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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58일] 중국 고속열차의 종류와 칠흑같이 어둡던 충칭의 골목길.

청두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다음 목적지는 청두에서 직선 거리로 약 260Km 떨어져 있는 충칭(重庆 중경) 으로, 청두에서는 옆 동네 수준으로 가까운 대도시. 


몇일 전 청두에서 충칭으로 가는 기차를 알아보던 중 일반열차와 고속열차의 시간 차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고, 가격 차이도 얼마 나지 않길래 고속열차 티켓을 질러버렸다. 도강언으로 갈때 탄 단거리 고속열차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타보는 장거리 고속열차이기에 괜히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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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7일] 상상초월! 중국 훠궈에 들어가는 고추와 후추의 양!?





일주일 동안 지냈던 청두 교통호텔의 4인 도미토리.


청두 미세스 판다 호스텔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교통호텔의 4인 도미토리는 2층 침대가 아닌 싱글침대가 4개 놓여져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일주일 동안 지내면서 다른 사람이 뒤척이는 소리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됨. ㅋ




청두 교통호텔의 로비.


교통호텔의 휴식공간은 호스텔에 비해 분위기도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틈틈이 블로그 작업을 하기에 괜찮았고, 호스텔 쪽 휴식공간은 호스텔 나름대로의 활기찬 분위기가 있어서 그때그때 맘에 드는 곳을 골라서 시간을 보냈다. 




청두 미세스 판다 호스텔의 휴식공간.


호텔과 호스텔을 한 공간에서 같이 운영하는 곳은 이 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호스텔 쪽 공간은 아무래도 젊은 여행자들이 많다보니 언제나 활기차고 북적북적한 분위기 였다. 휴식공간에 앉아 간단히 맥주 한잔을 하기에도 괜찮았고,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청두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인민식당. 


청두 교통호텔 근처에 있는 인민식당은 음식도 무난하게 잘 나오는데다가, 가격도 저렴한 가성비 좋은 식당 중 하나이다. 주머니가 가볍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여행자에게는 안성맞춤. 




이제는 안주면 매우 매우 섭섭하고 서운한 차.


자리에 앉으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뜨거운 차가 가득 들어있는 주전자와 찻잔. 평소에는 차를 잘 안마시는 편인데, 중국을 여행하면서 취향이 점점 바뀌어간다. 식당에 갔는데 차를 안 내오면 마구마구 서운해진다. 




새콤 달콤한 소스가 매력적인 중국의 탕수육은 33위안. (한화로 약 5500원)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 번 언급한적이 있지만, 중국에서 탕수육은 '糖醋里脊' 탕츄리찌 라고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탕수육과는 달리 부먹과 찍먹의 자유가 없고 위의 사진처럼 소스에 볶아져서 나오는데, 식을 때 까지 바삭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최애 음식..





메뉴판에 계란찜이랑 비슷하게 생긴 음식사진이 있길래 주문해 보았는데, 피자 한판 사이즈에 버금가는 그릇 가득 계란찜이 담겨 나왔다.. 이래서 중국은 혼자 여행하면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듯.




중국에서는 음식을 두 개만 시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참고로 밥그릇 옆에 있는 밥통은 밥 1인 분의 양이다. "먹을테면 먹어봐라" 이런 느낌..?





















나도 잘 먹는다면 꽤나 잘 먹는 편인데, 중국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의 양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 같다. 결국 먹다 먹다 지쳐서 남은 음식은 기차에서 먹으려고 테이크 아웃을 했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는 호스텔 휴식공간에 앉아 열심히 블로그 작업! 




다섯시 쯤 호스텔을 나와 청두 동역(成都东站)으로 향했다. 


청두, 시안, 베이징 같은 중국의 대도시들은 보통 오래된 역을 일반열차 전용으로, 새로 지은 기차역을 고속열차 전용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청두 역시 오래된 중앙역은 일반열차 위주로, 청두 동역(成都东站)에서는 고속열차 위주로 운행되고 있었다.




청두 교통호텔이 있는 신남문 지하철역에서 청두동역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청두 동역 지하철 역에 내리면 기차역까지 다시 도보로 10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열차 출발시간보다 여유있게 나오는 것이 좋다. 지하통로가 어마무시하게 길다..





청두 동역 동쪽 광장 출입구.






중국은 기차역에 진입하기 전에 신분증 검사와 짐검사를 모두 받아야 한다. 


여권은 당연히 필수! 라이터, 맥가이버 칼 같은 물건은 압수당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정말 비행기만큼 까다롭게 한다.


(내 블로그를 정주행한 고마우신 분들이라면 수차례나 봐왔을테지만, 나는 모든이에게 친절한 사람이기 때문에 재차 타야 할 기차가 서는 플랫폼으로 바로 내려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역사 내부 편의시설도 굿 굿 붸리 굿!


청두 동역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당과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이 들어와 있어서, 기차를 탑승하기 전에 식사를 하거나, 기차 안에서 먹을 음식을 미리 테이크 아웃 할 수 있다.





역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전광판에서 시간표 확인하기.


중국의 고속열차는 기차의 번호가 G로 시작하는 까오티에(高铁), D로 시작하는 똥쳐(动车)C로 시작하는 청찌(城际), 이렇게 3가지로 분류된다. 



 

거리 

 속도

 사용 가능한 레일

 G (高铁 까오티에)

 장거리

최대 시속 350Km

전용 고속 레일

 D (动车 똥처)

 장거리

최대 시속 250Km

 고속 레일, 기존 레일 

 C (城际 청찌)

 단거리(도시 간 이동)

  최대 시속 250Km  

 고속 레일, 기존 레일





오늘 내가 탈 고속열차는 D5104. 

