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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55일] 절벽을 깎아서 만든 71m 크기의 낙산대불과 숨겨진 산책로.

한산했던 낙산대불 관광안내센터와는 달리, 20여 분을 걸어 도착한 낙산대불 유적지 입구에는 너도 나도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투어 상품을 이용해 방문한 아저씨, 아주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관광객들이었다.

정말 빈틈없이 입구 앞을 가리며 사진을 찍어대는 단체 관광객들 덕분에 입구에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세계문화유산 표시가 있는 비석에서는 운 좋게 한 장을 건질 수 있었다. 기념사진 찍기 너무 힘든 중국....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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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초대형 불상을 볼 수 있는 청두 낙산대불에 가는 방법.






위의 사진과 같이 중국 관광지의 입구 앞은 언제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단체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마지막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입구를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관광버스가 도착하고 비어있는 입구 앞자리를 순식간에 메워버린다. 단체관광객 보존의 법칙.. ㅂㄷㅂㄷ





사진을 포기하고 입구를 지나 유적지 내부로 들어갔다. 유적지 내부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가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 가이드 투어 서비스 센터. 별도로 외국어 가이드에 대한 안내가 없었던 걸로 보아, 중국어 가이드 서비스만 제공하는 듯 보였다.




색이 바래버린 낙산대불 안내도.


색이 바랜 안내도에는 중국어,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간략한 내부 소개가 되어있었다. 현재 위치를 '당신이 처한 위치' 로 번역해버린 몹쓸 번역기. ㅋㅋㅋ 혹시나 싶어 구글 번역기로 '你所处的位置' 를 번역해 봤더니,




매우 잘 번역해 줌


그래서 바이두 번역기가 문제인가 싶어, 바이두 번역기로 번역해 봤더니,




그대 자리. So Sweet ㅋㅋㅋㅋㅋ 


원래 바이두가 이렇게 스윗했던가? 노래 가사같이 번역해 줌. ㅋㅋ 어쨌든 둘 다 잘못은 없는 걸로.




번역기 이야기는 접어두고, 다시 낙산대불 이야기로. 


가이드 서비스 센터를 지나 걷다 보면 구멍이 송송송 뚫려 있는 이끼가 낀 바위들이 보이고, 큰 바위들 위 새겨진 낙서인지, 중요한 메시지인지 알 수 없는 글씨들도 볼 수 있었다. 태국어 같기도 하고, 티벳 문자 같기도 하고.




불(佛) 


커다란 바위에 큼직하게 새겨진 불(佛). 이 한자가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면,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불(佛) 이라고 쓰여있는 바위를 중심으로 왼쪽은 '말약당' 과 '영보탑’ 으로 향하는 계단, 오른쪽은 '능운사' 와 ‘낙산대불’ 로 향하는 계단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데,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낙산대불로 갈 수 있기 때문. (괜히 겁주기. ㅋㅋ)




나는 말약당과 영보탑이라고 쓰여져 있는 왼쪽 계단을 선택했다.


아침 일찍 온 덕분에 시간적인 여유도 있었고, 왠지 모르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풍경이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관광객들은 낙산대불로 바로 갈 수 있는 오른쪽 계단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오른쪽 계단으로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왼쪽 계단으로 갈 경우 끝없이 펼쳐진 천국의 계단과 마주하기 때문...




ㅋㅋ 조금 엄살이고, 충분히 올라갈만했다. (나만 죽을 수 없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계단을 따라서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보였다. 정자에 잠시 앉아 목을 축이고 숨을 크게 내쉬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숨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얼마 만인지..'




푸르른 나무에 감싸 안겨 오로지 이 공간과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말약당 돌계단. 문장에도 음악에도 쉬어가는 쉼표가 있듯이 마냥 바쁘게 흘러가는 내 시간에도 쉼표 한 점이 찍혀진 기분이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던 돌계단이 끝이 날 때 즈음,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조금씩 보이던 풍경이 두 눈 가득 꽉 차게 들어왔다. 낙산대불 앞을 흐르는 세 개의 강이 하나로 합쳐지는 합류 지점이 눈앞에 펼쳐져 있던 것이다.  


말약당 계단을 오르면 볼 수 있는 이 풍경은 낙산대불 유적지 내에서도 가장 멋진 뷰포인트로 꼽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 왠지 뭔가 있을 것 같더라니.. ㅋㅋㅋ (촉 발동)




말약당(莫若堂)의 주인공 '곽말약 (郭沫若)'의 동상.


처음 말약당에 도착했을 땐 '곽말약? 이 사람이 누구지?!' 라고 갸우뚱 했었는데, 이미 내 블로그에 한번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었다. 내 블로그를 유심히 읽어주신 분들은 아마 알 수도 있다.




청두에 도착하던 첫 날, 청두역에서 본 청두역 현판 필체의 주인공이라고 거론한 적이 있었다. 단지 청두역의 현판 필체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등장했던 이름이었는데, 알고보니 근대 중국 근대사에서는 최고의 지식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세계여행 +051일] 사천성 청두에서 4년 만에 다시 만난 내 친구 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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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약당으로 향하는 계단의 압박때문일까, 말약당에도 역시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내부에 한 번 들어가보기로. 


