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6일] 중국에서 인생 탕수육을 영접하다. 폭염도 피해가는 고원도시 칭하이성의 시닝

2018년 5월 16일. 오랜만에 맞는 기차 안 에서의 아침. 


기차 위에서 이렇게 평화스러운 아침을 맞는 건 처음이었다. 우루무치를 오기 전에 탔던 기차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차가 역에 서면 눈곱을 떼고 졸린 눈을 비비며 해가 뜨기도 전에 기차에서 내리기 일쑤였는데, 오늘의 목적지인 시닝역은 아침 10시 20분 도착 예정. 덜컹거리는 기차의 차창 밖으로 평화로이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전 글


[세계여행 +045일] 비 내리는 날의 축축한 감성으로 떠나가는 우루무치.





사진에 다 담을 수도 없고, 다 담기지도 않는 엄청난 대자연. 사진에는 흐릿하게 찍혀있지만 자세히보면 푸른 언덕 너머로 설산이 길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가까이 모습을 드러낸 설산. 오월 중순에 새하얀 설산이라니, 칭하이성의 높은 해발 고도가 한 몫 하겠지만, 5월의 설산은 아직 여행을 떠난지 한 달을 조금 넘은 초보 여행자에게는 마냥 낯설기만 한 풍경이었다.




서녕 (西宁 씨닝 혹은 시닝) 


중국 청해성 (青海省 칭하이성)의 성도. 해발고도 2261미터의 칭하이 고원에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해발 2261미터가 어느정도 높이인지 가늠이 안된다면 한라산을 예로 들어 볼 수 있는데,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의 높이는 1950m로, 시닝 도시 전체가 한라산 보다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 ㅋㅋ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위에 사진은 2018년 7월 21 전세계에 어마무시한 폭염이 들이닥쳤던 날의 열 화상 지도이다. 아랫 쪽 동아시아 지도에서 파란색 선으로 표시해둔 곳이 칭하이 고원으로 아랫 쪽 티벳자치구를 제외하고는 붉은색(폭염)으로 뒤덮여 있는 곳을 볼 수 있다.


그렇다. 이 곳은 폭염마저 피해가는 곳 칭하이성의 '시닝' 이다.




기차는 시닝역에 도착. 


최종 역 상하이까지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먼 기차. 그래서 그런지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서둘러 떠나가 버렸다. 


(참고. Z42 기차는 내가 여행을 할 당시에는 시닝역에 정차를 했었는데 블로그를 작성하며 찾아 본 최근 열차 시각표에는 빠져 있었다. 여행 전에 확인 필수!)




승강장을 빠져나와 역 출구까지 가는 길이 길어도 너무 길다. 한국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는 되는 거리. 대륙은 뭐든 큼직큼직하고 길고 넓고 어쨌든 큼.




드디어 출구에 도착. 


지금까지 가봤던  대부분의 기차역들은 일일히 검표원이 출구에서 표 검사를 했었는데, 칭하이 역은 출구에 자동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쩐지 통로가 길어도 너무 길더라니...


출구를 빠져나와 기차역 광장에 나오니 이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시닝역. 중국 여행을 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도시라서 그저 작은 변방 도시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커다란 역의 규모에서 도시의 크기를 예상할 수 있었다. 오해해서 미안 대륙.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요행악어의 잡다한 지식 코너!


2019년 기준 칭하이성의 성도 '시닝' 의 인구는 약 230만 명으로 한국의 광역시 중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244만의 대구와 비슷한 정도이다. 




 씨아뿌(下铺 기차 침대칸의 가장 아래 침대)의 맛을 알아버린 나. 시닝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은 점심도 아니고 호스텔에 가는 일도 아닌 바로! 다음 도시로 가는 기차표 사기였다. 


위쳇페이를 대리로 충전해 주는 업체가 충전하는 도중, 쿨하게 점심을 드시러 간 덕분에 한 시간을 기다리긴 했지만 귀하고 소중한 씨아뿌이기에 한 시간을 기다려 기차표를 구입... 할말하않... 

(밥은 중요하다. 그래서 쿨하게 인정.)



중국 기차역에서 신용 카드 사용은?


2018년 5월 기준으로 중국 전역은 이미 위챗페이, 알리페이의 사용이 일반화 되어있었다. 신용카드는 사용이 가능하나 중국에서 발급 된 신용카드인 경우만 사용이 가능이 가능한 곳이 많았고, 현금 결제 역시 액수가 큰 경우 거부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위조지폐가 많기 때문)


기차역 같은 경우도 신용카드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에서 발급 된 신용카드만 사용이 가능했다.(2018년 5월 기준)  






기차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커다란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정류장이 생각보다 크고 정돈되어 있지 않은 덕분에 조금 헤맸지만, 친절한 시닝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버스에 탑승~!




