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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5일] 무지개 도시여 안녕! Feat.중국 스타일 찜닭 '권자계(卷子鸡)'

2019년 3월 22일 세계여행 중인 나의 현재 상황.


작년 2018년 4월 1일 나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 칭다오에서 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오늘은 2019년 3월 22일. 머지않아 집을 떠나온지 1년이 된다. 길어야 두 달 정도를 있을 줄 알았던 중국에서 관광비자를 꽉 채워서 3개월, 인도+네팔에서만 4개월을 체류한 탓에 생각보다 멀리 가지는 못했다. 


지금 나는 터키의 한 항구도시에서 그리스 산토리니로 넘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중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나라 터키를 떠나게 되면 아시아를 떠나 유럽에 들어서게 된다. 


열심히 쓴다고 썼지만 아직 일년 전 중국 이야기를 쓰고 있자니, 지난 일년 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기에 손가락이 간질간질 하다. 하지만 열심히 차근차근 기록해보려 한다. 나의 추억을 기록할 뿐 만 아니라, 언젠가 나처럼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글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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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35일] 중국 장예 국가 습지공원에는 숨겨진 하트가 있다!?





한 시간 동안 장예 국가습지공원 구석구석을 돌아주신 친절한 기사님. 기사님이 알려주신대로 시내로 가는 버스를타고 추천해 주신 '권자계' 식당으로 향했다.




기사님이 추천해주신 장예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나간다는 '묘씨권자계, 苗氏卷子鸡' 식당. 바이두 맵에 검색하면 정확한 위치가 나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묘씨권자계 식당은 중국어 발음으로 '먀오쓰 좐쯔찌' 이다. 




깔끔한 내부. 저녁을 먹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 즈음 부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가 식당을 나갈때에는 식당에 꽤 많은 손님들이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인생은 타이밍. 일찍 오길 잘했어! ㅋ




묘씨권자계 식당의 가격표. 


처음 요리의 이름만 들었을 땐 전혀 어떤 요리인지 예상할 수 가 없었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졌다. ‘盘’이라는 한자가 있는 걸 보니 한국의 찜닭처럼 큰 접시에 담겨오는 듯한 모양이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小盘'이 65위안. (한화 약 11000원)


장예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지역 특색 음식이라고 하니 먹어봐야지. 한 끼 식사치곤 조금 비싸긴 했지만, 권자계 작은 접시를 주문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중국의 음식 사이즈.. 


분명 '小盘' 가장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는데, 피자 라지 사이즈는 되어보이는 큰 접시에 담긴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내 식탁 위에 놓여져 있다. 얼핏 보기엔 한국의 찜닭과 비슷해 보이는 비쥬얼과 향. 



'오호~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두툼하다 못해 수제비 같은 면발. 면 가락 하나를 후루룩 하고 입 속에 넣으면 면발로 입 속이 가득 차버리는 엄청난 사이즈. 생각해보니 면보단 긴 수제비 라고 얘기하는게 맞을 듯.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卷子’는 밀가루를 넓게 펴서 말린 뒤 소금, 기름 간을 하고 쪄 먹는 음식이라고. 이 반죽을 찌지 않고 닭과 함께 볶아서 곁들여 먹는 것이 바로 '권자계' 인 듯 하다.





면은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데, 닭고기가 굉장히 짜고 딱딱했다. 아마도 소금에 절여서 일부러 이런 식감을 만드는 듯 했다. 한국의 장조림같이 고기를 오래 보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되어 지는데, 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맛이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닭요리를 먹게 되면, 반드시 닭머리를 빼고 조리해 달라고 하자. 식사를 하다가 닭과 아이컨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보통 닭요리를 먹을때 닭 머리와 닭 발은 제외하고 요리하는 한국인에게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싶어지는 상황이.. ㅠㅠ 


물론 문화 차이이다. 중국에서는 닭을 요리를 내놓을 때에 닭을 통채로 내놓는 것이 예의이다. 생닭을 판매 할 때에도 닭 머리와 닭 발이 온전하게 붙어있는 상태로 판매를 한다. '완전함' 을 중요시 하는 중국의 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요행악어의 간단 중국어


닭 머리는 빼주세요.

我不要鸡头。워 뿌야오 찌토우.






