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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11일] 진시황이 올랐던 하늘로 가는 길. 중국 태산(泰山)에 오르다.

4월 10일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결성된 태산 등산 파티 덕분에 

오늘 계획보다 일찍 태산을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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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악어의 세계일주 +010일] 정들었던 칭다오 안녕! (부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는?!!)





태산가(泰山歌)  - 양사언

 

泰山雖高是亦山
태산이 높다 하지만 하늘 아래 산일 뿐이로다.


登登不已有何難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世人不肯勞身力

사람이 자기가 아니 오르고


只道山高不可攀

산을 높다 하는구나


 

중국의 오악(五岳)인 태산(泰山), 화산(华山),형산(衡山), 항산(恒山), 숭산(嵩山)

 으뜸이라 불리우는 태산(五嶽獨尊). 

위에 적은 양사언의 태산가에서 등장하는 태산이 바로 오늘 내가 오르게 될 태산이다.

(여러부운~ 그 태산이 이 태산입니다.)


진나라의 진시황을 시작으로, 당나라의 고종, 한나라의 한무제, 청나라의 건륭제까지 

 긴 세월에 걸쳐 수많은 중국의 황제들이 태산에 올라 봉선의식을 행하였다고 한다.

그 만큼 중국에 있어 신성하게 여겨지고, 의미가 깊은 산.


그런데 봉선의식이 뭐지...? 


궁금증에 열심히 네이버를 검색해본 결과,

봉선()의식이란, 원래 봉(封)과 선(禪) 의 각각 다른 두 가지 의식으로 나눠져 있었다고 한다.

봉(封)은 태산 위에 제단을 쌓고 자신이 황제가 되었음을 하늘에 알리고, 세상의 평화로움을 기원하는 제사,

선(禪)은 태산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산을 평평하게 닦아, 산천 즉 대지의 신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제사로

후에 이 두 의식을 하나의 단어로 합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즉, 봉선()의식은 하늘과 땅의 신들에게 자신이 황제가 되어 세상을 평정하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잘 보살펴 주시기를 기원하는 제사라고 생각하면된다.




멋지게 시작하려 한 인트로인데 

멋지지도 않고 주절 주절 길어져 버렸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거 티내려고 안 지웠음..ㅋ)



첫 날 부터 심상치 않았던 태안에서의 하루.

애초부터 태산을 등반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에 하루 정도 푹 쉬고 태산을 등반하려 했었는데 

어젯밤 태산 등반 파티가 결성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빠르게 태산을 오르게 되었다.


오늘 나와 함께 등반하기로 한 스페셜 멤버는 광저우 출신의 '리' 형님

그리고 또 한명 스무살의 젊은피인 연경훤 (燕憬煊 옌징슈안),


그리고 아직 잠이 덜 깬 나까지 총 3명. 




7시에 기상해서 준비를 마치고 어제 약속한 집합 시간 7시 반에 맞춰 호스텔을 나섰다.

호스텔 근처에 있는 면류를 판매하는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결정.


메뉴 중에 자장면이 있길래 주문해 보았는데, 

이 곳은 춘장과 고기를 볶아 육수 위에 부어주는 국물이 있는 자장면이었다.

적당한 고기와 야채가 있어 아침으로 먹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

자장면의 가격은 메뉴판에 8위안 이라고 써있는데,

저 메뉴판은 옛날 것이라며 현재 모든 면류가 동일하게 10위안을 받는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빠른 메뉴판 갱신을 부탁드립니다...)


후륵~ 후륵~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등산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근처 상점으로 향했다.

슈퍼에서 등산 필수품인 물 두 병과 옆에 있는 작은 빵집에서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사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와... 이때까지만 해도 턱에 턱선이 없다... 지금은 턱선 찾아가는 중.)


원래 혼자 등산을 했다면 호스텔부터 태산의 입구격인 홍문까지 걸어서 가려했었는데,

걸어가기에는 생각했던 것 보다 먼 거리였다.

다행히 두 사람이 리드하는대로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버스를 탄게 참 다행었다고 생각한다.


