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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39일] 황금 빛 사막 위,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그녀들의 정체는?

황금빛 모래 이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명사산 위의 모래사막. 그 위에 붉은색의 전통의상을 입고 있던 그녀들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광고 촬영을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에 카메라를 메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몰려들어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촬영에 제한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나도 자연스레 사진을 찍는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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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39일] 서유기 삼장법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중국 둔황의 명사산과 월아천






붉은 옷을 입은 두 명의 여인 이 외에도 스태프처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두 명 더 있었다. 전문적으로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 같아 보이지는 않았는데, 일반 옷차림으로도 오르기 힘든 사막을 분장을 한 채로 올라왔다는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녀들도 신발 속 작은 사막을 가지고 있겠지.. ㅋㅋ




고풍스러운 소품도 다양하게 준비해왔고 제법 능숙하게 포즈를 잡던 그녀들. 붉은 의상과 사막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는 태어나서 처음 알았다. 


능숙하게 포즈를 취하는 그녀들, 내 영혼을 손가락에 모아서 열심히 찍은 결과, 꽤 좋은 결과물들을 건질 수 있었다. 아래 쪽에 내가 찍은 사진들 중 잘나온 사진들만 추려보았다.


↓↓↓스크롤 다운!!!!↓↓↓











손 끝 하나하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던 그녀들! 내가 프로페셔널한 사진 작가는 아니지만, '사진을 찍는게 이런 재미구나!' 라는 걸 처음 느낀 순간이었다. 황금빛 사막과 붉은 옷을 입고 있는 여인. 어떤 각도로 찍어도 사막과 그녀에만 집중이 되는 환경이 너무 좋았다. 




옆에서 열심히 친구들을 도와주고 있었던 이국적인 외모의 그녀. 영어가 서툴긴 했지만, 그녀를 통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여인들의 정체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었다.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사막에서 코스프레 촬영을 하고 있던 것. 


사막 한복판에서 빨간 전통의상의 코스프레를 한 그녀들은 당연히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었고,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그녀들을 둘러싸고 자유롭게 사진촬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촬영이 어느정도 정리될 때 쯤, 그녀들에게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줄 겸 인사를 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한국 드라마, 아이돌을 좋아하고 간단한 한국말도 할 수 있다는 그녀. 한류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그렇게 한 시간 가량 열심히 촬영을 하던 그녀들은 "와 춥고 배고프고 피곤해서 더 이상 못하겠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퇴근. ㅋㅋㅋ 고생했어요~ 덕분에 나도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ㅋ




그녀들이 퇴근을 하고, 나는 홀로 사막에 앉아서 열심히 카메라를 고치기 시작했다. 카메라의 렌즈 커버에 모래가 들어가서, 커버가 반 쯤 열리다가 멈추고, 제대로 닫히지 않는 것이었다.. ㅠ


참고로, 이 증상은 약 2개월 정도 지속됐고.. 결국엔 렌즈의 스크래치로 이어져 훗날 인도에서 2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렌즈 부분을 통째로 교환하는 쓰라린 역사로 이어진다. ㅠㅠ 여러분은 사막에 갈때 반드시 모래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고 가시길!!! 여러분의 돈은 소중하니까요~!




모래를 어느정도 털어 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 카메라. 일단 숙소에 가서 해결하기로 하고, 명사산의 뒷 편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명사산 뒷 편으로 펼쳐진 모래사막은 정말 끝이 보이질 않았다. 


'와... 이게 정말 사막이구나..'




경이롭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무섭게 느껴졌던 끝없이 펼쳐진 사막. 저 사막의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울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인생이 외롭고 힘들 때, '사막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것만 같다'는 표현을 쓰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유명한 관광지였던 월아천이지만, 먼 길을 여행자에게는 고마운 안식처였을 사막 안의 샘물. 더 이상 마르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어주길.




나 혼자 감상에 빠져 있는 동안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하더니 날씨도 꽤 쌀쌀해졌다. 시야를 조금 멀리해 시내 쪽을 바라보니, 이미 황사로 덮여 사라진 둔황 시내... 오늘도 황사 당첨 확정~!! ㅋㅋ (웃고 있지만, 울고 있음)




어느덧 오후 6시가 살짝 넘어가 있는 시간. 명사산 꼭대기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줄어들기 시작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이왕 올라온 거, 일몰이나 보고 가자!'  




나도 월아천과 해가 잘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털썩 주저 앉았다.


저녁 8시는 되야 해가 지는 둔황. 해가 질 때까지 아직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하는데.. 황사에 먹혀버린 둔황시내 쪽을 보니, 오늘의 일몰 역시 전망이 좋아보이지는 않다.




하늘이 뿌옇기는 한데,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해. 좀만 더 벼텨라!!!!




조금만 더!!!!! 




결국 황사에 먹혀버린 해..... ㅋㅋㅋㅋ 


아쉽긴 하지만 일몰은 실패했다. 두 시간을 가까이 기다렸는데... ㅠ




해가 사라지자 마자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해 모래언덕을 내려왔다. 아직 못 가본 월아천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




사진에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분은 내 옆에서 같이 일몰 사진을 찍으시던 분. 해가 사라지자 마자 동시에 눈이 마주쳤고,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서로 고개를 한 번 끄떡하고 동시에 모래언덕을 내려왔다. ㅋㅋㅋ 




가까이 보이는 월아천과 월천각.




