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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7일] 자이언트 판다, 랫서판다가 모두 한자리에! 도강언 판다번육기지.

어젯밤 친구들과 즐거웠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아침이 밝았다. 콜린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덕분에 늦은 시간 청두로 돌아갈 필요 없이 푹 쉴 수 있어서 컨디션이 좋았지만 4년 만에 다시 만난 콜린과 다시 헤어질 생각을 하니 마음 한구석이 무겁기만 했다.



"고마워 콜린. 세계여행이 끝나면 한국이 되던 중국이 되던 다시 만나자."


"먼 곳까지 만나러 와줘서 너무 기뻤어.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세계여행 무사히 잘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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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6일] 한 꼬치에 160원!! 청두에 온다면 반드시 먹어 봐야하는 음식 촨촨샹(串串香).

 





마지막으로 사진을 한 장 남기고 또다시 콜린과 헤어졌다. 4년 만에 다시 만났지만 어제 만난 것처럼 너무 편하고 다정했던 콜린. 지금도 종종 메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었는데, 세계여행을 하다 보니 중국만큼 가까운 나라도 없는 듯하다. 


그러니까, 금방 또 보자 그리운 내 친구야.




콜린과 헤어지고, 나는 다시 도강언 판다기지 내부로 들어왔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하루였는데, 판다 우리 안에는 외국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가랑비에 젖어가며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청소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판다 으르신. ㅋㅋ


한때 전 세계를 흔들었던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덕분에 '팬더' 라는 이름으로도 친숙한 판다. 하지만 '팬더'는 영어 발음에 가깝고 올바른 한글 공식 표기는 '판다'가 맞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자이언트 판다' 라는 이름이 우리가 알고 있는 판다의 정확한 이름이다. 




나무 위에는 아기 판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멍 때리기를 시전하고 있었다. 덩달아 나도 멍을 때리며 한 가지 의문점을 떠올렸다. '대나무만 먹으면 저렇게 귀여워질 수 있는건가...? 된장찌개에 마늘 대신 대나무를 넣고 끓여야 하는 건가...?'


하긴.. 100일 동안 마늘이랑 쑥만 먹고 사람이 된 곰도 있는데, 평생 대나무만 먹는 대신 치명적인 귀여움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튼 난 포기. ㅋㅋ





거 대나무 먹기 참 좋은 날씨구만...


판다계의 중구 형님은 빗속에서 폼 나게 대나무를 뜯고 계셨다. 낮잠 자기 전에 대나무 한대 정도는 괜찮잖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안에 사람 들어 있는 거 맞다니까? 나는 판다 속에 사람 있다에 한 표. ㅋㅋㅋ 




판다의 손 모양과 뼈의 구조.


판다가 사람처럼 대나무를 손에 쥘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손의 모양에 있다. '위모지' 라고 불리는 판다의 엄지발가락은 손목의 뼈가 변형되어 생긴 것으로, 5개의 발가락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 변형된 뼈 덕분에 판다는 대나무를 손에 쥐고 먹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제법 굵어진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나무를 음미하는 판다들.  


변형된 뼈 덕분에 이렇게 어딜 가든 손(?)으로 대나무를 쥐고 식사를 하고 있는 판다들을 볼 수 있다.


  



우산을 쓰고 도강언 판다기지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제는 보지 못했던 판다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태산(泰山)이라는 이름의 중년 판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 중국 태안에서 올랐었던 '태산' 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서 그런지 왠지 더 정이 가고 눈길이 갔다.




가만히 앉아서 오히려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태산이. 다른 판다들에 비해서 왠지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던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판다를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에 만들어진 또 다른 동물원' 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중국의 판다 번육기지. 무표정하고 지쳐있는 듯한 판다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판다번육기지의 또 다른 면모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수에 찬 눈빛.. 외로운 수컷 판다 태산이.




