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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03일] 칭다오 도착! 친절한 칭다오 시민들에게 감사 또 감사!


심한 안개로 인해 도착이 하루 지연된 상황에서 나의 세계여행 셋째날은 페리 위에서 맞이하게 되었다.

하루 정도 지연된 건 괜찮지만 오늘도 입항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예약해놓은 호스텔도 걱정이고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가족과 여자친구 생각에 조금은 걱정이 되는 상황이었다.


어젯밤 자기 전에 샤워장에 있는 욕탕에 몸을 푹 담그고 자서 그런지 기분 좋게 눈이 떠졌다. 

'안개만 없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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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02일] 둘째날부터 예상 외의 전개.. 오리무중이란게 이런거?




같은 방을 쓰는 두 분에게 아침인사를 하고 날씨가 어떤가 창문을 보려고 하는데 

맑게 개인 최고형님의 표정을 보니 창문을 안 봐도 오늘의 날씨를 알 수 있었다.

안개가 조금 껴있기는 하지만 시야는 트인 상태. 


오늘은 드디어 칭다오에 첫 발을 디디는 날이 되겠구나~!




예상 접안 시간은 12시 10분. 한 시간 후, 내가 처음으로 중국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세계일주가 시작된다..!!

짐 정리를 마치고 날씨 확인 겸 바다도 볼 겸 갑판으로 향했다.

 벌써 오른쪽에는 칭다오의 고층 건물들이 보이고 있었다.

3일 동안 배 위에서 지낸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갑판 위에서 바람도 쐬고 가까이 보이는 칭다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드디어 청도 크루즈항이 보이기 시작했고, 하선 준비를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항구 쪽에서는 사람들, 바다에서는 작은 배들이 크루즈를 밀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에 10분 남짓한 시간만에 접안이 끝났다.  

최고형님이 위챗아이디를 주시며 중국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나의 여행을 응원해주셨다.

내가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인 최고 형님. 덕분에 배 위 에서의 3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길 조금 기다렸다가 배에서 내렸는데 버스 한 대가 눈 앞에 서있다.

저기 20미터 앞에 건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걸어가면 10초 걸리는 거리를 두고 버스에 타야만한다.

버스에 사람이 가득차면 버스는 유턴을 해서 10초 만에 승객들을 눈앞에 내려준다. 

최고 형님이 배에서 미리 말은 해줬었다. 10미터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에이 설마~ 했던일인데 정말이었다.


과연.. 정말.. 이 버스는 필요한걸까..?



  

10초 만에 버스에 내려 타고 온 페리와 10초 버스 인증샷을 빠르게 찍고 입국 수속을 하러 빠르게 전진!

생각보다 줄이 길다. 분명 중국사람 전용, 외국인 전용으로 창구가 나눠져 있는데, 중국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일까

이미 외국인 창구와 중국인 창구의 구별이 없어져 있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짐 검사를 한번 더 하고 나가려는데, 

직원이 가방에 먹을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 없다고 말하려는데 문득 여자친구가 준 망고 젤리가 생각났다.

여기는 국제항이기도 하고 어느정도 영어가 통하리라 생각해 영어로 '망고젤리가 있어요' 했더니

'젤리? 젤리가 뭐니?' 라고 직원이 물어본다.




 '젤리가 젤리라서 젤리라고 한 것 뿐인데.. 젤리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라고 장금이 처럼 대답하고 싶었으나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보여주는 것이 확실하겠다 싶어 가방에서 망고 젤리를 꺼내 보여줬더니 

'음 이건 가지고 가도 괜찮아~ 근데 젤리가 뭐야?


라고 다시 물어봤는데 중국어 단어가 안 떠올라 그냥 웃으며 인사하고 나왔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중국은 영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발음이 비슷한 한자를 사용해 새로운 단어를 만들거나,

 한자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젤리도 생소한 단어가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맥도날드는 麦当劳 (마이 땅 라오) 인데, 단순히 영어발음과 비슷한 한자를 아무렇게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어로 번역을 해도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게 끔 브랜드 이름을 만든다.



젤리는 한자단어를 사용한다. 열매 과(果), 얼 동(冻) 을 써서 果冻 중국어 발음은 '구어 똥' 이 된다.

 '구어 똥' 을 젤리라고 말하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던 것.




터미널의 대합실로 빠져나와 제일 먼저 할 일은 와이파이를 사용해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연락하고

호스텔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일이었다.

 다행히 터미널 안에 와이파이가 있었으나, 몇 번을 시도해도 연결이 되지않아

근처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중국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답답하지만 쿨 하게 포기하고 일단 호스텔에 도착해 연락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인포메이션에 있는 직원에게 미리 캡쳐해 놓은 호스텔 주소를 보여주며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버스타는 곳과 버스번호, '기사님 저를 위해로(威海路) 정류장에서 내려주세요' 라는 중국어 쪽지까지 적어서 주었다.

터미널에 있는 직원들이 영어를 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도와주려는 모습이 너무 고맙고 '씨에씨에' 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공부한 중국어로 조금조금 알아듣고 더듬더듬 말할 수 있는 내 자신이 기특했다. 



 

 크루즈 터미널을 빠져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길에 눈에 익은 '작은멈춤' 편의점이 보인다.

허기진 배를 채울 겸 들어간 편의점에 앉아 샌드위치랑 우유를 먹으며 핸드폰을 보니 와이파이가 있다.

흥분한 마음을 감추고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한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손님용이 아니라고한다. 

그런데 앞뒤로 배낭을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 짠했는지 이내 패스워드를 찍어준다. '하.. ㅠㅠ 고맙네 총각 복받을꺼야~'


와이파이가 연결되자마자 인스타에 올렸던 사진에 달린 응원 댓글들, 3일 간 못 받은 이메일들, 페이스북 알림등이 쏟아져 나온다.

