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5일] 중국 장예 국가 습지공원에는 숨겨진 하트가 있다!?

2018년 5월 4일.


오늘은 장예에서의 마지막날. 요 이틀 간 열심히 걸어다니기도 했고, 다음 도시인 둔황에는 '막고굴' 이라는 큼직한 볼거리가 있기에, 체력을 비축해 둘 겸 아침 10시까지 느긋하게 푸~욱 잤다. 


잠이 깨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갑자기 '오늘 뭐하지?' 라는 생각이 들어 바이두맵을 켜고 검색을 했다. 마침 호스텔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습지공원이 있지 않은가!? 둔황으로 가는 기차시간도 저녁 11시 반이겠다. 슬슬 걸어서 가보기로 결정! 체크 아웃을 하면서 짐을 맡기고 호스텔을 나섰다.



이전 글


[세계여행 +034일] 석굴보다 설산의 풍경이 더 매력적인 중국 장액의 마제사(马蹄寺).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다보니 제법 시간이 늦어졌다. 배도 고프겠다 나의 장예 단골식당인 지미원찬관으로 향했는데.. 아직 부부싸움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문이 닫혀있었다. 어제 정말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고 먹었지만.. 요리가 너무 맛있기에, 오늘은 다른 요리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ㅠㅠ 아쉽지만 안녕.. 다음을 기약하는걸로. 그리고 무엇보다 화해하시고 다시 화목하시길...!




아쉽지만 배고픔은 해결해야 하기에 지미원찬관 옆에 열려있는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한눈에 들어오는 메뉴판. 그리고 착한가격!  밥과 함께 볶음요리가 나오는 ‘炒菜米饭, 볶음요리와 쌀밥 주문했다.




중국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젓가락 소독기계, 식탁 위에는 마늘과 라장(매운 양념), 그리고 식초. 진열대에 귀엽게 생긴 병 음료수가 있어서 음료수도 하나 마셨다. 냉장고에 들어 있지 않아서 미지근했던 탄산음료... 이제는 익숙해질때도 됐는데 익숙해지지 않아.. ㅠㅠ




음료수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사이에 금새 나온 12위안(한화 2000원) 의 밥상. 지미원찬관에 미치지 못하는 맛이지만.. 야채에 고기에 밥에 있을 건 다 들어 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밥그릇을 다 비워 갈때 쯤 옆자리에 있던 아저씨 두 명이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한국사람인게 신기했는지 나에게 이것 저것 물어오기 시작하더니 급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아저씨들이라 발음이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듣기 영역 공부하는 것 처럼 열심히 집중해서 들으니 어느정도 대화가 되기는 됐다. ㅋㅋ


 대화 도중 갑자기 "한국 돈 있으면 좀 보여줘봐!" 라는 아저씨의 말에 마침 지갑에 천원짜리가 있어서 보여드렸더니, 자신에게 팔면 안되겠냐고 했다. 당분간 한국돈을 가지고 있어봐야 쓸 일도 없기에 지갑에 들어 있던 천 원짜리 세 개랑 만원짜리 하나 중 천원짜리 세 개만 바꾸려 했는데,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갑자기 등장한 또 다른 아저씨 한 분이 만원짜리까지 교환해 갔다. 


환율도 나쁘지 않게 쳐주셔서 나도 좋았고, 아저씨들은 난생 처음보는 한국 돈이 신기했는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졌지만, 나름 재밌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습지공원으로 가야할 시간. 식당에서 아저씨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오늘의 목적지로 향했다.




바이두 맵을 따라서 습지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던 산책로. 공사 중인 구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산책로를 지나 걸어가는 길에 마주한 고풍스러운 주택 단지의 입구. 


