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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일 중국 구이린] 밤이 되면 진가를 드러내는 낮져밤이 구이린의 일월쌍탑(日月双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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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6일 중국 구이린] 낮에는 왠지 심심한 구이린의 일월쌍탑(日月双塔)과 코끼리산(象山)






호스텔 직원의 추천으로 찾아오게 된 코끼리산 무료 전망 포인트인 '해방교'. 하지만 시력 4.0 이상 소유자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먼~ 거리에 있는 전망대라는 함정이 있을 줄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망원경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있었다. ㅋㅋㅋ 그래, 저거 보려고 70위안 내고 들어가는 건 좀 오바야..




눈으로 담는 것은 실패했지만, 카메라 줌을 영혼까지 당겨서 담을 수 있었던 코끼리산(象山 상산). '이만하면 됐다!' 생각하고 뒤 돌아 가려는데, 드넓은 리강 한 가운데 어떤 생물체가 허우적 허우적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생물체는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 같이 헤엄치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안전장비도 없이... ㅋㅋ 중국에는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ㅋㅋ 


오늘도 대륙은 평안합니다. ㅋㅋㅋㅋㅋㅋ




해방교를 내려와 다시 삼호(杉胡)로 향하던 길에 오포(ofo) 공유 자전거를 발견! 잽싸게 QR 코드를 스캔하고 잠금 장치를 풀었다. 탈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1시간에 1위안이라니..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룰루랄라 달려가던 길~! 그래 여기까지는 좋았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전까지 말이다. 그렇게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방울은 순식간에 천장이 무너진 듯이 쏟아지는 매서운 소나기로 변해버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주변에 숨을 곳이라고는 나무 아래 밖에 없었다... ㅠㅠ '소나기니깐 아까 처럼 금방 그치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5분도 채 안돼서, 도로 위의 자동차 바퀴들이 잠길 정도로 물이 가득차버렸다. 내 옷은 물론, 신발까지 이미 흠뻑... 기분도 마음도 축축.. ㅠㅠ 




그렇게 십 여분을 더 쏟아붓던 소나기는 잠잠해지고, 거리 위에 남은 것은 비에 홀딱 젖어버린 생쥐 한 마리 같은 나와 노오란 공유 자전거... ㅠㅠ 


정말 1도 예상 못했던 엄청난 소나기 앞에 멘탈도 옷도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구이린의 아름다운 풍경 앞에 또 한번 사르르 녹아버리는 갈대같은 내 마음. ㅋㅋ




바사사삭 가루가 된 멘탈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 자전거에 올라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이 후에도 내리고 그치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던 빗방울은 시간이 갈 수록 점점 다시 굵어지기 시작했다.




'두번은 당해도 세 번을 당할쏘냐' 라는 마음으로, 눈 앞에 보이는 패스트푸드점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 마자 세차게 쏟아지는 비.. 



오늘의 다짐 : 이제 어디가서 날씨운 좋다고 말하지 말아야겠다!! ㅋㅋㅋ (또르륵..)




치킨느님과 함께 춥고 배고픔을 극복해낸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그사이, 구이린에도 소리없이 밤이 찾아오고 있었다. 




낮에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졌던 구이린의 곳곳에 알록달록 화려한 조명들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잔잔하기만 했던 물 위에는 오색찬란한 조명을 켠 유람선이 다니기 시작했고,




인적이 드물어 텅 비어있던 다리 아래에는 길거리 뮤지션들이 버스킹을 시작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길을 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들어 리듬을 탔다.





중국 구이린 양교(阳桥)의 야경.AVI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이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일월쌍탑의 야경을 보러 가는 길.




낮에는 별로 감흥이 없었던 일월쌍탑(日月双塔)의 풍경. 저녁이 되자 해탑은 황금빛으로, 달탑은 은빛으로 밤하늘의 해와 달처럼 구이린의 어두운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오직 구이린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하면서도 장엄한 풍경에 시선을 빼앗겨 한동안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수려한 풍경을 보여준 일월쌍탑을 뒤로하고 숙소로 향하던 길, 낮에 걸었던 산책로의 풍경 마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구이린은 낮완져 밤완이가 확실하다. ㅋㅋ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구이린의 밤. 정자에 모여 전통악기를 연주하던 어르신들.





'낮져밤이' 가 극명했던 구이린에서의 마지막 밤은 화려한 조명과 함께 알록달록 빛나며 조용하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