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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3일] 청두 사천박물관에서 인도의 유명인과 마주치다.

나의 작은 그릇에는 담을 수 없었던 도자기관의 토기 인형들을 뒤로 하고 향한 곳은 티벳 불교 전시관. 얼마 전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여행하면서 장예의 마제사에서 처음 접하게 된 티벳불교에 대한 전시가 청두의 박물관에 있다는 것이 조금 신기하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마주한 전시에 내심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불교를 포함하여 다른 종교에 대해 깊은 지식도, 관심도 많이 없었던 나이지만, 여행을 거듭할 수록 종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많이 버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작은 변화가 언젠간 큰 변화를 만드는 거겠지.'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번 포스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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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53일] 중국 예술작품의 집합소 사천박물관(四川博物馆), 내 머릿 속을 맴도는 그놈. 마파두부






티벳 불교의 찬란함 (藏佛之光) 이라는 문구로 시작 되는 청두 사천박물관의 티벳 불교 전시관. 청두가 위치해있는 사천성(쓰촨성)은 티벳 자치구와 인접해 있어서 인지 다른 중국 지역에 비하여 불교 유적지가 많다고는 느꼈었는데, 이 곳 사천박물관에도 티벳 불교 전시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장 입구부터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불상들.




종류며 모양이며 그 정교함까지 무엇 하나 빼놓지 않은 불상들. 티베트 불교는 인도의 불교와 중국의 불교가 합쳐진 형태라서 그런지, 그동안 보아왔던 불상들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불상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견해으로는 힌두교의 신들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는 불상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다.




 '불기', '법구' 라고도 불리는 티벳 불교의 법기(法器) 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무기 처럼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하나 하나의 법기마다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불자가 아니기도 하고, 불교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기도 하고. 바닥 드러내기 전에 패스~ ㅋㅋㅋ




알록달록하고 꼬불꼬불한 알아 볼 수 없는 티벳 문자. 얼마 전 실크로드의 도시인 장예 마제사에서 보았던 티벳문자들이 머릿 속에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세계여행 +034일] 석굴보다 설산의 풍경이 더 매력적인 중국 장액의 마제사(马蹄寺).

장예 (장액) 마제사에 관련된 포스팅.




티벳의 불교회화인 '탕카'


티벳 말로 '두루마리 서화'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탕카'. 앞서 본 불상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티베트의 불교회화인 '탕카' 야 말로 인도와도, 중국과도 국경을 접하고 있는 티벳의 문화가 고스란히 그림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전시관은 만불사 석각관 (万佛寺石刻馆).


청두의 만불사는 후한 말(158- 167년 사이)에 세워져 긴 세월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명나라 말기에 파괴되어 한 때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절이다. 세월은 흘러 약 200여 년이 넘는 세월 땅 속에 묻혀있던 만불사는 청나라 광서제 시절에 다시 그 존재를 드러내게 되는데, 이 후 4차례에 걸친 작업 끝에 만불사의 터에 묻혀있던 200 여점이 넘는 석각 불상들을 발굴 해냈다고 한다.




만불사 석각관에 있는 불상들은 대부분이 머리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전란으로 인해 훼손 된 것이거나, 오랜 시간 땅에 묻혀 있으면서 분리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머리가 떨어져 나간 것 이외에는 불상들의 보존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그리스 헬레니즘 양식의 영향을 받아 토가(그리스 시민들이 입던 주름진 옷) 의 주름이 특징인 간다라 불상의 옷 주름과 서구적인 이목구비, 석상에 조각된 장식품들도 형체를 온전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석상에서 떨어져 나온 머리 부분은 따로 전시되어 있었다. 200점이 넘는 불상이 발견되었다면 분명 복원이 가능한 불상도 있을텐데, 복원을 안 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불상의 머리 부분의 보존 상태도 상당히 좋은편이었다.




아육왕(阿育王) (아소카 왕) 의 석상.


이 전시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아육왕의 석상이었다. 학교에서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이름. 인도의 세종대왕, 인도의 광개토대왕이라고도 불리우는 바로 아소카왕의 석상이 중국의 사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것이다. 인도도 아닌 중국의 절에 아소카왕의 석상이 있었던 것을 보면, 인도 뿐만아니라 중국에서도 굉장히 추앙받는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




인도 사르나트 박물관에 전시 된 아소카 석주 꼭대기의 사자 조각 장식.


이 후 세계여행을 하다가 인도의 사르나트 박물관에서 아소카 석주를 볼 기회가 있었다. 아소카 왕이 불교의 성지에 세운 아소카 석주(돌 기둥) 꼭대기의 사자 조각은 인도의 국장으로, 사자 조각 아래의 수레바퀴는 인도 국기에 사용 되고 있는데, 2000년도 전에 세상을 떠난 아소카왕이 인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



아소카 왕은 뉴규? 불교의 4대 성지.


