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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제작 기간만 90년 중국 최대의 석불 낙산대불, 세 번째 이야기.

낙산대불 전체를 올려다볼 수 있는 광장으로 내려가기 위해 줄을 섰는데, 도무지 대기줄이 움직일 생각도,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처음엔 '앞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더디게나마 줄이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었기에 묵묵히 기다려 보았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던 행렬이 조금씩 줄어들고,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일 때 즈음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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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5일] 절벽을 깎아서 만든 71m 크기의 낙산대불과 숨겨진 산책로.





낙산대불 전체를 올려다볼 수 있는 아래쪽 광장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


그 비밀은 바로 계단에 있었다. 아래쪽 광장으로 내려가는, 높이 약 70미터의 구불구불한 계단은 사람이 단 한 명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았고,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내려가야만 했다.


뒷 쪽의 대기줄은 3~4명씩 한 줄에 서있고, 계단에서부터는 한 명씩 느린 속도로 내려가야 하기에 병목현상이 생겨났던 것이다.




위의 사진과 같이 경사가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다. 사진 찍는다고 한 눈을 팔거나,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가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난간을 꼭 붙잡고 천천히 내려가자. 





계단이 좁고 가파르기 때문에 앞사람이 늦게 간다고 해서 아무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행렬이 멈출 때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난간 옆으로 보이는 대불을 느긋하게 감상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더 좋았다. 




계단에서 보이는 낙산대불의 모습

(부처님 머리에 있는 달팽이 집처럼 생긴 트레머리는 총 1051개나 된다고 한다.)




계단이 놓여 있는 절벽에는 곳곳에 조각된 불상들과 벽화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이 조각상들은 긴 세월의 흔적인지, 사람들의 손을 탄 이유인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것들이 많았다. (속상..)




느릿느릿 움직이는 행렬이지만 심심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낙산대불 앞 세 강의 합류 지점에는 관광객들을 가득 실은 유람선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유람선이 낙산대불의 정면에 멈춰 설 때마다 배 위의 사람들은 핸드폰과 카메라를 움켜쥐고 인증샷을 남기는데 여념이 없었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행렬이었지만 사방이 볼거리로 넘쳐나 심심할 틈이 없었다.




계단을 내려올수록 점점 우러러보게 되는 낙산대불 (乐山大佛 중국어 발음은 러샨따포).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에서 가장 큰 석불로도 유명한 낙산대불은 1996년에 아미산(峨眉山 어메이샨)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단지 불상의 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인 당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석불임에도 과학적인 배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비가 내려도 불상이 훼손되지 않게 끔 설계되었고, 90년간에 걸친 제작 기간과 당대의 기술력이 총동원되었을 대규모의 걸작이기에 가능했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행악어의 잡지식.


세계 복합 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세계유산을 뜻한다.




가파른계단을 내려가면 내려갈 수록 낙산대불의 모습이 눈에 더 자세히 들어오는데, 불상의 파트마다 색이 조금씩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파손된 부분을 복원한 부분이거나, 일부 파트는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었던 파트는 대불의 발과 오른쪽 무릎, 그리고 양손이었다. 




위의 사진은 중국 둔황의 막고굴, 아래 사진은 배를 타고 본 낙산대불의 모습.


낙산대불이 처음 제작되었을 당시에는 둔황의 막고굴과 같은 형식으로 누각이 세워져 밖에서는 대불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누각은 1200년 이란 세월 동안 손실되고 재건되기를 반복하다가 청나라 때에 세워진 불정(佛亭)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소실되어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는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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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2년에 진행됐던 보수공사의 결과 사진.


대불을 지켜주던 누각이 소실되자 대불이 훼손되는 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1963년에 처음 낙산대불의 보수공사가 진행되었고, 2011년에는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지만 여전히 훼손된 흔적이 연연한 모습이다. 




나도 느끼는 거지만 오늘따라 내용이 너무 다큐로 가는듯하다. ㅋㅋ 하지만 이런 역사를 알고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오늘도 열심히 바이두를 번역해가며 적는 중이니 열심히 읽어주시길.. ㅠㅠ





구불구불 좁고 가파른 절벽의 계단 이름하야 구곡 잔도(九曲栈道).


드디어 도착! 저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만 약 25분이 걸렸다. 다 내려와서 올려다보니 계단이 생각보다 더 아찔해 보였다. 이 계단의 이름을 '구곡 잔도' 라고 하는데 단어 그대로 9번 꺾여있는 험한 길을 뜻한다. 




구곡잔도를 내려오자마자 제일 먼저 광장 정중앙에 서서 낙산대불을 올려다보았다. 너무나도 경이로운 자태에 '와~' 라는 한마디 감탄사 말고는 달리 이 기분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의 소망을 담아 피운 수백 개의 향들이 뿜어대는 연기 뒤로 지긋이 먼 곳을 바라보며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낙산대불. 나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치켜든 채 수 분간을 움직일 수 없었다.




