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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3일] 세계 최고의 양꼬치를 맛보고 싶다면? 양꼬치의 원조 신장위구르 자치구.

2018년 5월 12일


어제 저녁 맛있는 꼬치에 맥주 한잔을 마신 덕분인지 싱숭생숭 했던 기분들은 저만치 사라지고, 제법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의 스케쥴은 밖에 나가지 않고 호스텔 안에서 밀린 블로그 쓰기. 여유로운 기분에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부시럭 부시럭 도미토리 안이 부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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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42일] 마음이 복잡한 날, 우루무치의 길거리 음식으로 소확행을 느끼다.





부산함의 주인공은 바로 이 친구였다. 어제 체크인한 서양 친구들 중 한 명이었는데, 오늘 체크아웃을 하는지 이래저래 바빠보였다. 왠지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친구들이라 말을 걸어보았더니, 걸어서  중국을 횡단하고 있는 친구들이라고. 


떠날 준비를 마치고 가방까지 메고 있던 친구들이라 긴 대화를 하지는 못했지만, 걸어서 중국을 횡단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여행을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에는 대단한 친구들이 참 많다.




블로그를 쓰기 앞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아비나쉬와 함께 호스텔 근처 번화가로 나왔다. 어제 양꼬치를 제대로 먹지 못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마침 아비나쉬도 제대로 된 양꼬치를 먹어보고 싶다는 반가운 의견! 두말 할 것 없이 가까운 곳에 양꼬치를 파는 식당을 하나 골라서 들어갔다.




커다란 솥에 담겨 있는 정체모를 밥과 고기. 식당 안의 사람들이 대부분 이 밥을 먹고 있었다. 이 때는 이게 무슨 음식인지 몰랐지만 나는 내일 이 정체모를 음식을 먹게 된다. 그리고 이 음식에 홀딱 반하고야 만다. 그래서 내일 포스팅에 소개할 예정! ㅋ




커다란 솥 옆으로는 무언가를 찌고 있는 찜기도 보인다.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내 옆에서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찜기를 스캔하고 있는 아비나쉬. 나중에 알고보니 양고기 만두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ㅋㅋㅋ 




이 식당의 메뉴판. 


한자와 위구르어, 그리고 가격. 중국 메뉴판에는 영어 그런거 없음. ㅋㅋㅋ 하지만 이제 중국을 여행한지 한달 째. 더듬더듬 메뉴판의 1/3 정도를 읽을 수 있는 내가 대견스러웠다. 셀프 쓰담쓰담. ㅋㅋ  


메뉴판을 한번 스윽 스캔하고는 양꼬치 4개, 동그란 난 한판, 그리고 아비나쉬의 강력 추천에 힘입어 양고기 만두 4개를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종업원이 오더니, 난이 다 팔리고 반쪽밖에 남지 않았다며 난 반쪽과 그 위에 양고기 만두 4개를 얹어서 가지고 왔다. 비쥬얼 무엇? ㅋㅋ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양고기 만두! 속도 실하고, 육즙도 가득!! 한 개에 3위안 (한화 500원) 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 꼬치에 10위안(한화 1700원) 을 자랑하는 대형 양꼬치.


조금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 양꼬치를 먹은 후로 나의 양꼬치 역사는 신장자치구를 오기 전과 신장자치구를 온 후로 나뉘게 되었다. 이거슨 양꼬치의 신세계... 이후 1년 간의 세계여행 중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양꼬치를 넘어서는 양고기는 터키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이렇게 난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맛있고..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생각이난다.. ㅠㅠ 정말 양꼬치만 먹으러 간다해도 갈 수 있는 곳. 


그렇다면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양꼬치는 왜 그리도 맛있는걸까?! 가장 큰 이유는 조리 방법과 고기의 신선도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양꼬치의 원조라는 분위기도 한 몫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의 제목에는 양꼬치의 원조가 신장위구르 자치구라고 썼지만, 사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한국에서 먹는 스타일의 양꼬치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가 원조이다. 