걷는 것에 자신이 있고, 등산 경력이 굉장히 긴 사람이라면 말리지 않겠지만, 

 태산국제유스호스텔 부터 태산입구까지는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등산로 입구까지는 별다르게 볼 것도 없을 뿐더러, 

장장 등산부터 하산까지 7시간이 걸리는 태산이기에,

 등반을 시작하기 전부터 애써 힘을 뺄 필요가 없다.



 [중국 태안 호스텔] 태산, 대묘에서 가까운 태산국제유스호스텔 (泰山国际青年旅舍) 상세 리뷰




우리는 다이묘 서쪽에 있는 公安局,岱庙站 (공안국,다이묘 정류장) 에서

 3번 버스를 타고 홍문 정류장까지 갔다.



홍문 정류장 근처에 버스가 다다르니, 차들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태산을 가려는 수 많은 차량들로 인해 도로 자체가 꽉 막혀버린 상황..

다행히 등산로 입구까지 멀지 않은 거리라, 남은 5분 정도의 거리는 버스에서 내려 걸어갔다.



 [중국 태안] 중국 태산(泰山) 가는 방법, 준비물, 입장료, 체크리스트 총 정리.




이미 꽉 막힌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태산을 오르려 하는지 짐작은 갔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등산로 입구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앞에서도 잠시 얘기했었지만,

태산을 걸어서 올라갔다가, 걸어서 내려오는데는 사람에 따라 

최소 6시간에서 최대 10시간 이상이 걸릴 수도 있기에 

적어도 9시 이전에는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하는 것을 권장한다.




등산로의 입구부터 태산의 입구격인 홍문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걸린다.

홍문까지는 양 옆으로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데, 이곳의 핫 아이템은 '지팡이'이다.


가장 저렴한 빨간 지팡이가 대략 2~3위안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외에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다양하다. 


지팡이는 산 위로 올라가도 가격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는 않으나, 

태산국제유스호스텔에 숙박을 하고 있다면 굳이 이곳에서 지팡이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태산을 갔다와서 나중에 발견했지만..

(태산 등산 전에는 지팡이가 눈에 들어 올 리가 없다.)


 호스텔의 입구에 사람들이 사용하고 필요없게 된 지팡이를

입구 옆의 바구니에 꽂아두는데, 무료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호스텔을 나서기 전에 미리 챙겨가시기를!


태산의 끝이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생전 지팡이를 써 본 적도 없는 사람도 그 순간 만큼은 지팡이가 있는 사람이 엄~청 부러워진다.  


나는 지팡이가 걸리 적 거릴 것 같아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십팔반을 반 쯤 올라갔을 때 즈음,

다른 사람들의 나무지팡이가 금지팡이 같아 보였다.




등산로 입구에서 홍문까지 가는 길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첫 번째 문인 일천문(一天门)을 지나게 된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이 문은 하늘로 '가는' 이라기 보단

'여러분에게 하늘 구경을 시켜드리지요.' 라는 

일종의 경고문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점이 다섯 개다. 진지하다는 뜻.)

  


올라가는데 4시간, 내려오는데 2시간이 걸리는 태산의 등산 코스를 요약해서 말하자면

계단으로 시작해서 계단으로 끝난다.


그냥 THE 계단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을 400장 정도 찍은 것 같은데 200장 이상의 사진에 계단이 찍혀있었다.

(계단 덕후 아니라능...)




무시무시한 경고문인 일천문을 지나면

홍문이 나오고 홍문 옆에는 전자티켓 매표소가 있다. 

이 곳은 외국인이 표를 살 수 없는 곳이므로 그냥 지나쳐서 앞으로 가면 된다.




 홍문에 있는 전자티켓 매표소를 지나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만선루(万仙楼) 라는 문이 하나 더 나오는데,

외국인은 이 곳에 있는 매표소에서 종이표를 구입하면 된다.


표를 구매할 때에는 신분증(여권)을 제시해야 하므로, 반드시 여권을 챙겨가야 하고

 위챗페이, 알리페이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금을 챙겨가야 한다.

성수기 성인 입장료는 127위안. (2018년 4월 기준)




입장권을 구입하고 만선루 매표소를 지나면 

 "자기 한번~" "나 한번~" 의 느낌으로 계단과 평지가 사이좋게 번갈아 가며 나타난다.


