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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59일] 낭만과 광란의 밤. 중국 충칭의 야경과 클럽.

거대한 미로의 도시 충칭과 1라운드에서 이미 멘탈이 두 번이나 가출했던 나. 바삭바삭 맛있는 튀김과 달달한 망고스무디로 멘탈을 재정비 한 후 다시 홍애동 구경에 나섰다. 


좁은 통로를 따라 다양한 음식들과 기념품을 팔고 있는 홍애동의 내부는 쇼핑 이외에 딱히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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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59일] 거대한 미로도시 중국의 충칭 (feat.론리 빌리지 호스텔)

    




양쯔강을 가로지르는 총 길이 1647m의 천시문대교(千厮门大桥)


충칭 시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홍애동(洪崖洞 홍야동)의 꼭대기 층에 오르면, 건물의 바로 옆 쪽, 눈 높이에 천시문대교가 길게 뻗어있다. 




생각보다 탈출(?)이 힘든 홍애동.


가파른 언덕을 따라 지어진 홍애동은 아래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이동할 때에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쉽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방법이다. 무슨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냐고 생각하겠지만, 가보면 안다. 홍애동.. 결코 만만한 건물이 아니다. (길치 인증)





홍애동을 아래서 위로 볼 때에는 몰랐지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수십 채의 건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만들어진 성채같은 건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중앙의 엘레베이터와 계단 한군데만이 언덕 위쪽의 유일한 출구였다는 것도 홍애동의 꼭대기에 올라와서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충칭은 정말 미로 투성이.. ㅠㅠ





이거슨 바로 홍애동의 '맵' 이라고 하는 것.


이거 보고 홍애동 내부에서 길 찾아갈 수 있는 분은 저의 평생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홍애동을 탈출(!?) 하고 처음으로 영접한 충칭 번화가의 모습.


미로를 벗어났더니 다시 미로에 갖혀버렸다는 슬픈 과거를 잊기 위해 홍애동을 벗어나 충칭의 번화가로 향했다. 번화가는 그래도 좀 낫겠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충칭 국태 예술센터(重庆国泰艺术中心).


그냥 스쳐봐도 '나 예술하는 건물이야' 라고 말하는 듯한 자태.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게 끔 만드는 포스였다.




정말 정말 알아도 쓸데 없는 정보지만, 검은색, 빨간색의 젓가락이 겹겹이 쌓여있는 듯한 필사 젠가같은 지붕들의 끝면에는 국(), 태()의 한자가 적혀있다. 참고로 '国泰' '나라가 태평 성대하다.' 라는 뜻이다.





충칭 국태 음악당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고층빌딩들이 늘어선 번화가가 시작된다. 좁은 거리를 사이에 두고 촘촘히 솟아있는 고층 빌딩들이 서로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번화가의 중앙 광장 모습.


고층빌딩 숲 사이의 좁은 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보이는 번화가의 중앙 광장에는 시계탑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인민해방기념비가 솟아있다.  




중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인민 해방 기념비'


1945년 8월, 미국의 원자탄 투하에 무릎을 꿇은 일본제국의 항복선언과 더불어 1937년 부터 8년 간 지속되었던 중국의 항일전쟁이 끝이났다. 


그 후 1948년, 일본이 패망하기 전까지 중화민국의 임시 수도였던 충칭에 '항전승리기공비(抗战胜利纪功碑)' 라는 이름의 기념비를 세웠는데, 이 것이 1950년 10월 1일 '중국인민공화국' 건국 1주년에 맞춰서 지금의 '인민 해방 기념비(人民解放纪念碑)' 이름이 변경되었다. 





인민 해방 기념비를 중심으로 사방에 길게 뻗어 있는 번화가의 상점가.


인민 해방 기념비 근처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현재 시간 저녁 6시. 중간중간 간식을 먹기는 했지만,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됐는지 배가 꼬르륵 고파온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바이두맵에 의지하지 않고 그냥 마음가는대로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골목 사이를 가르지르다 보니, 어디선가 자극적이지만 먹으면 행복할 것 같은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냥 걷다보니 우연히 얻어 걸린 먹자골목이랄까. 




그 냄새의 범인은 바로 너!! 그런데 왠지 익숙한 냄새가...




왠지 낯설지 않은 친숙한 냄새에 홀리듯 이끌려 간 그곳에는 그릴 위에 올려진 토실토실한 족발들이 격렬하게 연기를 뿜으며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하... 노점만 아니면 어떻게든 하나 뜯어 보는건데... ㅠㅠ'


족발은 손으로 잡고 뜯어야 맛인데.. 서서 족발을 뜯기에는 다리가 피곤하기도 하고, 제대로 먹기도 어렵고.. 아쉽지만 미련을 한가득 머금고 한발 후퇴.




거리를 따라 일렬로 길게 늘어서 있는 노점식당들 중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이 곳. 중국 어느 곳을 가나 찾아볼 수 있었던 ‘충칭쏸라펀 (重庆酸辣粉)’ 과 촨촨샹(串串香) 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꼬치에 꽂아 팔고 있었다.




마라 음식 전문점 大东匠人 (대동장인)


주문 방식은 간단하다. 가판대에 있는 음식을 선택하면 점원이 선택한 꼬치를 마라탕에 담궈서 조리해 주는 방식.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 마라탕에 푹 담근 꼬치를 컵에 담아서 가면 되고, 원한다면 내부에 있는 테이블에서 먹을 수도 있다.


꼬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꼬치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저렴했다.




마라탕에 푹 담궈져서 나온 꼬치들.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드디어 충칭에서 먹어보는 '충칭쏸라펀.'


