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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47일]열정이 넘쳐 흐르는 중국의 경극무대! 무계획이 계획이었던 하루.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큰 이점은 여행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휴가를 내고 여행을 온다면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해야하기에 여유를 잃기 마련인데, 장시간 여행을 하면 아무런 계획 없이 골목골목 걸어보거나, 맘에 드는 도시가 있다면 길게 머물러 볼 수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발길이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어보기' 이다.


걷다보면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도 느껴볼 수 있고, 관광지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을 볼 수도 있을 뿐더러, 운이 좋다면 현지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거나, 마을의 축제에도 참여해 볼 수 있다. 물론 도시의 치안이 좋은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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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47일] 90년대 감성이 그대로! 칭하이성 시닝의 시내, 칭하이성 박물관,





한국에서 생각하는 중국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좋지않다. 내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여행을 하다 마주치는 장기 여행자들도 "중국은 위험하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고는 한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다.




위의 사진은 외교부에서 제공하는 중국의 여행경보지도이다. 

독립운동이 활발한 신장위구르, 티벳자치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여행을 해도 안전한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물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범죄의 위험과 자연재해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야하는 것이고, 하지말라는 행동을 안하면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내려갈 뿐, 365일 항상 안전한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래의 링크는 혼자 1년을 넘게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적어본 것이다. 안전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여행 +029일] 혼자서 해외여행 주의해야 할 점은?

참고 할만한 글




큰길을 따라 걷다보니 강 건너편으로 큰 공원이 하나 보였다. 박물관을 구경하느라 장시간 서있었더니 다리에 피로감이 느껴져 조금 쉬어갈 필요도 있었고, 공원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겸사겸사 내려가 보았다.




공원 입구에 있는 커다란 구조물. '명심해야 할 사회주의 가치관' 이라는 제목으로 '부강', '민주', '자유', '평등', '법치', '성실' 등 12가지 항목이 적혀있었다. '사회주의' 를 떼고 '민주주의' 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덕목들이었다. 중국 뿐만아니라 모든 나라에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시닝 중앙 광장(西宁中心广场)으로 들어가는 입구.




커다란 원형의 중앙 광장은 크고 작은 빌딩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광장의 테두리를 따라 길게 놓여있는 조명 위에는 공산주의 구호들이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어 한층 더 중국다운 느낌을 들게 했다. 


빠바 빨간 맛~♬




중앙 광장 한켠에 배치되어 있는 공안 이동파출소.




산책로를 따라 촘촘하게 놓여있는 인공기와 공산주의 깃발. 중국의 경제에 개방이 이루어진지 30년이 넘은 것 과는 달리, 아직도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은 중국이란 나라에 깊숙이 뿌리가 박혀있는 모양이다. 




중앙 광장 한 쪽에는 커다란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객석에 의자가 깔려있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뭔가 있긴 있는 모양.




무대 위에 설치 되어있던 소품.




무대 근처의 넓은 공터에서는 아이들이 롤러브레이드를 타며 신나게 놀고 있었다. 이 동네에는 아이들 사이에 롤러브레이드가 한창 유행인 듯하다. 추억돋네. ㅋ




의자에 앉아서 20분 정도를 기다렸는데 음악만 흘러나올 뿐 별다른 기색이 보이질 않았다. '에이 별 수없지 그냥 가야겠다.'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는데,   




귀여운 꼬마아이가 엄마와 함께 공연 안내 팜플릿을 배부하기 시작했다. 귀요미

아이를 낳으면 첫 째는 무조건 딸이다!! 나는 딸바보가 되고싶다.




팜플릿을 받자마자 경극공연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전부터 보고 싶기도 했고, 시간도 넘쳐나고 심지어 무료! 급하게 결정 된 오늘의 스케쥴은 경극 공연 보기. ㅋㅋ




무대 위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악기팀.


팜플릿 배부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무대 진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란저우에서 보았던 전통악기들을 연주하는 악기팀이 리허설을 시작했다. 무료공연이라지만 연주자들의 실력은 확실히 남달랐다. 박자도 정확하고 연주도 정교했다.