요리 속 닭머리와의 아이컨택.. 나도 얘기만 들어봤지 실제로 당면해보니 넘나 당황스러운 것..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거리 위에서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한데 모여 시끌벅적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 싶어서 까치발을 들고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군! 멍군!!! 장기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ㅋㅋㅋ


장기알을 잡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훈수가 날아들어온다. 내기 돈이라도 걸려 있는지 목숨걸고 관전하시던 아저씨들. 보통 저렇게 훈수가 들어오면 싸움이 나기 마련인데 또 희안하게 싸움은 안 나더라. ㅋㅋㅋ 



왠지 모르게 아련하고 정겨운 풍경이라 걸음을 멈추고 잠시동안 서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호스텔에 도착.


아니 이 심장에 해로운 생물체는 무엇...? ㅠㅠ 어제까지만 해도 없던 손바닥만한 아기 고양이가 작은 고무공을 굴리며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의 눈과 심장을 스틸하고 있었다.




십분 간의 심장 도둑질을 마친 아기 루팡은 그대로 딥 슬립. 


너 자면서도 도둑질 하니...? ㅠㅠ 




호스텔 로비에 앉아서 블로그를 조금 쓰다가, 저녁 10시에 예약해 놓은 호스텔 픽업 차량을 타고 장예역으로 향했다. 




호스텔에서 장예 기차역 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둔황행 기차는 저녁 11시 33분 출발이지만, 기차역에 한 시간 전 쯤 미리 도착해 기다려야 왠지 마음이 편하다.




내가 탈 기차번호는 둔황(敦煌)행 Y667. 보통 고속열차가 아닌 기차번호는 T,K,Z로 시작하는데, 이 기차만 특이하게 Y로 시작했다. 


나중에 바이두에 찾아보니 Y로 시작하는 열차는 대도시와 관광도시를 이어주는 열차에 붙는 표시였다. 한자 ‘游’의 병음인 'you' 에서 영어의 첫 글자 Y를 딴 관광열차라고.

 



장예역 역시 11시가 넘어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대합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없으면 섭섭한,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다녀간 기차역 중 온수실이 없는 기차역이 없었다. ㅋㅋ 섭섭할 일도 없음. 




중국에서 처음으로 기차가 연착이 됐다. 


11시 33분 출발 예정이었던 기차가 도착이 지연되어 11시 51 출발로 변경. 18분 연착이라 그렇게 큰일은 아니지만, '인도' 기차의 연착에 비하면 정말 애교 수준이다. 훗 날 인도에서 중국의 기차가 너무나도 그리웠더라는.. ㅠ 




더 이상의 지연은 없었고, 열차가 도착하자마자 검표가 시작되었고 승객이 적었던 덕분에 곧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무지개의 도시. 장예 안녕~!!  




기차에 올라타 침대칸에 들어섰는데, 지금까지 탔었던 잉워(硬卧 일반침대칸) 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원래는 통로 쪽으로 뻥 뚫려 있는 침대에 칸막이도 설치 되어있었고,  고급진 커텐과 은은한 실내조명, 새집 냄새가 폴~ 폴~ 풍기는 브랜뉴 침대칸이었다! 




침대칸 양쪽 끝에 있는 깔끔한 세면대와 화장실. 지금까지 중국에서 타봤던 기차 중에 가장 새롭고 깨끗한 열차칸이었다. 만약 중국에서 기차를 예약할 때 Y 표시가 있는 기차가 있다면 반드시 'Y'로 시작하는 열차를 예약하자. 가격도 일반 기차와 거의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기차안에서 본 적이 없는 풍경. 


기차 한량 전체를 휴식공간으로 개조해놨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이용하고 있는 승객은 없었지만, 낮 시간에는 여유롭게 앉아가며 책을 읽던지, 노트북으로 작업도 할 수 있을 듯 했다. 




마지막으로 아늑한 식당 칸 까지. 


중국의 기차는 보통 열차 칸과 칸 사이의 문이 잠겨있어서 자신이 있는 기차칸 안에서는 다른 기차 칸으로 이동할 수가 없다. 그리고 고속열차 이외에 따로 식당칸이 붙어 있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관광 열차인 'Y' 열차는 식당칸, 휴식칸이 따로 있었고 기차칸 자체도 생산된지 얼마 안된 느낌이었다. 



  

3박 4일 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던 실크로드 위의 도시 장예. 실크로드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요행악어의 장예 단골 맛집 지미원찬관의 요리도 꼭 맛보시길! ㅋㅋ 



다음 이야기는 사막의 도시 둔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