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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1일 중국 리장] 따리를 떠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리장으로.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71일 차.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따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곳에서 한 일이라고는 얼하이 호수를 본 것, 푸~욱 쉰 것 밖에는 없지만, '잘 먹고, 잘 쉬고, 잘 다녔다.' 라는 세 마디로 정리 끝! 심플한 일정이었지만, 이만큼 만족했던 도시도 드물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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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0일 중국 따리] 비오는 날의 휴식.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돌솥 비빔밥(韩式石锅拌饭).


오늘로 마지막인 따리의 제이드 에뮤 게스트 하우스에는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한국인들의 피로감 싹~ 씻어 줄 메뉴가 하나 존재한다. 바로! 슥슥 비벼서 호호 불어먹다가 바닥 까지 싹싹 긁어 먹는다는 '돌솥비빔밥' 이다! 


따리에 도착한 첫 날, 메뉴판을 보고 '오!!!! 돌솥 비빔밥이다!!!!' 라고 매우 들떠 있었지만, 다른 메뉴들을 다 먹어보고, 마지막날 먹으려 아껴두고 아껴두었던 돌솥 비빔밥을, 드디어 오늘 아침에 주문해보았다. 





비쥬얼 보소... ㅠㅠ


이곳의 돌솥 비빔밥은 한국의 맛과 100%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음식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충분히 위로가 되어줄 만한 맛이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당시에는 프로모션이 있어서 20위안(한화로 3400원)에 돌솥 비빔밥에 생과일 쥬스까지 나왔었는데, 현재는 38위안(한화로 6300원)으로 원래 가격을 받고 있는 듯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따리 기차역.


오랫만에 느껴본 한국의 맛.. ㅠㅠ 돌솥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고, 리장 여행을 함께하기로 한 민석이형과 따리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따리 - 리장 구간을 운행하는 K9619호 열차.


중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로 손에 꼽히는 윈난성의 따리와 리장. 유명한 관광지 답게 따리 - 리장의 구간만 운행하는 단거리 열차의 편성이 하루에 몇 차례나 운행되고 있다.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대에 따리에서 리장으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


하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이동하는 구간인 만큼 인기 시간대의 기차표는 빨리 매진되는 편이다. 이동 날짜가 정해졌다면 원하는 시간대의 기차표를 서둘러 구입하는 편이 좋다.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장시간 이동이 많은 중국 기차. 좌석칸에 승객을 다 태울 수 없었는지, 좌석칸이 침대칸으로 대체되었다. 승객들이 1층 침대칸에 앉아 가기 때문에 원한다면  2층이나 3층 침대에 누워갈 수 있지만, 따로 이불이 제공되지는 않는다. 


따리에서 리장까지는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얼하이 호수의 풍경.


따리 역을 출발한 기차의 차창 밖에는 머지않아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약 40Km의 길이의 얼하이 호수를 통과하는 약 20분 간, 평범했던 차창 밖의 풍경은 한 폭의 멋진 그림으로 탈바꿈 한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만 볼 수 있는 얼하이 호수의 풍경.


세계 여행자들은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되면, 보통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야간 이동을 하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세계여행 초반에는 대부분 야간 이동을 하면서 경비를 절약했지만, 여행의 후반으로 갈 수록 주간에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기차나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풍경들이 왠만한 관광지보다 멋지고 아름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약 2시간 후, 따리에서 출발한 기차가 리장(丽江 여강)에 도착했다.


리장에 도착한 기차에서 내려 승강장을 빠져 나가는 길. 리장역은 중국 다른 지역의 기차역과 확연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배낭을 짊어진 배낭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고, '따리' 에서 처럼 외국인 배낭 여행자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리장역 안에 있던 리장 고성(丽江古城) 입장료에 관한 안내문.


 승강장을 빠져나와서 개찰구를 지났을 때 즈음, 리장고성의 관리 및 보호의 목적으로 80위안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안내문이 기차역 곳곳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블로그에는 옛날 정보들 뿐이어서 리장고성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2017년 6월 이후로 리장고성의 입장료는 폐지되었고, 고성 내부와 인근의 주요 시설 및 유적들에 대해서만 별도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 (2018년 6월 기준, 조사 결과 2020년 2월 동일함.)






중국 윈난성 리장의 기차역. (云南省 丽江站)






기차역을 나와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올려다 본 하늘. 그런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이 구름이 잔뜩 껴있는 것이 아닌가.. ㅠㅠ 운남성(云南省 윈난성)은 괜히 운남성이 아닌가보다.  



간체(简体)와 번체(繁體) 도대체 무엇일까?!


'간체'는 한자의 뜻 그대로 복잡한 한자를 간단히 만들어 놓은 것을 말해요! 운남성의 번체는 '雲南省'이지만, 간체는 '云南省' 이 됩니다. 구름을 뜻하는 한자가 雲 ->云 으로 간단해진 것을 볼 수 있죠. 지금 사용되는 간체자는 1950년대 부터 중국과 싱가포르에서만 사용되어 지고 있어요. 한국, 대만, 홍콩은 원래 한자인 번체자를 사용하고, 일본은 '약체' 라는 이름으로 조금 다른 방식의 표기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美国, 韩国, 台湾 - 중국의 간체자.

               美國, 韓國, 臺灣 - 대만, 홍콩, 한국의 번체자.

