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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3일 중국 샹그릴라] 차마고도 트래킹의 끝판왕. 악마의 오르막길 28밴드.

챠오터우에서 2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나시객잔. 앞으로 헤쳐가야 할 등산 코스에 대비해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호도협 트래킹 코스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28밴드의 입구로 향했다. 무려 '28번 굽이진 오르막길 이라는 뜻의 28밴드' 는 호도협 트래킹 코스 중에서도 악명이 높기로 유명한 코스였기에, 이미 어느정도 각오는 되어있었다.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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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3일 중국 샹그릴라] 걷다보면 모두가 친구! 호도협(虎跳峡) 트래킹.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28밴드' 라고 불리우는 이 오르막길의 정식 명칭은 '차마고도 24밴드' 이다. 중국 바이두 백과에도 '28밴드(二十八拐段)' 라고 쓰여져 있는 걸 보니 명칭이 변경되었거나, 다시 세어보니 4밴드 부족했거나..?! ㅋㅋㅋㅋㅋ 





28밴드의 진입로에는 오늘의 목적지인 차마객잔(茶马客栈)의 약도와 구간별 소요시간 및 버스시간이 적혀있는 안내 표지판이 있었다. 표지판에 쓰여있는 소요시간은 대체로 정확한 편이지만, 보폭에 따라 앞뒤로 30분 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다.





호도협 트래킹의 끝판왕 28밴드 진입!


지금으로 부터 2200년 전, 윈난성 푸얼(普洱) 지역의 '차(茶 tea)'와 티벳 지역의 '말(馬 horse)'을 교역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역로 '차마고도(茶马古道)' 는 실크로드 보다 무려 2세기나 앞서 만들어진 교역로 이다. 


'호도협 트래킹' 은 이 역사 깊은 차마고도를 짧게나마 걸어볼 수 있는 구간으로, 트래킹을 하는 내내 만년설이 쌓여있는 옥룡설산과 더불어 차마고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차마고도 28밴드에서 보이는 풍경.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28밴드라고 불리우는 악명 높은 오르막길 구간!!!


해발 2317m 부터 시작되는 이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은 고산병이 일어날 수 있는 해발 2000m 이상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 쉽게 숨이 찰 수도 있고, 가벼운 고산병 증세가 올 수도 있으므로 급하게 올라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어서와~ 차마고도 28밴드는 처음이지?! ㅋㅋㅋ





28밴드는 악명 높은 구간답게 좁고 가파른 등산로가 계속되는 코스였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위험한 등산코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제법 난이도가 있는 코스였다. 심지어 비까지 내리는 날씨였기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축축하고 미끄러운 산길을 올라야 했기에..





"딸랑 딸랑 딸랑"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되는 가운데, 앞 쪽에서 청명한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시탐탐 낙오자를 노리며 우리의 뒤 따라오던 마부가 모두 비켜서라며 주의를 줬다.





좁은 비탈길을 따라 내려오는 열마리 남짓한 말들. 등에 아무것도 없이 가뿐하게 내려오는 걸보니 아마도 단체 관광객들을 태우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인 것 같았다. 신나는 퇴근 길~ ㅋㅋ




끝날 듯이 끝나지 않는 오르막길.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종착점... 이 끝을 알 수 없는 38km의 오르막길은 약 3시간 정도 지속된다. 





합파설산(哈巴雪山)과 옥룡설산(玉龙雪山)을 가로지르는 금사강(金沙江).


야금야금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모두들 지쳐가는 분위기. 그럴때마다 걸음을 잠시 멈추고, 눈 앞에 펼쳐진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며 쉬어갔다.





산의 깊은 골짜기 세차게 흐르던 물줄기들. 어찌나 세차게 흐르던지 산 건너편까지 그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눈도 호강하고, 귀도 호강 하는데, 다리만 고생~ ㅋㅋ




28밴드 초반의 가파르고 험했던 길에 비하면, 많이 평탄해진 등산로. 하지만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된다.




와중에는 쓰러진 나무에 가로막힌 길도 있었고,




위태롭게 쓸려 내려간 길도 있었다. 이런 구간은 더욱 신경 써서 조심조심!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



요행악어와 함께하는 간단한 중국어!



중국어로 조심해! 는 어떻게 말할까요?! 


小心!!

샤오씬! 


우리나라에는 '소심' 하다고 하면 '마음이 좁다.' '그릇이 작다.' 라는 뜻으로 해석하지만, 중국어에서 소심(小心 샤오씬)은 조심해! 라는 뜻이에요!





