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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일 중국 따리] 비오는 날의 휴식.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주룩주룩 내리던 날. 호스텔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쉴 수 있는 좋은 명분이 생겼다. 마침 밀려있는 빨래도 돌려야 했고, 밀린 빨래보다도 더 밀려버린 블로그도 써 내려가야 하기에 오늘은 쉬는 날로 확정!! 한발자국도 안 나갈꺼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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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일 중국 따리] 얼하이 호수 풍경 맛집을 찾는다면 하관(下关 씨아관) 으로.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았는지, 흐린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하루종일 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셨다. 명분도 이런 명분이 없다. 오늘 하루 푹~ 쉬라는 하늘의 계시가 분명하다. ㅋㅋ





비 덕분에 반은 강제로 쉬게 된 하루이지만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왜냐하면 문장에도 쉼표와 마침표가 있듯이 여행에도 쉼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긴 문장에 쉼표와 마침표가 없다면 어떨까? 그 문장은 굉장히 읽기 힘들고 답답한 문장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렇듯 세계 여행자들에게는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이란 쉼표가 긴 여행으로 지쳐버린 감정과, 체력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게 해주는 것이다. 


장시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랜 시간을 여행하다보면 체력의 소모가 큰 만큼, 의외로 감정의 소모도 적잖이 크다.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소모해버린 감정은 어느 순간 '여행의 정체성' 마저 뒤흔들어 버린다. 보통 여행자가 여행을 포기하는 순간이 그렇다. 새까맣게 타버린 감정이 여행을 포기하게 한다.


매일 매일 새로운 환경과 사람과 풍경을 접해야하는 여행자들에게, 감정이란 체력만큼이나 중요하고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따리의 또 다른 유명한 관광지인 숭성사(崇圣寺 총셩쓰)의 삽탑(三塔)


원래, 오늘 날씨가 좋으면 당나라 시기에 처음 지어졌다는 숭성사의 삽탑을 보러 가려고 했다. 입장료가 121위안(한화로 약 21000원. 2020년 2월 기준) 으로 조금 비싸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하루종일 비가 시원하게 내려준 덕분에 깔끔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문한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가성비 갑!


숭성사 삼탑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고 나니, 꼬르륵 배가 고파왔다. 결국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English breakfast)를 주문해서 브런치를 먹었다. 되게 고급스럽게 얘기하면 이런거고, 간단히 말하면 늦잠자고 조식 주문해서 아점을 먹었다. ㅋㅋ





제이드 에뮤 게스트 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송 시스터즈(宋家姐妹 Song sisters).


밀린 빨래를 세탁하기 위해 찾아간 호스텔 옆 건물에는 '송 시스터즈' 라는 이름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국의 '은방울 자매' 같은 중국의 유명한 옛날 가수인 줄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가수가 아닌 중국 근대사에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중국 4대 명문 송(宋)씨 집안에서 태어난 쑹아이링(宋霭龄), 쑹칭링(宋庆龄), 쑹메이링(宋美龄) 세 자매는 각자 중국 최고의 자본가, 정치가들과 결혼을 했다. 


첫째 쑹아이링은 중국은행 총재 쿵샹시(孔祥熙)와, 둘째 쑹칭링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만한 혁명가 쑨원(孙文)과, 셋째 쑹메이링은 중화민국(현재의 타이완)의 총통 장제쓰(蒋介石 장개석)과 결혼하였는데, 중국 근대사에서는 절대 이들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을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었다고. 




내부는 '송 시스터즈' 라는 카페의 이름답게 빈티지한 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엘피(LP)를 턴테이블에 틀어놓고, 향기가 좋은 원두커피 한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책을 읽기 딱 좋은 날씨였지만, 현실은 밀린 빨래가 양손에 가득... 그리고 써야할 블로그도 한 가득.. 그러므로 빠른 포기..ㅠㅠ






송 시스터즈 북카페 옥상에 있는 세탁실로.




비가 와서 빨래를 어떻게 말려야 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세탁기 옆에 건조기도 함께 놓여져 있었다. 


중국에 있는 호스텔들의 장점 중 하나는 대부분 세탁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용료 역시 저렴하다는 점이다. 덕분에 힘들게 손빨래를 할 필요도 없고, 외부 세탁소에 빨래를 맡길 필요도 없기 때문에 빨래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절약된다.





세탁기랑 건조기가 돌아가는 사이에 틈틈이 블로그 쓰기! 


이때만 해도 네이버 유입량이 많았었는데 말이지. 네이버가 블로그 정책을 바꾸면서 부터 반토막이 나버린 방문자 수... 나쁘다.. 밉다.. 네이버..!!!! 그래도 티스토리의 친정인 다음(Daum)에서 홈페이지 메인에 내 글을 자주 걸어주기 때문에 너무나도 고맙고 사랑스러움.  ㅋㅋ



다음 is 러브






저녁으로 먹은 중국식 갈비튀김 정식.


열심히 블로그 작업을 마치고 먹은 저녁 식사. 바삭바삭한 갈비튀김과, 튀겨져 나온 깻잎의 조합이 너무나도 좋았던 한끼였다. 제이드 에뮤 게스트하우스! 따리 맛집 인정!!! ㅋ


흑흑.. 하지만 따리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라는 것...ㅠㅠ




블로그를 열심히 쓰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푸스볼(Foosball) 게임.


그저 밥 먹고, 빨래하고, 블로그를 썼을 뿐인데 휙~ 하고 지나가 버린 오늘 하루. 내일은 따리를 떠나서 리장(丽江)으로 간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장의 고성, 용이 잠들어 있다는 옥룡설산 등 윈난성을 대표하는 도시 리장. 또 써야할 것들이 한 가득이겠구나.. ㅠㅠ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힘내서 써야지!!! 

요행악어의 세계일주 많이 사랑해 주세요. 여러부운~~ !!!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