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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0일] 둔황을 떠나 신장 위구르의 성도, 우루무치(乌鲁木齐)로 가는 기차에 오르다.

2018년 5월 9일


오늘은 실크로드 위 사막의 도시 둔황을 떠나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로 가는 날. 기차 시간이 저녁 7시 20분이기 때문에 느긋하게 일어나 준비를 하고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의 계획은 기차타기 전 까지 밀린 블로그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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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여행한지 40일 째 되는 날. 중국여행은 출발 전 부터 걱정 반 근심 반 이었는데, 중국은 생각보다 여행하기 쉽고, 좋은 나라였다. 한국의 유머 게시판에서 워낙에 대륙 시리즈를 많이 보기도 했고, 한국사람들 사이에 심어져 있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큰 작용을 한 듯 싶다.


물론!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커다란 단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단점을 덮어줄만한 매력들이 넘쳐나는 곳 역시 중국이다. 맛있는 음식, 엄청난 자연, 수 천 년을 이어온 역사와 문화재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숙소까지!




 호스텔 도미토리 룸의 가격대는 보통 3,000원 대부터 10,000원 사이로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고 호스텔들의 시설도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이번에 둔황에서 묵었던 둔황국제유스호스텔 같은 경우도 가격대비 시설이 아주 훌륭했다. 객실 내 에어컨도 갖추고 있고, 커다란 백팩을 보관할 수 있을만한 사물함, 수면등까지, 숙박객의 편의를 생각한 시설들을 잘 갖추고 있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리셉션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는데, 로비 밖의 테라스에서 싸움이라도 난 듯 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니 호스텔의 마스코트인 료료와 듀듀가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는 소리였다. ㅋ


"쭈어!! (앉아!!) 쭈어!! (앉으라고!!) 아 진짜!! "


주인의 목소리와 함께 주인 속 터지는 소리가 호스텔 안까지 쩌렁쩌렁. ㅋㅋㅋ 





체크 아웃을 하고 테라스로 나가보니 우등생 듀듀는 "앉아!"에 성공해 열심히 간식을 받아 먹고 있는 반면 개구장이 료료는 열심히 주인의 성격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ㅋㅋ (료료는 너무 열심히 딴 짓 중이라 사진에는 안 나옴.)




훈련중인 두 댕댕이들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호스텔 근처에 있는 사천요리 식당.




매번 버스를 타러 갈 때마다 지나쳤었는데 밥을 먹는 건 처음이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한 어향가지 덮밥과 




청경채 두부 국.


덮밥은 무난하게 맛있었고, 청경채 두부국은 술도 안 마셨는데 뭔가 해장이 되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중국을 여행하면서 한국음식 생각이 잘 안났는데, 중국 음식이 한국 음식과 재료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한 음식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저 내 얼굴과 배만 동글동글 부풀어 가는 중..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도로 위를 달리는 작은 삼륜차들이 뭔지 모르게 향수를 자극한다. 한국은 삼륜차가 불법이라 지금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지만, 중국은 아직도 삼륜차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호스텔로 돌아오니 불가능할 것만 같던 일이 벌어졌다. 말썽꾸러기 료료마저 "앉아"에 성공해 있지 않은가! 주인이 대단한건지 간식의 힘이 위대한 건지.. ㅋㅋ 




앉아를 성공시킨 두 말괄량이의 주인에게 뜨거운 박수를 올리고, 호스텔 안으로 들어와 블로그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네 시간을 집중해서 쓴 결과, 겨우겨우 포스팅 하나를 완성 지었다. 언제나 정확하고 바른 정보를 전하려 애쓰는 요행악어입니다. 응원해 주세요 ㅠㅠ 




고된 훈련이 끝나고 지쳐서 잠든 귀염댕이 댕댕이 듀듀. 잘 자렴. 잘 지내렴. 무럭무럭 커서 멋진 리트리버가 되렴. 잘 지내고 나중에 또 보자!




시내라고는 하지만 시내의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작은 시골마을인 둔황. 




귀여운 신호등이 있는 사막의 도시 둔황.




자그마한 시내의 이곳저곳을 가본 덕택에 오랜 시간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바쁘게 다니면 많은 도시를 볼 수 있지만, 여유를 가지고 한 도시에 길게 머물면 깊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많은 도시를 보는 것 보다는 한 도시를 깊게 보는 편이 좋다. 도시도, 그리고 사람도. 




