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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108일 베트남 다낭] 베트남의 또 다른 정체성. 고대 참파왕국의 성지 '미선유적'


흔히 '다낭' 하면 떠오르는 것은 '휴양', '바다', '맛집', '저렴한 물가' 이지만, 다낭 주변에는 '바나 힐', '호이안', '미선유적' 같이 유명하면서도 가볼만한 관광지들도 위치해있다는 사실! 


오늘 대여한 스쿠터를 타고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는 약 15세기에 걸쳐 베트남 중남부에서 세력을 펼치며 활약했던 '참파 왕국'의 유적 '미선 유적지(my son sanctuary)'.  오랜시간 베트남의 숙적을 도맡아 온 참파왕국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미선 유적지' 는 베트남에 왔다면 한번쯤은 가봐야 할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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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일 베트남 다낭] 닭다리 맛집으로 시작해 닭꼬치 맛집으로 끝난 날.(가김중 레스토랑, 꼬치구이 전문점 하이꼬이, 미케비치, 다낭야경)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미선유적지로 향하던 길의 풍경.


씽씽~ 스쿠터를 타고 호기로운 출발과 더불어 순조로운 드라이빙~! 날씨는 생각보다 덥지 않았는데,  몽글몽글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이 심상치 않았다... ㅠㅠ 몇일 연속 퍼 붇듯 내리는 소나기에 무차별하게 당해버린 나머지 구름만 봐도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  




아침 겸 점심, 고급진 말로는 '브런치' 로 먹은 베트남의 바게트 샌드위치 '반미'~! 미선유적지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발견한 로컬 빵집이었는데 위생적이고 맛도 좋은데, 심지어 가격도 엄청 저렴했다. 한국돈으로 1000원도 안하던 아름다운 가격..





다낭 시내부터 1시간 하고 30분 정도를 더 달려서 도착한 미선유적지의 입구. 개인적으로 유적지를 방문할 때 느긋하고 꼼꼼하게 돌아보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바쁘게 이끌려 다니는 투어보다 혼자오는 게 마음이 편하다.





"WELCOME TO MY SON SANCTUARY."


미선유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인데 자꾸만 '내 아들 보호구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요..?! ㅋㅋㅋ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미선 유적지' 의 입장료는 150,000동. (한화로 약 8000원)





티켓을 구입 후, 검표소지나 걷다보면 오른편에 '미선 박물관(My son Museum)'이 보인다. 미선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해놓은 '미선 박물관'의 운영 시간은 미선 유적지 보다 일찍 종료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박물관을 먼저 관람하고,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아, 그리고 한가지! 미선유적에 굉장히 고마운 점이 있었다. 위의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매표소에서 미선유적지까지는 약 2Km 정도가 떨어져 있다.


'이 더운 날씨에 2Km를 어떻게 걸어가냐..ㅠㅠ' 라고 마음속으로 투덜투덜 불평하며 걸어갔는데,





이러한 걱정을 날려 줄 '무료 셔틀' 이 운행되고 있었다는 것! 사람이 가득 차는대로 출발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셔틀에서 내리면 첫 번째 유적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앙코르 와트' 를 상상하며 엄청나게 큰 규모를 생각했는데, 약 1시간 정도면 미선유적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미선유적에서 가장 처음으로 마주치게 되는 건물.


 미선유적은 생각했던 것 보다 규모도 작았지만, 무엇보다 유적들의 훼손상태가 굉장히 심각했다. 





거의 터만 남아있다시피한 미선유적의 건물. 


17세기 참파왕국이 멸망한 뒤 오랜 세월 정글 속에서 파묻혀 잊혀졌던 '미선유적' 은, 19세기 프랑스의 한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어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하지만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세기에 일어난 베트남 전쟁 당시 북군(공산당) 이 미선유적에 진지를 구축하게 되면서 유적 전체가 격전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결과는 보기와 같이 참담했다. 게릴라전을 두려워한 미군이 이곳에 엄청난 폭격을 쏟아부은 것이다.





