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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낙산대불의 숨겨진 명소들.

71m라는 거대한 크기에 9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낙산대불. 지난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낙산대불에 관한 내용은 모두 끝이 났지만, 낙산대불 유적지는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는 것! 보통 방송이나 다른 블로그에서는 낙산대불에 관한 내용만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낙산대불 유적지는 '낙산대불' 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이번 포스팅은 마블 히어로 시리즈의 쿠키영상과 같은 느낌으로, 낙산대불 유적지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어벤져스급 장소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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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제작 기간만 90년 중국 최대의 석불 낙산대불, 세 번째 이야기.






낙산대불 유적지의 유료 구간을 빠져나오면 남문 매표소가 나오고, 그 옆으로는 푸른 숲속을 따라 놓인 계단이 길게 뻗어있다. 너무 고맙게도 오르막이 아닌 내리막! 




계단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면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마호어촌, 마호애묘, 오우사 방향으로 커다란 출구 표시판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불사 유적지 유료 구간을 나와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곳은 마호 어촌이다. 마호 어촌은 커다란 선박의 모양을 하고 있는 구조물 위에 만들어진 길이 114m, 폭이 30m의 작은 어촌마을로, 낙산대불 구경을 마치고 나가는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식사를 하기 좋은 곳이다.





폭 5 미터 정도의 중앙 통행로를 기준으로 양쪽 건물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또는 민물에서 잡은 민물 새우, 가재, 거북이, 자라 등을 커다란 대야에 풀어놓고 판매하는 상인, 그리고 그 재료들을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돈 없고 혼자서 여행 중인 배낭여행자(잇츠 미.. ㅠㅠ)는 민물 재료들을 사서 요리해 먹기엔 금액이 부담이 됐기에, 마호 어촌에 있는 식당들 중에 적당한 가격의 음식을 파는 식당을 찾아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주문한 음식은 豆花(또우화) 와 3인분 같이 보이는 흰쌀밥 1인분. (총 7위안)


또우화(豆花) 는 두부의 한 종류이다. 달콤한 설탕 시럽을 뿌려 디저트로 먹거나 한국처럼 양념장을 얹어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는 중국의 서민 음식으로 식감은 연두부와 순두부 사이 그 어딘가 쯤에 있는 느낌.




뽀오얀 또우화에 같이 나온 매콤한 양념장을 스스스슥 비벼주면.




 담백한 두부의 맛에 매콤 짭짤한 양념장이 어우러져 밥 한 공기 뚝딱!! 이후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또우화를 파는 식당이 보이면 항상 주문해서 먹었다. 또우화가 메뉴에 있는 식당이라면 대부분의 5위안(한화로 약 800원) 정도의 착한 가격에 담백하고 맛있는 또우화를 먹을 수 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마호 어촌을 빠져나오는 길, 냇가 옆에서는 어촌의 주민들로 보이는 어르신들이 작물을 심고 있었다. 냇가에 떠있는 나룻배, 대나무로 짜서 만든 커다란 바구니, 긴 팔 토시를 하고 작물을 심는 어르신들의 모습. 왠지 모르게 코 끝에 진한 풀 냄새와 향수가 느껴지는 그런 풍경이었다. 




마호어촌에서 보이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호상대교(濠上大桥). 




마호 어촌을 지나 호상 대교를 건너가기 전, 보행로 한 쪽으로 박물관을 하나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곳은 바로 이전 포스팅에 등장했었던 사천 지역에 넓게 분포해있는 '애묘(崖墓)' 중 한 곳인 '마호 애묘' 이다. 




'애묘(崖墓)'는 가파른 절벽을 깎아서 만들어진 동굴 형태의 고분(묘지)을 말하는데, 낙산대불 유적지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 마호 애묘(麻浩崖墓)는 넓게 분포해 있는 사천 지방의 애묘들 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애묘 밀집 지역이라고 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 복합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낙산대불 유적의 한 부분인 '마호 애묘' 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 동한(东汉) 시대부터 생긴 풍습으로써, 높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세계복합유산인 낙산대불 유적에 방문했다면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장소인 것이다.



요행악어와 알아보는 잡지식 코너!


동한(東漢)시대는 기원후 25년~220년 사이에 존속했던 중국의 한 왕조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삼국지(삼국시대) 초반의 무대이기도 하다. 조조의 아들인 조비가 동한의 마지막 황제였던 헌제에게 황제의 자리를 넘겨받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마호 애묘를 둘러보기 전에 먼저 박물관 전시부터 구경했다. 박물관 안에는 마호 애묘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박물관의 규모가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전체를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았다.




직사각형의 동굴 형태를 하고 있는 마호 애묘.


90도에 가까운 절벽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 형태의 무덤인 애묘. 현대에 사용되는 최첨단 장비는 기대도 할 수 없는 2000년 전에 이런 무덤 하나를 만들려고 하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이 걸릴지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그리고 그 견고함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천성에서 2000년 전에 만들어진 동굴이 아직까지 무너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는 것 역시 놀랍지 않은가.




