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49일] 역사 속으로 빠져든 하루. 시닝의 남량호대유적공원, 청당성유적공원.

 칭하이성의 성도인 시닝은 다른 중국의 도시 상하이, 베이징, 시안 같이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차카염호 (茶卡盐湖 차카옌후) 이라는 소금호수인데 관광객들의 대부분 이 소금호수를 보러 시닝에 방문한다. 하지만 나는 호주 로드트립 중에 이미 소금호수에 가본 적이 있고, 나중에 남미에서 우유니 소금사막을 갈 계획이라서 굳이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시닝 시내에 있는 유적지를 돌아보기 결정했다.



이전 글


[세계여행 +048일] 중국의 맵고 신 탕수육! 쏸롸리찌(酸辣里脊), 나에게 부먹과 찍먹의 자유를 달라!!





조금 느지막하게 시작한 하루. 


이번 세계 여행중에 만난 중국 친구들이 내가 칭하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칭하이성의 다양한 정보를 보내주었다. 그 중 칭하이의 특산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바로 야크(물소) 고기로 만든 육포가 유명하다는 것! 


생각난 김에 호스텔 리셉션 스태프에게 어디를 가면 괜찮은 육포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슈퍼에 나를 데려가서 꽁짜로 맛보기 육포를 하나 건네주었다. 시식용으로 육포를 선뜻 내어주신 슈퍼 주인분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음료수를 하나 구입하고 나왔다.


가장 중요한 육포의 맛!!

 식감은 좋았지만, 향신료가 너무 강해서 내 취향은 아니었다. 바이바이 야크 육포여.. 인연이 아닌가보다.





중국은 '대륙' 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땅이 넓다. 즉, 횡단보도와 다음 횡단 보도의 간격 또한 매우 멀다. 그래서인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위의 사진과 같이 중앙선에 공간이 있을 경우 암묵적인 횡단보도가 된다. 워낙에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버스기사들 같은 경우, 버스를 세우고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경우도 빈번했다. ㅋㅋ


가끔 왕복 16차로에서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 보면 ㅎㄷㄷ..




오늘의 살짝 늦은 점심은 유적지 근처에 있는 란저우 지우딘 우육면 (兰州九鼎牛肉面) 에서!




조금 느지막 하게 나와서 인지 주변의 식당들은 저녁장사를 준비 중이거나, 아직 오픈 전인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곳은 오후 4시에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가장 저렴한 우육면이 7위안이고 가장 비싼 메뉴가 23위안으로 메뉴들은 대체로 저렴한 편이었다.




메뉴를 살펴보는 도중 나의 시각과 후각과 정신을 사로 잡은 이 것.




나의 시선을 포착한 사장님이 재빠르게 영업을 들어오셨다. 


"소 뱃살을 푹~ 고운 건데, 1인분에 10위안이에요. 간장에 콕 찍어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내 정신은 이미 소 뱃살의 비쥬얼과 향기에 홀려버린 상태였다. 사장님의 영업에 못이기는 척, 고기 1인분과 비빔면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양지살찜 (牛腩) 가격은 싯 가. 그때그때 다르다는 이야기. (2018년 5월 기준 1인분에 10위안)


정말 순식간에 흡입했다. 사장님의 말대로 엄청 부드럽고 맛있었다. 같이 나온 매콤 짭쪼름한 간장소스가 신의 한 수였다. 1인분 더 주문할까 열 번은 더 망설인 그 맛.. 




비빔면 (干拌面 깐빤미엔), 10위안. (한화로 약 1700원)


탱글탱글한 수제 면발 위에 올려진 소스에서 익숙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로 한국의 짜장면!! 맛은 한국의 짜장 소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분명히 춘장의 맛과 향기였다. 




잘 먹겠습니다!!!!!!!




탱글탱글 쫀득한 면발과 익숙한 맛의 짜장 소스 조합은 정말 예술이었다. 중국의 면요리 만큼은 정말 인정. 저렴한 가격에 높은 퀄리티.




왠만해서는 빈 그릇 인증샷 안 찍는데, 여긴 정말 맛있었나보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 내 마음이 찍은 사진이다. ㅋㅋ




맛있는 요리를 먹었더니 배는 무겁지만 발걸음이 룰루랄라 가볍다. 중국에 계속 있다가는 뒹굴뒹굴 굴러다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지나가는 길에 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 인공 잔디도 깔려있고, 육상 경기용 트랙도 깔려있었다. 체육대회 하면 재밌겠다. 부럽부럽.




오늘의 첫 번째 장소는 바로 남량호대유적공원 (南凉虎台遗址公园)




중국어 발음으로는 '난리앙 후타이' 유적공원.


중학교 시절 한 번 쯤은 들어 봤을 법한 중국의 5호 16국 시대와 관련이 있는 유적지이다. 남량국(南凉国)은 16국 중 현재 칭하이성에 자리잡았던 고대 왕조였다.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바이두 백과에 검색해 보았지만 '오호 십육국 시대 남량국의 중요한 유적이다.' 라는 정보 이외에는 별다른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피라미드 같이 생긴 커다란 유적과 조형물 이외의 공간은 모두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유적의 모양이 왕의 무덤 같지만, 유적의 이름에 '묘' 혹은 '능'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걸 보니 무덤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지금으로 부터 약 1600년 전, 5호 16국 시대의 유적. 그 기나긴 세월을 감안하면 제법 커다란 규모의 유적임에는 틀림없다. 




