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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2일] 청두, 너의 옛 이름은? 비단같이 빛났던 금리거리와 금강. Feat.탄탄면

삼국지의 영웅 제갈량과 유비의 혼이 잠들어 있던 무후사를 나와, 옛 스런 골목의 정취가 가득한 금리(锦里)거리로 향했다. 무후사를 둘러싼 약 550미터 정도 길이의 금리 거리는 무후사 박물관의 일부분으로 옛 중국 거리를 재현해놓은 여행자 거리이다.


그저 평범한 여행자 거리인 줄로만 알았던 금리거리는 청두의 인사동이라 할 수 있는 콴자이샹즈급의 깊은 역사를 안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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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2일] 삼국지 팬은 모여라! 무후사(武侯祠)에 잠든 제갈량과 유비의 혼.





나의 상상 속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달랐던 삼국지 영웅들의 모습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던 무후사. 하지만 머나먼 역사 속의 인물로만 느껴졌던 유비와 제갈량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약 3시간에 걸쳐 천천히 구경을 했는데, 무후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충분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무후사에는 내가 들어왔던 남쪽 출입문 말고도 금리 거리와 무후사 미술관 쪽으로 이어지는 출구가 있다. 무후사 구경을 마친 뒤 금리 거리를 구경하려면 미술관 쪽 출구(북서 쪽 출구) 로 나오면 되는데, 북서쪽 출구는 금리 거리의 반대 쪽 시작점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동선과 시간을 동시에 절약할 수 있다.  




미술관 근처에 있던 유상(刘湘)의 묘.


출구를 나와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걷고 있는데, 근처에 '유상' 이라고 하는 사람의 무덤이 크게 조성되어 있었다. '유' 씨라서 유비의 후손이 묻혀있는 곳인가 생각했는데, 한 때 사천성의 주석을 지냈던 사람이라고 한다. 유비와의 연관은 없는 듯.




유상의 묘를 지나서 거리를 따라서 걷다보면 가까운 곳에 목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인파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금리 거리에 진입했다는 신호이다.




청나라 말기의 건축물을 모방한 금리(锦里)거리의 모습.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대부분의 블로그에서 '금리거리는 촉나라 시대의 거리를 그대로 재현 해놓은 거리' 라고 소개를 하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이다. 


중국의 검색 포털인 바이두에 검색해본 결과, 그 어디에서도 '촉나라의 거리를 재현 해놓은 거리' 라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없었고, '청나라 말기의 건축물들을 모방해서 만들었다' 라는 기록은 찾아 볼 수 있었다.





'금리' 라는 이름의 유래는 355년 '상거(常璩)' 라는 작가에 의해 편찬된 '화양국지(华阳国志)' 에서 찾아볼 수 있다. 


'州夺郡文学为州学,郡更于夷里桥南岸道东边起起文学,有女墙,其道西城,故锦宫也。锦工织锦,濯其中则鲜明,他江则不好,故命曰锦里也.'


 '한무제 시절, 옛 지명이 '금궁(锦宫)' 이라 불렸던 이 곳에서는, 비단에 수를 놓는 사람들이 수 놓은 비단( 비단 금)을 강물에 세탁하는데 그 색이 아주 밝고 뚜렷하게 된다. 다른 강물에서 세탁한 비단은 절대 이러한 색을 낼 수 없기에, 이 곳의 지명은 '금리(锦里)' 라고 불리운다.' 라고 기록되어있다. 


즉, 금리(锦里 비단의 고장) 라는 이름은 청두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비단을 빨면 색채가 밝고 또렷해 진다는 '금강(锦江)'


그리고, 한 가지 새로 알게 된 사실 하나! 비단을 빨면 그 색채가 밝고 또렷하게 된다는 강물의 정체는, 내가 묵고 있는 호스텔 앞에 흐르고 있는 하천이었다. 현재의 이름은 남하(南河)이지만, 옛 이름은 바로 '금강 (锦江)' 이었던 것이다.




금리 거리에 세워져 있는 관우의 목상.




무후사를 둘러싸고 있는 금리거리에는 거리 구석구석 어딜 가던 삼국지와 관련된 장식들과 조형물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삼국지에는 빠질 수 없는 관우, 장비, 그리고 무적 무쌍 순정남 여포와, 초선의 캐릭터 모형까지! 귀여운 모습을 한 삼국지의 캐릭터들은 지나가는 모든 관광객들의 시선과 셔터를 강탈하고 있었다.




'콴자이샹즈' 못지 않은 금리거리의 인파.




금리 거리는 콴자이샹즈와 많이 닮아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두 곳 모두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식당이 즐비해 있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팔고 있는 기념품의 종류에서 다른 모습을 보인다. 