수면 위에 사막이 반사되기 때문에 각도에 따라서 보이는 물의 색깔이 다른 월아천. 위의 사진에는 갈색빛으로 보이지만,




각도를 조금 달리하면, 바닥이 보일 정도로 푸른 물 색깔을 볼 수 있다. 사막에 있는 샘물이라 물의 색이 탁할 줄 알았는데, 푸른색을 띄고 있어 신기했다.




초승달 모양의 샘물, 월아천의 옆 쪽으로는 도교사원인 월천각(月泉阁)이 자리하고 있다. 오래되고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선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중국의 방침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오르고 접근할 수 있는 이 사원은 최근에 지어진 것이 틀림없다. ㅋㅋ 




팔각형 모양의 탑 꼭대기를 보면 '鸣沙山, 不虚传' 명사산, 불허전 이라고 쓰여있는 현판을 볼 수 있다. '명사산의 울림은 허투루 전해지지 않는다.' ㅋㅋㅋ 이거 중국식 농담인거겠죠?




저녁 아홉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 월천각에 있던 직원 분도 퇴근을 하셨다. 해는 졌지만, 아직도 환한 둔황의 저녁 아홉시. 이만하면 본전은 뽑고도 남은 듯하니, 나도 퇴근!




명사산 관광지 내부의 유적.


이전 포스팅에 언급했었지만, 명사산 관광지 내부에는 모래산 말고도 볼거리, 즐길거리들이 많다. 다만 가격이 착하지 않을 뿐. 명사산의 공식 홈페이지는 번역기로 돌린 수준이긴 하지만, 중국어, 영어, 한국어도 지원하니,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http://www.mssyyq.com/ 

↑↑중국 둔황 명사산 공식 홈페이지.↑↑


관광지 내 다양한 어트랙션(패러글라이딩, 헬기, 모래 썰매, ATV, 관광차, 낙타라이드 등), 일출, 일몰 시간, 공지사항등을 확인할 수 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명사산. 




조금 늦게 오긴 했지만, 늦게 온 덕에 우연치 않은 만남도 있었고,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일몰도 볼 수 있었던 운수 좋은 하루.


 


사막다운 사막의 풍경을 보여준 명사산과 중국 불교문화의 극치를 보여준 막고굴까지, 사막 위의 도시 둔황은 풍경과 역사, 문화재를 모두 갖춘 다재다능한 도시였다.

  



완전히 어둠이 내려 앉았을 때 즈음. 명사산 출입구를 빠져나왔다. 표를 구입할 수 있는 시간과 입장 마감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표를 사고 입장을 하면 해가 지는 시간까지 관광지에 머무를 수 있다. 입장 시작 시간과 마감시간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니, 위에 링크해 둔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명사산은 한 티켓으로 이틀까지 입장할 수 있다. 


단, 다음날 입장을 위해서는 사진에 보이는 기계에 티켓을 등록하고, 얼굴인식 시스템을 통해 얼굴을 등록 해야지만 가능하다. 




버스를 타고 다시 호스텔로.




호스텔의 로비에서 열심히 놀고있는 골든리트리버 료료와 듀듀. 호스텔 내의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힘차게 뛰놀던 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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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아기들은 잘 때 천사같다. 라는 말이 있는데, 강아지에게도 적용되는 듯.




명사산에서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 호스텔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저녁 9시. 호스텔 주변의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늦게까지 열려있는 야시장으로 향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바삭바삭 쫄깃쫄깃 달콤달콤한 중국식 호떡을 먹고.




내 다리가 걷는 방향대로 걸어가다보니,




어제 왔던 양꼬치 가게가 또 나오네?


하... 어쩔 수 없지만, 양꼬치를 또 먹었다.





이번엔 작은 사이즈의 양꼬치로 10꼬치를 주문했다. 작은 꼬치에도 빠짐없이 지방이 한 점씩 꽂혀있는데. 정말 맥주를 부르는 맛이다..... ㅠㅠ




작은 꼬치도 나쁘진 않았지만, 어제 먹었던 일반 양꼬치가 씹는 맛이 더 좋았다. 가격 면으로는 작은 꼬치를 주문하는게 싸지만, 고기 양과 질로 치면 일반 양꼬치를 주문하는게 좋다. 




역시 양꼬치엔칭따오!


그리고 양꼬치에는 빠질 수 없는 맥주! 이번에는 칭다오 맥주로 주문했다. 둔황에서의 마지막 밤은 양꼬치엔 칭따오로 기분좋은 마무리.




이제 내일이면 신장 위구르 지역의 성도인 우루무치(乌鲁木齐)로 이동한다.


 우루무치는 보통 중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넘어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택하는 루트인데, 중국 내의 소수민족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이라 조금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우루무치로 향하는 기차표를 사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 무찐이에게 들은 이야기 덕분.


"최근에 테러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도시 곳곳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어 오히려 안전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너무 눈에 띄는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여행하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거야." 


우루무치에 관련된 블로그나, 기사를 봤을 때 조금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무찐이의 말을 떠올려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기대반 긴장반 우루무치로의 여정. 얼른 내일이 밝았으면.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