米国 韓国, 台湾 - 일본의 약체자.


한자는 순서대로 미국, 한국, 대만.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리장역의 버스정류장.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여유롭게 걸어온 버스정류장. 그런데.. 정류장은 이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차서 서있을 곳도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정류장에 서는 버스들은 이미 만차인 상태였고, 빈자리가 있다고 해도 부산행 같은 풍경이 벌어지기 때문에 접근도 불가능 했다는 새드 스토리..


이대로 있다가는 기차역 앞에서 밤을 새울 것 같아, 기차역 보다 몇 정거장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0분 가량을 걸어서 도착한 버스 정류장. 분명 지도상으로는 버스정류장이 있어야 했는데, 표지판 하나 없는 휑~한 도로만 보이고...ㅠㅠ  다시 역으로 돌아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10분만 더 기다려보자!' 라는 생각에 존버를 했다. 


'좀만 더 좀만 더..!' 정말 마지막에 뒤를 돌아 역으로 가려는 순간, 거짓말 같이 버스가 도착했다. 택배보다 버스가 100배는 더 반가웠던 순간... ㅠㅠ





'丽景湾(리찡완)' 이라는 빌라 단지에 위치한 마마나시 게스트 하우스.


리장에서의 숙소는 따리에서 만났던 중국인 친구 토니가 추천해준 '마마나시(妈妈纳西 mamanaxi) 게스트하우스' 로 정했다. 부킹닷컴에 호스텔의 위치가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았던 탓에 조금 헤매긴 했지만, 따리의 제이드에뮤 게스트하우스에 이어 중국에서 가장 좋았던 호스텔 중 하나였다.





토니의 도움으로 간신히 찾은 마마나시 게스트 하우스.


호스텔이 빌라단지 안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호스텔까지 찾아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입구에서 헤매다가 결국 토니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호스텔 주인 분께서 단지의 입구까지 직접 마중을 나와주셨다.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妈妈纳西客栈)의 입구.





리장에서 다시 만난 친구 토니.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1층 로비에서 토니가 기다리고 있었다. 몇 일만에 다시 만났지만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처럼 반가운 느낌. 반갑다 칭구야~ ㅋㅋ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의 웰컴 푸드(welcome food).


토니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먼저 체크인을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분이 월컴 푸드로 리장 지역에서 맛볼 수 있다는 팥빵을 주셨는데, 맛있게 먹으니까 하나 또 주셨다. ㅋㅋ


마마나시 게스트 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여자 주인분이 영어를 아~주! 잘한다는 점이다. 언어의 장벽이 없을뿐더러 리장의 관광지 정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또한 호도협을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다녀올 경우 짐을 무료로 맡아 주셨다. 지금도 무료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가볍게 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다녀올 수 있었다. (예약시 물어보는 것이 안전!)




마마나시 8인 도미토리룸의 내부와 화장실.


친절한 주인분에 이어서 또 다른 장점은 도미토리가 굉장히 넓다는 점이다. 8인 도미토리에는 4개의 2층 침대 놓여 있었는데, 사다리 대신에 계단이 놓여있어서 오르내리기가 쉬웠다. 넓직한 사물함도 플러스 요인!


도미토리 내부에 있는 화장실은 넓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변기도 '쪼그려 싸'가 아닌 '앉아 싸' 였다. ㅋㅋㅋ 조금 아쉬운 점은 저녁 시간대에 샤워기의 수압이 약해지는 점 정도.  





친절한 주인 분, 편리한 시설, 편안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마마나시 게스트하우스'. 이런 곳이야 말로 흥해야 한다. 돈 한푼 안받고 이렇게 광고해줘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





체크인 후 도미토리에 짐을 풀어놓고 토니, 민석이형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호스텔 주인분이 추천해 주신 리장 특색 요리 식당으로 결정.




한자와 숫자 뿐인 전형적인 중국의 메뉴판.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진 중국 식당의 메뉴판이지만, 오늘 만큼은 메뉴판을 쳐다 볼 필요도 없었다. 메뉴판 프리패스인 중국인 친구 토니가 함께 있기 때문. ㅋㅋㅋ 메뉴 선정부터 주문까지 막힘 없이 척척!!




리장 특색요리 말린 갈비 훠궈 (腊排骨火锅 라파이꾸훠궈)


그리고 얼마 후 식탁 위에 올려진 말린 갈비 훠궈. 희멀건 국물, 푸짐한 갈비까지는 한국의 갈비탕과 비슷했지만, 새빨간 토마토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모습은 나도 모르게 위화감이 드는 비쥬얼이었달까... ㅋㅋ 아무렴, 맛만 있으면 되지!!




하... 하지만.. 마.. 맛이... ㅠㅠ


글쎄.. 말린 갈비 훠궈를 처음 먹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맛' 의 포인트는 찾지 못했다. 훠궈의 야채나 국물은 먹을만 했지만, 주재료인 '말린 갈비'가 너무나도 짜고, 질겼다. 나름 맛집이라고 추천받은 곳인데 말이지.




비록 훠궈 속의 '말린 갈비'는 너무나도 짜고 질겼지만, 좋은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분일까?! 


 낯선 이 곳의 공기도, 짠디 짠 갈비도 좋은 술안주가 되어주었다. 아무래도 나는 윈난성이 체질인 듯. ㅋㅋ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