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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4일] 우여곡절 중국 장예(장액) 마제사(马蹄寺)로 가는 길.

2018년 5월 3일.


어제 빙구단하와 칠채단하를 한 번에 돌아보는 바람에 12시간 정도 밖에 있어서 피곤할 줄 알았는데 6인 실을 혼자 써서 일까, 생각보다 푹 잤다. 오늘 컨디션을 보고 쉴까 말까 결정했는데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기에 '마제사' 라는 곳을 가보기로 급 결정했다.



마제사에 대한 결론 및 총 정리가 마지막에 있으니 끝까지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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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33일] 알록달록 예쁜 기억으로 남을 칠채단샤, 야경이 아기자기한 장예시내

  




마제사는 칠채단하와 빙구단하처럼 근처에 다른 관광지가 없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아니 여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는 방법 정도만 검색하고 호스텔을 나섰다. 이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1도 못한 채...


룰루랄라♪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지금까지는 가본 적이 없는 호스텔 위 쪽으로 걸어 가봤다. 호스텔이 있는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 한적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곳곳이 개발 중이고 공사중이었다. 




걸어가는 길에 있던 아파트 단지의 광장에는 사막과 낙타의 조형물, 이 곳이 실크로드 위에 있는 도시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려주고 있었다. 




호스텔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향한 곳은 장액남부버스터미널 (张掖汽车南站)


장액버스터미널(张掖汽车站)과 장액남부버스터미널(张掖汽车南站)은 다른 곳이다. 칠채단하나 빙구단하를 가려면 장액버스터미널로, 마제사를 가려면 장액남부버스터미널로 가면 된다.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로 가는 길. 건너편에 초등학생들이 체육복을 입고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었다. 텔레비젼에서만 보던 풍경이라 왠지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북한에서만 빨간 스카프를 두르는지 알았는데 그 것도 아닌가보다.




호스텔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약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장액남부버스터미널.




남부터미널에서 마제사 근처까지 가는 버스는 11위안 (한화 1900원, 2018년 5월 기준), 시간은 대략 한 시간이 소요된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면서 버스가 바로 마제사까지 가는지 물어봤다. 매표소 직원이 말하길, 버스는 마제사 입구까지는 가지 않고, 중간에 길 위에 내려주는데 그 곳에 마제사 까지 버스는 없고, 택시가 많으니 택시를 아무거나 잡아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그래.. 이 때 까지만 해도 매우 순탄할 줄 알았지. 직원이 너무 당당하게 말하길래... 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아니 고운 말만 써야지.. ㅋㅋ




버스를 타고 마제사로 가는 길의 풍경은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다. 이래서 땅은 크고 봐야하는 건가..




부릉부릉 논 밭을 지나,




넓게 펼쳐진 황야를 지나고,




저 멀리 길게 펼쳐져 있는 설산을 따라가다 보면,




버스는 마제사 근처 도로(马蹄寺口路, 마티쓰코우로)에 도착한다. 


버스를 내려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매표소 직원이 말한 택시들을 어디에 있는걸까..? 잠시 정신을 놓고 멍하니 있었는데 버스 기사가 손가락을 어디론가 콕콕 찍는다. 고개를 돌린 곳엔...




하얀색 승용차 한 대가 덩그러니 주차 되어있었다. 


택시 많다더니... 이게 택시라고!!! 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단 주차되어 있는 차 쪽으로 걸어가보았다.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드라이버.. 


"니하오~" 인사를 건네며 마제사까지 가는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20위안이란다... 버스비가 11위안 이었는데, 여기서 마제사 가는데 20위안 이라고?! 못 낼 돈은 아니었다. 그런데 타려면 타고 말면 말고 독과점을 하고 있는 이 헤이쳐(黑车) 기사의 태도가 별로여서 뒤도 안돌아보고 도로쪽으로 나와 다른 택시가 있나 살펴보았다. 



*** ‘黑车, 헤이쳐’ 란 불법 영업택시, 무허가 택시를 말함. ***




10분이 넘게 구석구석 도로 주변을 다 살펴 보았는데, 택시는 커녕 지나가는 차도 없다.. ㅠㅠ '자존심이 있지!! 걸어가자!!' 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쪽에서 덜덜덜덜 거리며 짐칸을 달은 오토바이 한 대가 느린속도로 지나간다.


"아저씨!!!! 저 마제사 가는데 좀 태워주시면 안될까요?!"



아저씨는 마침 마제사 쪽으로 가는 길이니 짐칸에 타라며 손짓했고, 나는 그대로 올라탔다. 그런데 문뜩 어제 헤이쳐 사건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를 멈추고 아저씨에게 얼마에 가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아저씨는, "내가 마제사에서 일하거든. 그러니까 표를 살 필요 없이 나한테 70 위안을 주면 마제사 안쪽에 데려다 주고, 내려 올 때도 태워줄게"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쁘지 않은 제안 같아서 그렇게 하자고 하고 다시 오토바이는 출발했다.




 [세계여행 +033일] 일곱 빛깔 무지개가 땅 위에 피다. 중국의 무지개산 칠채단하(七彩丹霞)

↑↑문제의 헤이쳐 사건이 있는 포스팅.↑↑




잠시 놓고 갈 물건이 있다며 집에 들려도 되겠냐는 아저씨. 덕분에 마제사 근처에 있는 마을을 구경했다.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따라 늘어서 있는 빨간 벽돌 집들 그리고 그 끝 멀리 보이는 설산까지, 너무나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물건을 놓고 나온 아저씨는 나에게 말했던대로 마제사의 입구, 매표소를 지나 나를 마제사의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내가 버스에서 내렸던 곳 부터 마제사의 입구 매표소, 그리고 매표소부터 주차장이 있는 곳까지 도보로 걸어 가려면 각각 한 시간은 잡고 걸어야 하는 거리였다. 차로 가면 10분 정도 밖에 안 걸리지만, 지금으로 부터 삼십분 전 '에라 모르겠다 걸어가지 뭐!!!' 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무모했단 생각이 들었다. 


