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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133일 캄보디아 국경] 국경 심사관이 나에게 돈을 요구할 땐? 사랑으로 국경을 넘다.




요행악어의 세계여행 일 수 : 133일.

지금까지 방문한 나라 : 중국 (22개 도시), 홍콩, 베트남 (7개 도시), 캄보디아, 라오스

지금까지 방문한 도시 : 33곳.

이동한 거리 : 12,580 Km.








오늘은 11일 간의 캄보디아 일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1층 리셉션으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했다. 이제 남은일은 아침 8시에 예약해둔 픽업차량을 기다리는 일 뿐.





약속시간 5분 전, 호스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한 사람이 "Mr. Lim~" 하고 크게 내 이름을 불렀다. 지내는 동안 친절하게 대해 준 스태프들에게 한명 한명 인사를 하고, 문 밖에 나갔더니 픽업 차량이 아닌 픽업 툭툭이 대기하고 있었... ㅋㅋ  





툭툭을 타고 약 20분 정도 지났을까, 도착한 곳에는 10명 남짓 탈 수 있는 허름한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픽업차량이 돌면서 사람들을 태우면 자연스레 대기시간이 길어지기 마련인데, 툭툭 여러대를 이용해 집합장소에 모이니 그만큼 대기시간이 줄어들어 아주 좋았다.





포장공사가 진행 중이던 비포장 도로. 





차에 탑승하고 2시간 30 정도가 지났을때 즈음, 도로 한켠에 있는 작은 식당 앞에 승합차가 멈춰섰다.
"30분 후에 모이세요~!!" 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쿨하게 밥을 먹는 기사님. ㅋㅋ 즈어기.. 아직 11시 밖에 안됐는데 점심시간이라구요...?! 





캄보디아의 식당에서 발견한 불닭볶음면과 김치 송송 볶음면. ㅋㅋㅋ 캄보디아에도 한류가..?!





왠지 지금 안먹어두면 나중에 배고파서 화가 날 것 같아 반찬 하나와 밥을 주문했다. 후식으로는 코코넛 흡입!!!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코코넛도 당분간 안녕이구나... ㅠㅠ 



이동 중에 들리는 식당에 메뉴판이나 가격이 붙어있지 않다면 주문 전에 반드시 가격을 물어보고 주문을 해야한다. 그냥 주문했다가는 어이없는 가격이 나올 수도.. ㄷㄷ (옆 사람이 그랬음.)




아점 식사 후에는 또 다시 2시간 30분을 달리고 달려서..





라오스 국경에 가까이 위치한 스퉁트렝 (Stung Treng) 이라는 마을의 '리버사이드 게스트 하우스'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게스트하우스 겸 여행사를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캄보디아 각 지역에서 여행객들을 한데 모아 목적지 별로 승객을 분배하는 환승역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서 그늘에 앉아 기다리기를 약 20분. 딱 봐도 엄청난 진흙탕 길을 달려온듯한 승합차가 리버사이드 게스트하우스 앞에 멈춰섰다. 오늘의 목적지인 라오스의 '시판돈' 까지 나를 데려다 줄 차량이었다. 





출발하고 한 시간 까지는 아주 좋았다. 매끄럽게 포장된 도로를 씽씽 빠르게 달렸었는데.. 





갑분 진흙탕... 





1시간 동안 자동차를 타고, 30분간 서비스로 디스코팡팡을 태워주는 캄보디아의 여행사..ㅋㅋㅋ 내 카메라 심지어 손떨림 방지 기능도 있는 카메라인데... 무용지물...





30분 간 펼쳐진 신나는 디스코 팡팡 타임의 종착역은 국경사무소 근처에 위치한 작은 매점. 이곳에서 출국카드를 작성하고 3분 거리에 있는 국경사무소로 걸어가야 했다. (참고로 배낭과 짐은 직접 들고 가야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100달러를 라오스 킵(Kip)으로 환전해두었다. 환율이 생각했던것 보다는 좋지 않았는데, 섬에 들어가면 더더욱 좋은 환율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



라오스의 10,000킵(kip) 은 한국돈 1300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




출국카드를 모두 작성하고 국경사무소로 걸어가는 길. 이곳은 캄보디아의 여느 국경보다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유는 이곳을 통과하는 여행자들에게 불법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때문. 많은 액수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엄연히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이기에 여행자들의 입소문이 자자한 곳. 그래서 미리 방법이 없을까 싶어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 직원과도 통화를 했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저희가 도와 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국경사무소 사무관들 심기를 건드리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내고 가시는게...'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몸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패기와 무모함으로 말이다.  




