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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17일] 중국 청나라 황실 최대의 정원이었던 원명원의 현재

 4월 16일, 세계일주 17일 째.



어제 이화원에 이어서 오늘은 중국 최대의 황실정원이었던 원명원(圆明园)에 간다.


이틀 전 이화원의 규모를 조금 우습게 보고 

점심도 먹고 여유롭게 갔다가 시간이 부족해 다 둘러보지 못한 느낌이 있었기에

오늘은 평소보단 조금 일찍 준비를 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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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16일] 600년의 역사, 하늘에 제사를 올리던 천단(天坛)을 방문하다.





지도로 확인한 원명원 역시 이화원에 못지 않은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기에

미리 아침을 먹고 가기로 결정! 

호스텔 프론트 직원에게 아침을 먹을만한 곳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알려준 '칭펑 빠오즈' 로 고고!!




빠오즈는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찐빵인데,

한국의 찐빵은 보통 단팥이 주를 이루는 반면 중국의 찐빵은 고기와 야채로 소가 채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칭펑빠오즈는 메뉴도 다양한 편이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단 메뉴가 전부 중국어이고 영어도 통하지 않으므로 

중국어를 할 수 없다면 그냥 제일 큰 그림을 손으로 콕콕 찍어서 주문하면 되는데, 

찐빵메뉴는 대부분 맛이 나쁘지 않으므로 주문에 실패할 가능성은 적다.   


사진에 있는 두가지 메뉴를 주문하고 위챗페이로 결제! 넘나 편한 것..

총 17위안으로 한화로 대략 2900원이 나왔다. (2018년 4월 기준.)




원명원에 가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B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매표소를 볼 수 있다.




원명원의 입장료는 10 위안으로 저렴한 편이다.

통합표는 25 위안인데, 입장료와 원명원 복원 모형관, 서양루 유적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다.

나는 원명원 전체를 둘러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통합표를 구매했다.




입구를 지나 걸어가는데 보이는 음성가이드 대여소.

이미 천단공원과 이화원에서 그 성능을 파악한 뒤라 이번에는 빌리지 않았다.


원명원의 음성가이드 기계는 무려 3D 음향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가격도 입장료 5배에 달하는 가격에, 보증금도 200위안을 요구한다.

해도 너무함... 그래서 이번엔 진짜 쿨하게 지나쳤다!




원명원 내부는 황실의 정원이란 이름에 걸맞게 어느 곳을 가던 

버들나무와 수로, 호수가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던 것도 잠시,

곧바로 원명원의 과거, 현재를 한번에 보여주는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이 아치교.


이 아치교는 제 2 아편전쟁 당시 베이징이 영국, 프랑스 연합군에 의해 점령 당했을 때,

파괴된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었다.


원명원이 가장 아름다웠을 시기, 원명원 내에는 200개가 넘는 다리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다리를 제외한 모든 다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이 파괴된 아치교 단 한 개만이 그 자리에 남아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본 원명원 전체를 투영하는 인트로였다.




조금 무거워진 마음을 가지고 길게 뻗어있는 수로를 따라 걸어가는데

정박해 있는 보트가 보였다.




보트가 정박해 있는 곳 바로 맞은편에는 보트의 티켓을 살 수 있는 매표소가 있었다.

원명원은 원래 기춘원, 장춘원, 원명원 세 정원을 통틀어 말하는 명칭인데,

이 보트를 타면 현재 위치인 기춘원에서 원명원을 거쳐 장춘원 까지 갈 수 있다.


원명원에서 가장 중요한 서양루 유적지는 장춘원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보트를 타면 서양루 유적의 입구에 바로 내려주므로, 

넓디 넓은 원명원을 구경하는데 필요한 체력을 아낄 수 있다.


보트 가격도 20위안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망설임 없이 티켓을 구매! 

황실 보트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보트에 올라탔다.




선장님이 아주 능숙한 솜씨로 좁은 수로를 따라 운전하신다.

가는 길의 풍경도 좋고, 체력도 절약할 수 있으니

원명원 전체를 둘러보길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



구불구불 좁은 수로를 통과하면 큰 호수가 나오고,

원명원의 호수에 들어가기 전에 조금 더 큰 배로 한번 갈아탄다. 


한 손으로 핸들을 아주 여유롭게 다루시던 선장님.