아소카왕은 기원전 약 270년 전 인도대륙을 통일했던 마우리아 왕조의 3대 왕다. 젊은 시절 자신이 행한 수많은 살육 행위을 반성하고 불교에 귀의하게 되는데, 현재의 불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자리잡게 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불교의 성지마다 아소카 석주(돌기둥) 를 세우는 업적을 남기는데, 훗날 이 아소카 석주가 발굴 된 덕분에 불교 4대 성지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불교 4대 성지인 네팔의 룸비니(부처님이 탄생하신 곳), 인도의 보드가야 (깨달음을 얻으신 곳), 사르나트(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설법을 전하신 곳), 쿠시나가르 (부처님이 열반 (돌아가신) 하신 곳.) 에는 매일 매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불교 신자들과 스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중국의 박물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도의 우주스타, 광개토대왕급 아소카왕의 석상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공예미술 전시관. 




다양한 공예품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그림자 인형이었다. 중국에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쯤 보고 싶었던 공연 중 하나이기 때문. 아쉽게도 공연은 아니지만 섬세하게 만들어진 그림자 인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에 꿩대신 닭! 대리만족이라도 했다.




그림자 인형으로 만든 서유기 등장인물들.


왼쪽 위에 부터 차례대로 삼장법사, 사오정, 저팔계, 손오공이다. 무엇보다 저팔계가 생각보다 날씬하고 늑대같이 생겨서 깜놀. 주인공인 손오공이랑 쩌리인 사오정이랑 잘 구분 안돼서 두 번 깜놀. 삼장법사가 우윳빛깔 꽃미남이라 세 번 깜놀. ㅋㅋㅋ




윗 사진의 공예품은 청나라 시대 쓰여진 조설근의 장편 소설 '홍루몽'의 한 장면을 코끼리의 상아에 조각해 놓은 것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이 역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 




공예 미술 전시관의 대미를 장식한 공예품은 바로 코담배 병. 


공예 미술 전시관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청나라 시대의 코담배 병들. 청나라 시대에는 한 때 코로 피는 담배(snuff)가 유행 했다고 한다. 당시의 코담배 병들을 모아서 전시장에 진열해 놓았는데, 디자인이며, 무늬며 단순한 담배병이라기에는 예술적인 느낌이 넘쳐났다. 




다음은 사천 민족 문화 전시관.




민족 문화 전시관의 전시 내용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신장박물관, 칭하이성 시닝의 칭하이성 박물관의 소수민족 전시관과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소수민족의 소개와 특징을 안내문에 잘 정리해 두었다는 것 정도.




사천성의 소수민족 의상들.




사천성 소수민족의 생활 용품과 장신구들.




소수민족 전시관의 전시물 중 가장 강렬했던 독수리 발을 받침으로 만든 잔.




서예, 미술 전시관도 갔으나 조예가 깊지 않아 빠르게 패스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오직 사진에 올린 두 작품 뿐. ㅋㅋ 서예와 수묵화는 좋은 취미임에는 분명하지만, 친해지기는 참 어려운 친구들...




이제는 정말 마지막 전시관인 '한나라 시대 석공예 전시관.'


사천 도석 예술 전시관(四川汉代陶石艺术馆) 에는 지금으로 부터 약 2200년 전 한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석공예, 토기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것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석관과 비슷한 형태의 한나라 시대 석관이었다. 외부 장식은 확연히 다르지만, 그 구조나 크기가 매우 흡사하다고 느껴졌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은 비슷비슷 한 듯.




왠지 모르게 개그맨 안일권씨가 생각났던 토기인형. 왼쪽이 남자고 오른쪽이 여자인데 모자만 바꿔쓰면 신분세탁과 성별 전환도 가능할지도. ㅋㅋ 


조금 농담식으로 말했지만, 2000년 전에 이미 이런 입체감 넘치는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는게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이제 와서? ㅋㅋ)




한나라 시대에 번창했던 무용과 악대를 생생하게 표현한 토기 인형들을 마지막으로 사천박물관 견학은 끝! 10개의 전시관을 다 둘러보는데 총 5시간 반이 걸렸다. 그냥 봤다면 자칫 지나쳤을 내용들이 꽤 있었는데 음성가이드 덕분에 알차게 구경한 듯 하다. 




무려 5시간 반에 걸친 조금은 하드했던 박물관을 나와, 기지개를 펴며 올려다 본 청두의 하늘은 아직도 푸릇푸릇 푸근푸근. 


기분좋게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 하지만 이때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앞으로 나에게 닥칠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새까만 먹구름 같은 미래를..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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