2018년 5월 기준으로 마제사 내부에 운행되는 셔틀이 따로 존재하지 않아서 개인차량으로 이동하거나, 걸어가야만 했다.





주차장에서 보이는 설산의 풍경


정말 하루 같은 30분이었다. 결국엔 잘 해결 되긴 했지만, 표를 안 사고 들어온게 조금 찝찝하기는 했다. 이 아저씨 정말 마제사에서 일하는 걸까..?! 나는 표를 싸게 준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냥 입구를 지나쳐서 들어와 버렸다. 다시 내려가서 표를 사기엔 왕복 두 시간..




어쩔 수 없이 일단 그냥 보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에 표를 사야지. 라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가까이에 보이는 산에는 산에 조각 된 불상, 그리고 석굴들이 보였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마제사도 식후경!!!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은데다가, 헤이쳐 때문에 받은 짜증까지 겹쳐 두 배로 배가 고파왔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식당 중 눈에 밟히는 곳으로 곧 바로 직행!!




중국을 여행하는 외국인이 멘붕하는 이유 중 하나. 바로 식당의 메뉴판.


관광지에 있는 식당 답게 음식의 가격이 2~3배 정도 비싸다. 근처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이 정도 가격일 터, 만만한 마파두부와 밥 한 공기를 시켰다. 




음식이 깔끔하게 잘 나오긴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마파두부의 비쥬얼은 아니었다. 그냥 매운 두부 볶음 같은 느낌이었는데, 허기가 반찬이라고 십분도 안 걸려서 접시를 싹싹 비웠다. 




허겁지겁 먹은 후 배가 좀 부르고나니, 이제야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주차장 주변에는 식당을 포함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들이 늘어서 있다. 가격은 물어보지 않았지만 시내의 저렴한 기념품 상점에 비해 2~3배 비쌀 것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사고 싶은 기념품은 왠만해서 참았다가 시내에서 사는 편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관광지에 있는 기념품들은 대부분 시내에서 다 구입할 수 있음)





밥을 먹고 천천히 걸어서 마제사로 걸어가는 길. 문뜩 뒤를 돌아보니 정말 어.메.이.징.한 풍경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5월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산 위의 눈. 설산과 고풍스런 건물이 함께 만들어 내는 풍경은 퍽이나 아름다웠다. 




갑분 '내 사진'

이런 상황에 쓰이는 유용한 속담들이 있다.



 다 된 설산에 '나' 뿌리기. ㅋㅋㅋㅋㅋ




'나' 한 마리가 설산을 흐린다. ㅋㅋㅋ





아름다운 풍경을 맘껏 망쳐 놓고 향한 곳은 마제사를 대표하는 삼십삼천석굴(三十三千石窟). 삽심삽천석굴로 가는 길엔 조금만 고개를 들어 산 위를 올려다 보면 촘촘히 뚫려있는 석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언덕 위에 솟아 있는 백색의 불탑들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마니차.




경사진 길을 따라 걸으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위의 사진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뭐랄까 이 느낌은 마치, 스테이크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에피타이져에서 이미 만족한 느낌이랄까..? ㅋㅋ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보면 멀리만 보였던 백색의 불탑이 바로 눈 앞에 보인다.




마제사 석굴군을 알리는 석판과 하얀색 백탑. 그리고 마니차.


 '마니차'는 티벳 불교사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원통형 불교 경전이다. 마니차를 한번 바퀴 돌릴 때 마다 불교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 구리빛 원통이 바로 '마니차'. 




삼십삼천석굴은 마제사를 대표하는 석굴.


그리고 백색 불탑이 있는 곳에서 부터 보이는 가파른 절벽에는 '종'의 형태를 한 석굴, 삼십삼천석굴이 이내 모습을 드러낸다. 





마제사의 총 정리 및 결론!


1. 마제사는 내부에 셔틀이 없고 걸어다니기엔 너무 넓다. 

여행사나, 호스텔에 있는 투어 상품을 이용해서 오는 것이 가격 면에서, 정신적 건강의 측면에서 좋다.



2. 정해져 있는 코스가 싫어 굳이 혼자 오겠다면 '빠오쳐(包车)' 를 이용하자! 

빠오쳐는 일명 빵차라고도 불리우는 합승차량인데, 가이드 없이 차량만 제공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3. 마제사의 중국어 발음은 '마티쓰'

버스 정류장에서 마제사의 발음을 몰라 헤메이지 말자!!



4. 둔황의 막고굴(莫高窟)을 갈 예정이라면 패스해도 괜찮을 듯.

나 역시 다음 목적지가 둔황이어서 마제사를 패스할까도 생각했지만, 시간이 남기에 가봤음. 마제사 역시 풍경과 역사적인 면에서 한번 쯤 들려도 좋은 곳이지만, 막고굴을 갈 예정이라면 굳이 올 필요는 없을 듯하다. 막고굴이 규모, 보존도 면에서 월등히 높다.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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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34일] 석굴보다 설산의 풍경이 더 매력적인 중국 장액의 마제사(马蹄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