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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126일 캄보디아 프놈펜] 악마조차 경악했을 이곳. 청아익 킬링필드 추모센터.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담담한 해설과 목이 멘 피해자들의 생생한 인터뷰는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전해져 이내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벤치에 걸터앉아 있는 다른 추모객들 역시 깊은 한숨 외에는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는 듯 보였다. 






해설이 다 끝나갈 때 즈음, 호수변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서 다시 오디오 가이드의 루트로 돌아왔다. 이어지는 장소는 약 166명의 목 없는 시신들이 발굴된 집단 매장지. 이 좁은 공간에 166명이 묻혔다는 것도 상상이 안되지만, 그 방법은 더 경악스러웠다.





청아익 킬링필드 집단 매장지에서 발견된 희생자들의 옷가지.





청아익 킬링필드에는 나무울타리와 지붕이 설치된 집단 매장지가 총 3곳이 있다. 첫 번째는 450명의 희생자들이 묻힌 매장지역, 두 번째는 166명의 목없는 시신들이 발굴된 매장지역. 그리고 세 번째가 나체로 묻혀진 100여구의 여인, 아이들의 시체가 매장된 바로 이곳이다.


사람의 죽음과 목숨에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이 아프고 미어졌던 장소..





추모객들이 나무울타리에 걸어두고 간 팔찌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길었던 어린아이들, 세상의 빛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던 갓난 아이들은 이 나무에 내리쳐져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유를 불문하고 세상이 끝나는날 까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였다.





나무 앞에 서서 잠시동안 묵념을 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어린 영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곳 킬링필드에는 죄없는 아이들이 희생되었던 나무 이외에도 '매직트리(Magic tree)' 라고 불리우는 나무 한 그루가 더 존재한다. 커다란 확성기들 달아두었던 나무이다. 사람들이 처형될 때 내뱉는 신음이 다른 수감자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음악소리를 키우는 용도였다고 한다. 이들의 치밀하면서도 잔인한 면모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매직트리를 지나면 청아익 킬링필드 추모센터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위령탑에 도착하게 된다. 위령탑의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있지만,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아니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외부에서 촬영한 위령탑의 내부 모습.


위령탑 내부에는 청아익 킬링필드에서 발굴된 희생자들의 유골을 모시고 있었다. 유골이 훼손된 형태에 따라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도구로 희생되었는지 알아 볼 수 있게 구분을 해두고 있었는데, 그 방법들은 입 밖으로 내기 힘들정도로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이제는 이름조차 알 길이 없는 수많은 희생자들.. 더 이상의 고통없이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바라며 묵념을 드렸다.  






청아익 킬링필드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위령탑 남동쪽에 위치한 박물관. 크기는 작지만 킬링필드에 관련된 사료들과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청아익 킬링필드 추모센터 박물관 내부의 전시물.





청아익 킬링필드에 대한 기록들.


캄보디아어, 영어로만 적혀있기에 한글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천천히 영어를 해석해 가며 내용을 파악해 보았다. 





특히 '킬링필드' 라는 역사의 비극을 만들어낸 '크메르 루주' 간부들에 대한 기록들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들 중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사람들도 있었고, 최근까지 삶을 영위하다 죽음을 맞이한 이들도 있었다. 이 비극적인 역사는 현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전범 '크메르 루주' 간부들의 사진과 기록.





캄보디아 역사에 커다란 오점을 남긴 장본인이자 학살자였던 '크메루 루주' 의 총리 '폴 포트' 는 1998년 역사의 단죄를 받기도 전에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일명 '두치' 라고 불리우는 '카잉 구엑 에아브' 는 악명높은 '뚜얼슬랭 수감소' 의 관리자였다. 그는 좁혀드는 수사망을 피해 작은마을의 개신교 목사가 되었지만, 결국 재판끝에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있다. 지구상의 어떠한 형벌도 합당하지 않을만한 죄를 지은 사람.. 신은 기억하겠지.





'뚜얼슬랭 대학살 추모 박물관' 과 '청아익 킬링필드 추모센터' 는 우리가 왜 '역사' 를 기억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역사의 현장에서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나에게도 다시 한번 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캄보디아 '킬링필드' 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영화 '킬링필드 (1984년 작)' 와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한 넷플릭스 원작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First they killed my father)' 를 시청해보기를 권한다. 모두 킬링필드 생존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내용이기에 당시 분위기와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다.





이틀 연속으로 뚜얼슬랭 대학살 추모 박물관과 청아익 킬링필드 추모센터를 다녀왔더니 감정적으로 너무 버겁고 힘이 들었다. 앞으로도 아픈 역사를 잊지않고 반복하지 않는 내 스스로가 되기를 기도하며 길고도 길었던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