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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72일 중국 리장] Goodbye to Romance. (부제: 잘가요 핸드폰...)


이번 글은 노래를 재생하면서 보시면 더욱 재밌으실 거에요 





Goodbye to Romance.  - Ozzy osbourne.


Yesterday has been and gone

Tomorrow will I find the sun

Or will it rain


어제는 이미 가버렸으니,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아니면 비가 올지도 모르고.



Everybody's having fun

Except me, I'm the lonely one

I live in shame


모두들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데,

나만 외롭게 혼자야.

자괴감에 빠져 살고 있지.



I say goodbye to romance, yeah

Goodbye to friends, I tell you

Goodbye to all the past

I guess that we'll meet

We'll meet in the end


잘 가요. 로맨스.

잘 가렴, 내 친구들.

그리고 내 모든 과거들.

글쎄,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래. 아마 만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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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일 중국 리장] 따리를 떠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리장으로.






리장에서의 두 번째 날. 


오늘은 중국 친구 토니와 두 번째 작별인사를 하는 날이다. 3일 전에 이미 리장에 도착했던 토니는 호도협 트래킹을 이미 다녀온 상태였고, 오늘 저녁에 기차를 타고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으로 이동을 한다.


그렇다. 그게 전부였다. 이날의 아침까지만 해도,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토니' 뿐이었다. 그런데 ... 그런데....... ㅠ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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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그 것' 이 나를 떠나버릴 줄이야..... 





'그 것' 이 나를 떠나버린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오후 12시 10분. 


어제 저녁 호스텔에서 다시 만나게 된 토니와 나 그리고 민석이형. 다음 날 함께 점심을 함께 먹기로 약속한 뒤 각자 잠자리에 들었고, 약속대로 오늘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중국 사천식 연두부 또우화(豆花)


중국을 여행하면서 맛있는 중국음식을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는 민석이 형을 위해, 오늘 점심은 사천요리 식당에서 먹기로 결정. 


호스텔을 나와서 걸어가던 길, 커다란 가마솥에서 모락모락 김을 내뿜으며 끓고 있는 또우화(豆花 중국식 연두부)가 뽀오얀 자태로 나를 유혹하는 것이 아닌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확인해보니 마침 사천요리 식당이겠다, 앞뒤 볼 것 없이 오늘의 점심은 여기로 결정! 탕탕탕!





 또우화(중국식 연두부) 한 그릇은 5위안 (한화 850원).


들어가자마자 에피타이저로 또우화를 주문했다. 저 뽀오얀 살결.. 아니, 두부에 양념장을 슥슥슥슥 비벼서 한입 가득 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ㅠㅠ




연두부 보다는 조금 딱딱하고, 일반적인 두부보다는 부드러운 식감의 또우화. 막상 먹어보면 그렇게 특별한 맛은 아닌데, 이상하게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그런 음식이다. 




에피타이저로 먹은 또우화가 위장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을때 쯤, 주문했던 메인 요리가 나왔다. 당면 볶음, 위샹료쓰(鱼香肉丝), 갈비튀김 (炸排骨) 총 3가지 요리를 시켰는데, 모두 다 성공! 그중에서도 갈비튀김이 진심 HJMT.




이제는 익숙해진 중국 밥의 양. 양동이만한 나무 그릇에 담아 나오는 클라쓰 보소. ㅋㅋ






잘 먹겠습니다!!!!!


한자로 된 메뉴를 읽을 수 없어, 매번 그림만 보고 음식을 주문했다던 민석이형. 맘 놓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ㅋㅋ


  



오후 12시 50분. 

사건의 서막이 올라갔다...


오늘의 스케쥴은 매우 간단했다. 다같이 점심을 먹고, 호스텔 근처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일 아침 호도협으로 가는 버스표를 산 뒤, 저녁에 쿤밍으로 떠나는 토니를 배웅해 주는 것이었다. 




오후 1시 정각.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내일 아침 호도협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기 위해 온 시외 버스 터미널. 블로그에서 사용할 사진을 몇 장 찍고, 매표소에서 버스표를 샀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버스표를 민석이형에게 건네주던 순간!!!



.................................... 툭.



두 손가락으로 아슬아슬하게 집고 있던 핸드폰이 내 손에서 미끄러져 툭! 소리를 내며 직각으로 바닥에 떨어졌다. 흔들리는 동공을 진정시키고 먼저 액정을 확인했는데, 다행히도 깨진 흔적은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10초 후. 액정의 한쪽 모서리로 부터 새카만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1시 10분.

핸드폰 액정에 어둠이 드리워지다.


