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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05일] 칭다오/청도 샤오미 매장, 5.4 광장, 뮤지션들과의 만남

4월 4일 바람이 차고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새벽 늦은 시간까지 밀린 블로그를 작성하느라 조금 늦잠을 잤다.

 열시 반 쯤 일어나서 반쯤 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같은 방의 다른사람들도 아직 침대에 누워있다.

'이제 좀 씻어 볼까~' 하고 일어나니, 아까 누워있던 사람들이 하나 뿐인 샤워실 앞에 대기 중.. 

그렇게 3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마지막으로 샤워실에서 나온 사람은 '루카'

프랑스에서 온 친구인데 몇 일전 인사는 했지만, 서로 타이밍이 안 맞아 대화는 하지 못했었다.



 [行 여행 Travel] -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004일] 사랑과 공사의 진행형 도시 칭다오 (Feat.위챗페이)



 

요 몇 일간 계속 중국어만 사용하다보니 영어를 제대로 사용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어를 할 수 있는 루카를 보니 둑에 막혀있던 물이 터져나오듯 영어가 터져나왔다.

루카 역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었던지 내가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침부터 침대에 걸터앉아 약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루카는 현재 중국 제남(济南)의 한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청명절 연휴 동안 청도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자친구와 함께 베이징에 여행을 간다고한다.




현재 21살 한국 나이로 22~23살인 이 친구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한국 영화에도 관심이 많아 부산행, 올드보이, 설국열차 등 한국에서도 흥행한 작품들을 대부분 보았고

 프랑스 내에서 지금 한류가 얼마나 유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아이돌, 예능이 인기가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프랑스에서도 요즘 한류의 인기가 대단하고, 같은 반 학생들이 한국 아이돌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부르고 있으며

길거리에서도 심심치 않게 한국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프랑스에서의 한류 이야기부터 여행에 대한 이야기, 중국에 대한 이야기

쉴새 없이 떠들다가 4시 기차를 타야하는 루카가 호스텔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되서야 마무리를 지었다.

서로 위챗도 교환을 교환하고 루카는 역으로, 나는 샤오미 매장으로 출발했다.




출발하기 전 어제 미리 준비해둔 새신! 리복(Reebok)의 러닝화이다.

세계여행을 하면 당연히 하루에 걷는 양이 많을 것 같아 한국에서 미리 구매했는데,

가볍기도 가볍고 가격도 6만원 정도로 나쁘지 않다. 오늘부터 내 발이 되어줄 친구. 

 디자인도 무난하고 무엇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색과 디자인이라 도난의 염려는 없다고 생각된다.




칭다오에서 맞는 세 번째 날인데 이제 제법 근처 지리도 익숙해지고 음식도 입에 잘 맞는다.

오늘 점심은 호스텔에서도 가까우면서 첫 목적지가 있는 번화가 타이동 3로 보행길의 포장마차에서 해결하기로 결정!

.

타이동 3로 보행길은 타이동 야시장의 입구이자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분위기의 거리이다.

한국의 명동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화장품 대신 핸드폰 매장이 많이 있다는 점.

도착해서 보니 밤과는 다르게 타이동 3로 에서도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포장마차를 두리번 거리다가 결정한 오늘의 메뉴는 10위안 짜리 꿔바로우.

주문을 하자 사장님께서 익숙한 솜씨로 순식간에 튀기고 볶아 꿔바로우를 내어주신다.

현재 딸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사장님.

생각보다 많은 중국사람들이 한국에 궁금해 하고 관심 있어 하는 모습에 흐믓했다.




혀가 데일 정도로 뜨거운 꿔바로우를 한입 베어물자 '에헤취~!' 하고 콧물과 재채기가 나온다.

코 끝을 찌르는 신 맛.. 신 맛이 너무 강해서 몇 번이고 재채기가 나오는데도 포기할 수 없는 맛이다.

 점차 나의 혀가 신맛에 적응이 될때 쯤 어느새 그릇이 비어있는 그런 맛.. 

'또 사 먹을까...?'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몇 일간 계속된 과식이 떠올라 목적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길에 들린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게 중 하나인 COCO(코코). 

밀크 버블티(珍珠奶茶 쩐쭈나이차)로 유명한 가게이다.


한국에서 한잔에 5000원이 넘어가는 밀크티가 이 곳에서는 큰 사이즈로 12위안 (1900원) 정도로 저렴하다.

맛도 좋고 양도 넉넉한 코코의 버블티. 이미 유명한 가게이지만 꼭 한번 드셔보시길!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샤오미 매장.

