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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063일 중국 구이양] 세계여행 최대의 적은!? 자만과 방심.

충칭을 떠나 구이양(贵阳)으로 이동한 첫 번째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런줄만 알았다. 


고속열차는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고, 충칭에 처음 도착했던 날 처럼 밤늦게 도착한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미로같이 복잡한 충칭을 떠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길을 헤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저, 모든 것이 탄탄대로! 순탄할 줄만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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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3일 중국 충칭] 충칭의 별미 완잡면! 빌딩숲 충칭을 떠나 귀양(贵阳)으로 귀양을..?!






열차가 귀양 북역에 도착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엄청난 인파가 승강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잠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구석에 피해있다가 블로그에 써야할 사진을 몇 장 찍고 승강장을 벗어났다. 




1. 이 날의 슬픈 이야기의 시작은 바이두맵으로 부터...


승강장을 빠져나와 먼저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했다. 구글맵의 정확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중국의 특성상 반 강제적으로 바이두맵을 신뢰할 수 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잘 사용해왔고, 오늘도 그러리라 굳게 아주 굳게 믿고 있었다.





바이두맵이 안내하는대로 B236 버스가 서는 1번 승강장으로 올라갔다. 




2. 바이두맵을 맹신한 나머지 노선도를 안 보고 지나친 것이 두번째 요인.


앞서 방문했던 청두, 충칭은 다수의 지하철 노선과 시내버스 노선이 잘 짜여져 있었기 때문에 바이두 맵이 정해준 루트대로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하지만 귀양은 아직 지하철이 1호선 밖에 개통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BRT 라고 하는 색다른 버스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었다. 


BRT를 그저 한국의 버스전용차선 정도로만 알고 있던 나는 어리석게도 버스 노선도를 사진만 찍고 그냥 지나쳐 버렸더랬다.



 BRT (Bus Rapid Transit) 란 무엇일까?!


 '간선 급행 버스 체계' 라고도 불리우는 BRT 시스템은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버스의 장점과 전용 레일로 달리기 때문에 교통체증이 없는 전철의 장점을 융합한 교통시스템이다. 지하철역과 같이 전용승강장, 정확한 출도착 정보, 환승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버스 전용 차선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현재 한국의 몇몇 지역에서도 시범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어로는 ‘快速公交(콰이쑤 꽁찌아오)’ 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 버스 승강장에 도착했는데, 지하철 역과 똑같이 생긴 풍경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잠시 상황파악을 위해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을 서서 티켓을 사고 있었다.




중국 귀양의 BRT 티켓은 코인형태.


중국사람이라면 교통카드나 핸드폰으로 결제가 가능했지만, 관광객인 나는 코인형태의 1회용 티켓을 구입해야 했다. 중국 귀양의 BRT 1회 탑승요금은 2위안(한화로 약 330원) 으로 굉장히 저렴했다. BRT 전용 차선 구간 내에서는 몇 번이든 환승이 가능하지만, 버스가 전용 차선 구간을 나오는 순간부터는 환승을 할 수 없게된다.




3. 버스도 아니고 지하철도 아닌 풍경에 감탄하느라 잠시 넋을 놓았음.


개찰구에 코인을 넣고 정류장 안으로 들어오면 지하철역처럼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어 있고, 출도착 정보를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지하철 대신 버스가 정차한다는 점. 


버스는 내가 서있는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비어있는 승강장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승객들이 버스를 쫓아 달려갈 필요없이 순서대로 탑승할 수 있다. 새치기가 난무했던 중국의 기차역과는 달리, 질서있게 탑승하는 귀양 시민들의 모습에 나까지 괜히 흐믓해졌다.






4.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버스를 타고 약 5정거장 정도를 지나 내가 묵게 될 호스텔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 내렸다. 무거운 배낭을 들쳐메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이두 맵에 호스텔 주소를 입력했더니...