말약당 내부는 별도로 관리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무료로 개방되어 있었다. 




곽말약의 이름을 딴 말약당에는 그의 일생에 대한, 그리고 업적에 대한 전시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 당시에는 곽말약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잘 모르기도 했고, 전시 내용이 모두 중국어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내부만 대충 둘러보고 나왔다.




말약당을 나와서 도보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靈寶 (영보)’ 라고 새겨져 있는 비석이 보이고, 그 뒤로는 왠지 무림의 고수가 숨어 지낼 것 만 같은 분위기의 마당이 나온다.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돌바닥에는 이끼가 잔뜩 끼어 있고, 담장에는 담쟁이넝쿨이 피어있는 언젠가 무협영화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그런 장소였다. 




무협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당을 지나 기와지붕이 보이는 건물로 다가서면, 한쪽에는 벽면 가득 한자가 적혀져 있는 복도가 뻗어있다. 이 복도로부터 몇 발자국만 떨어져서 지붕 위를 쳐다보면,




기와지붕 위로는 영보탑이 높게 솟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복도 옆으로 나있는 계단을 따라서 조금만 올라가면 영보탑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능운산 영보봉(灵宝峰) 위에 세워져 영보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탑이 처음 세워진 것은 당나라 시대라고 한다. 현재 남아있는 영보탑은 1554년 명나라 가정제 때에 보수한 모습이며 탑의 높이는 약 29미터, 탑의 서쪽 입구를 통해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현재는 막혀있어 외부만 관람할 수 있다. 


 위에서 볼 때 정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 탑의 각 면에는 원래 불상들이 놓여있었을 작은 공간들이 텅 하니 비어있었다. 박물관으로 이전해 보관하고 있는 것인지, 훼손되거나 도난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탑의 완전했던 모습은 그저 상상 속에서나 볼 수밖에 없었다.




영보탑을 마지막으로, 말약당 계단에서 시작했던 평화로운 산책코스는 끝이 난다. 올라왔던 계단의 반대편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처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던 관광객들의 통행로와 합쳐지게 된다.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평화로운 말약당 산책로와는 달리 이 지점부터는 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합류지점으로부터 통행로를 따라 걷다 보면 커다란 절의 내부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낙산대불이 있는 '능운사' 이다. 


정리하자면 능운산(凌雲山) 위에 지어진 절의 이름이 능운사(凌雲寺) 이고, 낙산대불로 불리우는 커다란 불상의 다른 이름 역시 '능운대불(凌雲大佛)' 인 것이다.




능운사 내부는 여기저기서 공양을 하는 참배객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다니는 투어객들이 뒤섞여서 복잡할 뿐만 아니라, 빠져나가는 길을 찾기도 힘들다. 


길을 헤메지 않으려면, 위의 사진처럼 '낙산대불' 이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복잡한 능운사를 겨우겨우 빠져나오면, 눈 앞에는 낙산대불을 보기 위해 몰려있는 관광객들이 더 복잡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관광지라 관광객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말약당 계단에서의 평화로움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한 시간도 채 안됐는데.. ㅠㅠ




전망대 옆으로 롯데월드 아틀란티스 대기줄을 방불케 하는 낙산대불의 대기줄의 모습.. ㄷㄷㄷ 

(위의 사진은 내가 방문했을 당시, 아래 사진은 신서유기 방문 당시)


다행히 이 날은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저 곳까지 줄을 설 일은 없었지만, 신서유기2 에서 낙산대불을 방문했을 당시 저 대기줄 까지 가득 차있었다. (대불 아래까지 가는데 2시간 걸렸다고.. ㄷㄷㄷ)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낙산대불


관광객들이 몰려있는 전망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드디어 낙산대불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불상의 머리 부분 전체가 다 보이지도, 그리고 찍히지도 않는다. 클라쓰보소.. ㄷㄷㄷ 





전망대에 서서 본 낙산대불의 모습.


낙산대불은 총 길이 71미터로 그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절벽을 깍아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진 속 불상의 머리 부분만 해도 길이가 약 15미터에 이른다. 그 크기가 가늠이 잘 안된다면 불상의 머리 뒤편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크기를 보면 대충 감은 잡을 수 있다.




내 카메라로는 이게 최선... 아마도 이때부터 였을까 광각렌즈 노래를 부르던 게.. 어차피 내 카메라는 렌즈도 낄 수 없는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이지만, 이렇게 카메라 욕심이 점점 생겨나나 보다. 




카메라 타령하다가 갑분 셀카.


갑자기 이야기가 TMI 로 흘러 버렸지만, 처음 세계여행을 시작할 당시, 칭다오에서 찍은 사진은 얼굴이 달처럼 부풀어 올라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하드하게 걸어 다닌 덕분인지 얼굴살이 많이 빠져서 좋다는 이야기였다. TMI 끝. ㅋㅋ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낙산대불의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위해 줄을 섰다. 전망대 옆에 있는 대기줄이 텅텅 비어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줄이 생각보다 길었고 무엇보다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것.. 




과연 낙산대불의 줄은 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인가.. 

그 것이 알고 싶다면, 다음 포스팅에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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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제작 기간만 90년 중국 최대의 석불 낙산대불, 세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