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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7일] 2300년 전에 완성된 대규모 수리시설 청두 '도강언'

약 900미터 길이의 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다보면 그 끝에는 시끌벅적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넓은 광장이 하나 보인다. 이 곳은 인공섬 금강제의 핵심인 어취(鱼嘴) 를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鱼嘴' 는 한자 음 그대로 읽으면 '어취'가 되는데,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어취에 대한 설명이 있는 비석에는 '어주' 라고 적혀있었다. 의미는 한자 그대로 물고기의 주둥이 라는 뜻. 민강을 두 갈래로 나누는 도강언의 핵심 시설로 물고기의 주둥이 부분을 닮았다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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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7일] 더 짠내투어에도 소개된 도강언 수리시설을 구석구석 돌아본 하루.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임에도 꽤 많은 수의 관광객들이 도강언을 방문해 있었다.  





어취를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놓여있는 비석.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는 마크와 함께 어취에 대한 설명이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 영어 그리고 독일어로 적혀있다. 한국어 안내문은 언제나 환영! ㅋ




민강을 두 갈래로 나누어 주는 어취(어주)의 모습




옥루산에서 내려다 본 어취(어주)의 모습.


현재의 어취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덮여 있지만, 예전에는 돌 무더기를 쌓아서 이 곳을 유지했었다고 한다. 2300년 전에 중장비 없이 이런 대규모 치수공사가 가능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2300년 전 물을 막는데 사용한 죽롱과 마차.


현대에는 댐을 닫거나 중장비를 이용해 수위를 낮추거나, 물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지만, 20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대나무와 돌을 이용해 물의 흐름을 차단했는데 바로 위의 사진에 나온 죽롱과 마차가 그 것이다.



  

2002년 부터 진행되었던 도강언 대규모 보수 공사의 모습.


2002년 부터 2013년 까지 약 11년에 걸쳐 진행된 도강언 보수공사에서도 죽롱과 마차를 이용해 물길을 차단한 모습을 볼 수 있다. 2300년 전 기술을 현재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굉장히 실용적인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어취가 보이는 광장에 서서 내강이 흐르는 오른쪽을 바라보면 옥루산 위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진언루가 보인다. 이곳 진언루(秦堰楼)에서는 도강언 수리시설과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로 뷰로 펼쳐져 있다.  






인공섬 금강제에서 옥루산 중턱에 있는 진언루로 가기 위해서는 '안란삭교' 라는 이름의 흔들다리를 건너가면 된다. 밧줄로 연결된 다리라서 제법 흔들거리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으며 가야한다. 일부러 흔드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ㅋㅋ (나 같은 사람.)




강 폭이 좁고 깊어 유속이 빠른 내강.


인공섬인 금강제를 기준으로 외강은 수심이 얕고 강폭이 넓어 유속이 느린 반면 내강은 강 폭이 좁고 깊어서 유속이 굉장히 빠르다. 이러한 설계 덕분에 우기에는 외강을 통해 물이 배출되어 홍수가 일어나지 않고, 건기에는 내강을 통해 일정하게 물이 공급되어 가뭄이 일지 않도록 되었다고. 




옥루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걸려있는 목패들.


옥루산의 중턱에 있는 진언루로 올라가는 초입에는 수 많은 소원들이 담겨있는 목패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사랑, 건강, 행복 모든 사람이 원하고 갈망하는 것들.




옥루산 입구의 한쪽에는 금강제에 전시되어 있었던 죽롱, 마차와 함께 설명문도 설치되어 있었다. 이해가 쏙쏙!




계단 계단 계단.


더 짠내투어에서는 진언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옥루각으로 갔기 때문에 시간도 길고 계단도 많게 묘사되었는데, 옥루산의 입구부터 진언루까지는 계단으로 약 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천천히 걸어올라 갈만한 거리였다.




진언루 내부에는 목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고, 뒷편으로는 출입구가 있다. 자동차가 통행할 수 있는 큰 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원한다면 진언루를 둘러 본 후, 뒷 편에 있는 출구로 나가서 버스를 타고 도강언 시내로 나갈 수 있다.


장기여행자인 나는 기념품 상점에 별로 볼일이 없기 때문에, 계단을 통해 바로 진언루의 꼭대기 까지 올라갔다. 




옥루산 중턱의 진언루에서 보이는 도강언의 풍경.


진언루의 꼭대기에 내려다 본 도강언의 풍경은 한 폭에는 담을 수 없는 웅장한 수채화 같았다. 날씨가 흐렸기에 더더욱 그런 분위기가 났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본다면 그저 흔한 강처럼 보일 뿐인 도강언. 자연과 어우러진 친환경적이면서도 인간의 지혜와 땀이 듬뿍 담겨있는 곳. 이상적인 건축물이 있다면 바로 '도강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치 (政治)


나라를 다스린다는 뜻의 정치는 정사 '정' 과, 다스릴 '치' 로 구성된 단어이다. 이 중 다스릴 '치'는 한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물 수(水) 변을 사용하는데, 농경사회에서는 '물을 얼마나 잘 다스릴 수 있는지'가 곧 권력과 연결이 되는 것이었음을 잘 나타내어준다.


이를 뒷받침하듯 진나라 촉군 태수였던 이빙은 생전에는 한 지역의 태수였지만, 후에 '왕' 으로 추존되어 옥루산의 이왕묘(二王庙)라는 사당에 모셔져 있다. 




물의 신 이빙과 그의 아들 이랑의 혼백이 모셔져 있는 이왕묘는 고맙게도 진언루에서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이왕묘 입구가 나온다. 





'대전' 이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을 따라가면 이내 커다란 기와지붕의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이왕묘 내부의 유물과 비석.




웅장한 건물들과는 달리 이왕묘의 내부는 크게 볼거리는 없었다. (반전 ㅋㅋ)


하지만, 이왕묘를 지나서 출구쪽으로 가는 길의 풍경은 가볼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왕묘는 한번 쯤 둘러본다는 기분으로 갈만하다고 생각한다.




조복만대 (造福萬代)


'10000 대에 이르는 복을 만들었다.'

등소평 (덩샤오핑)님이 이왕묘 게시판에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이왕묘의 정문.


이빙, 이랑 부자가 도강언을 완성한 뒤에도 계속해서 도강언의 보수공사와 개량이 이어졌다고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삼국지, 삼국시대에도 그 노력은 계속 되었는데, 그 이름도 유명한 제갈량이 도강언의 유지와 보수를 도맡아 관리했다고 한다.  




옥루산 중턱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도강언의 풍경.




옥루산 중턱을 따라서 길게 놓여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세월이 느껴지는 석각들과 돌에 새겨진 글씨들, 역사가 담겨있는 건축물들도 볼 수 있다. 산책로의 끝에는 '옥루관' 이라는 관문이 있는데, 이 곳을 지나면 도강언 견학은 어느덧 마무리에 접어든다.  




옥루관을 지나면 보이는 풍경.


옥루관을 통과하면 바로 앞에 도강언 하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진언루에서 보이는 풍경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보병구를 통해 흘러들어 온 물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기와집들. 이 곳은 북촌한옥마을인가 중국 도강언 인건가.




출구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옥루각.


더 짠내투어에서 올라갔던 옥루각도 가까운 거리에서 보였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듯 했다. 아쉽지만 패스!




약 3시간 반에 걸친 도강언 구경 끝!! 


아침부터 일찍부터 판다기지를 둘러보고, 도강언까지 총 8시간을 걸었더니 다리에 미칠듯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오늘 저녁은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근손실은 뭘로 보충?!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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