(기차표 오른쪽 상단에 승강장 번호가 적혀있다.)


앞선 포스팅에서 등장했던 청두와 도강언을 오가는 고속열차는 기차의 고유번호가 C 로 시작하는 '청찌' 였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를 이어주는 단거리 고속열차였던 것이다.


내가 이번에 탈 고속열차는 D로 시작하는 똥처. 최대 속도가 시속 250Km 이고, 고속철도 전용 레일과, 일반 레일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G로 시작되는 '까오티에' 에 비해서 속도면에서도 조금 느리고, 정차하는 역의 숫자도 조금 늘어난다. 장점이 있다면 가격이 조금 저렴해 진다는 것. 




열차 출발 15분 전 기차가 승강장에 도착했다. 




3개월 간 중국 여행을 하면서 수차례 기차를 이용했지만, 기차가 연착되는 경우는 단 한 번 있었다. 하루에 이동하는 인구의 수가 어마어마한 만큼 기차의 편성 수도 많았고 시스템도 그만큼 잘 발달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개선되어야 할 점은 '새치기' 정도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3-2 열로 되어 있는 고속열차 2등석의 좌석.




고이 걸려있는 내 저녁 (인민식당 테이크 아웃) 


고속열차 2등석의 좌석의 앞자리에는 비행기 좌석처럼 펴고 접을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있어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에도 괜찮았다. 




비주얼은 조금 처참하지만, 저녁식사로는 훌륭했던 저녁식사.


청두에서 총칭은 일반 열차로 약 4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데, 고속 열차를 타면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사이에 충칭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내가 탄 시간대의 고속열차는 가격이 일반 시간대의 똥처 (발음주의) 에 비해 30위안 정도 더 저렴했다. 




평균 시속 192Km 


최대 속도가 250Km라는 똥처(똥차 아님 주의) 는 안전상의 이유일까, 평균적으로 시속 192Km 를 유지하며 달렸다. 그래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지.


 



생각보다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던 화장실.


일반 열차는 대부분 쪼그려 앉아야 하는 좌식 변기였던 반면에, 고속 열차에는 좌변기와 함께 양변기 찾아볼 수 있었다. 이게 얼마만이니... ㅠㅠ




고속열차를 타고 두 시간을 열심히 달려서 도착한 충칭 (重庆 중경) 서역. 


 무려 '고속열차' 를 타고 충칭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발걸음이 룰루랄라 가볍던 이 때! 하지만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몰랐었던 나였음을..




승강장 마다 주르르륵 쏟아지는 사람들을 따라서 뭅뭅!




기차역에서 바로 연결되어 있는 버스 환승역.

(지하철은 2020년에 개통 될 예정으로 공사 중.)


충칭 서역은 아직 지하철역이 개통되어 있지 않아 시내까지는 버스나 택시로 이동을 해야한다. 그래도 생각보다 버스 환승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탈 버스 번호를 보고 해당되는 버스 승강장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끝.




충칭에서 5박 6일 동안 머물게 될 '론리 빌리지 유스호스텔' (lonely village youth hostel) 은 지하철 1호선 샤오션즈(小什字)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473번 버스를 타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1호선 역인 까오먀오춘(高庙村 고묘촌) 역에 내렸다.




까오먀오춘(高庙村 고묘촌) 역 부터 샤오션즈(小什字 소십자) 역 까지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이동했다. 매표 기계는 영어가 지원됐고, 지하철 역사나 열차의 상태는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지하철 역을 나와 처음 마주한 풍경.


지하철역에서 올라왔을 때의 시간이 대략 10시 20분 정도. 가로등은 정말 드문드문 켜져 있고, 내가 가야할 길은 보이지 않고... 




이 사진은 무엇인가? 바로 내 미래.... ㅠㅠ (실제로 보이던 풍경)


여차저차 바이두 맵으로 검색해서 호스텔 까지의 경로를 찾아냈는데, 내가 가야할 길은 정말 칠흑과 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여길 어떻게 가라고... ㅠㅠ




ISO를 최대치로 하고, 조리개 풀 개방으로 얻은 사진. (카메라로 본 내 앞길..)


이 곳이 내가 걸어가야 할 길.. 개미 한마리 안 지나 다닐 것 같던 내 앞길.. 내가 보지 못하는 앞길을 카메라는 보더라.. ㅠㅠ




미로보다도 더 복잡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골목길.


아무리 다 큰 어른이라도 어둡고, 좁고, 조용한 골목길은 무섭다. 핸드폰 플래쉬 라이트에 의지한 채 정말 내가 걸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걸음으로 어두운 골목길을 헤쳐나갔다. 


하.. 심장에 너무 해로워... ㅠㅠ 




 합쳐서 25kg의 무거운 배낭의 무게 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던 한 시간 같았던 10분.. 겨우겨우 호스텔이 위치하고 있는 빌딩의 입구에 도착했다. 하느님 부처님 아버지 관세음보살... 아멘... ㅠㅠ




겨우겨우 도착한 호스텔.. 체크인 후 예약한 10인 도미토리로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씀. 개꿀~ ㅋㅋ




고속열차의 기쁨과 어두운 골목길의 공포를 모두 맛 본 달콤 살벌했던 오늘 하루.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 '충칭' 이 도시는 결코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었다. 오늘 맛 본 골목길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 했는데...



다음 이야기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