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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131일 캄보디아 씨엠립] 200개의 거대한 얼굴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앙코르톰의 중심 바이욘 사원.


짙은 흙먼지를 휘날리며 달리는 툭툭에 올라 앙코르톰으로 향하던 길. 문득 그날의 무덥던 날씨와 앙코르 유적의 신비로운 풍경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벌써 4년이나 지나버렸다니..'  


시간은 마치 내 머리 위로 날고 있는 비행기같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구름 속으로 홀연히 사라져 닿을 수 없는 곳 가버리는.







시간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단순히 태국에 살고있는 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계획했던 5일간의 여행. 세계지도를 보며 스케쥴을 짜다보니 5일이 7일로, 7일이 10일로 늘어나다가 결국 2주간의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이 되어버렸다. '라오스', '캄보디아' 라는 이름만 들어본 나라가 태국 바로 옆에 있다는 이유, 이왕 태국까지 가는 김에 한번 가보자! 라는 두 가지의 단순한 이유에서 였다.


캄보디아에서는 '씨엠립' 만을 방문했다.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2주라는 시간의 제약 탓이었다. 때문에, 출발 전부터 '캄보디아' 라는 나라와 '앙코르와트' 에 대해 낱낱히 조사를 했다. 그중에서도 '나라가 가난한 탓에 어린아이들이 구걸을 하고, 물건을 팔러 다닌다.' , '돈 대신 사탕을 주면 아이들의 이빨이 상하는데, 이빨이 상해도 치료할 돈이 없다.' 라는 문구들이 내 머릿 속을 댕.. 하고 울렸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것은 '볼펜 50자루'와 '미니 포토 프린터' 였다. 아이들이 볼펜으로 글자나 그림을 한번이라도 더 썼으면 하는 마음에서, 아이들이 자신이 나온 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었으면 해서.  





4년 전 앙코르톰에서 만난 아이들. 한명 한명 모두에게 사진을 선물했다.


실제로 와본 앙코르 유적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구걸을 하거나 물건을 팔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와 돈을 구걸하면 가방에 있던 펜과 종이를 나눠주거나, 핸드폰 카메라로 아이들을 찍어, 즉석에서 사진을 선물했다. 고사리 같은 손에 선물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머릿 속에 선하다. 지금 쯤 머리 하나씩은 더 커있겠지..?





앙코르 유적의 화장실 안내문.


 툭툭이 '끼익~' 하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화장실 앞에 멈춰섰다. 지갑에서 잔돈을 꺼내려 뒤적이는데, '티켓을 소지한 관광객은 무료' 라는 안내문에 눈에 들어왔다. 라떼는 화장실 요금이 유료였는데.. 티켓요금을 2배로 올리더니 화장실이 무료가 됐다. 정말 고맙네..^^ 고마워.. ㅋㅋ





화장실 타임 후에는 30분 간의 런치타임. 4년 전 앙코르 유적 근처의 식당들은 비싸고 불친절하고 맛이 없다는 기억이 뇌리에 박혀있어서, 아침에 식사를 한 five sons 식당에서 샌드위치를 테이크아웃 해왔다. 결과적으로 아주 아주 대만족.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4년 전 앙코르 와트 유적 내에 있는 식당들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 메뉴판과 현지인 메뉴판이 따로 있었다. 가격은 3배에서 심하면 8배 차이까지 나기도..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는 크메르 왕국의 중심이자 수도였던 '앙코르 톰(Angkor Thom)' 으로. 보통 앙코르와트를 먼저 방문하게 되면 앙코르톰의 남문을 통해서 내부로 진입하게 되는데, 남문의 다리 양쪽에는 뱀의 몸통을 잡고 바다를 휘젓는 선신 '데바' 와 악신 '아수라' 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앙코르와트 1층 회랑 부조에 2D로 묘사되어 있던 '우유바다 휘젓기' 를 3D로 구현해 놓았다. ㅋㅋ



요행악어와 함께하는 역사 이야기.


앙코르 유적을 구경하다보면 유독 머리가 없거나 훼손된 조각상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앙코르톰 남문 다리의 조각들 역시 훼손의 정도가 심한 편인데, 이는 크메르 제국이 다른 나라에 침략 당했을 때 적국에 의해 훼손 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앙코르 톰 남문 '우유바다 휘젓기' 를 묘사한 다리.GIF





앙코르 톰 중앙에 위치한 '바이욘 사원 (Bayon Temple)' 의 표지판.