트라파잉크리엘 캄보디아 국경사무소.

Trapaingkriel International Border Checkpoint (Stung Treng, Cambodia)






나보다 앞서간 사람들의 차례가 끝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여권과 출국카드를 건네고 창구 앞에있는 지문검사기에 손가락을 갖다댔다. 그리고 도장을 찍으려는 순간! 유리창 건너편에 앉아있는 심사관이 나에게 말을 건넸다.





2딸라!!!!!!!!!!!!!!!!!!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나는 순간 모든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2달러?! 낼 수 있지! 그럼 영수증을 받을 수 있을까요?!" 라는 나의 질문에 "노" 라는 짧고 굵은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이어서 말했다.



"2달러 안낼꺼야?! 그럼 저기 의자에 가서 앉아있어 한 시간 후에 도장 찍어 줄게. 크크크큭"



그들의 수법은 눈에 보일정도로 뻔했다. 수수료 명목으로 요구하는 2달러를 내지 않으면 출국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보면 결국 버스가 떠나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여행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 그래서 여행자들이 2달러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그 돈은 고스란히 그들의 지갑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구조였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내가 아니었다. 나보다 뒤에 서있는 여행객들을 모두 보내고 다시 내 차례가 왔다. 뚜벅뚜벅 심사대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2달러 낼꺼야?" 라고 화색을 띄는 심사관의 면전에 대고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이러브 캄보디아!!!!!!!!!!!!!!!!!!!!!!!!!!!"



"You know? how much i love Cambodia and cambodian people?! i have cambodian friends as well~! this time was my second time visit in cambodia. you see. can you feel how much i love cambodia?!"



내가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는 심사대의 작은 창구에 얼굴을 쳐박고 주구장창 "아이러브 캄보디아!!!!!!!!" 를 외치는 것. ㅋㅋㅋㅋ 느닷없이 사랑고백을 하는 돌아이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심사관. "하지마! 가라고~!! 하지마....!!" 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왠지모르게 입꼬리는 실룩실룩 거리고 있었다...ㅋㅋㅋ 그렇게 10분 간의 사랑타령을 계속한 결과!!! 






"뭐야 저 참신한 돌+I 는...?" 표정으로 심사관이 출국 도장을 쿵! 하고 찍어주었다. ㅋㅋㅋㅋㅋㅋ 나 말고 다른 두 사람도 2달러 내기를 거부했었는데, 그중 내가 가장 먼저 탈출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 ㅋㅋ 아직 라오스 국경사무소가 남아있었다. 






라오스 국경 사무소는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데, 늦어지는 사람들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여행사 직원이 오토바이로 빠르게 데려다 주었다.  





라오스 입국 심사대 앞. 나는 대한민국 여권을 소지했기 때문에 비자없이 입국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라오스는 한국과 상호 사증 면제협정을 체결한 국가이다. 때문에 한국 여권을 소지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30일 간 무비자 체류를 허용한다. (2018년 9월 개정 내용이고, 2020년 8월 기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추후 사정은 불투명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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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딸라!!!!!!!!!!!!!!!!!!!!!!!!!!!!!



내가 돈 내는 것을 거부하자 여권을 휙 던지며 "그럼 한 시간 기다리던가~" 라는 ctrl + v 멘트를 시전 하는 라오스 입국 심사관... 속으로는 부글부글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아이러브 라오스!!!!!!!!!!!!!"



를 또 시전하는 나. ㅋㅋㅋㅋ 하지만 라오스 입국 심사관은 완강했다. 온갖 이야기를 다 해도 들은척도 하지 않던 그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2달러를 내고 입국 도장을 받았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어떻게든 부정에 대해 저항한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이렇게 한번 두번 부정에 대해 저항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언젠가는 그들도 이런 부정행위를 그만두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한한 사랑을 외치며 넘은 캄보디아 - 라오스 국경. 첫날부터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오늘부터 2주 간 라오스 여행이 시작되었다. 4년 전 내 인생의 큰 변화를 일으킨 라오스. 다시 찾아온 이곳에 범상치 않은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