주택 단지 안에 길을 따라 수로가 뻗어있고, 집들도 지은지 얼마 안되는 번쩍번쩍한 새집들이었다. 그에 비해 싸구려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주택가의 입구. ㅋㅋ




열심히 걷고 또 걸어서 도착한 습지공원. 분명히 습지공원이라 그랬는데 전혀 습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새들이 무리 지어있고, 습지 비슷한 느낌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습지공원이라기 보다 호수공원 같은느낌? 




여기저기 새로 지은 냄새가 풀풀 나더라니 호수 변 공원도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었나보다. 공원 여기저기에 꽤 많은 수의 인부들이 나무와 풀을 심고 있었다.


'이건 아닌데... 이건 아니야..' 속으로 무엇인가 쎄~ 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검색을 해봤더랬다.




그럼 그렇지.. 처음부터 물이 있는 곳이 습지공원이겠거니 하고 목적지 설정을 안 한 채로, 그냥 물 표시가 있는 곳을 따라갔는데.. 습지공원이 아니었드아..... ㅠㅠ


처음부터 그냥 검색 제대로 하고 갔으면 30분에 가는 거리인데, 오히려 습지공원까지의 거리가 더 멀어졌다. 하.... ㅠㅠ 어쨌든 다시 가는 수 밖에. 





이번에야 말로 바이두맵에 목적지를 제대로 설정하고, 근처에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에 핸드폰 시계를 보니 오후 4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호수공원 안에 커다란 무대가 조성되어 있었다. 이 커다란 무대처럼 장예라는 도시가 머지않아 더 큰 도시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도시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호수공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습지공원까지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하지 기다리고.. 기다리고.. 하염없이 기다리고.. 30분을 기다려서야 온 버스.. 결국 습지공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오후 5시가 다 되어 있었다.




공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장예(장액) 습지공원의 안내 표지판.


중국어, 영어, 그리고 무려 한국어가 있었다. 번역기를 돌린 듯 딱딱한 어체이지만 생각치도 못한 의외의 장소에서 한국어를 보니 괜히 반가웠다. 




안내표지판을 지나자 가까운 거리에 습지공원의 안내센터가 보였고, 안내소 옆에는 공용 자전거 스탠드가 보였다. 안내소에 있는 직원에게 사용방법을 물어봐서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를 돌 생각이었으나, 자전거는 중국 시민증이 없으면 사용할 수 가 없었다. ofo 자전거나 모바이크 자전거도 없고.. 어떻게 해야하나 망설이는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매표소 앞에 나란히 서있는 전동 카트!




다시 안내소 쪽으로 가서 안내소의 한쪽 벽에 붙어있는 습지공원의 어트랙션 가격표를 보니 전동카트의 가격은 1인 당 30위안이었다.




직원에게 전동카트를 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직 마감 전이라 탑승할 수 있다는 반가운 답변. 여기까지 온 걸음이 아깝기도 하고, 걸어서 보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예상에 없던 지출이지만 30위안(한화 약 5000원)을 내고, 전동카트 티켓을 샀다.


.

.

.

.

.

.





탑승객은 나 한 명. ㅋㅋㅋ 

한 명인데도 출발해 주셔서 매우 감사했다.




 전동카트를 타고 습지공원 내부로 들어오니 입구에서 볼 때 보다 시야가 훨씬 더 넓게 펼쳐졌다. 날씨가 조금 흐리긴 했지만 광활하게 펼쳐진 습지를 따라 달리는 내 기분 만큼은 화창했다!




습지공원의 중간중간 사진과 같이 표지판이 놓여져 있다. 공원 입구에 놓여져 있는 표지판은 그래도 번역기를 돌린 듯 안돌린 듯 문법이라도 대충 맞았었는데, 습지공원 내부에 있는 표지판에는 그냥 대놓고 번역기. ㅋㅋ 그나마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보면 대충 이해는 된다.




