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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6일] 실크로드 위의 사막 도시 중국 둔황(敦煌)에 도착하다!

2018년 5월 5일.



중국 기차에서 맞는 아침은 늘 비슷한 전개로 시작된다.  새벽 6시 쯤 되자 어김없이 승무원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기차표와 침대카드를 교환해간다. 내려야 할 기차역이 다가오면 깨워줘서 좋긴 하지만, 갑자기 흔들어 깨우면 왠지 큰일이 난 느낌같아서 화들짝! 놀라며 일어나게 되어 기분이 개운하지가 않다. 각설하고 기분이 어쨌든 내릴 준비는 해야지.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 6시 20분 기차는 둔황(敦煌)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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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35일] 무지개 도시여 안녕! Feat.중국 스타일 찜닭 '권자계(卷子鸡)'





무지개의 도시 장예에서 사막의 도시 둔황까지는 기차의 종류에 따라 약 6~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6시간 정도 걸려 둔황에 도착했지만, 실제로 잔 시간은 4시간 정도 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열차 내부도 아늑했고, 기차도 생각보다 흔들리지 않아 푹 자긴 했지만, 4시간은 충분한 수면 시간이라고 하기엔 부족한가보다.




장예역에서는 기차에 오르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종착역인 둔황에서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기차의 시발역인 란저우에서 이미 많은 승객이 타고 있었던 듯. 




졸린 눈을 비비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따라서 기차역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기차역 밖으로 나왔을 때의 시간이 아침 6시 30분. 나라 전체가 같은 시간을 사용하는 중국 시간으로는 6시 30분 이지만, 같은 경도 상에 표준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나라인 태국은 5시 30분으로, 이제서야 어둑어둑한 하늘 저편에 통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른 시간부터 역 출구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기사들로 소란스럽다. 


그런데, 출구를 빠져나오자마자 버스 한 대가 사람들을 가득 채우더니 내 눈앞에서 휭~ 하고 떠나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라 잠시 동공과 멘탈이 흔들렸지만, 정신을 차리고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음 버스 시간을 물어봤더니 아침 8시나 되어야지 버스가 운행한다고 했다. 지도를 보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고, 택시는 바가지 요금이고..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다음 버스를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역 앞에 다른 버스들이 줄지어 도착했고, 도착한 버스는 승객들을 태우고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출발했다. 승객이 가득차면 운행시간 전에도 출발하는 듯 했다. 원래대로면 쌀쌀한 새벽 날씨에 역 광장 한복판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을 상황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둔황역에서 시내까지는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되고 버스요금은 2~3위안이었다. 




 내가 묵을 호스텔에서 가장 가까운 정거장인 실크로드호텔 정거장 (丝路宾馆站)에 있던 노선도. 


둔황의 12번 버스는 역부터 시내까지 운행하고, 운행시간은 아침 8시 부터 저녁 7시 까지 30분 간격이라고 적혀있다. 둔황 시내에서 막고굴에 갈 때에도 12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호스텔로 걸어가는 길에 있던 신호등. 


중국은 지역마다 독특한 디자인의 신호등이 있는데, 직사각형의 LED 패널로 만들어진 둔황의 신호등은 디자인도 귀엽고, 아이디어도 좋은 듯.




4박 5일 간 지내게 될 둔황 국제 유스호스텔의 입구(敦煌国际青年旅社)


예약해 놓은 호텔의 이름은 둔황 국제 유스호스텔. 버스 정류장에서 도보 5분 거리 정도에 있었다. 




8시도 아직 안된 시간이라 체크인이 안될 줄 알았는데, 리셉션의 직원이 고맙게도 얼리 체크인을 해줬다. 직원들이 영어가 조금 서툴긴 했는데, 체크인 하는데는 무리가 없는 정도? 중국어, 영어, 손짓, 발짓 다 섞긴 했지만 중국 여행을 하다보면 서툴더라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 감사하다. ㅋㅋ




호스텔 내부는 깔끔하게 디자인도 잘 되어 있었고 다양한 편의 시설을 구비하고 있었다. 로비에는 포켓볼 테이블과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 리셉션에서는 카페를 겸 해서 다양한 종류의 음료도 판매하고 있었다.




리셉션이 있는 1층 한쪽에는 커다란 휴식공간이 있는데, 공간도 자리도 충분해서 밖에 나가기 전, 관광지에서 돌아 온 후에 휴식을 취하기에 좋았다.




객실이 있는 2층의 복도.




4인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호스텔 공용 공간에 비해서 객실의 침대 간 간격은 좁은편이었다. 하지만 침대의 넓이가 일반 2층 침대에 비해 넉넉했기 때문에 감안할 수 있었다. 


