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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5일 중국 리장] 세계여행중에 중국공상은행에서 체크카드 만든 썰.

우연이형과 민석이형을 먼저 보내고, 나도 버스에 올랐다. 듬성듬성 자리가 채워지자 이내 버스가 출발했다. 이틀 간 걸으며 느긋하게 봤던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차창 밖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만큼, 아쉬움의 무게도 차곡 차곡 마음 한가운데에 쌓여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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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4일 중국 샹그릴라] 비내리던 날 차마고도에서 발견한 뜻밖의 선물. 관음폭포(观音瀑布)







'드디어 끝났다.' 라는 안도감과 함께 몰려드는 아쉬움에 멍~ 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산 길을 걸으며 이틀 내내 봐왔던 풍경인데, 아래서 올려다보니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낮에는 흐릿하게라도 보였던 옥룡설산의 정상은 솜뭉치 같은 구름에 가려져 더 이상 형체 조차 보이질 않았ㄷ.....



'이번 생에 옥룡설산과의 인연은 없는걸로.. ㅠ'





빠르게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무슨 소란인가 싶어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중형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 법한 좁은 도로에 화물을 잔뜩 실은 트럭과 내가 탄 버스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버스기사와 트럭기사가 조금씩 차를 움직이며 공간을 확보하는 동안, 안전을 위해 잠시 버스에서 내려 있어야했다. 운좋게 버스가 멈춰선 곳은 상호도협 전망대가 있는 곳이었다.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3시 30분 한 대 밖에 없었기에 중호도협도, 상호도협도 못 보고 가나 싶었는데 불행 중 다행이다.






좁은 도로 위로 트럭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간 버스는 챠오터우(桥头)에서 다시 한번 멈춰섰다. 이 곳에서 리장으로 가는 손님들을 호객해 버스를 가득 채울 속셈인 듯 했다. 



'산 넘어 산이구만....'





이제 반쯤 포기... '언젠가 도착하겠지' 라는 무념무상의 자세로 버스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버스 기사님이 한 손에 커다란 비닐봉지를 든 채 나타났다. 그리고는 승객들에게 생수를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WAHAHA' 라는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생수.. '이거.. 과연 마셔도 되는걸까' 라고 속으로 열 번은 고민했지만 끝내 한 모금을 마셔보았다. 다행히도 생수 맛이나는 수돗물이었다. 조용히 의자 앞 자리에 꽂아두었다.





'三股水 (삼구수)' 풍경구.


리장으로 향하던 버스는 또 한번 멈춰섰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고 있던 승객들이 하나 둘씩 눈을 부비며 일어났다. '三股水(삼구수)' 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10분 줄테니까! 화장실 갔다가 경치보고 와요! 표?! 끊지 않아도 돼요. 아무것도 사지마세요! 그냥 앞만보고 갔다, 앞만 보고 돌아오면 돼요! 기념품은 리장이 더 싸니까 시내에서 사세요!"


투박하게 인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세심하고 꼼꼼한 버스기사님 이셨다. 





저녁 6시 30분 리장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


오후 3시 30분에 티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출발 한 버스는 6시 30분이 되서야 리장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리장 시내에 가까워지면서부터 길이 막힌 탓이다. 


내리는 순간까지 승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친절을 잃지 않던 기사님 덕분에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딜레이 1시간 30분 쯤이야 껌이지 뭐. ㅋ 버스에 내려 짐을 맡겨놓은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3일 치 숙박비를 내고, 숙소에 올라가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다음날 오후 12시 기상.


오늘은 이틀 간 고생한 내 다리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 눈을 뜨자마자 침대에 누워 신서유기 역주행을 하다가, 문득 블로그에서 봤던 한가지 정보가 머리에 떠올랐다.



'중국에서 체크카드 만들기.'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는 것이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 이미 늦어버린 점심을 해결할 겸 간단히 준비를 하고 문밖을 나섰다. 





'중국공상은행에서는 중국 거류증이 없는 학생이더라도 '여권'만 있으면 체크카드를 발급해줘요.' 적어도 내가 어떤 세계 여행자의 블로그에서 찾아본 정보는 이랬다. '되면 완전 좋고, 안되면 아쉽지만 말고!' 비싼 수수료를 내면서 위챗페이 환전을 하고 있는 나로써는 밑져야 본전.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공상은행으로 찾아갔다.





중국공상은행 (ICBC, 中国工商银行) 에서 체크카드 만든 썰.


은행에 들어갔더니, 나 외에 다른 외국인들도 체크카드 발급을 하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긴장이 되긴 했다. 중국에서 체크카드 만들기라니..... 하지만!! 이동통신사에서 현지 심카드도 만들었던 나 아닌가. 나대지 마라 심장아..



  "办卡! (빤카! 카드 좀 만들게요!)"


"여권 먼저 주시구요. 여기에 있는 서류도 작성해주세요."


"넵~!! 슥슥슥슥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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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


"음.. 중국 거주자가 아니면 발급이 어려운데..."


"역시, 안되겠죠..?!"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거주자에 체크하세요."


"네!!!! ^^"


.

.

.

.




........................... "네?!..."





나는 그렇게 중국공상은행 체크카드를 획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디 엔드 -







정신지파이(正新鸡排)에서 체크카드 발급 자축의 지파이를!!


체크카드를 발급 받자마자, 한국 신용카드에서 돈을 인출했다. ATM에서 인출 한 돈을 체크카드에 넣고, 위챗머니로 환전을 했다. 결과는 대~ 성공!!! 이제 그 비싼 수수료 안내도 되는거야... ㅠㅠ 흑흑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 이제 2주 후면 중국 나가는데...?! ㅋㅋㅋㅋ "






저녁 6시 30분.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의 가정식 저녁식사 시작.


체크카드 발급 후, 저녁 식사는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에서 먹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의 가정식 식사는 최소 인원 4명이 충족 되어야 하고, 1인 당 가격은 25위안이었다. (한화로 약 4200원.)


실제 호스트의 생활공간으로 쓰이는 옆 동 건물 거실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집밥' 을 먹는 느낌이 물씬~  





"잘 먹겠습니다!!!!!"





총 6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서양친구들이었다. 아직 젓가락이 익숙하지 않은 듯 어렵게 식사를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매주 몇 번은 아시안 음식을 먹는다며, 나보다 젓가락 질을 능숙하게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끊임없이 나왔다. 호스트의 어머니께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시는데, " 하.. 할머니.. 이제 제발 그만..." 이라고 말할 때까지 음식을 내오셨다. 





음식을 내오는자의 승리인가, 음식을 먹는 자의 승리인가..!!! 결국, 할머니와의 음식배틀에서 우리 6명은 장렬히 더는못먹겠死했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 하루 왠지 심플했지만, 중국에서 체크카드도 발급 받아보고, 중국 가정식사도 먹고, 고생한 내 두 다리에게 포상휴가도 준 알찬 하루였네?! ㅋㅋ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는 다시 열일하자 다리야!! 




다음 이야기에 계속.


(중국과 전세계에 퍼져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압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