념비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해방군이 신장 지역에 진군했음을 기념한다.' 

분리 독립 운동이 활발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중앙인 인민광장의 비석에 쓰여있는 내용이다.




위구르어로도 쓰여있다.


과거에 나라를 빼앗겨 본 적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으로써,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그런 곳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홍산공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


우루무치에 도착했던 첫 날, 숙소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느꼈던 평화로운 공기. 분명 이틀 전과 지금의 버스 안의 공기는 변한 것 없이 여전히 평화롭다. 하지만 이제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평화로운 걸까?' 머리 속이 복잡하다 못해, 현기증 까지 느껴졌다.  




버스가 홍산공원의 입구 앞에 정차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원입구를 드나들고 있었다. 


복잡해질대로 한껏 복잡해진 머리 속. 머릿 속이 복잡할 땐 그냥 생각없이 걷는 것이 최고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로 홍산공원을 정한 이유이기도 하고.




홍산공원은 별도의 입장료가 없다. 무료입장이다. 

단 다른 공원과 마찬가지로 보안 검사는 받아야하고, 공원 내부의 시설과 어트랙션들은 별도로 요금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내부 시설, 어트랙션의 이용 요금은 홍산공원 입구 내부에 표시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 공원 내부를 도는 관광차가 있었다. 관광차가 있는 걸 보아, 공원 내부가 꽤 넓은 듯 했다. 나는 산책을 목적으로 왔기에 시원하게 패스.




공원 입구를 따라 길게 뻗어있던 바람개비 장식이 푸르른 공원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고 있었다. 예쁘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은 너도나도 바람개비와 함께 사진찍기에 바쁜 모습.




공원 입구를 따라 오르막길을 조금 걸어 올라오다보면 사슴 동상이 있는 광장이 나온다. 사슴 동상을 중심으로 붉은 튤립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생각치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광장 주변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그 외에 홍산공원 내부에는 대불이 보이지 않는 대불사도 있었고.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작은 놀이공원도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경품게임 코너도 마련되어 있었다. 금요일 저녁을 맞아 공원에 놀러 온 방문객들이 날카로운 다트 핀에 모든 정신을 모으고 있었다. 풍선이 터지면 세상이 떠나갈 듯 환호하기도 하고, 빗나가면 나라를 잃은 듯 아쉬워하기도 하고. 




공원의 작은 풀 위에는 아이들이 꼬마 보트를 타고 함박 웃음을 짓고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한껏 뒤엉켜버린 이어폰 같던 머릿 속의 생각들이 조금은 헐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홍산공원은 그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들이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다.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았던 홍산공원. 홍산공원의 내부에는 우루무치 전경을 볼 수 있는 뷰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정면으로는 우루무치의 시내와 랜드마크인 중천광장이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고,




뒷 편으로는 설산과 함께 세상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가 보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봄의 한 가운데에서 보는 설산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클래식하면서도 낭만있는 그런 풍경.




20위안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가야하는 뷰포인트도 있었는데, 충분히 우루무치의 풍경을 한껏 감상한터라, 입구에서 사진만 한장 찍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오후 여섯시. 조금 흐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밝은 우루무치의 저녁. 걷는다고 모든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얼른 이 곳을 나가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큼은 분명해졌다. 이 한 가지의 결론을 도출해낸 것 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