12월 홍콩을 방문했을 때 세계여행을 대비해 샤오미 20000mAh 보조 배터리를 구매해 두려고 했으나,

여자친구의 어머니에게 뜻밖의 선물로 받은 샤오미 신형 10000mAh 덕택에 20000mAh는 구매를 보류했었다.

하지만 중국보다 열악한 환경의 나라에 가면 보조배터리가 더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중국의 샤오미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배터리를 구할 수 있단 얘기를 듣고 5.4 광장에 가기 전 들려보기로 결정했다.


 [Electronics] - 늘씬하고 강한 샤오미 보조배터리10000 2세대 상세스펙 및 후기


이때까지는 아직 핸드폰에 VPN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여서, 바이두 지도로 샤오미를 검색했었다.

호스텔 근처에 생각보다 많은 샤오미 매장이 표시되어  '역시 중국이구나~!' 하고 감탄사를 연발.

 호스텔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의 타이동 (台东) 에는 수 많은 핸드폰 매장들이 들어서 있다.

샤오미 매장이 이런 위치에 있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요 몇 일간 몇 번이나 오간 곳이라 그런지 출처를 알 수 없는 자신감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훗~ 샤오미 매장 찾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 라는 당당함으로 첫 번째 매장에 도착했으나.. 매장이 없다..!

'그... 그래 뭐 없어졌을 수도 있지~'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른 매장으로 이동했는데.. 매장이 있다!

그런데 핸드폰만 있다!!? '다.. 당황하지 말고 물어보자'


"저.. 저기 보조배터리가 필요한데요 여기에는 없나요?"

"응 여기에는 없구, 저기 돌아서 가면 있어~" 

 "아이쿠 감사합니다~! 씨에씨에~!


인사를 하고 돌아서며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에 코너를 돌아 도착한 곳은 일반적인 핸드폰 주변기기를 파는 매장이었다. 

매장을 보는 순간 내 자신감은 100%에서 50%로 추락.. 벌써 매장을 찾는데만 한 시간을 소비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근처에 있는 샤오미 매장에서 셀카봉과 보조배터리를 사고 

지금 쯤 룰루랄라 5.4 광장으로 향하고 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잠시 오만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다시 바이두 맵을 열고 분석에 들어갔다.

내가 바이두 맵에 검색한 단어는 小米. 

영어로 xiaomi 라고 검색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으므로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검색해본 결과,

타이동을 포함 검색된 대부분의 샤오미 매장은 모두 小米授机体验网点(샤오미 핸드폰 체험 매장)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단 한 군데만 小米之家 (샤오미의 집) 으로 표시가 되어있었다.


기억하자. 두 번 기억하자. 세 번 기억하면 더 좋다.

  중국에서 샤오미의 전자기기를 포함한 모든 상품을 팔고 있는 샤오미 매장을 찾으려면 

小米之家(xiaomi zhi jia)로 검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VPN 어플을 설치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구글맵은 한글로 '샤오미' 라고 검색해도 小米之家를 찾아준다. ㅠㅠ)



[중국 청도여행] 칭다오 샤오미 매장(小米之家) 찾아가는 방법 상세 설명, 바이두맵 사용방법

아주 아주 상세한 정보.




버스를 타고 드디어 샤오미 매장에 도착!!

매장의 크기가 예상보다 넓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샤오미의 상품을 진열해 놓고 있었다.


열심히 구경하고 사진을 찍다가 보니 슬슬 떠나야 할 시간.

원래 사려고 했던 물건 중 삼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셀카봉은 길이가 너무 짧아 구매를 포기하고,

20000mAh 보조 배터리는 특별할인과 쿠폰할인을 동시에 받아 129위안 짜리를 110위안에 구입했다!

매장을 찾느라 허비한 시간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생각보다 저렴하게 구입했으니까 기분이 다시 업~! (단순함)





이제 드디어 5.4 광장으로 향할 차례. 

5.4 광장이란 이름은 중국의 5.4 운동으로 부터 붙여졌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중국의 근현대사는 우리나라만큼 아프고 처절했다.

영국과의 아편전쟁을 시작으로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중국은 세계 2차 대전이 끝날 때 까지

영국, 러시아, 일본 등 열강들의 연이은 침략으로 영토를 빼앗기고, 약탈 당하였으며,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어야만 했다.




그 중 칭다오(청도) 는 1898년 독일에게 할양되었다.

1914년 일본이 칭다오의 독일군을 몰아낼 때 까지 17년 간 독일의 식민지 지배 하에 있었고,

 1915년 부터는 원세개 (위안 스카이)가 일본의 막대한 자금을 빌려 쓰고 맺게 된 21개 조항에 따라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놓이게 된다.

