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즐거울 수 만은 없다.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면 짜증나는 순간도 있겠고, 가슴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도 한번쯤 마주하기 마련이다. 우리네의 인생처럼 말이다.
나의 인생 첫 베트남 방문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조금 다른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슷한 문화, 역사, 음식, 풍경 등 내 오감을 자극하는 신선한 것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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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일 베트남 후에] 하노이-후에 신투어리스트 슬리핑 버스 후기. 위치, 찾아가는 방법.
최악의 호스텔 중 하나였던, 베트남 후에의 스누즈 호스텔.
딱 하나, '숙소' 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미 하노이에서 인종차별 비스무리한 상황을 경험했던 나는, 하노이에 이어 '후에' 에서도 조금 껄끄럽고 기분 나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나 :"하이~! 하우 아 유~? 내 이름은 '요행악어' 이구요. 부킹닷컴에서 예약했어요."
호스텔 주인 : "음.. 어쩌지?! 예약한 방이 꽉 찼는데?! 5분 거리에 다른 숙소 있는데 거기로 옮겼다가 내일 침대가 비면 다시 여기로 옮겨줄게!! (방 사진을 보여줬는데 퀄리티가 형편 없었음..) "
나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보아하니 오버부킹 된 거 같은데, 그냥 환불해주세요."
호스텔 주인 : "자.. 잠깐만!! 그럼 우리 더블룸 비는데, 돈 더 내고 거기서 묵어가면 안될까?! "
나: "(돈을 더 내라고..?! 너네가 잘못해서 오버부킹 된건데?!) 음.. 아니에요 ^^ 괜찮아요 환불해주세요."
호스텔 주인 : "잠깐!!! 그럼 싸게 해줄게, 하루만 묵고 다시 도미토리로 가는 걸로! 제발.. ㅠㅠ "
나 : "음....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결국 추가금을 더 냈음)"
그렇다. 과거의 나는 여기서 단호하게 거절한 뒤, 환불을 받고 나갔어야만 했다...! (바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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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 날 아침 9시.
쾅쾅쾅쾅쾅쾅쾅쾅!!!!!!
이제 막 일어나 눈을 비비고 샤워를 하러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문을 열고 "무슨 일이 세...?!" 도 말하기 전에 호스텔 주인과 직원이 다짜고짜 방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내 배낭과 짐을 모조리 도미토리로 옮겨버렸다.
나 : "저기요..? 체크 아웃 시간도 아침 11시인데, 아침 9시에 허락도 없이 맘대로 들어와서 짐을 옮기면 어떡하죠?! "
호스텔 주인 : "노 언더스탠~!! 노 언더스탠~~!!! 고!! 무브~!! 무브~!!!"
적어도 아침에 10시 전에 방을 비워줄 생각이었는데, 샤워도 못 한 채로 거의 내 쫓기다시피 방을 이동당했다.
아침부터 기분이 너무 나빠서, 바로 리셉션에 내려가서 항의했다. 사과는 커녕 못 알아듣겠다며 배짱을 부리던 주인에게 남은 이틀치 숙박비 환불을 요청했지만 '노~!' 라는 대답과 썩소는 덤. 10,000원 조금 넘는 돈으로 시간 낭비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호스텔을 나와버렸다.
벽에 '응가' 칠 할때까지, 잘 먹고 자알~ 사십시오. ^^
베트남 후에 민티호스텔 (Mintea Hostel).
아침부터 짜증이 치밀었지만 새로운 숙소를 찾아야만 했다. 다행히 주변에 저렴하고 깔끔해 보이는 호스텔을 하나 찾을 수 있었는데, 민티호스텔(mintea hostel) 이라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주인과 직원들이 친절했고, 호스텔 객실도 전반적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민티호스텔 도미토리 내부와 침대.
도미토리 내의 침대 수가 12개로 조금 많기는 했지만, 하루 숙박 요금이 4000원 정도로 저렴했던 이곳. 다행히도 함께 묵었던 숙박객들이 모두 매너가 좋았기 때문에 이틀 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민티호스텔의 공용화장실과 샤워실.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객실에 너무 가까웠다는 것. 큰일 볼 때 소리가 다 들려서 조금 민망했.. ㅋㅋ
다시 시간은 하루 전 저녁으로.