이때 까지만 해도 굉장히 평화롭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고,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돌 비석들도 눈에 들어오며, 

돌 난간 옆으로는 제법 규모가 있는 물길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우리와 반대로 하산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말한마디 없이 하산하고 있는 수 많은 커플들.. 

서울에 있는 남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면, 굳이 태산을 오르지 않고도 남산 등산로를 가보면 된다.




그리고 한 가지 팁!


태산은 중국 국가급 풍경 명승구 (AAAAA) 이다.

중국의 관광지에서 이 파이브 에이 (AAAAA)를 본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 몇 가지 있다.


국가급 풍경 명승구는 기본적으로 교통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고, 

관광지 곳곳에 편의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관광지 안에 있는 대부분 상점, 노점들은 상품의 가격표 붙여 놓고 있으므로,

바가지 요금에 대한 걱정을 조금은 덜 수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바로 화장실 관한 부분이다. 옛날부터 들어온 얘기라서 그런지

중국의 화장실은 지저분하고 관리가 잘되어 있지 않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BUT!!

파이브 에이가 찍혀 있는 관광지는 관리인이 수시로 관리하고 있어 화장실 내부가 아주~ 깨끗하고 

중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좌변기도 한 두개 씩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밖에서 화장실 가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다만 태산은 산이라는 조건이 있어 산 위로 올라갈 수록 조금씩 더러워지고,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산에 있는 화장실들 치고는 깨끗한 편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화장실이 위치하고 있으므로,

등산 중 화장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등산로의 중간 중간에 물이나 식품, 과일 등을 판매하는 노점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산에서 판매되는 물건들인 만큼, 가격은 일반 슈퍼에 비하면 두 배정도 비싸진다.


다만 산 위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이나 등산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물 같이 부피에 비해 무게가 나가는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등산하는 것이

등산 중에 쉽게 피로해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의 물을 가방에 넣고 오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만 가방에 담고, 

등산을 하면서 중간 중간 필요한 물건을 노점에서 구입하면

한화로 약 1000원 ~2000원 사이의 가격을 더 지불하고 짐을 줄일 수 있는 셈이니

한번 쯤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노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박, 졸졸졸 흐르는 물에 차갑게 식어 있는 오이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시선 강탈자이다. ( Can't take my eyes off you..)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가격이 비싸지지만, 수분을 보충하기에 이만한 것도 없다.




리 형님은 여행을 좋아하고 등산 역시 자주 다녀서 그런지, 

작은 가방에 적당한 음식과 물을 준비해 최소한의 짐을 꾸렸다.

그리고 오르는 속도 역시 엄청났다.


셋 중에 산을 오르는 속도가 가장 느렸던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함께 산을 올랐는데,

아마 리 형님 혼자 올라갔다, 3시간 안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에 비해 경훤이는 나와 비슷한 속도로 올라갔다.

그래도 젊은피라서 그런지 내가 지쳤을때 기다려주기도 하고 

경훤이가 지쳤을때 내가 이끌어 주기도 하면서 사이좋게 올라갔다.


경훤이의 복장을 보면 딱히 산을 올라간다는 복장보단 나들이 가는 복장이다.

경훤이 뿐만 아니라 태산을 오르는 대부분의 중국사람들은 

나나 리형님처럼 가벼운 등산복장을 하기 보다는,

동네 산책을 한다는 느낌을 복장으로 태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살랑살랑 예쁜 원피스를 입고 올라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태산은 등산이라기 보단 나들이라는 느낌인 것인가..)




등산 초반에는 중간 중간 사진도 열심히 찍고 풍경을 담으려고 노력했는데

등산이 계속될수록 문, 계단, 문, 계단, 계단, 문의 연속이라 점점 사진을 찍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짧은 계단, 긴 계단, 가파른 계단, 구부러진 계단, 문과 이어진 계단,

오래되어 보이는 계단, 폭이 좁은 계단, 이쁜 경치가 있는 계단...


세상의 계단에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최고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아참! 중요한 걸 까먹었다. 




문, 계단만 계속되는 건 아니다. 가끔 다리도 있다. 하하하...




