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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5일] 아름다운 튤립이 가득했던 5월의 우루무치 인민공원. 우루무치에서의 마지막 날.

2018년 5월 14일


오늘은 드디어 우루무치를 떠나는 날. 그렇게 답답하고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었던 우루무치 였는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마음 한구석에 아쉬운 마음이 스며든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역시 떠나는 것이 맞다.


마이티엔 호스텔은 체크아웃 시간이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 느긋하게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호스텔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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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44일]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어? 신장위구르의 양고기 밥 쇼우쫘판(手抓饭)




4일 동안 지냈던 5인 도미토리. 


내가 4일 간 묵었던 5인 도미토리는 처음 들어갔던 6인실 도미토리에 비하면 확실히 쾌적했다. 6인실 도미토리는 창문 밖이 초등학교라 시끄럽기도 하고, 공간이 좁아 쾌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이티엔 호스텔(麦田客栈) 5인 도미토리는 취날(qunar) 어플에서 미리 예약했었는데 10% 환급도 받고, 6인 실과 같은 가격으로 예약했다. 중국어 능력자들은 예약 전에 꼭 확인해 보시길.




중국의 호스텔은 동유럽과 인도의 호스텔들에 비하면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편이다. 위의 사진은 침대마다 있는 플러그 인 사진인데, 전압도 220V인 데다가 플러그인의 모양도 여러 종류를 꽂을 수 있어 아답터 보다는 멀티플러그가 더 유용하다.




시설은 조금 오래된 편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호스텔 시설. 


중국은 외국인 관광객 보다는 중국 내수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엄청난 내수 관광객 덕분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시는 호스텔의 수도 많을 뿐더러, 시설도 잘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꽤 많은 숙박객들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이티엔 호스텔의 객실 복도 사진.


2018년 5월 기준으로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호스텔 중 도미토리를 보유하고 있는 호스텔은 마이티엔 호스텔이 유일했다. 엄격한 통제 아래 있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 마저도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호스텔의 벽에 걸려있는 모택동의 사진은 내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어떤 곳에 있는지 되새김을 시켜준다. 처음엔 투닥투닥 거리며 사이가 안 좋았던 리셉션 직원이 체크아웃을 할 때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니가 참 부럽다. 영어도 할 수 있는데다가, 세계여행까지 하고 있잖아? 

나도 그런 삶을 살아봤으면 좋겠어. 건강하게 여행 잘 하고 또 보자!"


체크인 때 도미토리 문제로 기 싸움을 펼쳤던 바로 그 친구 였는데, 매일 매일 얼굴을 마주치며 미운정이 들었나보다.


"너도 영어 잘 하잖아! 한국에 꼭 놀러 와. 아니면 내가 다시 올게. 언젠간 꼭 다시 보자."


기약은 없지만 나도 언젠가는 꼭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을 그 친구에게 전했다. 정말 꼭 다시 보자. 중국이 되었던, 한국이 되었던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 




호스텔 입구에 놓여있는 헬멧과 방탄 자켓, 그리고 금속 탐지기. 


자칫 문제가 될 수 있을까봐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우루무치 시내의 모든 상점의 종업원들은 빨간색의 보안검색 안장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있었다. 늘 서로가 서로를 감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들이 우루무치의 현재 상황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런 거 잘 모른다.", "알려고 하지 말아라" 라는 답변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도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원치 않았기에.




기차 시간까지는 대략 5시간 정도가 남아있기에 마지막으로 우루무치 시내를 한 번 더 둘러보기로 했다. 시내 구경을 하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근처 번화가로 향했는데, 어제 먹은 쇼우쫘판이 도무지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아니 아마 당근냉채가 더 먹고 싶은걸지도.. ㅋㅋ




냄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들.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는 음식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어제 먹었던 쇼우쫘판 식당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른 식당의 쇼우쫘판을 먹어보는 것이 비교가 되어서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본능을 따라서 처음으로 아비나쉬와 함께 쇼우쫘판을 보았던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움직인게 아니다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윤종신 아님, 스윙스도 아님)




식당안에 들어서니 커다란 솥 안에 가득 차 있는 쇼우쫘판과 보기만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양꼬치가 쟁반 위에서 구워지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악하악...


양꼬치 보다 쇼우쫘판 보다 나의 눈길이 향하는 곳은 당근 냉채... 이쯤되면 당근 중독.




자리에 앉아 메뉴판도 안보고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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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우쫘판 주세호. 많이 주세호. 막 주세호. 팍팍 주세호.





