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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64일 중국 구이양] 구이양 최대 판자촌이 친환경 주상복합 단지로. 화과원 습지공원(花果园湿地公园).

'우물 안 개구리.' 


흔히, 경험이 적거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듯이 행동하거나 말하는 사람을 우물 속 개구리에 비유한다. 


 "세여행을 하면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이 풍부해질까?!" 


내 생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왜냐하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고 하지 않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그냥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곳을 가본 여행으로 끝나버릴 수 밖에 없다. '세계여행'은 나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내 스스로가 변화할 수 있는 자극을 주는 기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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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일 중국 구이양] 세계여행 최대의 적은!? 자만과 방심.






대부분의 유명한 관광지가 구이양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구이저우성(贵州省 귀주성) 에서는 별다른 계획과 일정을 세우지 않았다. '선 이동, 후 계획' 의 느낌이랄까.


그저, 내 친구 콜린의 고향이라는 이유. 그리고 충칭에서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도시이기에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어제의 여파도 있고해서 느긋하게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볶음밥 전문점 이하오 챠오왕(1号炒王)


어느정도 여유롭게 보냈냐면, 오후 4시 쯤 되어서 아점도 아닌 점저를 먹었다. 나 이렇게 게을러도 되는걸까..?! ㅋㅋ





향긋한 기름 냄새에 이끌려 들어온 이 식당은 볶음밥 전문점이었다. 10개 남짓한 볶음밥 메뉴가 있고, 원한다면 토핑을 추가할 수 있어, 내 입맛에 맞는 볶음밥을 주문할 수 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볶음밥을 주문하면 반찬과 국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 반찬으로 제공되는 콩나물 무침이 한국의 콩나물 무침과 거의 100퍼센트 맛이 같았다. 오랫만에 느껴보는 깊은 한국의 맛.. ㅠㅠ


볶음밥의 간이 조금 강하긴 했지만, 화쟈오, 고수 같은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서 한국사람의 입맛에도 딱!





한국의 맛이 느껴지는 콩나물 무침의 어시스트에 힘입어 2인분에 가까운 볶음밥을 밥 한톨 남기지 않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식당을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공원으로 향했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 둘러쌓여 있는 이 공원의 이름은 화과원 습지공원(花果园湿地公园).


한때 구이양시 최대 규모의 판자촌이었던 이 곳은 가난하고 무질서하며 지저분하기로 대표되었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0년 중국 공산당 정부의 주도하에 재개발이 시작되었고, 현재는 친환경 주상 복합 단지인 '화과원(花果园)' 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친환경 주상복합 단지 내 '화과원 습지공원' 의 파라노마 컷.


화과원 습지공원 역시 판자촌 재개발 사업에 포함되어 있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습지공원의 호수에는 재건설 당시 도입된 대규모 빗물 수집처리 시설에서 정화시킨 물이 채워지는데, 호수뿐만 아니라, 화장실, 소방차, 세차장 등에도 빗물 수집처리 시설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때문에 수질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수질 오염을 방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내용 상으로 보자면, 여기까지는 착한 재개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어디로 옮겨갔을까? 어느 곳에서 그렇듯이 가난한자들은 그저 터전을 빼앗기고 밀려날 뿐이겠지만 말이다. 판자촌에 살던 주민들이 어느 곳으로 이전했는지는 바이두 백과에도 나와있지 않다.


당시에는 그저 도심 속 호수공원 정도라고만 생각했던 나. 역시 무엇이든 알고 봐야 조금이라도 더 보이고, 느껴지고, 배워진다.





볶음밥으로 가득찬 배를 소화시킬 겸 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 보던 중 호수 위에 떠있는 연꽃들을 발견했다.  





이름도, 그 모양도 너무나 익숙한 연꽃.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 태어나서 연꽃을 실물로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연꽃 잎은 여러번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인 연근은 그렇게 먹어댔는데, 정작 연꽃은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내 나이, 제법 적지 않은 나이인데 말이지.'


생전 처음보는 연꽃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예뻤다. 생각치도 못한 만남이란게 꼭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어릴적부터 사진으로만, 영상으로만 보아오던 연꽃은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갑고 설레였다.  







색이 탁한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그 모습이 청결하고 고귀한 연꽃.



연꽃의 꽃말은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연꽃,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밤이 되고 보니 고이 접히셔서 주무시고 있네요. 


'연꽃'이 아니라 '수련(睡莲)'이셨군요... ㅋㅋ 털썩..




그렇다. 나중에 검색해 본 결과, 내 인생 첫 연꽃은 '연꽃'이 아니라 '수련' 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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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꽃에는 슬픈 전설이 있어... ㅠㅠ





실제 '연꽃'은 수련에 비해 잎사귀가 크고 둥그스름하다는 사실. 


안녕.. 내 인생의 첫 연꽃.. 어디선가 다시 마주치겠지..?!



요행악어의 TMI 코너. 연꽃과 수련의 차이!


연꽃과 수련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실 '목'과 '과'가 다른 생물학적으로는 별로 관계가 없는 식물이다. 수련(睡莲)은 ‘잠자는 연꽃’ 이라는 의미로 꽃과 잎사귀가 수면 위에 둥둥 떠있고 밤이 되면 꽃이 오므라들지만, 연꽃의 경우에는 꽃과 잎사귀가 수면보다 높이 솟아올라있고 밤에도 오므라드는 정도가 덜하다.




그렇다 이때는 전~ 혀 몰랐다. 그저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꽃을 보았다는 사실에 감격해 마음이 뭉클해져 있었다. ㅋㅋ 지금은 조금 오그라들긴 하지만, 어쨌든 수련도 인생에서 처음 본 수련이니까 당당해지는 걸로!  





연꽃은 아니지만 수련이 이쁘게 핀 화과원에는 습지공원 이외에도 굉장히 눈에 띄는 건물이 한 채있다.





바로, 백색 궁전(白宫 바이꽁), 영어로는 'white castle' 이라고 불리우는 커다란 건물이다.


바이두 맵에도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지 않은 이 커다란 하얀색 건물. 처음에는 공산당 고위 간부의 건물이거나 정부의 청사로 쓰이는 건물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바이두에 검색해보니 어느 부동산 회사 사장의 사유 재산이었다.




화과원 습지공원의 호수에 비친 백색 궁전.


보통 이렇게 큰 건물의 소유주라면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 마련인데, 아직도 이 건물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소유주인 부동산 회사의 사장의 성격이 남에게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겸손한 까닭이라고 하는데, 이런 점은 남녀노소 불문, 배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밤이 되면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구이양 화과원의 백색궁전. 


화과원 습지공원도, 백색궁전도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풍경이지만 커다란 규모에서 오는 감동이 있었고, 어색함 없이 조화롭고 자연스러웠다. 






낮에는 도심 속에서 푸른 자연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밤에는 자연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를 보는 즐거움이 있는 구이양의 화과원. 






비록 도착한 첫날에 어긋남이 있었고, 습지공원의 연꽃은 연꽃이 아닌 수련이었지만, 이러면 어떠하고 저러면 어떠하리! 


뭐든 생각하기 나름!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