계단, 계단, 다리, 계단, 문, 계단, 계단 다리를 지나다 보면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나무로 말할 것 같자면,


당나라 초기 당태종의 장수였던 정교금(程咬金 589~665년)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태산에 올라 심었다는 네 그루의 회화나무 중 한 그루이다.


세 그루는 이미 세월의 풍파에 소실되어 없어지게 되었고,

이 나무만이 긴긴 세월을 버텨오다가 1987년 7월에 내린 폭우에 의해 쓰러지게 되었는데

무려 13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를 철거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전시해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래 영어번역을 읽다보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영어 설명에는 분명 수당시대의 노나라 황제였던 정교금에 의해 심어졌다고 하는데,

분명 노나라는 기원 전 500년 전의 춘추전국 시대의 나라이고,

당나라는 기원 후 600년 후에 세워진 나라이기에 도무지 말이 되질 않는다.


바이두와 구글에서 검색해 본 결과

노국공(鲁国公)은 정교금의 벼슬이이었고, 번역기를 사용해서 돌린 결과,

'emperor chengyaojin of the lu kingdom' 이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의미있는 나무라면 역사를 공부한 번역가를 쓰는 편이..)




입구부터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를 열심히 걸어 올라오면 

 해발 847m에 위치해 있는 태산의 중간 지점, 중천문(中天门)이 나온다.


중천문에는 태산의 또 다른 입구인 천외촌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오는 버스의 종점이 있고,

중천문 부터 남천문까지 연결되어 있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다.


태산 입구의 일천문이 '여러분에게 하늘 맛을 보여드리지요.' 라는 경고문 같았다면

중천문은 '하늘 맛 좀 보셨나요? 이제 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라는 '선전포고' 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태산 등반을 마친 후 이 부분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일천문, 중천문은 하늘로 가는 문이 아니다...

하늘로 보내드리는 문이다. or 하늘 맛을 보게 해주는 문..




중천문을 지나 다시 삼 십분 정도를 열심히 걷다보면 큰~ 다리 하나가 보인다.


이 다리의 이름은 운부교 혹은 운보교 (云步桥 윈뿌챠오).

해석하자면 구름을 걷는 듯한 느낌의 다리라는 뜻인데,

한자가 간체가 아닌 번체로 적혀있는 걸 보니 꽤 긴 세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하다.


운부교는 태산을 소개하는 여행사의 광고사진 중 

십팔반(十八盘)과 더불어 가장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소가 아닐까 싶다.


내가 태산을 오를 당시에는 전 날에 비가 오지도 않았고,

 우기가 아니라서 사진 속의 유명한 폭포를 볼 수 없었지만,

만약 비가 내린 후나 우기 이후에 간다면,




이렇게 운부교 위에 서서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다.

약간의 사진빨이 적용됐다 하더라도 퍽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우기' 라 함은 다른 말로는 장마철이고 여름이 아니겠는가!

태산에서 이 멋진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여름' 이란 계절에 등산을 해야 할 것이고,

즉슨, 이 폭포만큼 온 몸에 땀을 쏟으며 등산을 해야 한다는 의미..


태산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군데군데 이런 무시무시한 암시가.. (내 마음대로)


어쨌든 나는 폭포를 보지는 못했지만 

비교적 선선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등산을 할 수 있었다.




운부교을 지나 다시 계단을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눈앞에 등산로를 가로막는 긴 행렬이 보인다.


행렬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긴 팔, 긴 바지에 

심지어 두 사람 씩 짝을 지어 정체모를 긴~ 무언가를 어깨에 짊어지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표지판을 자세히 보니 '电力施工中,游人注意安全' (전력공사 중! 등산객 여러분 안전에 주의하세요!) 라고 쓰여져 있다.


얼핏 보기에도 꽤 무게가 나가보이는 전력관을 백 명이 넘는 사람이 

둘 둘 짝을 지어서 나뭇가지와 줄 하나에 의존해 계단을 넘어, 또 언덕을 넘어서 운반하고 있었다.


운반에 동원된 대부분의 인부들은 얼핏 보아도 연세가 꽤 들어보이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다.

보는 사람을 아슬아슬하게 만들었던 장면..

 

이때가 10시 반쯤 이었는데,

 2시 반 쯤 다시 이 곳을 지나 하산 할 때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큰소리로 "찌아요! 찌아요!" 를 외치며 열심히 일을 하시던 어르신들.

