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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2일] 삼국지 팬은 모여라! 무후사(武侯祠)에 잠든 제갈량과 유비의 혼.

'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친구가 되지 말라.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어본 사람과는 싸우지 말 것이며, 삼국지를 열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상대도 하지 말라.'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삼국지' 라는 이야기 속 에는 철학과 교훈, 그리고 숱한 인생의 지혜가 담겨있다.



인생의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만한 삼국지는 서기 182년 후한 말기부터 280년 삼국이 통일되기 까지 약 100년 간의 역사를 말한다. 보통 우리가 알고있는 삼국지는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그려진 '삼국 연의' 라는 나관중의 소설이 가장 유명한데, 나관중의 '삼국 연의'는 지금으로 부터 약 700년 전에 쓰여졌고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작 된 수 많은 컨텐츠들이 현대에도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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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2일] 마파두부의 원조! 청두 진마파두부(陈麻婆豆腐). 늬들이 매운맛을 알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중국 쓰촨성의 중심지인 청두는 약 1800년 전 삼국지에도 등장하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 '유비' 가 세운 촉나라 (촉한)의 수도가 '성도 (成都 청두) '였다. 



촉나라의 수도였던 이 곳 청두에서는 오늘날에도 삼국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 중국 안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삼국시대의 유적인 유비의 묘와 그의 천재적인 군사였던 제갈량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당 '무후사 (武侯祠)' 가 바로 오늘 소개할 장소이다.   




무후사에 가는 방법은 택시나 버스가 가장 편리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高升桥 (까오셩챠오) 역부터 무후사 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57번, 82번, 334번, 335번 버스는 무후사 바로 앞에 정차하므로, 버스를 타고 무후사 정류장에서 내리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무후사의 입장료는 내가 방문했을 당시 성인 기준 60위안 이었는데 (2018년 5월 기준), 현재 2019년 8월 기준 입장료는 50위안으로 더 저렴해졌다. 국제 학생증이 있는 경우, 반값 할인이 되므로 꼭! 지참하도록 하자. 




무후사의 티켓.




'한소열묘 (汉昭烈庙)' 라고 쓰여있는 무후사의 현판.


'무후사' 는 본래 제갈량 (또는 제갈공명) 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사당으로 이 곳 청두 이 외의 다른 도시에도 다수의 무후사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청두에 있는 무후사는 조금 특별하다. 그 이유는 제갈량이 왕으로 모시던 유비의 묘 옆에 지어진 사당이기 때문이다. 왕과 신하를 함께 모신 사당은 중국에서도 이 곳 무후사가 유일하다고 하다고 하며, 유비의 시호인 '한소열 (汉昭烈) '을 따서 한소열묘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서 다녀왔던 문수원, 콴자이샹즈와 더불어 청두의 3대 유적지로 꼽히는 무후사. 그 명성답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무후사 내부는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있었다. 




무후사 입구로 들어가면, 가이드를 고용할 수 있는 부스와 음성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는 부스가 나온다. 음성가이드의 가격은 외국어가 40위안에 보증금이 200위안. 이미 다른 관광지에서 음성가이드의 저조한 성능을 여러번 경험한지라 쿨 워터 향을 쿨쿨 풍기며 음성가이드 대여 부스를 지나갔다. (음성가이드 부스에서는 짐 보관도 가능.)




무후사의 지도와 안내문.


입구에는 무후사의 지도와,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고맙게도 중국어, 영어, 한국어, 일본어로 안내문이 적혀져 있어서 간략하게 나마 무후사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었다.




초입에는 유리로 막혀있는 비석들을 볼 수 있는데, 명나라에 세워진 비석이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원래 진품들은 가까이 가지도 못 함은 물론, 손도 못 대게 하더라. ㅋㅋ




'명량천고 (明良千古)'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문을 지나, 도보를 따라가면 유비의 신하들의 석상이 있는 회랑과 유비전이 나온다. 밝을 명(明)의 변이 '日' 이 아닌 '目' 인 것이 포인트!




큰 귀에 긴 팔이 특징인 촉한의 황제 유비.




도원결의로 맺어진 의형제의 막내인 장비(왼쪽) 와 아들 장포.