뭔지 모르게 멋졌음!!




보트를 타고 널따란 원명원의 호수를 감상하다보면

 호수와 맞닿은 곳곳에 건물의 잔해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장춘원의 보트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물 위에 희멀건 거품 같은게 둥둥 떠 있는게 아닌가.

처음엔 그저 물이 오염된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정체는 바로 버들나무의 꽃가루 였다.


원명원은 다른 관광지에 비해서 버들나무가 많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12월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듯이 꽃가루가 휘날리고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두 번째 사진들의 솜같은게 전부 꽃가루인데 저런게 하늘에 마구마구 휘날리고 있었다.




이 곳이 서양루 유적의 입구.

나는 통합표를 샀기 때문에 표만 보여주고 바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구를 지나면 이러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 곳은 해기취(谐奇趣)라는 서양식 건축물이 있었던 곳이다.

넓은 터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잔해들

 긴 설명을 대신하고 있다.




처참하게 파괴된 잔해들이지만 

잔해들 위로 새겨진 섬세한 조각들은 아직도 그 모습을 생생히 유지하고 있었다.




해기취 옆으로 자리하고 있는 미로 정원인 황화진(黄花陈).

서양루 유적지에서 유일하게 복원이 완료된 건축물이다.


원래의 자리에 조형도를 참고해 복원되었다고 하는데

신경을 써서 복원했는지 복원의 완성도가 높은편이라고 느껴졌다.




해안당(海晏堂)과 방외관 유적.

해안당은 해기취에 비하면 토대는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었다.




원명원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자주 쓰이는 대수법(大水法) 유적.

유명한 유적인 만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행히 유적 가까이는 접근할 수 없었으므로 

유적의 사진은 온전하게 담을 수 있었다.




서양루 유적을 다 돌아보고 나오는 걸음은 무거웠다.


이미 이화원의 곳곳에서 파손의 흔적들을 본 후였지만,

이화원은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복원이 완료되었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원명원은 파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현장을 

그 날의 참상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건물은 생명이 없다.

 생명이 없는 건물임에도 그들이 벌인 행동은 너무나도 잔인했고,

개인적으로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마저 느껴졌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원명원의 전체 복원모형이 있는 

원명원 복원 모형 전시관이다. 




서양루 유적을 포함, 

엄청난 규모의 정원인 원명원 전성기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 놓았다.

비록 모형이기는 하지만, 그 크기와 화려함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원명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 

최근 중국 저장성에 원명원을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원명원' 만을 복원한 것인지 장춘원과 기춘원까지 복원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다.


옳은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열 두시 부터 네 시간 가량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슬슬 다리에 피로가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원명원 안의 원명원은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상황!!

이대로 돌아가자니 아쉽고, 일단 가보자!! 라는 심정으로 원명원으로 향했다.




걷다보니 눈에 들어 온 이것!!

자전차(?) 를 대여하는 곳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혼자이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고.. 에이 패스!!!

하고 그냥 지나가려는데 그 옆으로 전동차가 서있는 것이 보인다.




전동차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매표소가 두 군데 있는데

첫 번째 사진에 있는 매표소에서는 지도에 연두색으로 표시되어있는 순환 전동차 티켓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중국의 대표적인 메신저위챗(wechat)을 켜고 원명원 계정을 팔로우하면 된다.

잘 모르겠으면 위챗을 켜고 직원에게 주면 알아서 해준다.

무려 15위안 짜리 전동차 티켓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2018년 4월 기준) 




이 연두색 라인 순환 전동차는 원명원을 크게 한 바퀴 돌기 때문에

구석구석 원명원을 돌아볼 수는 없지만, 전동차를 타고 원명원을 돌아본 결과

원명원은 굳이 걸어서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과 같이 원명원 대부분이 그냥 넓~은 평지였다.

다만 이 곳에 어떤 건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표지판과 잔해 몇 점만 있을 뿐이었다.


물론 시간과 체력이 있다면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이 좋겠지만,

하루 안에 모든 것을 보기에 원명원은 너무나도 넓고 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다.


  


다섯 시간에 걸쳐 열심히 걷고 타고 걷고 타고 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기울어 있었다.


베이징에 와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것 같다.

역사의 중요성이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그 현장을 두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껴보니 

역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왜 역사를 기억하고 공부해야 하는지

뼛 속 깊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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