악기팀의 리허설이 끝날 때 즈음, 사회자가 등장했다.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간단 명료한 진행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신 사회자님. ㅋㅋ 




그리고 곧 무대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연기자들이 분장을 하고 있어서 잘 몰랐지만 카메라로 줌을 당겨서 보니 연기자들의 대부분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아마도 전문적인 연기자들이 아닌 동아리나, 취미로 경극을 하시는 분들인 것 같았다.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신명나는 연주와 열정넘치는 연기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첫번 째 무대가 끝나있었다. 박수!!!! 짝짝짝짝




두 번째 무대는 관객들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무대였다. 내용은 한국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고부간의 갈등 '시월드' 가 주제였다. 남편이 아내 때리고, 시어머니가 부추기고.. ㅋㅋ 물론 시어머니 역할을 맡으신 분이 아주 맛깔나게 연기를 잘 하셔서 재밌긴 했지만, 고부간의 갈등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는 듯.




연주자들과 연기자들의 호흡도 매우 좋았다. 애니메이션 톰과제리에서 처럼 연기자들의 행동에 하나하나 효과음을 넣어주던 악기팀. 




연기자들이 하는 대사를 1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언어장벽 is 뭔들?! ㅋㅋ 그냥 관객들이 웃을 때 같이 웃고, 연기자가 슬퍼하면 같이 슬퍼하다 보니 두 번째 무대도 어느새 끝이났다. 




무대가 시작하고 나서 처음에는 절반도 차있지 않은 객석이었는데, 어느덧 뒤에 서서 보는 사람들 까지 있을 정도로 객석은 관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세 번째 무대가 시작하기 전 잠시 비워진 무대 뒤로 조심스레 스며들고 있던 어둠. 어둠이 내려앉음과 함께 반짝반짝 오색 찬란한 조명들이 무대를 밝히기 시작했다. 




세 번째 무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사형판결을 받은 여인의 슬픈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포청천의 인물들과 분장이 비슷해서 그런지 더 몰입이 되었다.




어머니와 부둥켜 안고 울다가 결국에는 형장에서 죽음을 당한 여인. 끝까지 열연하시는 연기자들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거의 두 시간을 쉬지 않고 연주하시던 연주자 분들에게도 존경의 박수를. 연주의 퀄리티도 퀄리티 였지만, 연기자들의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아서 더 몰입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 까지.




무대가 다 끝나고 연주자들이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악기사진을 찍었다. 연주자 분들께도 사진을 요청해볼까 했지만 너무 퇴근요정 분위기.. ㅋㅋㅋ 아쉽지만 사진은 포기했다. ㅋㅋ




무대가 다 끝나고 다시 광장 쪽으로 돌아가는 길. 광장 한복판에서 쿵짝쿵짝 요란스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광장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는 집단 군무. ㅋㅋㅋ 원형으로 돌면서 춤추는 집단군무는 처음이라 신기방기 동방신기. 




특별한 계획없이 시작한 하루였지만, 그 어떤 계획보다 즐겁고 의미있었던 하루. 내가 청처없이 걷는 것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하지만 아직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오늘의 유일한 계획이라면 계획인 저녁식사. ㅋ




어제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다른 요리를 먹어보기! 탕수육이 너무 맛있기에 다른 요리도 맛있을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뉴는 바로 회과육(回锅肉)。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삼겹살과 고추, 마늘 등을 넣고 볶은 요리이기에 실패할 수 없는 중국요리. 물론 화쟈오가 들어가 향신료에 취약한 사람에게는 피해야 될 요리이지만, 향신료를 사랑하는 나에게는 최애요리 중 하나!!


고맙다 회과육. 덕분에 정말 완벽한 하루였어. ㅠㅠ




완벽했던 저녁식사를 마치고 호스텔에 돌아왔더니 영화상영을 하고 있었다. 중국어에 중국어 자막이라 빠른 포기 후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밀리고 밀려 부산까지 정체 된 블로그에 집중해야지.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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