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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133일 라오스 시판돈] 메콩강에 떠있는 4000개의 섬 '시판돈' 에서의 운명적 만남.


생각했던것 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부정에 맞섰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던 캄보디아 - 라오스 국경 넘기. 캄보디아 출국 심사대에서 나와 뜻을 함께했던 외국인 두 명이 조금 늦어지는 바람에 출발이 그만큼 늦어지기는 했지만, 단 한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차량에 탑승한 것만으로도 고구마 500개가 뻥~ 하고 뚫리는 기분이었다. 








 캄보디아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으면 최종 목적지인 '시판돈' 까지는 차량으로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그나저나 창밖으로 보이는 노을 지렸다..





시판돈 (si phan don, 4000 islands)의 위성사진.


오늘의 목적지 라오스의 '시판돈(si phan don)' 은 4000개의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섬이 많다는 것인데, 위에 있는 위성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랜세월동안 강에 퇴적물이 쌓이고 쌓여 형성된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 '4000개의 섬' 시판돈이 된 것이다. 이런 섬들을 '하중도(河中島)' 라 부르는데, 알기 쉬운 예로는 한강의 여의도, 선유도가 있다.





라오스 국경에서부터 타고 온 차량은 시판돈의 섬까지 들어가지 않고, 나카송 (nakasong) 이라는 작은 선착장 마을에서 정차한다. 여행객들은 나카송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참고로, 사진에 찍힌 빨간옷을 입고 있는 친구는 프랑스에서 온 '줄리(Julie)'. 이땐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 우연히 사진에 찍혔다. ㅋㅋ 줄리는 앞으로 2주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함께 라오스 여행을 하게 될 동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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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원피스.GIF

갑자기 분위기 너 내 동료가 되라.GIF





차량이 멈춘 곳부터 선착장 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거리. 길을 따라 걸어가며 마을 분위기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을 찍느라 잠시 멈춰서는 순간 앵글에 들어온 이친구는 브라질에서 온 '마리나(marina)'. 앞으로 2주간 온전히 나와 함께 라오스를 여행하게 될 친구이다. ㅋㅋ 이땐 꿈에도 몰랐지.. ㅋㅋㅋ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 아슬아슬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는 저 친구는 영국에서 온 '아란(arran)'. 아란 역시 2주간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라오스를 함께 여행하게 될 친구이다. 





무거운 배낭을 앞뒤 메고, 저 가냘프고 아슬아슬한 나무판자를 건너는데 진심 심장이 벌렁벌렁... ㅋㅋ 빠지면 그대로 물속으로 사라질것만 같았다...





내 심장을 미칠듯이 뛰게 만든 것은 비단 나무판자 뿐만이 아니었다. 우기에 접어들어 미칠 듯 불어난 메콩강의 수위와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강의 유속, 그리고 한 사람이 겨우 앉을 정도로 폭이 좁은 나무 보트까지.. 모든 상황이 최악 중 최악이었다.. 진심 마음으로 100번은 고민한듯하다. 이대로 물에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ㅠㅠ 






엄청난 속도로 흐르고 있는 메콩강.GIF





'그래! 여기까지 온 거 배는 타야지...!! 설마 죽기야 하겠어...?! 하다못해 구명조끼라도 주겠지...' 라는 나의 작은 기대와는 달리 구명조끼?! 그런거 없었음.. ㅋㅋㅋ 





이제 가방은 배에 실렸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메콩강 상류 도시들은 홍수에 침수에 난리가 났다던데.. 섬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결정일까...?! ㅠㅠ 첫날부터 걱정근심으로 가득한 라오스 여행..





목숨까지 걸었던 나의 걱정 근심과는 달리 배는 생각보다 안정적이었다. 뉴스에서 종종 전복사고가 나는 걸 접해서 그런지 내릴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던 나..  





그때 옆으로 슝~ 하는 소리를 내며 다른 보트 한 척이 등장했다. 보트에 타고있는 승객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ㅋㅋㅋ 대체 얼마를 줘야 구명조끼를 입을 수 있는거니..?! ㅠ





세계여행 중 기억에 남는 노을 Best 5.