다음날 아침 무슨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했던 과거의 나는,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 저녁 메뉴를 검색하던 중 무려!! '후에 피자 맛집' 을 발견하게 된다. 오랫만에 제대로 된 피자를 먹을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푼 나머지, 미친듯이 퍼붓는 소나기를 뚫고 '피자 맛집' 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베트남 후에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조또 레스토랑' (Risotto Restaurant)
이날 방문한 리조또 레스토랑은 저녁 5시 부터 10시 까지가 '해피아워' 였다. 이 시간에 방문하면 '브루스케타 (Bruschetta)'와 후식 패션후르츠가 서비스, 라지 피자 주문시에는 맥주 혹은 와인 한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가격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치고는 매우 저렴한 편!
'리조또 레스토랑' (Risotto Restaurant) 의 내부.
보통 이런 레스토랑은 여럿이서 오지만, 나홀로 배낭여행자는 그런거 없다. 먹고 싶으면 그냥 혼자 들어가서 먹는거다. ㅋㅋㅋ 이제 외롭지 않아. 초월한지 오래됐음. (진짜임 궁서체)
'리조또 레스토랑' (Risotto Restaurant) 의 테이블 세팅.
가격은 저렴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던 리조또 레스토랑. 가장 비싼 음식이 한국돈으로 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비싼 메뉴는?!
정답은 와인이다. ㅋㅋ 음식보다 보틀 와인이 몇 배는 더 비쌈. 그러므로 와인은 패스~!
라지피자 주문시 나오는 서비스 맥주와 브루스케타.
주문을 마치자 가장 먼저 '서비스 맥주'와 '브루스케타' 가 나왔다. 서비스로 나온 맥주는 하노이 호스텔에서 무료로 제공했던 맥주맛 알콜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 (그래도 맥주같은 느낌은 있었다.) 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브루스케타는 달랑 두 조각.. ㅠㅠ 에피타이저로는 나쁘지 않았다.
리조또 레스토랑의 불고기 피자 (Pizza Seoul Beef delight).
Small Size- 119,000동, Large Size- 139,000동.
두둥!! 가장 먼저 나온 피자는 이름 하야 '불고기 피자'!!! 처음 리조또 식당에 들어와 메뉴판을 스캔하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Pizza Seoul Beef delight'
'피자 서울 비프 딜라이트...?! 오오오~~~!! 불고기가 들어있네!!!'
베트남 '후에' 라는 작은 도시에서, 그것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불고기 피자가 메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문할 명분이 생긴 것이 아닌가!!
가장 중요한 맛은 犬. 만. 족. 이었다. 무엇보다 피자의 도우가 얇고 바삭바삭~!! 토핑으로 올라간 불고기도 한국에서 먹던 그 맛.. ㅠㅠ 후에 오시는 배낭여행자, 세계여행자 분들!! 리조또 레스토랑 불고기 피자 한번 두번 세번 꼭꼭꼭 챙겨드세요.. ㅠㅠ
베이컨 머슈룸 리조또 (Bacon $ Mushroom Risotto). 85000동.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리조또~! 명색이 '리조또 레스토랑' 인데, 리조또를 안 먹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주문했다. (예의먹절 바른 사람 나야 나~ ㅋㅋ) 음식에 대한 예절을 지키기위해 시킨 리조또도 성공!! 심지어 리조또 가격이 한국돈으로 4500원...!! 실화..?!
후식으로 나온 패션후르츠 까지~ 순삭해주고 계산의 순간.
브루스게타 + 맥주 + 불고기피자 한판(라지) + 리조또 + 패션후르츠 까지 다해서 224,000동. 한국돈으로는 12,000원이 나오는 엄청난 기적...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에게는 천국같은 장소가 아닐 수 없었다.. ㅠㅠ
베트남 후에(Hue)에서 생산되는 후다 비어(Huda Beer)
오랫만에 흡입한 불고기 피자 덕분에 하늘 끝까지 기분이 좋아진 오늘 하루! 돌아오는 길에는 '후에' 에서 생산되는 '후다 맥주' 를 사들고 와서 혼맥 후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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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쾅쾅쾅쾅쾅쾅쾅쾅"
(요행악어 복장터지는 소리...)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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