원앙이 '고고고' 하고 운다는 원앙호. 원앙이 'gogogo' 하고 울면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우는 손님이 처음인가요~ ㅋㅋㅋㅋ (갑분 이별택시)




거리가 멀어서 원앙인지 오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지만 물 위에 평화로이 떠다니는 새 들의 모습. '고고고' 하고 울지는 않았지만, 이제서야 조금 습지공원다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전동카트를 운전하는 기사님은 여자분이셨다. 운전하시면서 중국어로 계속 설명도 해주시고, 중간중간 포인트마다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하라며 충분한 시간을 주셔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호수를 가로질러 길게 놓여있는 나무다리를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전동카트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작은 새들의 지저귐, 잔잔하지만 이따금씩 들려오는 물의 출렁임, 휘파람 같은 바람의 소리까지. 오랫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이었다.




기사님의 말로는 아직 시즌이 아니라 새들도 적은 편이고, 습지의 풍경도 성수기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대로의 풍경도 충분했다. 성수기의 화려한 풍경은 당연히 좋겠지만, 지금 이대로의 평화로움이 지금 나에겐 훨씬 의미가 있었다.   




다리 건너편에 차를 주차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기사님. 센스 만점!!! ㅋ




다시 전동카트에 올라 타, 다음 포인트로 이동!


참고로, 장예 국가습지공원은 여름엔 물 위에 연꽃이 피고 가을에는 두루미가 찾아오며, 늦가을에는 백조, 재기러기 등이 날라와 이 곳에서 월동을 한다고 한다. 이 시기를 잘 맞춰 온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관람할 수 있을 듯 하다.




다음 포인트인 '여의호' 는 원앙호에 비해서 훨씬 더 습지다운 풍경이었다.




그리고 희귀한 식물이라며 나무 위에 피어나는 이 잎사귀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거의 못 알아 들었다. 그냥 희귀하다는 거 밖엔.. 언어의 장벽.. ㅋㅋ 





그리고 마지막 관람 포인트인 관포대로 이동. 




관포대에 도착했을 때 즈음, 넓은 습지 위 구름 낀 흐릿한 하늘에 저녁놀이 조금씩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직 한창 공사가 진행 중 이었던 관포대. 




장액 국가습지공원이라고 쓰여있는 커다란 비석이 이 곳에 놓여져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습지공원의 메인은 관포대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관포대 근처에 있던 작은 전망대. 기사님이 올라가보라며 차를 세워주셨다. 


그런데!!!  


전망대에 올라서서 습지 쪽을 바라보자, 신기하고 귀여운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커~ 다란 하트가 눈 앞에 뿅!!!!!!!!!!!!!!!!!!!!


아마 이 곳은 연인들의 성지가 되지 않을까 싶다. ㅋㅋㅋ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뒤로는 큰 하트가 있는 풍경. 신기한 것은 이 전망대가 아니면 또 하트모양이 안 나타난다. 이 것을 노리고 전망대를 만든건지, 우연의 일치인건지... 진실은 저 너머에.


전망대에서 내려가 기사님에게도 위에서 보면 하트가 보인다고 사진을 보여 드렸더니, 자신도 하트가 보이는건 처음 알았다며 신기해 하셨다. ㅋ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가까이 습지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설명해 주신 고마운 기사님! 


장예에 와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장예의 다른 가볼만한 곳들과 먹거리도 추천해 주시고, 그 중 장예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유명한 권자계(卷子鸡, 중국 발음으로는 좐쯔찌) 식당까지 추천해주셨다.  




중국에서 또 한명의 좋은분을 만나 좋은 구경도 하고, 좋은 추억도 남겼다. 마지막에는 시내로 가는 버스 타는 곳과 식당의 위치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시고, 여행 즐겁게하고 조심하라며 인사까지 잊지 않으신 고마운 기사님! 


그래서 오늘 저녁은 권자계(卷子鸡)로 결정!



다음편에 계속.



다음 글


 [세계여행 +035일] 무지개 도시여 안녕! Feat.중국 스타일 찜닭 '권자계(卷子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