커다란 유적을 돌다가 발견한 박물관.

남량호대유적공원의 한 쪽에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폐관 시간이 지나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유적을 중심으로 조성된 공원. 그늘 진 시원한 명당 자리에는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여흥을 즐기고 계셨다. 




역시나 빠지지 않는 장기. 그런데 신기하게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없었다. 보통 장기판에는 구경꾼들이 장기판을 둘러싸고 훈수를 두느라 시끌벅적 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하나 둘 씩 모여드는 구경 꾼들. 옆에서 훈수가 시작되었다. ㅋㅋㅋㅋ 


"어허~ 왕씨 그걸 그렇게 두면 쓰나~"

"아이고, 그러면 장이지"




남량호대유적지를 나와서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길.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이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로 가득~. 한국이나 중국이나 하교 길 전쟁은 똑같구나. ㅋㅋ




다음 목적지는 시닝시에 남아있는 또 다른 고대 유적인 '청당성 유적공원 (青唐城遗址公园)' 


남량호대유적공원에서 청당성 유적공원을 가려면

유적공원 건너편에 있는 후타이쫑쉬에 (虎台中学) 버스 정거장에서 30번 버스를 타고, 9번 째 정류장인 쉬띠쉬이쫑쉬에 (市第十一中学) 버스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청당성 유적공원 (青唐城遗址公园) 또는 난탄고성(南滩古城)' 의 조감도.


남아있는 성벽 유적을 따라서 성벽 안쪽으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BELLO~"


공원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는데 갑툭미니언즈. ㅋㅋㅋ 저작권 무단 사용의 스멜이 솔솔~




왠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미니까지.. ㅋㅋ 늬들이 고생이 많다.




미니언즈랑 미니는 그렇다 치고.. 성벽을 따라 조성된 유적공원인데 도무지 성벽이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둘러봐도 성벽이라고 할만한 건 보이질 않고.. 그나마 공원 한쪽으로 언덕이 있길래 

'에이~ 이게 설마 성벽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역시나. 설마는 언제나 사람을 잡는다. 




짤막하게 청당성 유적(혹은 난탄고성) 을 소개하자면, 남량호대유적과 같이 남량왕국 시대에 지어진 성곽이다. 이 후 당나라를 거쳐 토번의 지배를 받던 시기 푸르른 숲과 나무에 둘러쌓여 있는 도시라는 뜻을 담아 '청당성'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청당성은 '시닝' 의 옛 지명인 셈이다.




당시 온전했던 청당성 성벽의 총 길이는 20리 (약 7.8Km) 에 이르렀고, 성벽을 따라 총 8개의 문이 나있던 큰 도시였다. 또한 성벽의 내부는 동쪽 지역과 서쪽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서쪽은 왕이 머물던 궁전, 동쪽은 상인들로 북적이던 상업지구 였다.


현존하는 청당성벽 유적은 남쪽 성벽으로 약 300m 정도의 성벽만이 그 흔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 그런데.. 아까 그 언덕이 다라고...? 진심..?




'겨.. 겨우 언덕을 보려고 여길 온 게 아닌데.. ㅠ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공원을 빠져나오는 길 돗자리를 펴고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다. 그런데 어디서 낯 익은 글씨와 물건이?




"효자손"

(효자손 옆에 다기능 안마둥이 깨알출연)


ㅋㅋㅋ 중국에서 효자손을 보다니.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잠시 앉아서 구경했더니, 할머니가 말을 걸어오셨다. 


"오~ 총각 한국 사람이야? 내가 전부터 궁금했는데, 이게 무슨뜻이여?!"


"착한 아들처럼 등을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뜻이에요. 한자로하면 ‘孝子手’ 이렇게요!"


어렵게 어렵게 중국어로 설명하고, 효자손을 한자로 적어드렸더니 그제서야 완전히 이해하신 할머니. 내가 효자손 처럼 할머니의 의문점을 시원하게 긁어드렸다. ㅋㅋㅋ




할머니의 효자손이 되어드리고 공원을 나왔는데, 그제서야 완전한 모습을 드러낸 청당성 유적의 모습!! 그렇다. 청당성벽 유적은 공원 안쪽이 아닌 공원 건너편에서 보아야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3번 강조) 




웅장한 시안(西安)의 성벽과는 달리 전혀 복원이 되어있지 않은 조금은 거칠은 모습이었지만, 1600년 전 당시의 성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역사를 모르고 본다면 그저 커다란 흙 무더기로 보일 수도 있었던 청당성 유적지. 당시 번영했던 옛 남량왕국의 청당성을 상상해 볼 수 있을 만큼의 규모와 감동이 있었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다음 글.


[세계여행 +049일] 중국의 다양한 소수 민족들이 모여 사는 시닝. 중국의 무슬림 회민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