기차에서 4시간 밖에 못 자서 일까, 짐을 풀고나니 잠이 쏟아진다... 일단 침대에 누워 정보도 검색하고 뒹굴거리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오후 세 시였다. 박물관 가려 했는데.. 망했... ㅠ




사실 더 자려면 더 잘 수 있었는데, 자다가 배고파서 깼다. ㅋㅋㅋ 


머리를 감으려면 시간도 걸리고 귀찮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배가 고팠... (주절주절 핑계 늘어 내는 중 ㅋㅋ) 이러한 연유로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오는길에 봐두었던 사천요리 식당으로 향했다.  




중국에서는 식당을 들어가면 열이면 여덟 정도가 물 대신 차를 내놓는다. 한달 정도 중국에 있다보니 식당에 들어 갔는데 차를 안 내놓으면 괜히 서운하기 까지. ㅋㅋ 원래 한국에서는 커피만 마셨는데, 중국여행을 하면서 차와 친해진 것 같다. 




중국에 있는 일정한 크기 이상의 다이닝 레스토랑은 3~5시 사이가 준비 시간이라 보통은 손님을 받지 않는데, 나의 배고픔에 허덕이는 어두운 기운을 느껴서 였을까, 다행히 주문을 받아주었다. 물론 퇴짜를 맞으면 다른 식당에 가도 되는데 굳이!! 사천요리 식당에 와야만 했던 이유가 있다. 


 볶음밥과 탕수육이 너~무 먹고싶어서. ㅋㅋㅋ (매우 중요)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중국에는 탕수육에 부먹, 찍먹의 선택권이 없다. 무조건 부먹이다. 한국처럼 소스를 붓는다기 보단 볶아서 나오는데, 다 먹을때까지 튀김옷의 바삭바삭함이 남아있어서 굳이 찍먹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바삭바삭 새콤달콤한 탕수육의 가격이 4000~6000원 사이라는 것!!!


짜장면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볶음밥, 탕수육은 한국에서 시켜 먹는 것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탕수육 + 볶음밥이 5000~8000원 사이니까 한국에서 볶음밥 하나 시켜먹을 가격에 탕수육을 덤으로 먹을 수 있다.




7000원 짜리 밥 상. 두 명이 먹어도 충분할 양이지만, 배고픔에 허덕이던 내 위는 오늘도 2인분을 소화해 주었다. 고생했어 내 위~ ㅋㅋ




과식하면 안되는데.. 음식 남기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까, 




내 배에 다 저장





빈 공간 이라고는 1도 없는 내 위를 소화도 시킬 겸, 오늘의 목적지인 둔황 박물관 까지는 천천히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어갔다. 




 위의 사진은 중국 어느 도시를 가나 찾아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이다. 커다란 사거리에 신호등 대신 원형 교차로(Roundabout)가 있고 그 중심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세워져 있다. 시안, 장예에는 종루가 있었고, 둔황에는 막고굴 112호 굴 벽화에 그려진 반탄비파(反弹琵琶) 의 석상이 있었다.




위의 사진이 둔황(敦煌, 한국어로는 돈황) 을 대표하는 막고굴의 반탄비파 상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상식을 깨다', '기발하다' 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고등학생 때 지미 핸드릭스의 영상을 보며 "우와~ 기타를 머리 뒤에 얹어놓고 친다!!!" 하고 엄청 신기해 했던 장면인데, 반탄비파는 기타의 신, 지미 핸드릭스(jimi hendrix) 보다 무려 2000년은 앞서 있는 대선배였다. ㅎㄷㄷ.. 





반탄비파 대선배의 위엄에 감탄하며 걷기를 30분. 




오늘의 목적지인 둔황 박물관에 ~~ !!



 


도차그으으으을~ 했습니다아아아아~~~ (옛날 식 ㅋㅋㅋ)




도착하자 마자 박물관 운영 시간을 체크했다. 다행히 둔황박물관의 5~9월 사이 운영시간은 아침 9시 부터 5시 30분 까지로 아직 열려있었다. 입장 가능 시간은 마감 30분 전 까지.




이 곳이 티켓 오피스


들어가서 신분증(여권)을 제시하면 티켓을 준다. 대부분의 중국 박물관이 그러하듯 입장료는 무료!




그런데... 가방을 아무리 뒤져봐도 여권이 없다. ㅠ 깜빡하고 여권을 숙소에 놓고 온 듯. 다행히 여권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있어서 보여줬더니, 입장권을 받을 수 있었다. 중국 박물관은 여권이 필요하니 꼭! 꼭! 꼭! 지참해야 한다. 열심히 걸어 왔는데 하마터면 못 보고 그냥 돌아갈 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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