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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8일 중국 쿤밍] 아디오스 리장. 윈난성의 성도 쿤밍(昆明 곤명)으로! (Feat. 리장의 특산물 샤프란)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내려앉기 전에 호스텔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제 기차시간 까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하지만 미션이 하나 남아있었다. 홍콩에 계신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드릴 선물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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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7일 중국 리장] 리장고성의 밤거리에 도대체 무슨일이...?!




여자친구 부모님이 중국을 자주 방문하시는 탓에 중국에서 무엇을 사가야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윈난성의 특산물 중 하나인 샤프란(saffron 세제 아님 주의) 를 구입하기로. 


과거에는 샤프란 1g 가격이 금보다 비싸기로 유명했던, 향신료 중에서도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귀하신 몸이다.





 샤프란 1g을 얻기 위해서는 샤프론 크로커스 꽃이 170 송이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꽃에 달려 있는 암술을 건조시킨 것이 샤프란인데, 꽃 한 송이 당 3개의 암술밖에 달려있지 않는데다가 일일히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고. 


보통 차로 우려서 마시거나 요리의 재료로 활용되는데, 우울증, 치매예방, 부인병 예방 등 효능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게 쓰일 듯하다. 어쨌든 이것으로 여자친구 부모님께 드릴 선물 구입은 완료! 맘에 들어해 주셔야 할텐데..!





4박 5일 동안 지낸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 머무는 동안 항상 친절하게, 어머니같이 꼼꼼히 챙겨주셨던 호스트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리장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리장에 있는 동안 맑은 날이 하루도 없었네.. ㅠ' 여행만 갔다하면 쨍쨍한 날씨를 보장하는 '럭키가이' 를 자처하는 나이지만, 윈난성의 우기 앞에는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능.. ㅠㅠ




내가 탑승할 리장에서 쿤밍(昆明 곤명)까지 가는 기차는 저녁 10시 23분에 출발하는 K9604호 쾌속 열차. 호스텔에서 여유있게 출발한 덕분에 아직 40분이 남은 상황.




늦은 시간이었지만 중국 기차역 대합실은 늘 그렇듯 사람 반, 공기 반이었다. 고속버스보다 저렴하면서도 이동시간 역시 적게 걸리는 덕택에 중국의 국민 이동수단으로 사랑받는 기차. 


중국을 여행하면서 아직 고속버스를 이용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새벽에는 버스를 멈추고 승객도 운전기사도 다같이 자고 다음날 출발' 한다고. ㅋㅋㅋ 안전이 제일인 중국의 고속버스!




기차 출발시간 20분 전 검표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객실 내 짐칸에 가방을 올리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빠르게 걸어야한다.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는 기차.





이번에 탄 기차도 신형 침대칸이었다. 프라이버시가 강화되었지만, 짐칸은 사라진 신형 침대칸의 기구한 운명... 나는 대체 왜 뛰었니.. 왜 달린거니... ㅠㅠ


객실 내 짐칸이 없는 신형 침대칸의 경우에는 빵빵해진 배불뚝이 배낭을 열고, 다시 날씬하게 정리해야지만 의자 밑 공간에 밀어 넣을 수 있었다.





 세상 귀찮... ㅜㅠ





저녁 10시 23분 정시에 열차가 출발했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노트북과 맥주를 꺼내 창가 옆 테이블 위에 펼쳐놨다. 가방에서 꺼낸 맥주는 어제 아침에 영국 커플이 나에게 남겨준 작은 선물이었다. 신서유기를 안주삼아 홀짝홀짝 넘어가는 시원한 맥주 덕분에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 





다음날 아침 8시 30분. 나를 흔들어 깨우는 승무원의 손길에 억지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열차가 곧 쿤밍역에 도착하니 준비해 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티켓을 교환받는 것이 중국 기차 위에서 맞이하는 아침의 시작.





아침 9시 50분. 리장에서 출발한 쿤밍행 기차가 쿤밍역 승장장에 멈춰섰다. 