그 중에 눈에 띄는 알림이 있다. '예약하신 호스텔에서 님의 예약을 취소하였습니다.' WHHHAT!!!?

가족과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마치고 호스텔에 이메일을 보낸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칭다오의 버스는 생각보다 쾌적하고 노선도 많아 이용하기 편리하다. 

가장 좋은 점은 요금이 1위안이라는 점이다. 현재 환율로 치면 한화 17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버스에 따라 가격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지만, 1~3 위안 사이의 금액으로 한국 버스 요금의 약 7배 저렴한 가격. 




내가 8일 간 묵게 될 란티엔 가든 호스텔(蓝天花园宾馆) 부킹닷컴에서 평점, 후기가 나쁘지 않아 선택했다.

무엇보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는 것과 야시장이 가깝다는 점에서 선택했다.



[칭다오/청도 호스텔 추천]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란티안 가든 호텔(蓝天花园饭店) 상세 후기



도착해서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배에서 보낸 하루 숙박비를 제외하고 요금을 계산해주었다.

 대충 짐을 내려놓고 침대에 앉으니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오늘은 씻고 그냥 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에서 답답했던 순간이 떠올라 핸드폰 유심을 사기 위해 길을 나섰다.




미리 검색해둔 정보에 따라 중국 연통/리엔통 (中国联通) 에서 심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

한국에서 VPN을 변경해주는 앱을 설치하는 것을 깜빡해 구글의 모든 앱을 포함 SNS도 사용 불가능한 상태

캡쳐해둔 바이두 맵에 의존해서 찾아간 첫 번째 대리점에서는 심카드 개통이 불가하다고 했다.

더듬더듬 중국어로 그럼 어디로가면 되냐고 물어봤더니 '쭉~ 가다 건너편에 보면 있어!' 라는 대답 뿐..




그렇게 맵에 표시되어있는 가까운 몇 곳을 돌아다녀봐도 심카드 개통이 안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처음 대리점의 말을 믿고 쭉~ 가다가 건너편에 있는 대리점을 가기로 했다.

쭈욱~ 가는 건 맞긴 맞는데 정말 쭈~~~욱 간다. 그렇게 20분을 걸어 도착한 곳. 간판도 크고 내부도 넓다. 


느낌이 좋다.



창구가 열 개 정도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다가 적당히 비어있는 창구에 가서 심카드 개통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可以!(가능하지~!) 하아.. 이 얼마나 기다렸던 답변인가~ㅠ 

그런데 이 넓은 센터 안에 있는 직원 중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지금까지 공부해온 중국어가 있지 않은가! 라고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 넣고 의자에 앉았는데

엄청난 스피드로 무언가를 물어오는 직원. 

 앉은지 10초 만에 멘붕.. 멍~ 한 표정으로 직원에게 '听不懂 팅부동..' (못 알아 듣겠는데요...) 이라고 말하니

직원도 당황한 표정으로 '그.. 그래 그럼 일단 여권을 꺼내보겠니?'


차근차근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끔 중국어로 천천히 설명해준 직원 덕분에 대충 내용은 이해가 갔다.

칭다오가 있는 산동성 내에서 사용할 경우. 데이터는 3GB 전화는 1000분을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은 37위안.

하지만 중요한 내용은 번호를 해지해야 할 때 반드시 산동성 내에 있는 센터에서 해지해야 한다는 것.


중국에서 라오스나 태국으로 넘어갈 계획인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직원이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다행히도 3개월 후의 일은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다시 한번 도움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했다.




심카드를 장착하고 우연히 발견한 시장에서 아저씨의 영업에 넘어가 8위안에 구입한 맛있는 망고 두 개를 품에 안고

룰루랄라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니 나의 배도 한결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배에 밥 줄 시간이 왔다.

 호스텔을 나오기 전에 직원에게 추천받은 해산물 만두가 유명하다는 쌍화원(双和园 슈앙허위엔)으로 향했다.




호스텔에서 5분 거리에 있어 멀지 않고, 내부도 깔끔하게 되어있어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가격이 있는편이라 모듬 해산물만두 하나, 꼬치 다섯 개를 주문하고 위에 올라가 칭다오 생맥도 주문.

중국은 맥주를 미지근하게 마신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제법 큰 가게인 이곳도 병맥주는 차가운 것이 없고,

오로지 생맥만 차가운 상태로 서빙되었다. 




음식이 나왔다. 엄청난 양의 만두.. 작은 달걀만한 만두가 20개가 담겨있었다.

만두만 시켜도 양이 많은데 거기에 꼬치 5개 까지 있으니, 혼자서 먹기엔 너무 많은양이었다.

만두+꼬치5개+칭다오 생맥 한잔의 총합은 90위안으로 한화 15000원 정도로 비싸지 않은 금액이지만

앞으로의 여행을 생각하면 절약은 필수. '하지만 중국에서의 첫 날이니까!' 라는 핑계로 과소비는 오늘까지만!





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1분 거리에 있는 타이동 야시장을 30분에 걸쳐 빙빙 돌다가 결국에 발견.

나는 여행을 할 때 길 잃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생각지도 못한 풍경을 보기도, 사람을 만나기도 하니까.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야시장 덕분에 광장에서 쿵푸를 하는 아이들을 보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해금을 연주하는 할아버지를 보기도하고.

오히려 목적지였던 야시장은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야시장의 모습이라 별로 감흥이 없었다.





여행길에 오른지 3일 만에 도착한 첫번 째 장소 중국의 칭다오.

첫 날 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일주일 같던 하루가 지나갔다.

너무나도 감사한 하루. 사람에게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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