배가 출발하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고, 그제서야 저 멀리 타오르고 있는 붉은 노을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해질녘 거대한 거울로 탈바꿈하는 메콩강의 기적.GIF 





나카송을 출발한지 약 10분 정도가 지났을때 즈음, 오늘의 최종목적지인 '돈뎃(don det) 섬' 의 마을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판돈의 돈뎃 섬 선착장.


시판돈에는 돈뎃 보다 큰 섬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머물기 좋은 곳은 단연 돈뎃섬이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대부분 이곳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섬' 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숙박비가 비교적 비싼편이다. 





돈뎃섬에 도착해서는 한참동안 선착장을 떠나지 못했다. 타오르다 못해 핑크빛으로 물든 메콩강의 노을에 눈을 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메콩강 갬성..





마지막 한순간까지 아름답던 노을이 저 멀리 사라질 때 즈음, 나도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사태의 심각성을 마주했다. 아직 2박 3일간 머무를 숙소를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숙소마다 방을 살펴보고 가격을 물어봤다. 싼곳은 10달러부터 비싼곳은 20달러가 넘는 곳까지, 생각했던 것 보다 숙소의 가격이 비쌌다. '하.. 어떻게 하지... ㅠㅠ' 절망하며 터벅터벅 골목을 걷고 있는데, 시끌벅적한 바에서 누군가가 나를 불러 세웠다. 



"HEY!! you~ Come here!! 


"..................ME?"


"Yes you! come here and drink beer together!!!"




시판돈 돈뎃섬의 Ms.ning Restaurant and Guest house.


가까이 다가와서 보니, 나와 같은 배를 타고 섬에 들어 온 친구들이 레스토랑 바에 둘러앉아 맥주 한잔을 하고 있었다. 고맙게도 내 얼굴을 기억하고는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운 것이다.





 바에 앉자마자 시원한 비어라오 한 병을 주문했다. 다사다난하고 고단했던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것은 오직 맥주...!!!! ㅋㅋ 4년만에 다시 마주한 비어라오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ㅠㅠ 2주간 내가 원없이 마셔줄게!!! ㅋ





바에 나란히 둘러앉은 친구들과 쉴새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사이, 저녁식사로 주문한 라브 (larb) 과 찹쌀밥(Sticky Rice)이 나왔다. 따끈한 음식을 먹으니 이제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랍(larb)' 은 라오스를 대표하는 전통음식 중 하나로, 보통 '고기샐러드' 라고 표현하지만 볶음 요리에 더 가깝다. 특별히 냄새를 풍기는 향신료나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한국사람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라오스의 음식 중 하나이다.





Ms.ning 레스토랑의 바에는 프랑스 친구 2명이 일하고 있었다. 친화력 레벨이 100은 족히 넘어가는 친구들이었는데,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바에 숨겨놨던 소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몇일 전 방문했던 한국사람이 마시다 두고 간 것이라며. ㅋㅋㅋ 소주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랫만에 느껴보는 에탄올의 향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사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숙소도 정해졌다. 알고보니 Mr.ning 레스토랑은 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던 것. 나와 함께 배를 탄 대부분의 친구들이 이곳 도미토리에서 지낸다고 했다. 마침 빈 침대가 하나 남아있었고, 내가 그 마지막 침대의 주인이 되었다.


사진 속 고양이를 앉고 있는 사람은 프랑스에서 온 '샤니' 라는 친구. 같이 여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로가 겹쳐 자주 만나게 되었다.





라오스 돈뎃섬의 개냥이들. 


이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운명적인 만남. 우리들은 앞으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2주 간 라오스를 함께 여행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세계여행을 통틀어서 가장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함께 가장 긴 시간을 여행했던 라오스. 4년 전의 배낭여행에서도 그랬듯이, 라오스는 이번 세계여행에서도 나에게 멋진 만남을 선물해 주었다.





시작은 가시밭길 처럼 험난했으나, 그 끝은 시원한 맥주처럼 통쾌했던 라오스에서의 첫 날.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그런 하루였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