하느님 아버지... ㅠㅠ 하필 강화유리가 아닌 레알 '액정' 이 깨져버린 것이다. ㅠㅠ 모서리로 부터 스믈스믈 새어나오는 어둠의 기운은 조금씩.. 조금씩.. 핸드폰 액정을 암흑 속으로 집어 삼키고 있었다...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는 핸드폰을 살리기 위해 곧바로 게스트 하우스에 달려가 도움을 요청했다. 현지인 찬스!!!! 도와줘 토니... ㅠㅠ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소식을 전해들은 토니가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더니 근처에 있는 화웨이 공식 핸드폰 수리센터를 찾아냈다. 그리고 심지어 수리센터 까지 함께 가주었다. (TMI지만, 내가 사용하고 있던 핸드폰은 구글 NEXUS 6P 기종으로, 구글에서 제작한 핸드폰이지만, 생산은 화웨이가 하는 태생이 복잡한 아이..)




간절한 눈빛의 나 : 슨생님 우리 아이 상태가 어떤가요..? 살릴 수 있나요..?!


수리센터 슨생님 : 저희 쪽은 가지고 있는 부품이 없군요.. '광저우' 라면 고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흔들리는 눈빛의 나 : 슨생님.... ㅠㅠ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수리센터 슨생님 : 죄송합니다...


드라마를 많이 본 나 : 털썩...





오후 3시 정각.

오랜 방황 끝의 단념... ㅠㅠ


치료 포기를 선언한 화웨이 수리센터 이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사설 수리센터를 몇 군데 들려보았다. 하지만 '불가능' 이거나 '최소 일주일' 이라는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 ㅠ 약 2주 후면 중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핸드폰 때문에 일주일이란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단념을 하고, 새 핸드폰을 구입하기 위해 대리점도 몇 군데 들려보았다. 당연한 결과지만, 쓸만한 핸드폰은 생각보다 가격대가 높았고, 저렴한 것은 성능이 너무 떨어졌다. 여행 중에 쓸 핸드폰이라 비싼 핸드폰은 부담이 됐고, 그렇다고 성능이 좋지 않으면 불편하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백번 천번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어제 저녁 길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샤오미 매장이 불현듯 머릿 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왠지 잘 해결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머릿 속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니, 토니와 민석이형에게 너무나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밀려들었다..ㅠ 이날 비가 제법 많이 내렸었는데, 불평 한마디 안하고 끝까지 함께 동행해준 고마운 사람들.. ㅠㅠ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완전히 꼬여버린 하루였지만, 마음 만큼은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처럼 든든했다.





오후 5시 40분.

'입양'


머릿 속의 정리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샤오미 매장으로 향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매장이었는데, 다행히도 3종류 남짓한 핸드폰 기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가격대비 성능이 괜찮았던 홍미 5 플러스(红米5Plus)를 구입했다.



오후 6시 정각.

'우리 애가 한쿡말을 못해요...'


호스텔에 도착, 로비에 앉아서 언어 변경을 하려고 하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국어가 보이질 않는다. 보이는 것 이라고는 영어, 중국어, 인도어 뿐... 그렇게 나는 매일 매일 핸드폰을 켤 때마다 반강제적인 영어학습을 했다는 알흠답고 잔혹한 결말... 또르륵... ㅠㅠ 





같은 시간.


내가 핸드폰을 사고 있던 사이에도 점점 어둠에 잠식당하고 있던 내 핸드폰... 그렇게 점점 어둠에 잠식 당하더니 ...





액정의 절반이 암흑으로 뒤 덮혀 버렸다... 그리고.. 또 한 시간 이 지난 뒤.. 더 이상 핸드폰의 액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ㅠㅠ


Goodbye to Romance...


Goodbye to Cellphone...

잘가요 내 핸드폰...... ㅠㅠ




마지막으로, 오늘 또 다시 헤어지는 토니.. ㅠㅠ


비가 그렇게 쏟아지는 날씨임에도 불구, 4시간 가량을 함께 돌아다니며 수고해준 토니. 마지막에 찾아간 샤오미 매장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용카드로 결제가 되질 않아, 토니가 대신 결제까지 해주었다. (나중에 잘 갚았음. 그래서 아직도 연락함. ㅋㅋ) 


만난지도 얼마 안된 친구에게 20만원 정도 되는 돈을 빌려주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나를 믿고 선뜻 돈을 빌려준 토니 덕분에 모든 일이 잘 마무리 되었다. 




감사의 의미로 토니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곧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되어 조촐한 저녁식사 밖에 사주지 못했지만, '광저우에서 만나게 되면 더 맛있는거 사줄게!!' 라고 약속했다.





goodbye my cellphone..

and Goodbye to My friend.


I guess that we'll meet

We must meet in the end.


잘가 내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맞아. 우린 분명 다시 만날거야.



다음 이야기에 계속.


중국과 세계 각국에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