그러더니 갑자기 뒤돌아 누워 저 상태로 변을 보기 시작했다... ㅋㅋ 이렇게 많은 판다를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판다 응가하는거는 정말 태어나서 처음 봄. ㅋㅋ 대나무만 먹어서 그런지 응가 색도 대나무 색.(TMI)




어제 한번 와봤다고 이제는 길이 제법 익숙하다. 부슬부슬 비가 내려 사진을 찍기에는 조금 불편한 날씨였지만, 어제 오후에 칼퇴 했던 대부분의 판다들을 만날 수 있어서 비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제는 퇴근하고 없었던 청소년 판다 칭칭(青青)도 오늘은 느긋하게 누워 대나무를 뜯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부러뜨리기도 힘든 대나무를 배추김치 찢어 먹듯이 먹는 모습이 신기하면서도 귀여워서 자꾸만 보게된다. 이래서 다들 먹방 먹방 하는구나.





다음은 칭칭 바로 옆 집에 살고있는 소녀 판다 이윈(怡云).




먹방을 하고 있던 다른 판다들과 달리 우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던 판다 이윈. 무엇인가를 찾아 헤메이듯 정신없이 돌아다니더니 결국..




낮잠행. ㅋㅋㅋㅋ 저렇게 엎드려서 꾸벅꾸벅 졸더니 결국 잠들었다. 눈 주위가 저렇게 시꺼먼데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구요?!




그래서 줌을 땡겨 보았습니다.




판다 이윈 눈감고 잠든채로 발견.




두 청년 판다를 보고 있었을 때 즈음,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제법 굵어지더니 거칠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 설 수 없었다. 




어제 판다기지 가장 깊숙한 곳에 있었던 아기 판다들을 보려고 빗 속을 헤치며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다시 마주한 아기 판다들은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ㅠㅠ




그리고 오늘 대망의 하이라이트. 심장 폭격기들을 보러 가는 길.




오늘 도강언 판다기지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해줄 친구들은 바로 랫서판다!!


원래 '판다' 라는 이름은 랫서판다가 원조이다. 후에 랫서판다와 같이 대나무를 먹는 커다란 판다라는 뜻에서 '자이언트 판다'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래서 한자 이름도 판다는 대웅묘(大熊猫 따숑마오)이고, 랫서판다는 소웅묘(小熊猫 샤오숑마오)로 불려진다.




하루 종일 내린 비 덕분에 솜뭉치처럼 젖어버린 랫서판다의 모습. 하지만 비에 아랑곳하지 않고 특유의 활발함으로 바쁘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있었다. 




제목 : 아이라인의 중요성.



요 녀석은 다른 랫서판다와는 다르게 뭔가 허전해 보였는데, 다른 랫서판다들과는 달리 눈에 아이라인이 없었다. ㅋㅋ 그래도 너무 귀엽잖아... ㅠㅠ




국가공인 심장 폭격기 랫서판다는 대나무의 줄기를 먹는 자이언트 판다와는 다르게 대나무의 잎사귀만을 먹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대나무를 먹는 랫서판다들은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힐링 되는 느낌이었다. 아래는 대나무 잎 먹방하는 랫서판다들의 영상!!




대나무 먹방하는 랫서판다. AVI

 




너무 귀여워도 피곤해요 여러분...




도강언 판다번육기지의 판다들이 먹방을 마치고 하나 둘 낮잠에 빠져들 때 즈음 나도 판다기지를 빠져나왔다. 자연 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었던 도강언 판다기지. 자연 속에 있는 느낌과 정말 자연 속에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말이다. 언젠간 이곳에서 보호받고 있는 판다들도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구매욕을 5673% 상승 시키는 기념품 상점.


장기 여행자라는 신분을 마음에 담고 또 담아 꾹꾹 눌러서 간신히 기념품 상점을 빠져나왔다. 판다는 실물도 인형도 너무 귀여운게 문제.. ㅠㅠ




즐거웠던 판다들과의 시간을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 다음 목적지는 도강언에 왔다면 반드시 들려야하는 역사적인 장소로 '자이언트 판다 서식지'와 함께 청두의 또 다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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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57일] 더 짠내투어에도 소개된 도강언 수리시설을 구석구석 돌아본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