등산객들도 같이 "찌아요!" 를 외치며 응원해주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우면서도 흐믓하게 다가왔다.




등산로 입구에서 부터 열심히 걷기를 2시간,

저~ 멀리 보였던 십팔반이 제법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져 있다.


 태산의 상징이기도 한 십팔반(十八盘).

이 기나긴 계단의 끝에는 하늘로 향하는 마지막 문인 남천문이 있다.

즉, 십팔반은 영어 표현하자면 'Stairway to Heaven' 인 것이다.


한자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총 18번의 코너가 있는 계단 정도로 해석이 가능한데, 이름처럼 그렇게 구불구불 하지는 않다.

길이 800m , 수직 고도 400m, 총 1600 여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십팔반.

누가 이름을 붙인 것일까? (열 여덟반이라고 해야하나..?)


이름 한번 기가 막히다. 특히 한국 사람에게는.

왠지 모르게 이름이 입에 착착 붙는다. 특히 십팔반을 오르고 있으면.. 

십팔반... 십팔반..... ㅆ..... 


(저는 블로그 심의 기준을 준수하는 블로거입니다.)




Stairway to Heaven.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인 십팔반을 멀리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곧 십팔반에 진입함을 알리는 표시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지나 10분 정도 더 가면 용문(龍門)이라고 쓰여있는 문이 하나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이 용문부터가 입에 착착 붙는 태산의 상징 십팔반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부터는 지금까지 태산을 오르며 보지 못했던 급격한 경사,

성인 남자 발크기의 2/3 정도 되는 작고 촘촘한 계단이 쭈~욱 펼쳐진다.




헉헉 거리면서 계단을 올라오는데, 옆에 올라가던 중국 여대생이 소리를 지른다.


滴滴!!! 滴滴!!!! (띠띠~!! 띠띠~~!)



 간절한 목소리로 열심히 택시를 찾던 여학생 ㅋㅋㅋ

나도 택시가 간절하긴 했다.. 기사님 따블...!!


(여러분 십팔반이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택시가 없는 관계로 십팔반을 쉬지 않고 걸어서 올라온다면 

이 계단의 끝인 남천문까지는 약 20~3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남천문(南天门) 앞에 서서 뒤돌아서 올라온 계단을 한 번 보고 

다시 뒤돌아 남천문을 한번 쳐다봤다.



'하늘 맛 좀 보셨습니까? 허허허..'


남천문은 문이라 말을 못한다. 

근데 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지..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남천문을 지나면 곧 천가(天街), 여기부터가 정말 천국임을 알리는 문이 나온다.


진나라의 진시황이 처음으로 걸었을 천국의 길.

'과연 어떤 모습일까?' 천국의 길이라는 단어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천가(天街)가 시작됨을 알리는 문을 지나면 보이는 풍경들.


아쉽게도 낮에는 제법 날씨가 좋았는데 

산 위에 오르고 나니 생각보다 안개가 심해 시야가 좋지 않다.


한쪽으로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고,

한쪽으로는 깎아내려진 듯한 절벽을 따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기념품 상점들이 풍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풍경의 미관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기념품 상점들이 있기 전

자연 그대로 상태의 하늘길은 더욱 아름다웠으리라 상상해본다.




 길게 뻗은 천가의 절벽 너머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천천히 걷다보면 

이제는 끝났겠지 싶었던 계단이 다시금 눈 앞에 펼쳐져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올라왔던 계단들에 비하면 양반.

오히려 저 정도 계단만 올라가면 산 정상에 도착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




안내표지판을 따라 구불구불 십분 정도를 더 걸어가면 

태산의 정상이자 옥황상제를 모시고 있는 옥황묘(玉星庙)에 도착한다.


이로써 태산 등산은 완료!!


8시 반에 등산로 입구에서 출발해서 12시 반에 옥황묘에 도착했으니

등산 시간은 거의 정확하게 4시간이 걸렸다.


리 형님의 리드 덕분에 중간 중간 취한 총 5~6회 정도의 휴식시간 (회당 약 5분 정도) 을 포함해도

생각했던것 보다 이른 시간에 태산의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옥황묘 내부 곳곳에는 소망을 담은, 소망이 담겨있는, 소망을 비는 사람과 물건들로 가득했다.