좁디 좁은 길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덧 2시간이 경과. 사람의 인생을 왜 산길에 비유하는지 몸소 깨닫고 있던 와중에, 절벽 아래로 어디선가 한번 본 듯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차마고도에서 내려다 보이는 상 호도협(上虎跳峡)


사냥꾼에게 쫓기던 호랑이가 커다란 바위를 딛고 한 걸음에 강을 건너 도망쳤다는 옛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름 '호도협(虎跳峡)'. 내가 서있는 가파른 절벽 끝에 그 전설 속의 바위가 선명하게 내려다 보였다. 바위를 실물로 영접하다니.. ㅠㅠ (신서유기에서 봄)



'그래 어쨌든 그 호랑이는 분명 빠르였을거야.. (호랑이형님 팬 인증 ㅋㅋㅋㅋ) 




출처 : 네이버 웹툰 '호랑이형님'


빠르의 점프 기술의 이름 역시 '호도협' ㅋㅋㅋ


(혹시라도 안보신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호랑이형님' 은 호랑이가 주인공인 만화로, 사람이 주인공인 왠만한 웹툰들 그냥 다 발라버림. 대존잼) 




조각 구름이 걸려 있는 옥룡설산. 슈퍼맨이 날라와서 살짝 걸쳐두고 간 걸까. (아재요.. )





 걷기, 쉬기, 잡담, 걷기, 잡담, 쉬기 잡담을 계속 반복하면서 걷고 있는데, 앞쪽에 있던 민석이형이 '엇! 무지개다!' 라고 소리를 쳤다. 



'아... 형이 드디어.... 정신 줄을...ㅠㅠ'  





새초롬하게 고개를 내민 무지개.


'이런 곳에, 이런 날씨에.. 무슨 무지개가.. 저 형님이 이제 정말... ' 하고 생각하던 찰나, 민석이형의 손가락 끝이 가르킨 곳에 희미하게 펴있는 무지개가 눈에 들어왔다. 오해해서 미안해요 형... ㅋㅋㅋ


하루종일 흐렸던 날씨 때문에 옥룡설산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땅에서도 보기 힘든 무지개를 차마고도에서 보는 행운을 받은 우리들.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나중에 '옥룡설산 무지개' 로 검색해봤더니, 차마고도에서 무지개 본 사람들 짱짱 많았다. 쳇... ㅋㅋ)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따라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는데, 혼자서 오신 한국 분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시고 빠른걸음으로 슉~ 지나가셨다. 


분명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너무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버려서 더 이상 말을 걸 수 없었다. 이때는 '그냥 스쳐가는 인연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었는데, 나는 내일 이 분과 함께 트래킹을 하게된다. ㅋㅋㅋ 커밍 순~ 개봉박두.





차마객잔 야생 토종닭 농장 부터 '차마객잔' 까지는 약 20분 소요!


숲이 우거진 등산로 구간을 들어서면서 부터, 트래킹의 초반 코스보다 길이 한결 평탄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차마객잔 야생 토종닭 농장' 이라고 쓰여있는 빨간색 간판이 보이는 순간부터는 더욱 더 확신이 들었다. 




'차마객잔까지 거의 다 왔다!!!!'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호두를 꺼내 입에 베어 물고,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이때부터는 머릿 속에 한 가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얼른 샤워하고 저녁 먹으면서 맥주 한잔, 두~ 잔 해야지!!! ㅋㅋ' 





"샤워! 맥주 샤워! 맥주!" 구령을 붙여가면서 빠른 걸음으로 등산로를 걷는 와중에, 내 눈에도, 카메라에도 다 담기지 않는 광활한 옥룡설산의 풍경을 보며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그래 얼른 광각렌즈와 카메라를 사야겠어.. ㅋㅋㅋ"





"샤워, 맥주, 샤워 맥주, 맥주, 샤워, 맥주, 샤워!!"


손오공이 타고 다니는 근두운과 꼭 닮은 구름들이 내 옆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신기하고 재밌는 풍경이 펼쳐질 때 즈음, 동시에 내 눈 앞에는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래킹이라는게 그래요~ 맥주반, 샤워반이거든요. 저는 합격드릴게요."


마을 입구에 있는 메에~ 와이피 선생님에게 합격을 받고, 당당히 마을에 입성! (블로그 쓰면서 犬소리만 늘어가는 중. ㅋㅋ)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인 '차마객잔(茶马客栈)'에 도착!!!


약 7시간에 걸친 트래킹 끝에 도착한 오늘의 목적지 차마객잔! 기쁨의 환호성도 잠시, 하루종일 함께했던 전우들과는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나와 민석이형을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다음날 중 호도협을 가기 위해 중도객잔까지 가겠다는 것. 헤어지는게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계획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기에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산이라서 빨리 어두워지니까, 살펴서 가! 어디선가 또 만나자 !!"




다음 이야기에 계속


(중국과 전세계에 퍼져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압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