도보 30분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아니.. 저기요.. ㅠㅠ 버스를 15분 타고 왔는데 30분 걸으라고..? 앞 뒤로 맨 배낭 두 개의 무게는 25키로 일 뿐이고.. 다시 버스를 타자니 당장 가지고 있는 현금이 없고.. ㅠㅠ




5. BRT는 길막의 주범.


위치 확인을 제대로 안한 내 탓도 있고, 오늘 따라 길을 제대로 안 알려준 바이두맵의 탓도 있지만, 한시라도 빨리 호스텔에 도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아래에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최단 거리... 최단 거리... 그래!! 최대한 BRT 노선을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낸 나는 자신있게 행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왼쪽으로 둘러보고.




오른쪽을 둘러봐도... 사람이 다닐만한 길이 없다... ㅠㅠ



그래서 내 선택은?!




보행로가 나올 때 까지 도로를 따라 걸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웃픈 순간이었다. 배낭 두 개를 메고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 끝을 걷고 있자니 오늘 아침 떠나온 충칭이 그리워졌다. 충칭은 길이 복잡해도 보행로는 있었는데 말이지.. ㅠㅠ




5-1. 훗 날 블로그를 쓰며 알게 된 사실..!! 


사실, 내가 내린 '화과원(花果园)' 은 커다란 주상 복합 아파트 단지의 이름으로 내가 버스에서 내린 곳도 화과원이었고, 호스텔이 위치한 곳도 '화과원'이었다는 것. 그냥 땅덩어리가 넓은게 나빴던 것일지도.. ㅠㅠ




6. 여행할 때에는 대충 넘겨짚지 말고 두 번, 세 번 확실하게 체크를 잘하자.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확한 호스텔의 주소를 입력하지 않고, 바이두 맵에 '花果园 (화과원)' 이라고 입력한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을지도.. 여행을 하면서 경험치가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곳에 적용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된 순간이었달까요.. ㅠ




Q. 그래서, 머리가 나쁘면 ?! 뭐다?




A. 네, 몸과 다리가 고생하면 됩니다. ㅋㅋㅋ (눙물.......... ㅠㅠ)




7.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운 것이 있다. 


지도 상에 표시되는 예상 시간 30분은 내가 아무런 짐을 지지 않고 빠른 걸음을 걸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 고마워 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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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많이 배웠데이~ ㅋㅋ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배낭을 앞뒤로 들쳐메고 40분 정도를 열심히 걸은 결과, 눈 앞에 번화가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고 그리던 호스텔 건물 앞에 도착!! 





캉치아오 호스텔 (康桥小舍 kangqiao house)


내가 앞으로 3일 간 지내게 될 캉치아오 호스텔은 일반인이 거주하는 주거용 아파트단지 내에 위치해 있었다. 관광객이 적은 도시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형태의 호스텔인데, 란저우, 충칭에서 머문 호스텔도 일반 아파트를 호스텔 처럼 개조해 운영을 하고 있었다. 


2020년 1월 기준으로 캉치아오 호스텔은 부킹닷컴 예약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나, 호스텔이 없어졌거나, 중국인만 상대한 호스텔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간 저녁 7시 40분.


여유있게 호스텔에 도착해서 맛있는 저녁을 먹는게 오늘의 소박한 목표였는데.. ㅠ 이래서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 하나보다.




저녁은 호스텔 근처에 있는 촨촨샹 식당에서.


체크인을 하자마자 짐을 대충 풀어놓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오늘 같은 일은 여행을 하다보면 흔히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일어나면 참 어이없기도 하고, 정신적인 데미지도 크고...


이럴 땐 매콤한 음식을 먹고 정신차리는게 쵝오!! 




이 곳은 일반적인 촨촨샹 식당과 다르게, 오뎅바처럼 이미 담겨져 있는 재료를 바로 꺼내먹는 시스템이었다. 가격도 저렴했고, 무엇보다 재료가 익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가장 중요한 맛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한국의 일산 신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귀양 화과원의 야경.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돌아온 호스텔. 창 밖에는 화려한 조명 옷을 입은 건물들이 어두워진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화과원의 풍경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원래 2달만 계획하고 온 중국인데, 3달을 꽉 채우고 나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행을 하면 할 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나라 중국. 그런데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