시닝역에서 버스로 약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숙소. 지도 상으로는 가까워 보여서 걸어갈까도 생각해 봤는데 바이두맵이 알려주는 예상 도보 시간은 50분. 걸어갔으면 평생 두 다리한테 미움받을 뻔. 




이 곳에 무슨 호스텔이 있을까 싶은 느낌의 동네.


버스에 내려 사방을 둘러봤는데 상가는 커녕 좌우로 길게 뻗어있는 아파트 단지. '여기에 진짜 호스텔이 있다고..?' 속으로 의심에 의심을 품으며 바이두맵이 인도하는 대로 걷다보니




있긴 있다. ㅋㅋㅋ 역시 중국에서는 갓 바이두 맵 아니던가.


앞으로 시닝에서 4박 5일 간 지내게 될 호스텔은 하황기억호스텔. 

(河湟记忆青年旅舍 허황찌이칭니엔뤼쎠)




호스텔의 스태프들이 영어소통이 가능했고, 심지어 스태프들이 리셉션에서 서로 도와가며 영어공부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지만, 가격이 저렴하면서 시설은 잘 갖춰진 곳이라 나중에 따로 소개할 예정.





도미토리에 짐을 풀자마자 핸드폰에는 바이두 맵을, 내 눈에는 불을 켜고 주변 식당을 검색하기 시작했지만, 아파트 단지라서 그런지 식당이 정말 없어도 너무 없다.. ㅠㅠ


결국 리셉션 스태프에게 식사할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서 찾아낸 동파가연(东坡家宴) 이라는 이름의 식당! 3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식사가 안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손님을 받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를 정독하고 있는데, 범상치 않은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파인애플 탕수육'. 




위의 사진과 같이 일반적인 탕수육에 파인애플 조각이 들어간 비쥬얼을 기대하며 앉아있는데




탕수육 말고 한 폭의 예술작품이 나왔다. ㅋㅋㅋㅋ 




파인애플 한 통을 다 써서 만드는 위엄!!


새콤 달콤한 탕수육의 소스에서도 파인애플 맛이 향긋하게 느껴졌고, 부먹임에도 불구하고 바삭함이 끝까지 유지되는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기, 말하면 입 만 아픈 누구나 다 아는 그 맛. 중국에서 먹은 탕수육 중 단연 1위. 가격도 60위안으로 만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다.




작품명


파인애플 동산에서 파슬리 풀을 뜯어 먹으며 노니는 토마토끼.



정말 흡입을 했다. 오랫만에 흡입하느라 가게 사진 메뉴사진 다 못 찍음. ㅋㅋㅋ 그러니까 내일 사진 찍으러 또 가야지. (또 갈 핑계 만들기) 




인생 탕수육을 먹고 향한 곳은 칭하이성 박물관.(青海省博物馆)


시내 구경도 할 겸 소화도 시킬 겸 역사 공부도 할 겸 일석 삼조의 야심 찬 계획!





因电路原因,今天闭馆


전기 회로 공사로 인한, 금일 휴관.





임시휴관과 함께 내 일석삼조의 야심찬 계획도 함께 무너져 내림. 

씨에씨에.




박물관 임시휴관은 임시휴관이고, 박물관 앞 광장 넓이가 에버랜드 광장 급 실화?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 대륙 스케일. 박물관의 규모도 내 상상을 뛰어넘는 크기였다.




박물관 옆에 미술관이 있길래 가볼까 했는데 이미 운영시간 종료. ㅋㅋ


탕수육과 박물관을 바꾼 느낌. 근데 별로 억울하지는 않았다. 탕수육이 진짜 맛있었으니까. ㅋ 박물관은 내일 다시 오면 되니까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넓은 광장을 따라 조성된 휴식공간에서 저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왔던 모습은 공원 한 켠에서 전통악기인 얼후를 연주하고 계셨던 할아버지였다. 방해가 되지 않게 할아버지가 연주하고 계시는 건너편 벤치에 앉아 차분하게 연주를 감상했다.





박물관 임시휴무라는 뜻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던 인생 탕수육, 조용한 공원에서 듣는 한 자락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하루.


하루만에 반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왠지 매력있다. 이 도시..




다음 이야기에 계속.


[세계여행 +047일] 90년대 감성이 그대로 칭하이성 시닝의 시내, 칭하이성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