퇗!!!! (접시 내려 놓는 소리)


어제 먹었던 식당과는 조금 다른 비주얼의 쇼우쫘판(手抓饭). 어제 먹었던 식당은 고기가 먹기 좋게 한 입 크기로 썰려 있었는데, 이 곳은 큼직하게 한 덩어리가 나왔다. 역시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르니까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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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근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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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당근 어딨어!! 쇼우쫘판 시켰는데 왜 당근을 안주냐고!! "



는 상상 속에서 한 대사이고 정중하고 소심하게 직원에게 물어봤다. "조.. 조기.. 당근은 안주시나요?"


"아! 당근!!? 3위안이야."




3 위안 받고 나온 당근의 양. 실화...? 한 입 먹었는데 빈 접시 실화?! 


어제는 리필 두 번이나 해서 먹었는데 이 곳에서는 당근이 그렇게 귀한 당근인 줄은 상상도 못했다.. ㅠㅠ 시무룩..




쇼우쫘판 위에 올려져 나온 양고기도 거의 뼈밖에 없고.. 그래서 추가로 양고기를 주문했다. 이 집은 양꼬치만 맛집인 걸로.  




뇸뇸뇸. 




식사를 다 마치고 나오는 길, 식당 앞에 구인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간접적으로 나마 우루무치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을 알 수 있었다.


포스터에 명시되어 있는 금액은 3000 위안 (한화 약 51 만원) ~ 6000 위안 (한화 약 102 만원) 사이였다. 물론 직종이나 직급에 따라서 상이 하겠지만 말이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호스텔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인민공원. 입구에 거의 도착했을 때 즈음,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우산 없이는 어깨가 다 젖어 버릴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미리 챙겨오길 잘 했다.




'비 내리면 사진찍기 참 힘든데..'


라고 생각하면서 인민공원 입구 앞의 비석 사진을 아주 공들여서 찍었다. 블로그에서 밖에 못 쓰는 사진.. ㅋㅋㅋ 




음.. 근데 문이 닫혔네? ㅋㅋ


황급히 바이두 맵을 켜고 인민 공원의 운영시간을 검색해 봤더니, 오늘은 분명 열려있는 날이다. 시간도 아직 두 시 밖에 안됐는데.




놀란 가슴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인민공원 입구 옆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입구있어~ 총각~!" 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알려주신 대로 오른쪽으로 돌아서 가봤더니, 비를 피해 공원 입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서야 안도의 한 숨. 휴... (말랑말랑 물 심장 인증)  




우루무치의 인민공원도 역시 신분증 검사와 소지품 검사를 거친 후에야 입장할 수 있었다. 공원 입장료는 무료이다.




입구 보안검사대를 지나면 보이는 인민공원의 풍경. 특별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제법 나쁘지 않은 풍경이었다.




공원 한 바퀴를 도는데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인민공원. 공원 초입에 있는 커다란 호수가 공원의 1/7 면적밖에는 안된다. 역시 대륙 스케일..




공원 입구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판대가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대부분의 가판대가 비어있었고, 몇 군데 에서만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관심 없으니까 빠르게 패스~




분위기를 즐기는 오리. 감성있Duck.




역시 땅이 크니까 공원도 크다. 지도 상으로 볼 땐 그렇게 안 커 보였는데, 실제로 와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니까 천천히 둘러봐야지.




길게 길게 뻗어 있는 산책로. 평일이라서 그런지, 평일 중에서도 월요일이라 그런지, 넓디 넓은 인민공원의 산책로는 한적하기만 했다. 




괜시리 갬성을 한 웅큼 담아 찍고 싶어지는 공원 벤치. 공원 벤치를 찍을 땐 카메라를 바닥에 붙이듯 찍어야 갬성있게 잘 나오는 듯. 




인민공원 곳곳에는 다양한 색채의 튤립이 피어 있었다. 시즌이 조금 지나서인지 잎사귀들이 힘을 잃고 추욱~ 쳐져 있기는 했지만,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분홍 튤립 사진~!




빨간 튤립 사진~




노란 튤립 사진~~~ ㅋㅋ

(분량 폭격기)




노란 튤립 확대!!!




노오란 튤립과 함께 ~ 인민공원의 포스팅은 다음 편으로! ㅋㅋㅋㅋㅋ 

(튤립이 예뻐서 많이 올렸을 뿐, 귀찮아서 그러는 거 절대 아니라는 것!!)



다음 이야기에 계속.


[세계여행 +045일] 비 내리는 날의 축축한 감성으로 떠나가는 우루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