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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수원 화성 성곽길 #3


창룡문 ~ 남수문 


동장대, 창룡문 광장을 지나서 부터의 화성 성곽길은 

지금까지 펼쳐졌던 풍경에 비하자면 조금은 밋밋할 수도 있는 풍경들입니다. 


창룡문에서 남수문에 이르기 까지의 코스에는 봉돈(봉화대)을 제외하곤 계속 봐왔던 포루, 치, 각루 정도가 전부이며

왼쪽으로는 수원 시내가 넓은 시야로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오래 전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세월이 보이는 허름한 집들이 줄지어 있을 뿐, 더 이상의 특별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화성 스탬프 투어의 코스에도 남수문 까지의 경로는 빠져있을 뿐더러,

화성 어차의 코스 역시 남수문을 지나치는 것 이외에 남은 1/3의 코스를  철저하게 배제한 듯 한 느낌이 듭니다.


수원 화성 봉돈


견학, 관광을 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창룡문부터 남수문에 이르는 코스는 크게 가치를 둘만한 이유는 없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한국의 멋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한 가지 있습니다. '여백' 빈 공간 입니다.

 한 폭의 그림에서 볼 수 잇듯이 '여백' 은 우리의 멋을 감상하는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한 요소입니다.


이 구간은 화성이란 그림의 여백으로 지금까지 많은 걸 담느라 피곤했을 눈을 잠시 쉬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코스입니다.

  남아있는 30분 남짓의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혼자서 왔다면 화성에 대한 감상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상상에 빠지기에도, 

두 명 이상이 함께 왔다면 지금까지 보았던 화성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대화하기에도 적당한 시간입니다.


남수문 ~ 화성 행궁


성곽길을 따라, 세월이 깃든 집들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덧 눈앞에 남수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수원 화성 성곽길은 다 돌아본 셈이지만 시간이 넉넉하다면 화성 행궁, 수원 화성 박물관도 돌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화성 행궁은 1789년 정조 때 건립되어 고종 때 까지도 보수공사를 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보존이 잘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 대부분의 궁궐들이 화재나 전쟁으로 인해 소실되었던 반면, 

화성 행궁은 일제 강점기 자혜 의원의 설립, 확장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가

1996년 부터 2003년 까지 약 7년 간에 걸친 공사 끝에 복원이 되어 다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행궁의 건설 양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탓일까, 화성 성곽의 여운이 남아서 일까 

화성 행궁은 역사를 고증하는 역할 보다는 '화성 안에 행궁이 있었다.' 정도의 기념비적인 역할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창덕궁이 오랜 세월 왕의 궁전이었던 경복궁을 제치고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 되었는지는 

직접 그 현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해 할 수 있듯이, 수원 화성의 복원도 조금 더 신경 써서

이루어 졌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행궁 역시 수원 화성의 일부인 문화재이니까요.


화성 행궁 ~ 통닭 거리


4~5 시간에 걸쳐 열심히 걷고 보며 눈과 마음이 배불러지는 사이에, 배는 어느덧 등과 가까워지는 시간이 됩니다.

마음의 양식을 채웠으니, 입으로 양식을 채울 시간. 코스가 끝나는 지점인 남수문 근처에는 

수원 화성 팔달문을 중심으로 통닭 거리, 순대 타운, 영동시장이 위치하고 있어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다양한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을 만큼 수원 화성의 명물인 순대와 치킨을 놓고 고민을 하던 중

연습실 근처였던 의정부 통닭 골목에서 싸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수원 통닭거리로 향했습니다.

얼마 전 방송에 소개된 통닭집은 줄이 너무 길어 포기, 경험 상 한 가지 음식으로 골목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

대부분 맛이 비슷비슷하기에 적당히 사람이 붐비고 있는 용성통닭으로 들어갔습니다.



1970년대 매향 통닭을 시작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약 50년 역사의 통닭 거리.

 의정부 통닭골목은 통닭을 주문하면 염통과 닭똥집 튀김을 치킨과 한 접시에 담아주는 것이 특징이라면,

이 곳은 닭똥집, 닭발 튀김이 에피타이저로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주문부터 나오기까지 걸리는 20~30분 정도의 시간을 달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나쁘지 않은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주문했는데, 각 각 한 접시가 한 마리 같이 보이는 푸짐한 양,

 적당한 두께의 튀김옷과 촉촉한 닭고기의 밸런스가 잘 맞아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적당했습니다.

요즘 트랜드에 맞춰 나오는 세련된 치킨의 느낌보다는 투박하기만 정겨운 시장 통닭의 맛이었습니다.



 가게를 나와 하늘을 보니 허기진 배를 채우고 웃고 떠드는 사이 해가 지고 달이 떠있습니다.


밝은 햇빛 아래, 과거를 느낄 수 있었던 장소로 부터 출발한 수원 화성 성곽길 투어는   

달이 떠있는 하늘 아래, 현재의 화성안에서 눈과 마음과 배를 가득 채우고 마침표를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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