기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도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종교를 떠나서 그들 한 명 한 명의 소망이 간절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는 그 마음, 그리고 그 모습은 자애로운 부처님의 모습만큼이나 고귀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나도 낙산대불 앞에서 기도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광장의 왼편에는 참배객들이 기도를 올릴 때 사용할 수 있게 끔 향을 구비해두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향의 가격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향을 받아 가면서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방식이었다. 




받아온 3가닥의 향을 커다란 향로 한켠에 켜져 있는 촛불에 갖다 대자 '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향 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향 끝에 나의 소망을 담아 성심껏 기도를 올렸다. 불교를 믿는 불자가 아니어서 제대로 된 방식대로 기도를 올렸다고 할 순 없지만 간절함 만큼은 전해졌으리라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이곳을 떠나기 전에 낙산대불 전체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세로로 찍어보고 가로로도 찍어봤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캐논 G7X Mark2 로는 낙산대불의 발까지 담을 수가 없었다... ㅠㅠ 하지만 생각과 생각을 거듭한 끝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렌즈가 하나 있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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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안경. ㅋㅋㅋㅋ 




오목렌즈인 안경을 카메라 렌즈에 가까이 대고 셔터를 눌렀더니 광각 효과가 생겼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안 자고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있어. ㅋㅋㅋ 


물론 사진의 퀄리티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낙산대불 전체가 담긴 사진을 찍는데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 ... 은 개뿔, 집에 돌아가면 카메라랑 광각렌즈부터 사야지.





 민강(岷江 민지앙), 대도하(大渡河, 따두허), 청의강(靑衣江, 칭이지앙)의 합류 지점의 모습.


지금은 위의 사진과 같이 유람선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지만, 낙산대불이 세워지기 전 이곳은 빠른 유속으로 인해 배들이 충돌하거나 전복되는 사고가 굉장히 잦았다고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당나라 승려 '해통'은 거친 물살의 기운을 눌러보고자 능운산 절벽을 깎아 거대한 불상을 제작하기로 결심한다.


 

'해통 스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90년이란 세월에 걸쳐 제작된 이 거대한 불상 덕분에 사납고 거칠던 물살이 잔잔해지고, 더 이상 배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요행악어의 잡지식 2.


 한편으로, '낙산대불 공사 중 나온 토사물들이 강의 수위를 낮췄기 때문에 물살이 잠잠해졌다.'라고 주장하는 여론도 있다.




 경이로웠던 낙산대불과 함께 인증샷.  


낙산대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이로움과 광장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시간.




낙산대불 광장을 나가는 출구는 처음 내려온 계단(구곡 잔도)의 맞은편 절벽에 있다. 출구 쪽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동굴이 보이는데 한 갈래 뿐인 길을 따라서 걷기만 하면 된다.





동굴을 빠져나오면 가파른 절벽을 따라서 만들어진 보행로가 길게 뻗어있다. 완만한 보행로를 따라 넓게 펼쳐지는 강과 도시의 풍경이 또다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보행로의 끝에 굽이굽이 놓여있는 계단까지 올라오면 낙산대불 견학은 어느덧 마무리에 접어든다. 




출구의 마지막에는 장시간 서있었을 관광객들이 쉬어갈 수 있게 끔 화장실을 포함, 간단한 휴게시설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화장실 앞의 공룡은 왜...?




나도 이곳에서 10분간 휴식시간을 가졌다. 화장실도 갔다 오고, 가져온 간식과 음료수도 마시고. 


그런데 참 희한하다. 오늘 아침 7시부터 거의 6시간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는데 아직 체력이 남아도는 느낌적인 느낌? ㅋㅋ 그래서 또!! 남들이 안 가는 계단을 올라서 하관음사로 향했다.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




숲속 계단을 따라서 5분 정도 올라가면 보이는 하관음사.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듯 건물의 내부는 텅 비어있었고 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왠지 나밖에 없어서 그런지 조금 스산한 느낌도 들고..




작품명 : ㄴN 마음의 ㅈL물쇠 (feat. 하관음사)


스산한건 스산한거고 갬성사진은 놓칠 수 없지. ㅋㅋㅋ





갬성 충만 하관음사를 내려오면 '애묘' 라는 이 지역만의 독특한 고분(무덤)이 나온다. 낙산대불과 같은 방식으로 가파른 절벽을 파서 만든 무덤이라고.




애묘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룰 예정!




이곳은 낙산대불 남문 매표소. 즉, 길고 길었던 낙산대불 구경도 이제 끝이라는 이야기. 


1200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스토리도 볼거리도 너무나도 많았던 낙산대불. 중국 청두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봐야 하는 곳. 아니 반드시 와야하는 곳이라는 거에 내 오른쪽 손 모가ㅈ... 말고 내 양심을 걸고 추천!!!!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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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55일]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낙산대불의 숨겨진 명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