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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4일 중국 샹그릴라] 비내리던 날 차마고도에서 발견한 뜻밖의 선물. 관음폭포(观音瀑布)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하제일 오픈형 화장실이 있는 중도객잔을 떠나 좁은 절벽길에 들어선 우리들. 1박 2일 호도협 차마고도 트래킹의 여정은 어느덧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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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일 중국 샹그릴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하제일 OOO이 있는 중도객잔(中途客栈).

 






슬슬 질릴 법도 한데, 매 순간 처음 본 듯이 아름다웠던 옥룡설산의 장엄한 풍경. 가파른 절벽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 떨어진 곳에, 시원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는 커다란 폭포 하나가 나타났다. 





폭포를 향해 한 걸음 한걸음. 발을 헛디뎌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절벽을 따라서 가스관, 수도관으로 보이는 공급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냥 걷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절벽 길인데, 이곳에서 공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아찔한 절벽 위, 가만히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질 만큼 시원한 소리를 내며 쏟아지던 폭포에 한 걸음 씩 가까워지고 있던 순간!! 먼저 걸어가던 우연이형 쪽에서 '퍽!!!!' 하는 둔탁하고 오싹한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한 순간이었다. 맨손으로는 오르지 못할 정도로 경사진 절벽에서 사람의 머리만한 돌이 굴러 떨어졌다. 우연이형이 서 있는 곳에서 불과 몇 발자국 차이도 나지 않는 곳이었다. 


하마터면 정말 큰 사고가 날뻔했다.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고, 길 옆에 있던 바위에 부딪쳐 반으로 갈라진 상태였는데도, 성인의 얼굴만했던 돌덩이의 크기.. 아차! 할 순간도 없이 일어난 그때의 아찔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ㅠㅠ




이 사건의 범인은 바로 요 녀석들이었다. 


 호도협 트래킹 코스를 걷다보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는 산양 무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마을은 물론, 풀이 있는 곳이라면 가파른 절벽 높은 곳까지 마다하지 않는 녀석들.


아찔했던 순간이 지나고, 절벽 위를 자세히 보았더니, 역시나...! 몇 마리의 산양 무리가 아슬아슬 쌓여있는 돌무더기 위를 걸어가며 풀을 뜯고 있었다. 





발을 헛디딘 건지, 일부러 노린 건 줄은 모르겠지만, '아무 것도 몰라요.' 라는 듯 순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산양 녀석들은 호도협 코스에서 경계해야 할 대상 중 하나이다. 특히 가파른 절벽 아래를 건너 갈 때에는 풀을 뜯고 있는 산양들이 있는지 잘 확인하고 지나가자. 안전이 제일!!!





십년감수... 백년감수.... 천년감수... ㅠㅠ




절벽에서 굴러 떨어진 돌은 관음폭포 옆에 있는 작은 폭포 아래에 고이 놓아두고 왔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트래킹을 마쳤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차마고도를 시원하게 적셔주는 관음폭포(观音瀑布)


1박 2일 호도협 차마고도 트래킹을 하는 내내 비가 내리고 구름이 가득 낀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 됐다. 그탓에 옥룡설산의 정상을 볼 수는 없었지만, 우기에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잔뜩 보았다. 


산등성이 위로 넘실거리는 실구름들, 계곡마다 넘쳐흐르는 힘찬 폭포들, 절벽 위에 활짝 핀 무지개 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주하게 된 차마고도의 선물은 '관음폭포'였다. 





호도협 차마고도 트래킹 코스의 관음폭포와 함께.





폭포 옆 물길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는 좁은 나무다리를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건너면,





실타래 처럼 콸콸 쏟아지는 관음폭포를 마주하게 된다.






NO PAIN, NO GAIN ?!


또 다시 마주칠 수 없을 것만 같이 쏟아져 내리던 관음폭포. 과감하게 신발과 옷을 포기하고 폭포 아래로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ㅋㅋ 덕분에 종점인 티나객잔까지 축축하게 젖어있는 신발을 신고 걸어가야 했지만, 지금 보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사진이기에 犬뿌듯! ㅋㅋ



NO SHOES, YES PHOTO!!! 

신발을 버리는 자, 사진을 얻을지어다. ㅋㅋㅋ 




제철을 맞아 생기가 넘치던 관음폭포를 지나 트래킹 코스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멀게만 느껴졌던 금사강의 우렁찬 목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걷는 내내 황홀한 풍경을 선사했던 가파른 절벽 위의 좁은 등산코스가 끝나고 우거진 숲에 둘러싸인 길에 접어들자, 커다란 바위 곳곳에 쌓여있는 돌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절벽 끝에 쌓여있던 작은 돌탑을 발견하고는 그 위에 묵묵하게 돌을 쌓아 올리던 우연이 형의 뒷모습에서 '아버지'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귀여운 세 명의 딸을 두고 있는 젊은 아빠 우연이형은 남다른 훈육방식으로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다. 


함께 길을 걸으며 들은 우연이형의 교육 방식은 하나부터 열까지 굉장히 이상적이고 올바른 방법이었다. '내가 나중에 아빠가 된다면 우연이형 같은 아빠가 되어주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자녀들을 위해 좋아하는 술도 일체 끊으셨다는 우연이형을 보며 존경스러운 '어른'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종점인 티나객잔에 닿을 때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다음 목적지를 망설이던 민석이형의 마음도 어느정도 정리가 된 듯 보였고, 달라진 등산길의 분위기에 오늘 우리의 목적지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오르막길 보다 내리막길이 나오는 빈도가 더 잦아졌다. 계곡 아래 흐르는 금사강 물줄기의 흐름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 그런데 잠깐.. 셋이서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는데??!!!'



 앞서가던 형들을 황급히 멈춰 세우고, 목에 메고 있던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행님들!! 사진 한장 찍으셔야죠!!! ㅋㅋ"







호도협 차마고도 트래킹을 함께한 우연형님과 민석이형 그리고 나.


논어에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반드시 그중에 나의 스승이 있다. (三人行必有我师 삼인행필유아사)' 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1박 2일 차마고도를 걷는 동안 내 인생의 선배님이자 선생님이 되어준 존경스러운 두 형님들. 부족하고 모자란 동생과 함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세차게 흐르던 금사강이 더 이상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가파른 내리막길이 계속되는 차마고도의 끄트머리를 지날 때 즈음, 호도협 차마고도 트래킹의 종점인 티나객잔이 보이기 시작한다. 




호도협 트래킹의 종점 티나객잔(中峡国际青年旅舍 Tina's Guest house)에 도착!


오후 2시 20분, 호도협 트래킹 코스의 종점인 티나객잔에 도착했다. 우리보다 앞서 티나객잔에 도착한 등산객들이 이미 커다란 식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우리도 부산해진 식당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조금 늦어져 버린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티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리장/샹그릴라로 가는 버스 타기!


호도협 트래킹 코스의 종점인 티나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매일 하루에 한번, 오후 3시 30분에 리장과 샹그릴라로 가는 버스를 운행한다. 버스 티켓의 가격은 55위안이고, 차마객잔, 중도객잔에서도 미리 표를 예매할 수 있다.






아쉬운 이별.


"리장은 여기로!" "샹그릴라 가는 분은 여기!" 버스가 출발하기 10분 전, 버스 기사들이 행선지를 외치며 분주히 승객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샹그릴라로 떠나는 우연형님과 민석이형이 먼저 버스에 올라탔다. 마지막으로 잘 가라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얼마 후 서두르듯 버스가 출발해버렸다. 그렇게 길고도 짧았던 1박 2일 호도협 트래킹이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중국과 전세계에 퍼져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압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