 금리거리는 무후사를 둘러 싸고 있는 곳 답게 삼국지에 관련된 상품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콴자이샹즈의 주력상품이 판다 캐릭터였다면, 금리거리의 주력 상품들은 삼국지에 관련된 상품들!




집에 데려오고 싶었던 삼국지 캐릭터 피규어들.. 배낭여행 중이 아니었으면 진심 지갑 봉인해제 할 뻔했다. 형이 다음에 데리러 올게.. ㅠㅠ




거리가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붉은 조명을 밝히며 분위기를 내기 시작하는 금리거리. 




좁고도, 고풍스런 거리가 화려한 조명에 물들기 시작하면, 금리거리의 곳곳에서 기타를 든 가수들이 라이브를 시작한다. 지나가던 행인들은 하나, 둘 노랫소리에 이끌려, 바에서 주문한 술 한잔과 함께 조명에 한 번 취하고, 음악에 두 번 취해, 금리 거리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간다. 




낮보다는 밤에 더 빛났던 낮져밤이의 금리거리. 삼국지의 기념품들 이외에 삼국지의 역사나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모처럼 여행 온 청두에서 심심한 저녁을 보내고 있다면, 한 번쯤 찾아와 볼 만한 곳이라 생각한다.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가득했던 금리거리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청두 구경은 끝! 하루의 마무리를 지어 줄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오늘 저녁은 점심으로 먹은 마파두부에 이어서, 청두에 왔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어제 저녁부터 마음 속에 이미 정해놓은 상태.




무후사 근처에 있는 삼익구복초수 (三益口福抄手) 식당.


오늘 하루 동안 자전거 이동에, 무후사, 금리거리를 모두 걸어서 구경했기 때문일까, 내 배에서는 이미 미친듯이 음식을 원하고 있었다. 배고픈 배를 움켜쥐며 바이두 맵을 검색했더니 마침 근처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팔고 있는 식당이 있었다. 아멘, 관세음보살.  




간단 명료한 메뉴.


이 식당은 챠오쇼우(抄手) 라고 하는 완탕을 주력 메뉴로 하고 있었지만, 내가 그토록 원하고 갈망했던 메뉴도 팔고있었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바로

'탄탄면(担担面)' 


 탄탄면의 가격은 매우 저렴했다. 소(小), 중(中), 대(大) 사이즈가 각각 9, 13, 15위안 밖에 안 하는 착한 가격! (1위안은 한화로 약 170원) 소(小)는 너무 작을 것 같아서 중간 사이즈를 주문했다.




스피드가 생명인 면요리 답게, 탄탄면이 테이블에 놓이기 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푸릇푸릇한 청경채, 그리고 푸짐하게 올려진 다진고기와 땅콩. 엇.. 그런데 뭔가 부족하다. 




구... 국물이 없다...





시... 실화입니까...? 안선생님...



내가 탄탄면을 처음 먹어본 나라는 '홍콩' 이었다. 홍콩에서 먹어본 인생 첫 탄탄면은 매콤하면서도 땅콩 버터향이 진한 국물이 있는 탄탄면이었는데, 그 후로 일본에서, 한국에서 먹어 본 탄탄면은 모두 국물이 있는 탄탄면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탄탄면은 국물이 있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조금(아니 굉장히 많이) 서운한 느낌마저 들었다. ㅠㅠ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비벼보는 수 밖에!





맛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역시 비빔보단 국물파인가보다. ㅠㅠ


1841년 경 사천성에서 처음 팔리기 시작했다는 탄탄면은 원래 사람이 면과 육수를 메고 다니며 팔았던 음식이라고 한다. 이 것이 점점 다른 지역으로 퍼지면서 변형되어 국물이 있는 탄탄면이 생겨난 것이라고. 즉, 원조 탄탄면은 국물이 없는 것이 맞다. (그래도 서운해.. ㅠㅠ)


2%정도 부족한 탄탄면이었지만, 오늘 하루 마파두부와 탄탄면을 본 고장에서 먹어봤다는 사실은 너무 뿌듯했다. 내 생각이지만, 청두는 음식만 먹으러 와도 본전은 건지고 가는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 

 

금리 거리를 가지 않았다면,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다면 그저 평범한 하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금강. 강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가로등과 건물의 조명을 반사하고 있는 금강은 이 곳을 거쳐갔을 수 많은 비단들 처럼 밝고 뚜렷하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는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고, 느낀만큼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나누는 만큼 세상은 행복해진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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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3일] 중국 예술작품의 집합소 사천박물관(四川博物馆), 내 머릿 속을 맴도는 그놈. 마파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