삼국지의 영웅이자, 신으로 추앙받는 관우와




 관우의 아들들까지.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이지만, 이 곳 무후사에는 제갈량 뿐만 아니라 유비, 그리고 유비의 의 형제인 관우, 장비의 석상을 모시고 있었고, 더불어 유비의 다른 신하들의 석상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게임회사 'KOEI'의 삼국지 게임 속 손건 (왼쪽)과 조운 (오른쪽)의 모습.


사실 내가 기대했던 장수들의 모습은 위의 사진과 같이 게임 속의 이미지가 전부였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소설로, 그리고 게임으로도 삼국지를 접해온지라, 게임 속 삼국지 장수들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사실적인(?) 손건 (왼쪽)과 오호대장군 조운 (오른쪽)의 석상.


청두의 무후사는 위진남북조시대(5세기 경)에 처음 세워졌지만, 명나라 시대에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소실되었고 현재의 무후사는 청나라 시대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 곳에 세워진 석상들 역시 대부분 청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는데, 내가 기대했던 촉나라의 장수들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라서 조금은 괴리감이 들기도 했다. 


희.. 흰수염의 조운이라니... ㅠㅠ BB도 바르셨어... ㅠㅠ




뿐만 아니다. 이분은 무려 황충. 그래.. 수염이 하얀색이니까 인정.




게임 속 제갈량의 후예 강유 (왼쪽)와 꽃미남 마초 (오른쪽).




현실판 강유와 자... 잘가요... 마초... ㅠㅠ 


(마초는 갑옷에 사자 얼굴만 닮았음..)





와룡봉추 중 봉추를 담당했던 방통과 충신 간옹.


너무나도 현실적인 장수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긴 했지만, 현실은 현실일 뿐. 게임이 나쁘네! 게임이 나빠!! ㅋㅋㅋ 게임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여러분.




나의 머릿 속 삼국지 장수들과 이별을 고하고 향한 곳은 무후사. 제갈량의 사당이 있는 곳이다.




명수우주 (名垂宇宙)


'명수형님이 우주에 간다.' 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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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훼이크 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온 세상에 널리 퍼진다.' 라는 뜻이다.




그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 부채 '학우선' 을 들고 있는 제갈량의 석상. 편액에 쓰여있는 '명수우주' 라는 성어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 아닐까. 




뜬금없는 갬성사진.




다음 장소는 '삼의묘 (三义庙)'.


삼의묘는 복숭아 나무 아래에서 맺은 의형제의 인연,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삼결의(桃园三结义 도원결의)를 기념하는 사당이다.




삼의묘라는 이름답게 사당안에는 유비, 관우, 장비의 석상이 모셔져있다.




순서대로 삼의묘 안의 장비, 유비, 관우.




게임 속 장비, 유비, 관우.


게임 속 이미지와 거의 비슷했던 삼의묘의 삼형제. 삼의묘는 청나라 강희제 때 다른 곳에 지어진 것을 무후사 안으로 옮긴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유비전에 있는 삼형제 석상 보다, 이 곳에 있는 석상의 퀄리티가 더 좋았다. 


코에이가 먼저인가, 삼의묘가 먼저인가. 진실은 저 너머에..




도원결의 비석과 유비 관우 장비의 조각상.


 무후사 내부는 사당 이외에도 정원, 광장, 호수 등이 조성되어 있어,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다.




갑. 분. 갬성사진 2




이제 무후사에서 남은 곳은 단 한 곳.




분재와 다양한 나무들로 꾸며진 정원을 지나면 나오는  




유비의 묘, 혜릉 (惠陵).




돌로 조각된 석상들이 유비의 묘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유비는 천하통일에 실패한 군주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패배한 군주의 묘는 대부분 파헤쳐지거나 훼손되기 때문에 현대에서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데, 1800년 전의 인물인 유비의 무덤이 현재까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놀라웠다.






혜릉을 감싸고 있는 붉은 벽과 대나무 숲.


유비 무덤인 혜릉을 빠져나오면 붉은색으로 칠해진 담장 위로 뻗은 푸른 대나무 가지들이 파란 하늘을 대신하고 있다. 일본 교토의 아라시야마(嵐山) 대나무 숲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아니, 개인적으로는 아라시야마의 대나무 숲 보다, 혜릉의 대나무 숲이 더 운치있고 멋있게 느껴졌다. 


삼국지의 열혈 팬으로서, 너무나도 가슴 벅차고 행복했던 하루.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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