언제 무너져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훼손 정도가 심했던 그룹F 의 유적.


운이 좋았다면 '목조건물' 이 아니라서 전소해버리지 않았다는 것, 운이 나빴다고 얘기하자면 대부분 벽돌로 쌓아올린 건물들 뿐이라 진동과 폭발에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는 것이다.





유적의 바로 옆, 하늘에서 쏟아졌던 폭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현재 인터넷 상에서는 베트남 전쟁이 일어나기 전 '미선유적' 의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 관계로, 전쟁이 미친 훼손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유적 옆에 남아있는 커다란 폭발의 흔적이 그 정도를 간접적으로나마 말해주고 있었다.  




미선유적 곳곳에 남아있는 힌두교의 흔적들.


결과적으로 '미선유적' 은 '앙코르 와트' 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을 기대하고 온다면 분명 실망하고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역사' 를 놓고 본다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지는 곳이었다. 인도에서 시작된 힌두교가 동남아시아로 전파된 경로와 시기를 유추할 수 있을뿐더러, 이곳에서 발굴된 수많은 유물, 유적들의 고고학적 발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역사적 가치를 지녔을 것이 분명하다.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참파왕국의 '미선유적' 에서 한국의 고대 국가 '고구려'와 '신라' 가 떠올랐다. 지금은 기껏해야 '터' 나 '무덤'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머나먼 역사 속의 국가이지만, '대한민국' 의 '정체성(identity)' 논하는 자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우리 조상들의 국가이듯이 말이다.   





갑분 인증샷...ㅋ





나도 처음에는 건물들이 다 무너져 내린 '미선유적' 에 실망이 매우 컸다. 하지만 역사라는 것이 공부를 할 수록, 작은 돌덩이에서도 무너져 내린 건물에서도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고, 또 거기에서 배울점이 있다는게 바로 즐거움 아니겠는가. (돌던지지마세ㅇ.... 퍽퍽~~!!)





미선 유적의 하이라이트 그룹 B,C,D 구역.


오랫만에 주절주절 말이 많았다. 지금까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되어버린 건물들의 사진만 잔뜩 올렸지만, 미선 유적의 하이라이트 라고도 할 수 있는 '그룹 B,C,D 구역' 에 들어서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있는 미선유적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부분 부분 복원된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다른 구역의 훼손된 건물들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유적 건물 내부에 전시된 석각 유물들과 베트남 전쟁 당시 폭격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





건물 벽에 새겨진 디테일한 조각들과 힌두교 시바신의 상징인 '링가'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복원, 유지되고 있던 건물.





여행하는 음악가 요행악어, 미선유적에서.


 그룹 B,C,D 구역 이외에는 거의 터전만 남아있는 느낌이라서 다 둘러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평소 유적을 구석구석 꼼꼼히 둘러보는 편인데도 약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미선유적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


고대 참파왕국의 흔적 '미선유적' 을 다 둘러보고 무료 셔틀 정거장으로 향하던 길, 출구쪽에 있는 공연장에서 덩기덕 쿵덕 음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미선유적 공연장의 공연시간.


1. 아침 09시 15분 ~ 09시 30분.

2. 아침 10시 45분 ~ 11시 00분.

3. 오후 02시 00분 ~ 02시 15분.

4. 오후 03시 30분 ~ 03시 45분.


월~토요일 사이 하루 4차례 진행되며, 객석에 관객이 20명 이하일 경우 공연이 취소된다.





퍼포먼스 중 인상깊었던 압사라 댄스.


15분 동안 3개의 무대가 펼쳐졌는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무대였던 '압사라 댄스' 가 가장 인상깊었다. 캄보디아도 아닌 베트남에서 '압사라 댄스' 를 볼 줄이야.. ㅋㅋ 




이렇게 공연장 뿐만 아니라 미선유적 곳곳을 돌아다니며 야외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미선유적 어딘가에서 북소리가 쿵쿵 울린다면 이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는 신호.  





비록 '앙코르 와트' 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한 나라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가는 '미선유적' 견학은 여기서 끝~!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