사원 곳곳에 걸려 있는 자물쇠들,

콜록콜록 기침이 날만큼 강한 향을 피우며 절하는 사람들,

옥황상제의 상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


각자 자신만의 방식대로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하늘에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태산뿐만 아니라 중국의 관광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역사, 종교와 관련되어 있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곳들이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어 들이고 있지 않은가.. 

라는 느낌은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출발 전 호스텔 근처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사온 계란과 소세지를 추가한 고기 빵.


칭다오에서 먹었던 구어퀘이(锅盔) 같이 얇게 밀은 반죽 위에 저민 고기를 얹어 구워낸 빵인데,

소세지, 계란 등 원하는 재료를 추가해서 먹을 수 있다.


가방 안에서 차갑게 식어 딱딱하기는 했지만,

산 위에서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먹는 점심은 그 맛을 떠나 언제나 특별하다.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009일] 오늘은 내 생일! 칭다오 중산공원에 벚꽃이 피었을까? (Feat.맥주거리,티비타워,박물관)

구어퀘이에 관한 내용이 있는 포스팅




천가를 지나서 부터는 가파른 절벽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게 불어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가방에 미리 챙겨왔던 바람막이를 입었는데도 바람이 워낙 강해서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


한 겨울에는 천가 근처에서 두터운 코트도 대여해주나보다,

얼마나 추운지 모르겠지만, 10전 겨울에 태산을 다녀왔던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

'와~ 진짜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뭐가?)'



(아시다시피 저는 블로그 심의 기준을 준수하는 블로거 입니다.)




태산의 정상에 오르면 이곳 저곳 둘러볼 곳이 많다.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의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태산의 정상에는

오랜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산의 지형, 자연이 빚어낸 낸 경관, 사람이 자연 위에 만든 목조 건물 등이

 정상의 곳곳에 위치하고 있어, 하나하나 다 돌아보려고 하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 중에서도 정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은 바로 오악독존 석비.

원래는 중국의 5위안 지폐에 등장하는 오악독존(五嶽獨尊)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그 곳의 경쟁률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을 방불케 한다.


독 사진을 찍는 것은 아예 무리.

사진을 찍더라도 열 명 이상의 다른 중국아주머니들과 함께 찍어야 하므로,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사람이 적은 장소를 찾아 기념촬영을 했다.



정상 위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다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제 하산을 할 시간!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에 비하면 매~우 순탄하다.




 나중에 먹으려고 아끼고 아껴뒀던 오이도 하나 사 먹고 (꿀맛!)


내려가는 길 역시 계단이지만,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은 하늘과 땅 차이다.

물론 계단의 폭이 좁아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게 주의!


나를 괴롭혔던 십팔반의 가파른 계단을 지나

계단의 경사와 폭이 완만해지자

힘겹게 올라왔던 계단을 뛰어서 내려갔다.


중천문에 도착하니, 부릉부릉 버스 소리가 귀에 쏙쏙 박힌다.

'탈까 말까... 탈까.. 말까...'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고민하긴 했지만,

처음의 다짐대로 버스정류장을 지나 걸어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10년 젊어질꺼야!!!




맛있는 오이도 먹고,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계단을 뛰어 내려오기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왔는데도

만선루 매표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4시, 정상에서 부터 내려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이로써 오늘 총 7시간 반에 걸친 태산 등반은 정말 끝!!


앞에서 묵묵히 리드해준 리 형님!

옆에서 같이 화이팅 하면서 올라간 훤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휴식을 가지고 7시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태산을 함께 오른 전우인데 회식은 필수이지 않겠는가?


샤워를 하고 한 시간 정도 잤는데 정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골아 떨어져 한 시간동안 꿀잠을 잤다.


그리고 7시에 다시 집합!


어제 저녁을 먹었던 식당으로 가서 양꼬치와 야채볶음, 생선찜을 주문하고 맥주 한잔!

기분좋게 회식까지 마치고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이제 내일 찾아 올 친구만 기쁘게 맞이하면 된다.


"반가워~ 근육통~!"



태산 등반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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