그 소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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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고 셨다. ㅋㅋ 


충칭에 오기 전,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몇 번 먹어봤던 쏸라펀, 아쉽게도 충칭만의 특별한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요거트 스무디가 맛있었던 一只酸奶牛 (이즈쏸나이뇨)


맵고 신 음식을 먹고 나니 입안이 얼얼했다. 입가심을 할만한 것이 없을까 둘러보고 있는데, 유독 사람들이 몰려있는 가게가 하나 있었다. 가게 이름과 메뉴판을 보니 요거트 관련 디저트와 음료를 팔고 있는 곳이었다. 


패션후르츠 요거트 스무디를 주문했는데, 이것이 무슨 일.. 오늘 먹은 음식 중 제일 맛있었다. 이 후 중국 다른 지역에서도 ‘一只(한마리)‘ 라는 한자가 보일 때 마다 요거트 스무디를 시도해 보았는데, 여기만큼 맛있는 곳은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ㅠㅠ





해가 완전히 기울고 아직 잔잔한 낮의 기운이 깔려 있을때 즈음, 충칭의 길거리 위에는 스피커를 울려대며 분주하게 길거리 공연을 준비하는 뮤지션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변으로는 간식거리를 사들고 모여든 커플, 가족들이 동그랗게 원을 만들고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길거리 뮤지션.


이곳 저곳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들 중 사운드는 심플했지만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던 팀이 있어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뮤지션을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보컬리스트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더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청중들에게 돈을 받는 바구니 위에 지폐 몇 장과 익숙한 것이 두 장 올려져 있었다. 바로 QR 코드. ㅋㅋㅋㅋ QR코드의 대국답게 중국의 스트리트 뮤지션들 역시 QR 코드로 기부금을 받고 있었다.   





거리 위의 뮤지션들의 음악을 감상하다보니 어느덧 저녁 8시가 다 된 시간. 충칭의 하늘에도 어둠이 짙어지고 건물과 가로등에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원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는 '장강삭도(长江索道)' 케이블카를 타고 충칭의 야경을 보는 것이었는데, 입구까지 가서 생각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지금 묵고 있는 호스텔에서도 이정도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 ㅋㅋㅋㅋ 


바이두로 검색해본 결과 장강삭도를 타고 보는 야경과 호스텔의 야경이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호스텔에서는 맥주 한잔을 하면서 여유롭게 야경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에 미련없이 호스텔로 향했다.





고층 빌딩과 화려한 조명들이 만들어내는 충칭의 야경.





어둠을 통째로 삼켜버린 듯한 검은빛의 장강 위로는 장난감같이 작게 보이는 유람선들이 저마다 화려한 조명을 반짝이며 분주하게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멋진 야경을 보며 감상에 젖은 채 오늘 하루가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그런데..?!




그런데! 나와 같이 베란다에 있던 사람들이 대화를 건네왔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들 3명과, 중국 상하이에서 법대를 다닌다는 젊은 중국 친구 한명. 이 친구가 제법 영어를 잘했다.


네덜란드에서 왔다는 친구 중 한명은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는, 자신의 고향이 히딩크의 고향과 같다면서 '파세펠트' 의 환영표지판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나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다 스케이트를 잘 타냐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정말 암스테르담에서는 스케이트로 출퇴근을 해?!라며. ㅋ 대답은 'No' 였다. ㅋㅋㅋ


그렇게 한 두마디가 오가다가, 술잔이 오갔고, 한 두마디로 시작된 대화가 이야기의 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당연히 술판이 벌어졌다. 




세 시간 쯤 지났을 때, 내가 사놓은 맥주를 포함, 네덜란드 친구들이 가지고 있던 술도 끝, 중국 친구가 가지고 온 백주도 동이났다. 호스텔에서 판매하는 맥주도 이미 네덜란드 친구들이 전부 끝내버린 상태. 


저녁 12시가 넘은 시간. 우리는 아직 술을 팔고 있는 슈퍼를 찾기 위해 무작정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 아침 지나갔던 터널을 다시 지나고.. (꿈은 아니겠지..)




갑자기 튀어나온 두꺼비와 인사도 하고.




아침에 본 풍경들을 야경 모드로 다시 보기 하는 중. 




홍애동도 이미 문을 닫은 늦은 시간. (초점 무엇...)




이미 우리의 텐션은 저 세상 텐션. ㅋㅋㅋ 술이 참 무섭긴 무섭다.




호스텔 부터 30분 가까이를 걸은 끝에 찾아낸 맥주를 팔고 있는 한 상점. 다같이 시원하게 맥주 한 캔을 들이키고, 맥주를 사들고 호스텔로 돌아가는게 우리의 목적이었는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었다. 




흥이 오를대로 오른 네덜란드 친구들이 'Let's go to Club!!' 을 외치더니, 순식간에 택시 한 대를 세웠다. 건장한 남자 다섯명이 꾸깃꾸깃 택시 한 대에 올라타고 그대로 클럽으로 향했다. 


그런데.. 얘들아.. 나 슬리퍼에 반바지 입고 나왔는데...?! ㅠㅠ 




다행히도 복장때문에 쫓겨나지는 않았다. 얼떨결에 들어온 클럽에서 두 시간 가량 신나게 흔들며 놀다가,  




외쿡인이 신기한 중국친구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호스텔에 돌아갔다는, 맥락없고 두서없이 술사러 나갔다가 외국인 친구들과 클럽가서 놀다 온 이야기와 함께 오늘의 포스팅은 끝. ㅋㅋㅋ 


내일 죽었다... ㅠㅠ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