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60일] 전자레인지가 필요없는 중국의 셀프 히팅 도시락. (블로그 작업한 날)

평온하게 지나갈 줄 알았던 어젯밤... 같은 호스텔에 묵고있던 친구들 덕분에 충칭의 밤 거리도 활보해 보고, 덤으로 클럽까지 구경해 본 화려한(?!) 밤..?! 새벽이었다. 택시를 타고 새벽 4시 쯤 호스텔에 도착해서 씻고, 침대에 누우니 어느덧 새벽 5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당연한 결과일지 모르겠지만,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다음 날 눈을 뜨니 오후 2시가 넘어간 시간. 오늘은 밀려버린 블로그도 쓸 겸 호스텔에서 느긋하게 보내기로 결정!



이전 글


 [세계여행 +059일] 낭만과 광란의 밤. 중국 충칭의 야경과 클럽.





충칭은 바로 옆 대도시인 청두에 비해서는 볼 거리도, 할 거리도 비교적 적은 도시였다. 그런데, 분명 뭔가 부족하긴 한데.. 끌려 들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치명적인 매력은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내는 충칭만의 분위기인 것 같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풍경. 덕분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과 마음이 즐겁다. 





론리 빌리지 유스호스텔의 휴식공간.


숙소를 잘 선택한 덕이 있기도 하다. 호스텔이 50층에 위치한 덕분에 전망이 좋고, 호스텔 내부도 분위기 있게 잘 꾸며져 있어, 충칭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블로그를 쓰기에도 좋았다. (내 돈 내고 내가 묵은 호스텔임. 개인적인 추천!)  




일단 블로그 작업을 하기 전에 늦은 점심부터 해결하러 밖으로 나왔다. 숙소가 위치해 있는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는 각종 식재료를 파는 상인들이 매일같이 노점을 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볼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중국의 식재료들은 참 실하고 맛있어 보인다. 


왜 한국에서는 중국산 식재료의 이미지가 안 좋을까? 


그 이유는 중국산 식재료가 한국산 보다 비싸면 안 팔리기 때문에 헐값에 매입할 수 있는 싸구려 식재료만 수입하기 때문이라고. 좋은 식재료들이 가득한 중국 시장에 장을 보러가면 매번 요리 본능이 마구 마구 솟구친다.




점심을 먹기 전에 어제 마신 술을 해장하려고 산 딸기우유. 


사람마다 해장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술 마신 다음날 초코우유나 딸기우유가 그렇게 땡긴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부글부글 끓던 속이 가라앉는 느낌.




점심은 호스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먹었다. 전망도 좋고, 분위기도 좋은 론리 빌리지 호스텔의 단점이라면 근처에 큰 마트가 없고 먹을만한 식당이 적다는 것.


 식당의 선택지가 많지 않기에 무작정 들어와 본 이 곳. 주방과 홀이 적당히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하길래 자리에 앉아서 주문을 했다.




회과육 (回锅肉) 16위안. 한화로 약 2700원.


삼겹살과 건 두부가 함께 볶아져 나온 이 식당의 회과육은 한국돈으로 약 2700원. 다른 식당의 회과육 처럼 고추와 마늘이 통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가격대비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메인 요리보다 큰 그릇에 나오는 밥 한 그릇. 아니 한 대접. ㅋㅋㅋ 밥은 저만큼 나오고 2위안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2위안은 한국돈으로 약 330원.)


배가 터지게 먹고 20위안(한화 3300원)도 채 나오지 않는 대륙의 한끼 식사.




충칭에서 탄생한 천부콜라(天府可乐 티엔푸커러)


식사를 마치고 시원한 탄산음료가 생각나서 편의점에 갔다. 냉장고 앞에서서 뭘 마실까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코카콜라 옆에 세워져 있는 처음보는 음료에 시선이 꽂혔다. 


'천부 콜라...?'