비교적 보존 상태가 좋은 유물들은 박물관에 옮겨져서 전시되어지고 있지만, 애묘의 내부에도 일부 유물들이 그대로 놓여져 있어 당시 무덤 내부의 모습이 어땠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마호 애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무덤 입구의 조각들이었다. 


무덤 곳곳에 새겨진 조각들에는 당시의 풍습과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예를 들면, 한나라 시대에는 손님을 맞을 때 빗자루를 품에 안고 손님을 맞이 하는 것이 예의였다고 하는데, 두 장의 사진 중 아래쪽 사진에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품에 안고 있는 남자의 조각이 그 시대의 문화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인상깊었던 마호 애묘를 나와 향한 곳은 호상 대교. 고풍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다리를 건너면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오우사(乌尤寺)로 갈 수 있다.






호상대교 위에서 보이는 낙산시의 풍경. 


긴 장대를 이용해 배를 움직이는 사람들 뒤로 펼쳐진 빌딩 숲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호상 대교를 건너 길을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검표소가 나온다.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검표원이 없어서 스스로 게이트에 QR 코드(낙산대불 입장권에 있음)를 태그하고 들어갔다.  


검표소를 지나면 어디서 본듯한 천국의 계단이 다시 한번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이 계단을 따라서 약 10분 정도 올라가면 오우사의 입구가 나온다.



능운산 옆 자락에 솟아있는 오우산 위에 세워진 절 오우사. 푸르른 숲에 둘러싸여 있어 오로지 절의 모습만 보이는 이 풍경은,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위에서 내려다 본 절의 모습과는 다르게, 오우사의 내부는 좁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관광객들도 잘 찾아오지 않는 탓에, 작은 기침소리만 내도 그 소리가 절 전체에 퍼져 나갈 정도였다. 재채기라도 하는 날엔...




오우사에서 보이는 풍경.


조용한 절의 내부 피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보니 시야가 탁 트인 넓은 마당이 나왔다. 절에서 풍경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오우사의 마당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낙산대불 유적지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멋진 풍경을 자랑했다. 풍경 맛집이 여기 있었을 줄이야.. 




멋진 풍경을 보여준 오우사를 뒤로하고 이제는 정말 떠나가야 할 시간. 오우사를 나갈 때는 들어왔던 입구(동문) 말고 남문 쪽으로 나가면 된다.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오우사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으스스 한 기운까지 들었었다.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앞에 걸어가는 커플이 있길래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 앞의 커플은 내가 더 무서웠을지도.. ㅋㅋ




다행히 눈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표지판. 해가 떠있길망정이지, 어둑어둑한 저녁에 혼자 걸었으면....... 으.. 상상도 하기 싫다. 나이 먹어도 무서운 건 무섭다.. ㅠㅠ 


(재개발이 진행 중인 건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길을 따라 있던 대부분의 집들이 텅텅 비어있었고, 사람의 기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었다.)




눈앞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도로가 나오는데, 길을 건너서 13번 버스를 타고 肖坝旅游汽车站(샤오빠 시외버스 터미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교통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오우사 버스정류장에서 샤오빠 시외버스 터미널까지는 약 40분 정도가 소요된다.




샤오빠 시외버스 터미널부터 청두 신남문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버스 요금은 46위안 (한화로 약 7800원). 청두 신남문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낙산대불 관광센터로 가는 직행버스보다 7위안 저렴했다. 소요되는 시간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2시간 정도 걸렸다.




청두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내가 머물고 있는 호스텔 근처에 있는 斗鸡饭场伙(또우찌판창훠) 라는 음식점. 길고 길었던 오늘 하루를 맥주 한 잔과 함께 마무리할 장소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가격도 적당하면서, 무엇보다 차가운 병맥주를 판다는 점을 높게 사는 곳! 




주문한 닭꼬치와 바삭한 튀김.


식사류도 있지만, 맥주에 곁들이기 좋은 간단한 안주 종류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맛도 나쁘지 않았다. 오늘 가장 땡겼었던 닭꼬치는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저 쥐포같이 생긴 튀김은 달콤, 짭짤해서 맥주 안주로는 제격이었다.




추가로 주문한 탕수 돼지갈비찜과 두반장 가지찜은 맥주를 부르는 맛. JJMT. 중국에서 가지요리는 실패하기 어렵다 해도 과언이 아니랄까. 시원한 맥주와 함께 중국요리를 즐기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무려 4편에 걸친 낙산대불 유적에 대한 포스팅은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여기서 마무리! 워낙에 긴 역사와 큰 규모의 유적지 덕분에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다음 편에는 그저 보기만해도 심쿵해버리는 청두의 마스코트 판다와 함께 돌아올 예정!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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