둔황에서는 중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을 또 하나 볼 수 있다. 이상할 정도로 질서 정연하게 주차 되어 있는 오토바이와 자전거들.




그 것은 바로 단속과 벌금의 위력. ㅋㅋㅋ


인도에 그어져 있는 선을 넘어가면 자전거는 50위안, 오토바이는 100~200위안의 벌금. 중국 지방의 평균 임금을 생각해보면 꽤나 높은 액수의 벌금이다. 단속을 자주 하는지, 둔황을 떠날 때까지 저 선 밖으로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 ㅠ 정든 둔황 시내를 떠나 둔황 기차역으로.




버스비가 얼마인지 까먹을까봐, 나중을 위해 찍어둔 사진. ㅋㅋ 


둔황역 - 막고굴 관광센터 - 둔황 시내 구간을 운행하는 12번 버스의 요금은 3위안이다.




여유롭게 도착한 기차역. 자그마한 둔황 시내에 비해서 웅장한 규모의 건물이 특징.




여느 기차역과 같이 입구에서 여권과 티켓 검사, 짐검사를 받고 역으로 입장했다.




내가 탈 기차는 저녁 7시 18분 K991 우루무치(乌鲁木齐) 행 기차.




위의 사진은 둔황 기차역 1층 로비의 모습. 철제의자는 텅텅 비어있는 반면, 




푹신한 안마의자는 성황리에 손님맞이 중. ㅋㅋ 안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안마의자에 앉을 수 있지만, 저기 앉아있으면 '가격도 저렴한데 한 번 받아볼까?' 라는 생각이 한 번 쯤은 들 듯 하다. 결제는 QR 코드로만 가능한데, 지갑을 꺼내는 것 보다, 손 쉽게 결제가 가능해서 승객들의 이용률이 훨씬 높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은근히 보였다.




대륙의 안마의자 스케일에 놀라주고 대합실로 이동. 우루무치행 기차는 대합실이 따로 지정되어 있었다.




나도 안마의자에 혹해서 '올라가서 안마나 한 번 받아볼까?' 생각했는데, 2층 대합실에는 안마의자가 없다. ㅋㅋ 돈도 굳고 내 어깨도 굳고~




역에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사진찍기에 집중하다가 기차안에서 먹을 라면사는 걸 깜빡했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차역의 매점에서 라면을 구입하기로. 란저우 라면이 있길래 망설임 없이 선택! 가격은 15위안. 컵라면 치고는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기차에서 먹는 라면 맛을 알아버렸기에 이제는 영혼이라도 팔아서.. 아니 비싸도 사먹는다. 꿀맛. 진심. JMT.




기차 탑승 20분 전, 검표 시작을 알리는 방송.




이번에는 안내방송 전에 미리 줄을 서서 앞쪽에 섰다. 탑승객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는데, 무엇보다 새치기 하는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중국의 기차역에서 가장 설레이는 순간.




중국의 기차는 보통 20량이 넘어가기 일쑤인데, 우루무치는 승객이 적은지 승객칸이 10량도 안되는 짧은 편성이었다. 




승객칸이 사진 한 장에 다 담기다니... 중국 기차역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임에 틀림없다.




기차에 탑승하기 전 신분증과 기차표 검사를 한 번 더. 이제는 익숙한 프로세스.




그리고 기차는 출발예정 시간에 정확히 출발했다. 




저녁 7시 30분. 덜컹거리는 기차 안, 해도 황무지 저 너머로 퇴근 준비 중.  




기차역에서 산 라면에 물을 붓고, 한입을 크게 먹었는데, 와.... 넘나 싱거운 것... !!!


이땐 몰랐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는 것. 바로 ‘拌面 빤미엔’ 은 비빔면이라는 사실.. ㅋㅋㅋ 그렇다면 ‘拌饭 빤판’ 은?! 그렇다. 비빔밥이다. 


 일년 전 나는 란저우 우육 비빔면에 한강처럼 물을 부어놓고, "에쒸!! 비싼데 뭐 이렇게 맛이 없어!!" 라고 바보짓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일년 전의 나를 부끄러워하고 있다. ㅋㅋ 




모두가 잠든 기차 안, 오늘 하루의 마무리는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보는 닥터스트레인지로. 

이렇게 재미난 걸 난 왜 이제야 봤을까. 그저 마블만세!!!! 두 번 만세, 세 번 만세, 만만세!!!! 


도르마무 도르마무 거래를 하러 간다. 우루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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