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068일 중국 따리] 한 바퀴를 도는데 9시간이 걸린다고?! 따리 얼하이 호수.

스쿠터에 올라타고 얼하이호수 한 바퀴 돌기를 시작한지 어느덧 5시간 하고도 30분이 지났다.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해 봤더니 겨우겨우 절반에 가까운 거리밖에 오지 못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아직 갈 길은 멀고 멀었지만, 풍경이 열일 중인 얼하이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그냥 지나기에는 넘나 아쉬운 것..ㅠ '아침에 조금만 더 일찍 출발할껄...ㅜㅠ' 하는 쓸데없는 후회와 아쉬움만 점점 커져 가고 있었다.




이전 글


 [+068일 중국 따리] 셔터만 누르면 인생 사진 보장! 얼하이 호수에서 인생샷 찍기.






언덕 위에 있는 전망포인트 위에서 드넓게 펼쳐진 얼하이 호수의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일몰까지 보고 가면 느어~무 좋겠다 ㅠㅠ'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야간 스쿠터 주행의 위험성을 되새기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시 스쿠터를 타고 달린지 10분 정도 지나서였을까, 어디선가 굉장히 익숙하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야지!' 라는 각오는 작심 10분. ㅋㅋㅋ 익숙한 냄새의 근원지에 스쿠터를 잠시 세워놓고, 커다란 가마솥에 주위에 모여서 요리를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보았다.






한국의 매운탕과 매우 흡사한 따리 지역의 매운탕.


'니하오!'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 먼저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맡았다. '물론이지!' 라며 흔쾌히 허락을 해주신 아주머니들 덕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서 가마솥 안에 끓고 있는 요리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 아니 이 것은!!! 한국의 매운탕과 싱크로율 90% 의 향기, 비쥬얼을 가지고 있는 새빨간 매운탕이 커다란 가마솥에서 보글보글보글보글 끊고 있었다. 중국에 있는 동안 한국음식 생각이 별로 안났었는데, 생선 회에 매운탕이 급 땡기기 시작했다.. ㅜㅠ 





갑자기 나타난 외쿡인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신 아주머니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스쿠터에 올라 도로를 달리는 길. 머릿 속에 생선회와 매운탕 생각이 자꾸 맴돌아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 초밥이라도 먹으러 가야하나..?! ㅠㅠ


싱싱한 생선회에 매운탕을 단돈 몇 만원에 먹을 수 있는 곳은 한국 말고 세계 어딜가도 찾아볼 수 없단 말이지.. ㅠㅠ





얼하이 호수에서 낚시 중인 어부들.


온통 생선회와 매운탕 생각으로 가득 차버린 머릿속..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 무심코 바라본 호수 위에는 노를 저으며 낚시를 하고 있는 어부들이 보였다. '아까 본 매운탕의 속 재료들도 분명,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들이겠지?!' 그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따리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한 얼하이 호수였더랬다. 





한국에 돌아가면 먹어야 할 음식 리스트! 생선회에 매운탕을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 놓고, 다시 스쿠터를 타고 붕붕~





따리 얼하이 호수의 흔한 파라노마 풍경 1.JPG


아직 여행을 시작한지 2달하고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거늘..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면, 벌써부터 카메라를 갈아 치우고 싶은 생각부터 밖에 들지 않는다.. ㅠ 광각렌즈 장착할 수 있는 DSLR 사고파라..





따리 얼하이 호수의 흔한 파라노마 풍경 2.JPG





소보타 (小普陀 샤오푸투어) 섬과 그 위에 지어진 작은 사당.


얼하이 호수의 흔하디 흔한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며 도로 위를 달리다보면 '小普陀' 라고 쓰여있는 비석이 하나 보인다. 만약 나처럼 따리고성부터 얼하이 호수 일주를 시작했다면, 샤오푸타오섬 비석이 서있는 곳이 얼하이 호수 일주의 중간지점이 된다. 지금까지 스쿠터를 달려온 만큼 다시 달려가면 된다는 뜻!! 



하.. 왜 그런데 눈물도 나고 욕도 나오지...?! ㅠㅠ @#$%^&*@#$%^

 




얼하이 호수 위의 작은섬, 샤오푸타오(小普陀). 