'땅이 비옥하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 이라는 의미의 천부(天府). 그만큼 맛이 풍부하단 이야기인가?! 나중에 알아본 결과, 천부 콜라는 한국의 815콜라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던 중국의 토종 콜라 브랜드라고. 하지만 칠전팔기로 부활한 천부 콜라! 맛도 나쁘지 않았다. 천부콜라 화이팅!!! (갑분 응원)




조금 늦은 점심식사 후에는 다시 호스텔로 돌아와서 블로그 작업을 시작했다. 선선한 날씨 덕분에 발코니의 테이블에 앉아, 충칭의 양쯔강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작업을 했다. 어찌나 글이 술술 잘 써지던지.. ㅋ




블로그 작업을 하는 날은 하루 일과가 참 단순하다. 밥 먹고, 글 쓰고, 또 다시 밥 먹고, 앉아서 글 쓰고. ㅋㅋ 앉아서 글을 쓰는데도 손가락을 움직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저녁은 든든하게 먹어줘야 한다. 뭐든 밥심이지.   


요약하자면, 슈퍼마켓에 가서 저녁에 먹을 도시락 사왔다는 말이다. ㅋㅋㅋ




오늘의 저녁은 무려 셀프 히팅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인싸 도시락.


슈퍼에 들어가서 '저녁에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라는 아재스런 고민을 하다가 최첨단 문명을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自加热型(자가열형)‘  이름하야 셀프 히팅 시스템 (Self heating system). 개인적으로 중국에서 QR 코드 결제 시스템 다음으로 핫하고 신선한 아이템이었다고 생각한다. 




셀프 히팅 도시락의 구성물


셀프 히팅 도시락의 구성물은 생각보다 심플했다.


핫팩 X 1

미스터리의 액체 X 1

인스턴트 밥 X 1

소스 X 1 

설명서 X 1






1. 도시락의 바닥에 핫 팩을 깔고.




2. 마시면 죽을지도 모르는 액체를 핫팩 위에 부어준다. 핫팩을 붓는 순간부터 40~50 초 후에 발열이 시작되므로 서둘러 작업을 마쳐야 한다.




3. 인스턴트 밥을 올려주고 블로그용 사진을 한 장. 그 위에 소스 봉투를 얹고 또 블로그용 사진 한장. 그리고 뚜껑을 닫으려고 하는데.




4. 발열이 이미 시작 됐다. 사진 찍는다고 어물쩡 거리다가 뚜껑을 다 닫기도 전에 연기가 미친듯이 올라오는데, 미처 다 닫지 못한 뚜껑 사이로도 연기가 새어나온다.. 망했............ ㅠㅠ 


발열팩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정말 미친듯이 뜨겁다. (그러니 밥이 익겠지..) 나처럼 뚜껑 닫는다고 도시락에 손댔다가는 100% 화상각이니, 사진 같은거 멍멍이나 주고 무조건 뚜껑 봉쇄를 최우선으로 움직여야 한다.





조촐한 저녁상.


비록 뚜껑 닫기에 실패해 '셀프 히팅 시스템' 이란 최첨단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전자레인지라는 또 다른 문명의 혜택 덕분에 따끈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었다는 알흠다운 결말. 


포스팅의 제목과는 다른 결말을 얻어 버렸... 지만 나처럼 느긋하게 사진만 안 찍으면 정말 전자레인지 없이 따끈한 밥을 먹을 수 있다.




↑↑↑↑↑ 내가 먹었던 도시락과 가장 비슷한 종류의 도시락의 유튜브 영상 ↑↑↑↑↑





낮에도 저녁에도 황홀한 뷰를 선사하는 낮이 밤이 충칭의 풍경. 





충칭에 오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과 충칭은 오래 전 부터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것도 매우 깊고 심오한 연결고리가. 내일은 그 장소에 가보려 한다. 한국과 충칭의 깊은 인연이 남아있는 곳으로.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