바이욘 사원은 앙코르와트 보다 약 80년 정도 후에 지어진 사원이다. 하지만 훼손의 정도가 심해 2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복원이 진행되었는데, 일본의 자본과 복원팀을 중심으로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원의 표지판에서도 캄보디아의 국기와 일본의 국기가 함께 올려져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크메르 왕국의 수도이자 중심인 앙코르 톰. 그리고 그 중심에서도 가장 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것은 바로 '바이욘 사원'.


바이욘 사원은 중앙에 가장 높게 솟아있는 성소를 중심으로, 사면에 커다란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탑들로 둘러쌓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본래 불교사원으로 지어졌고, 벽에 새겨져 있는 부조들이 당시 생활상과 중요한 역사들이 기록되어져 있다는 점에서 앙코르와트와 차별성을 갖는다. 





앙코르톰의 중심에 위치한 바이욘 사원의 모습.





바이욘 사원의 탑에 조각된 커다란 얼굴들.


탑의 4면에 조각된 커다란 얼굴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이 있다. 본래 불교사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관세음보살' 이라는 설, 훗날 힌두교 사원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힌두교의 신일 것이라는 설, 역사의 흐름에 따른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얼굴일 것이라는 설 등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누구의 얼굴이냐도 중요하겠지만.. 저 커다란 탑을 쌓고 얼굴을 깍아 내는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참.. ㅋㅋ 




바이욘 사원의 내부에는 이곳이 한때 힌두교 사원으로 쓰였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링가, 요니, 압사라 부조등을 찾아볼 수 있고,





벽면에는 당시의 생활 상과 크메르 제국의 역사를 기록한 부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앙코르와트의 부조만큼 규모가 크지 않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바이욘 사원의 부조들 덕분에 사원의 건설 방법,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 당시의 생활상 등 고고학적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앙코르 와트에 비교하면 규모도 작고 유적의 보존도도 낮은 사원이지만, 커다란 사면상들이 주는 신비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반드시 방문해보아야 하는 곳.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신들의 땅 앙코르 <그 숨겨진 이야기> 편에서 그래픽으로 복원한 바이욘 사원의 모습.


바이욘 사원 역시 그냥 가는 것보다 스토리를 알고 보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보인다.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신들의 땅 앙코르 <그 숨겨진 이야기>' 편에서 '바이욘 사원' 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보고 들을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한 번쯤 시청하기를 권장한다.





바이욘 사원 구경 후에는, 다시 돌아 온 포토타임~ ㅋㅋ 하... 근데 어딘가 서늘한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대체 뭐지...?! 진짜 뭐지...?! 





바이욘 사원을 나와 다음 장소로 향하던 길. 당연한 얘기겠지만 4년 전 그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것은 구걸하는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 정말 다행이야 너무나도..ㅠ





덜컹거리는 툭툭 위에 앉아 감상에 빠져있는데, 자꾸 엉덩이가 시려왔다. 분명 나는 바지를 입고 있는데 살과 의자가 다이렉트로 닿아 있는 기분... 잠시 툭툭을 멈추고 뒤를 돌아 엉덩이를 봤더니.





성인 얼굴만한 구멍이 뚫린 나의 코끼리바지.


세상에................................................................................................... 


어제 야시장에서 구입한 코끼리 바지 뒷 부분에 내 얼굴만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아니 저렇게 큰 구멍이 났는데... 심지어 저 상태로 바이욘 사원 곳곳을 누비고 다닌 나는 대체 뭐지...?! 둔감의 끝판왕을 찍은 내가 창피하고 부끄러우면서도 신기해....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나 해서 같이 온 친구에게도 물어봤다.



"너.. 내 바지에 구멍 뚫려 있는거 못 봤어........?"


"봤지. 봤는데 시원해보이길래 그냥 말안했어.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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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 놓으라고!!! 내가 아주 저 ㅅㄲ를...!!!!!!!!!!!!! 





나중에 사진을 옮기며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코끼리 바지의 비극은 이미 두 시간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드아... 앙코르와트 관람을 마치고 호수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던 그 순간 부터 말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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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코끼리 바지가 이렇게 위험한 겁니다.......... ㅠㅜ 

앙코르 유적에서 속옷 자랑하고 다닌 사람 나야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