중국 정부의 민족 동화정책에 의해 회민족 (위구르족)들이 중국 본토로 이주하게 되면서 생계를 위해 양꼬치를 팔기 시작한 것이, 곧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이후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에 의해 한국에서도 양꼬치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나게 되고 그 유명한 '양꼬치엔칭따오'와 함께 한국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하지만 '양꼬치' 라는 음식 자체는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원조라고 딱 집어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TMI 끝! ㅋㅋ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 종업원 아저씨. 잘 먹었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후식으로 군고구마 뇸뇸.




한창 중국음식에 꽂혀서 한국 음식이 생각도 나지 않을때라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근처에서 한국 식당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걸까, 한국 음식을 먹는 현지인이 많은걸까.




평생 잊지못할 인생 점심을 먹고 호스텔에 돌아와서 열심히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어제 잠시 인사했던 나리씨가 말을 걸어왔다. 한동안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일본에서 온 나리씨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자였다. 




여행 경험이 많고 세계 이곳저곳을 많이 다녀 본 나리씨와는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물어볼 것도 많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던 멋있는 여행자였던 나리씨. 멋진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맥주 한 잔도 할 겸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번화가로 나와 무작정 들어온 한 가게. 면요리를 메인으로 파는 식당인 듯 했지만, 꼬치류도 함께 팔고 있었고 무엇보다 주류를 판매하는 식당이었다. (할랄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에는 보통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




우루무치의 마일절 우육면(马一绝牛肉面)식당 메뉴판. 


양꼬치가 5위안으로 저렴했지만 그 만큼 크기도 줄어든다. 당연한 것이지만 괜히 서운... ㅋㅋ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치들.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종업원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다.




우쑤맥주는 빨간색 병과 초록색 병 두 종류가 있는데, 빨간색 병이 맛이 진하고 도수도 높았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빨간색 추천!!




제일 먼저 나온 야채 꼬치들. 이 중에 베스트는 단연 부추구이였다. 나중에 부추구이만 따로 추가 주문해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부추는 부침개나 반찬으로만 먹었지 구워먹는 건 처음이었는데, 부추는 구워도 맛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거참 부추럽소.. ㅋㅋ




꼬치만으로는 조금 부족할 것 같아서 주문한 비빔면.




한 그릇 푸짐하게 나오는 소스를 위에 부어서 비비면 꿀맛... 진짜 맛있었다. 그냥 양꼬치를 팔길래 들어온 식당인데 비빔면 맛집이었을 줄이야.




피자처럼 잘려나온 난. 


난은 인도에서만 먹는 음식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신장 위구르에서도 '난' 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름은 같지만 인도의 난과는 다르게 조금 더 빵에 가까운 느낌.




양꼬치 까지 더해져 한상 가득!! 


맛있는 음식과 더불어 즐거운 대화까지 끊이질 않았던 저녁식사. 여행을 하면서 점점 더 확실해 지는 생각이 한 가지 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냐도 참 중요한 것 같다. 멋진 장소는 여유만 있다면 몇 번이고 방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리씨 같이 멋진 사람들은 그 시간 그때 장소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 그리고 평생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




긴 시간 자전거 여행을 하느라 늘 피부가 까맣게 타있는 나리씨. 오늘 저녁 나리씨에게 들은 최고의 에피스드는 이것이다.


나리씨가 자전거를 타고 인도 여행을 할 적에 어려움에 처해 주변의 인도인에게 영어로 도움을 청했더랬다. 그러자 돌아온 인도인의 답변은 "너는 왜 인도인이 인도말을 못하냐" 였다고. ㅋㅋㅋㅋ 


그 외에 피부색 때문에 웃픈 에피소드가 많았던 나리씨. 인도사람이 아님을 몇 번을 강조해도 도무지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ㅋㅋㅋㅋ  큰 웃음을 안겨준 나리씨의 인도 에피소드와 함께 오늘 하루도 즐겁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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