리장역에서 쿤밍역까지는 총 11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14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 수 만큼, 언제나 사람으로 가득한 중국의 기차역. 쿤밍의 기차역도 이에 질세라 승강장을 빠져나가는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북적북적 거리는 기차역을 빠져나오자마자 향한 곳은 쿤밍역의 매표소였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기차표를 미리 구입하려는 목적!





쿤밍역 매표소 안의 엄청난 줄.. 엄청난 인파..




다행히도 매표 창구가 많이 열려있던 덕분에, 10분 만에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중국 기차역 매표소에서 10분이면 정말이지.. 감지덕지!! ㅋㅋ 


3일 후에 떠날 다음 목적지는 중국내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로 손꼽히는 계림(桂林 꾸이린). 기차 시간대가 애매해서 까오티에(高铁 고속열차)로 구입했는데, 가격이 무려 345위안이었다. (한화로 약 59000원) 가난한 배낭여행자 손 떨리는 소리.. 덜덜덜.. ㅠㅠ





6만원 상당의 비싼 고속열차표를 손에 쥐고 쿤밍에서 2박 3일 간 머물게 될 호스텔로 향했다. 쿤밍역에서 버스 + 도보로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여정. 




아름다운 지형과 자연경관 덕분에 유명한 관광지가 많은 윈난성. 하지만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昆明)은 정작 볼거리가 없기로 유명한데... 그 덕분에 쿤밍시내에 위치한 호스텔의 수가 매우 적고, 고를 수 있는 호스텔의 폭 역시 굉장히 좁아진다는 것. 으즈으즈그믑그 금스흐드....




몇 개 안되는 옵션 중 위치, 가격, 편의시설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은 '쿤밍 업랜드 유스호스텔 (kunming upland youth hostel)'. 부킹닷컴을 기준으로, 쿤밍 시내 중심에서 가장 가깝고 가격이 적당한 호스텔이었다.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리셉션 직원의 배려로 얼리 체크인! 예정보다 일찍 객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하고, 계단을 올라가면 별관과 이어지는 마당이 나오는 조금 독특한 구조의 업랜드 호스텔.




객실있는 별관건물과 리셉션이 있는 본관건물 중간에는 휴식공간이 조성되어있다. 식당과 바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호스텔이기 때문에 호스텔 내부에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장점!




바, 식당이 있는 휴식공간을 지나 별관에서 엘레베이터를 타면 객실로 올라갈 수 있다.




쿤밍 업랜드 호스텔 8인 도미토리 내부.


8인 도미토리 내부에는 2층 침대가 4개 놓여져 있었고, 각 침대마다 커텐과 칸막이가 달려 있었다.   




도미토리 내에 있는 간이 테이블과 넉넉한 크기의 사물함.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밖에 있지만, 대체로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짐을 풀고 호스텔 바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주문했다. 맛은 빵집 햄버거 맛과 흡사한 맛. ㅋㅋ 쿤밍 업랜드 호스텔의 음식들은 대체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도 나쁘지 않았다.




저녁에는 축구경기를 보면서 맥주 한잔! 식사 겸 안주로 까르보나라랑 어니언링을 시켰는데 양이 좀 안습이긴 했지만... ㅠ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고있는데 점점 사람이 많아졌다. 동시에 스태프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프로젝터로 중계되고 있는 축구 경기. ㅋㅋ 이날 프랑스, 호주의 경기였는데 프랑스가 2:1로 이겼다. 굿겜!!




'닝겐 너의 노트북이 굉장히 아늑하고 좋아 사르르 잠이오는구나.'


축구 경기가 끝나고 밀린 빨래보다도 더 불어난 블로그를 쓰려고 바에 앉았는데 냥이 한 마리가 내 노트북 위에 사뿐히 눕더니 그대로 숙면모드에 들어가시는게 아닌가.. 


노트북을 빼앗겨버린 닝겐은 냥사마께서 잠에서 깨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겨우 블로그를 마무리 짓고, 기나긴 하루도 마무리 지었다는 평화롭고도 기나긴 하루의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에 계속.

(중국과 전세계에 퍼져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