이후 1919년 파리 강화 회의(혹은 파리 평화 회의) 에서 중국이 칭다오를 포함한 산동반도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1차 세계 대전 승전국인 영국, 프랑스는, 일본과 중국 사이에 맺은 21개 조항, 비밀 회담을 근거로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이로 인해 칭다오는 완전히 일본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한국의 3.1 운동과 러시아 혁명에 영향을 받아 민중운동을 일으키게 되었고, 

이 것이 중국의 첫 민주주의 성향을 띈 운동이자, 칭다오 반환의 계기가 되었으며 이 광장의 이름이기도 한 5.4 운동이다.


칭다오는 5.4 운동의 원인이 되었던 도시인 만큼, 

칭다오시에 이를 기념할만한 공원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이며 자랑스러워 할 만한 일라고 생각한다.




5.4 광장 역시 횃불 모양의 커다란 모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공사 중이었다.

칭다오시에서 5.4 광장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도 없을테니 

시진핑의 방문 전에 공사가 이루어 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5.4 광장을 지나 바닷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기념품 가게들을 따라 걷다보면 음악광장이 나온다.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 기대를 하고 갔지만, 음악이 흘러나오지는 않고 단지 음악을 테마로한 일반적인 공원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여섯 시.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칭다오역에서 기차표를 사야한다. 

칭다오 다음으로 가게 될 도시는 태산(泰山)이 있는 태안으로 결정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칭다오 역도 역시 대부분이 공사 중인 상태였다.


역에 도착하여 자동 발권기에서 구매를 시도해 보았으나, 자동 발권기는 중국 신분증이 있는 사람만 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매표소로 향했는데 남쪽 광장 매표소 역시 공사 중이었고, 서쪽 광장에 있는 매표소만 운영 중이었다.

서쪽 광장 매표소는 창구가 4개 밖에 없었는데, 그 중에서도 일반 매표가 가능한 창구는 단 하나.

대부분 자동 발권기를 사용하다보니 창구에 인원 배치를 많이 하지 않는 모양이다.




약 2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다행히 원하는 시간대의 표가 있어서 구매했다.

중국의 여행 관련 앱인 취날 (qunar)로 검색한 기차와 원하는 좌석 종류를 핸드폰으로 보여주니 비교적 쉽게 매표가 가능했다. 

중국에서 기차표를 예매할 땐 여권(신분증)은 필수이고, 타야 할 기차의 정보를 미리 알고 있으면 구매가 더 쉬워진다.



 


표를 손에 넣고 길을 걸어가는데 역의 건너편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할인 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중국의 맥도날드도 체험해볼 겸 간단히 저녁도 해결할 겸 맥도날드로 gogo~!

주문을 하는데, 받은 쿠폰 12매 중에 하필 내가 먹고 싶은 3장은 사용 불가.. 어쩔 수 없이 닭 허벅지살 버거를 주문했다.

세계 어딜가나 같은 맛을 자랑하는 맥도날드, 그런데 햄버거에서 강하지는 않지만 향신료 맛이 살~짝 나기는 한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호스텔에 도착해서 씻고 나왔는데 방에 담배 냄새가 난다.

분명 지금까진 방에 담배 피는 사람은 없는데 담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오늘 새로 들어 온 친구한테 '혹시 누가 방에서 담배피우니?' 라고 물어봤더니

 '담배 피우긴 하는데 방에선 안 피워~ 아마 밖에서 냄새가 들어오는 거 같아' 라고 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기에 '그래 알겠어~' 하고 넘어 가려는데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이 친구가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분 가량을 얘기하면서 서로 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정보를 교환했다.


 이 친구의 이름은 펑즈(风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친구로 현재 중국 전국을 돌아다니며 라이브 클럽에서 투어를 하는 중이었고,

펑즈의 침대 아래 에 있는 사람은 리쫑. 펑즈와 같이 공연을 다니는 멤버로 하모니카 연주자이다.




음악과 여행 등 서로의 관심사가 같아 쉴새 없이 얘기를 하다 보니 인사 한지 삼십 분도 안되어 이내 사이가 좋아졌다.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앨범이 있냐고 물어 보았더니, 가지고 있던 앨범을 선물로 주더니   

케이스에서 악기를 꺼내 라이브로 연주를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곤 기타와 하모니카로 블루스 잼을 보여준 멋진 친구들!


이렇게 멋진 뮤지션들을 만난 것 만으로도 반가운데,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까지 안겨주며 멋진 하루를 선물해준 펑즈와 리쫑.

내일 아침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하고, 또 한동안 대화가 이어지다가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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