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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01일] 인천항 국제 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청도 (칭다오)로!

4월 1일.


드디어 세계여행이 시작되는 날. 몇 일전 부터 잘 다녀 오라는 친구들과 만나 격려도 받고,

문 앞을 나서며 가족과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도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출발하기 전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이상 희안한 일도..


일 년을 잡고 계획한 여행이기에 정말 머리와 마음을 텅~ 비울 만큼 푹 쉬고 시작하고 싶었는데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니까 애초부터 이런 생각이 무리였는지 모르겠다. 



관련된 글.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세계여행을 떠나기 약 한달 전. 내가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아직도 복잡한 머릿속, '내가 정말 여행을 가는건가?' 하는 조금 허전한 기분으로

2시간에 걸쳐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수인선 신포역에는 나 말고는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역에서 나와 걷다보면 보이는 몇몇 환전소가 이 곳에 국제항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인천항 제 2 국제 여객 터미널에 들어서 걷다보니 저 멀리 내가 탈 커다란 위동 훼리사의 페리가 보인다.

터미널 대합실에 들어서니 시끌벅적하게 들리는 중국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상인들과 여행객들을 보니 

 다시 긴 시간 해외에 나간다는 것이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인천항 국제 여객터미널은 인천국제공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인천국제공항이 관광을 목적으로 한껏 차려 입은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곳이라면,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이곳을 드나들며 물건을 사고 파는 장사꾼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터미널의 직원이 이곳을 자주 드나드는 손님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도 하고,

터미널에 앉아 있는 여행객들이 지나가며 안부를 묻기도 하는 공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공항보다는 시외버스 터미널과 더 닮아있는 느낌의 이 곳은 여행의 설레임 보단 삶의 공기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수화물 검사, 출국 수속은 긴장감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심사대를 지나면 양옆으로 화장품과 주류 담배를 판매하는 면세점이 있고, 무려 인터넷 면세점에서 주문한 면세품 인도장도 있다.

면세점을 통과하면 페리까지 운행하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며, 탑승시간은 1~2분 남짓한 시간.

버스로가면 금방이지만, 걸어가자면 조금 시간이 걸릴법한 거리이므로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진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뭄의 단비였다.



 


버스에서 내려 페리에 오르면 중앙 라운지까지 이어져 있는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배는 생각했던 것 보다 쾌적했다. 카운터와 휴식 공간이 있는 라운지는 작은 3~4성 호텔급 정도의 크기,

공용 화장실도 깔끔하고, 내가 있었던 4인실 역시 넉넉한 크기에 침대마다 커튼이 달려 있어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중앙 라운지에 있는 동그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식당은 조식이 5000, 저녁이 7000원에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예약을 하기 전 검색을 통해 페리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데대체로 음식에 대한 평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음.. 확실히 뭔가 애매한 맛이다. 내 맛도 아니고, 네 맛도 아닌 그런 맛그런데 그 애매한 맛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에 약 600~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크루즈의 인구 비율이 대략 9:1 로 압도적으로 중국사람 많다.

 요리를 하나하나 보자면 분명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도 있고, 자주 먹는 것들인데,

 맛을 보면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흔히 생각하고 있는 그 요리의 맛이 아니다.

달콤해야하는 요리에서 신맛이 나기도 하고, 살짝 매콤해야 맛있는 요리에서는 매운맛이 전혀 나질 않는다.

한국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는 맛이지만, 분명 중국 승객들을 생각하여 맛의 중간 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갑판 위에 올라가니 8시 반 출발 예정이었던 배가 7시 반 쯤 선착장을 떠나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안 사실이지만 인천항 제 2 여객터미널은 바다로 나가기 전에 갑문을 통과해야한다.

지도로 얼핏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갑문이 있는 통로가 생각보다 너무 좁아서 '에이~ 저걸 통과한다고?' 라고 속으로 생각했었는데

배는 보란듯이 갑문을 통과하여 좁은 통로로 들어서고 있었다. 

도선사랑 큰 선박의 선장들이 왜 돈을 많이 받는지 머리와 마음이 동시에 수긍하는 현장이었다. 






 선박 내부를 이곳 저곳 탐방하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난다.

보통 비행기를 타거나, 배를 타면 음식,음료의 판매는 운송회사가 독점권을 쥐게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깝더라도 비싼 돈을 지불하고 먹을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선박 내부에 있는 식당, 카페의 음식과 음료의 가격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었다.

음식 가격의 합리성과 내 여행의 첫날을 핑계 삼아, 양꼬치에 칭다오 한잔을 하며 인천의 밤바다를 보는 즐거움~!





객실에 돌아가니 같은 방을 배정받은 분이 "같이 한잔 하려 했더니 왜 이렇게 늦었어요~" 라며 빈 맥주캔을 치우고 계신다.

정말 많이 돌아다니긴 했다. 미밴드가 '오늘 배에서만 만보걸으셨어요~' 라고 진동을 울려줬으니까. 나란 남자 배에서 만보 걸은 남자 ~ ㅋ


같은 방에 배정받은 두 분은 모두 조선족이었다.

 한 분은 70 김 씨 성을 가지신 분이고, 지금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으신 분.

다른 한 분은 40 최 씨 성을 가지고 있고 한국, 중국을 오가며 환전소를 운영하시는 분이었다.

(앞으로 최고 형님으로 불릴 인물. 먹을 거 사주시는 분은 최고니까!!)


이미 교류회와 일본,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만난 여러 명의 조선족과 대화하며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사라진지 오래.

오히려 여러가지 이야기를 묻고 싶고, 듣고 싶어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긴 시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름은 존재한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먹는 것이 다르기도 하고, 언어가 다르기도 하고.

하지만 어디에서 태어났던, 어떠한 성을 가지고 있던, 어떤 피부색을 가지고 있던 간에 사람은 똑같은 사람

삶에 대해 고민하고, 무언가를 추구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며 때론 좌절하기도..


유독 한국 사회에서 중국인과 조선족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인의 무질서함이 원인이긴 하겠지만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겪고 있고 겪어왔던 문제이다. 느껴지지 않지만 천천히 변해가고 있음에는 틀림없기에

조선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입견의 대상이 되는 그런 일들이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본다.


여담이지만, 조선족인 두 분과 얘기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조선족은 자신들을 조선 사람이라고 부르고,

가족과 대화하거나, 같은 조선 사람들과 대화 할 때에는 중국어가 아닌 대부분 한국말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었다.


 맥주 몇 잔을 마셨더니 쏟아지는 졸음에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누웠다. 


내일이면 중국에 도착해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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