중간 중간 멈춰서서 풍경을 구경한 탓도 있지만, 이제 겨우 중간이라니.. 샤오푸타오 비석 앞에서서 지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위기감이 생겼다. 이제 정말 멈추지 않고 달려야지.






시간은 어느덧 오후 6시. 그리고 벌써 코앞까지 내려온 태양. 





 얼하이 호수에 비치는 구름과 산의 반영 사진을 마지막으로 이제 풍경 구경은 끝. 아무래도 해지기 전까지 호스텔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목표를 바꿔서 어두워지기 전에 시내까지라도 들어가는 걸로!!




다행히도 샤오푸타오 섬부터 신시가지 까지는 포장이 잘 되어있는 아스팔트 도로가 계속되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한 시간 가량을 열심히 달렸더니, 호수 건너편에 높은 건물들이 가득 들어서 있는 시가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하고 좁았던 얼하이 호수의 서쪽 순환도로에 비해서, 얼하이 호수 동쪽 순환도로(环海东路)는 포장도 잘되어 있고 비교적 굴곡이 덜해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집들도 풍경도 조금씩 시내 느낌이 나기 시작.





얼하이 호수 동쪽 순환로가 끝나는 지점, 시내 진입을 알리듯 아파트 단지가 시야에 들어왔고, 도로 옆에 붉게 칠해진 이륜차량 전용 도로가 나왔다. 신호가 많고 막히는 도로에 비해서 훨씬 용이했던 이륜차량 전용도로 덕분에 이동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렇게 20여분을 더 달려서!





신시가지 광장의 중앙에 서있는 어촌 여자의 조각상 (渔家女雕像 어가녀조상)


따리의 신시가지라고 불리우는 하관(下关 씨아꽌)에 도착!!!! 하관(下关)은 얼하이 호수 남쪽에 있는 시가지로 기차역과 버스터미널, 대형마트 등 도시의 주요 시설과 편의 시설이 대부분 이곳에 몰려있다.  


오후 7시 20분에 겨우겨우 도착한 신시가지 하관. 하지만 이곳부터 호스텔이 있는 따리고성까지는 스쿠터로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ㅠㅠ






한 시간을 넘게 열심히 달려왔으니, 잠시 휴식도 취할 겸 풍경도 구경할 겸 광장 한쪽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광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추욱 늘어진 버들나무 사이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얼하이 호수 저편 끝. 하루종일 푸르게 빛났던 고마운 하늘과 오늘 하루 열심히 달려온 땅 사이의 지평선이 서서히 노을로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빛나던 태양은 부끄러운 듯 구름 뒤에 숨어, 그대로 산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내일 또 보자!!! (그런데 내일 하루종일 비 예보..)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진 도로를 또 다시 40여분을 달려 온 끝에, 




오후 8시 20분, 오늘의 시작점이자 최종 목적지인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





둘레 약 120km 에 달하는 얼하이 호수를 하루만에 무사히 달려준 스쿠터에게 박수 세 번. 짝짝짝!! 안전하게 운전해서 무사하게 도착한 나에게도 박수 백번!! 짝짝짝짝짝 x20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빛 아래 9시간 동안 스쿠터를 운전하며 고생했지만, 그 고생은 전혀 고생이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swag) 눈이 몇 배 이상은 호강했던 얼하이 호수 일주! 다음에 와도 또 할 거고, 다 다음에 와도 또또 할 거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 식사로 주문한 피시 앤 칩스(Fish & Chips)


오토바이를 반납하고 얼하이호수 일주 자축 파티로 맥주 한 캔과 피시 앤 칩스를 시켰다. 그런데 이것은 피시 앤 칩스 인지 칩스 앤 피시인지 모르겠는 감자튀김이 생선보다 많은 음식이 나왔... 제이드 에뮤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킨 음식 중 유일하게 읭....?! 하고 먹었던 음식. 


어쨌든 맛은 나쁘지 않았기에! 칩스 앤 피쉬와 함께 긴긴 하루를 끝냈다는 얼하이 호수 한 바퀴 돌기 이야기는 여기서 끄읕!!!!



다음 이야기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