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行 여행 Travel

[세계여행 +033일] 유비, 관우, 장비가 한 자리에. 자연이 조각한 도원결의 석상. (중국 장예 빙구단하)

커다란 버스에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데, 다른 관광객이 들어올 기미가 안보이지 않는다. 입구를 슬쩍 뒤돌아 보던 버스기사는 다른 방문객이 보이질 않자 이내 버스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빙구단하의 입구를 지나 느릿느릿 움직이던 버스는 작은 코너를 돌아, 버스 한 대가 딱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작은 출입문을 지나자 제법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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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여행 +033일] 자연이 조각한 거대 예술단지 빙구단하(冰沟丹霞)로!





마지 다른 행성을 달리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던 빙구단하. 구불구불 나 있는 도로 이외의 시야는 단하지형이 가로막기 있기 때문일까? 현실과 동 떨어져 있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입구에서 부터 버스를 타고 약 5분 정도를 달리면 빙구단하의 시작점에 도착한다. 


텅 비었던 입구와는 달리 빙구단하의 시작점에는 이미 관광을 마친듯한 관광객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조금 늦게 오긴 했나보다. ㅋㅋ 어쨌든 오늘은 빙구단하만 볼 생각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진 않은 상황. 느긋~ 하게 둘러봐야지~!ㅋ 




굉장히 높은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증샷 한 장 남기고! (현실은 평지 ) 출바알~!




표지판을 따라 뻗어있는 도보. 길을 따라 나오는 사람들은 있는데, 길을 따라 들어가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거 거의 전세내고 관광하는 삘 드라마 속 롯데월드 전세는 아니지만 부자 된 느낌이랄까. ㅋㅋ




그런데 자꾸 단하 단하 하는데, 단하가 뭐지? 라고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짧은 설명을 곁들여 볼까 한다. 물론 자세한 내용은 다음이나 네이버에 검색하는 것이 좋다.


중국의 단하(丹霞 danxia 단샤) 지형은 옛~날 옛날, 원래 섬이었던 인도대륙이 중국대륙과 충돌하면서 히말라야가 생기고, 그 미는 힘이 중국의 내륙까지 전해져서 만들어진 지형다. 사람으로 치면 주름살과 비슷한건데, 이 거대하고 쭈글쭈글한 지형은 보통 붉은색의 영암과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붉은노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중국어 丹霞, 단샤라는 예쁜 이름이 붙게 되었다.


 단샤지형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어있고, 중국의 광둥성(廣東省), 구이저우성(貴州省), 푸젠성(福建省), 후난성(湖南省), 장시성(江西省), 저장성(浙江省) 에 걸쳐 넓게 분포되어 있다. 그 중 간쑤성의 단샤지형은 무지개 빛처럼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칠채단샤"로 가장 유명하다.




시작점 부터 도보를 따라 걷다보면 빙구단하의 마스코트인 낙타형상의 석상이 나온다. 그의 이름은 위대하신 God camel. 무려 갓 낙타이시다. 작품명은 God Camel's welcome.(神驼迎宾) 조각가는 "바람" 님이 되시겠다. 바람이 조각한 낙타.


"갓 낙타님께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제법 낙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갓 카멜. 실크로드라는 단어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그래서 인지 빙구단하를 알리는 홍보물이나 광고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갓 카멜을 지나면 볼 수 있는 빙구단하의 지도. 빙구단하는 크게 두 구역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차도를 따라서 왼쪽이 대서천경관구(大西天景观区), 오른쪽이 소서천경관구(小西天景观区) 이다. 나는 가장 보고 싶었던 도원결의 석상이 있는 소서천경관구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桃园结义(도원결의, Three friends)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던, 아니 알아 볼 수 밖에 없었던 도원결의 석상. 빙구단하에 오기 전 블로그를 통해 미리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더 생동감이 있었다. 빙구단하에 온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것을 보기 위해서였다. 남자의 로망 삼국지! 그 삼국지의 도원결의의 모습이 이 곳에 있다는 이유 단 하나 때문에!!!


물론 이 곳이 실제로 도원결의가 이뤄진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자연이 조각한 "도원결의" 는 아마 이 곳이 유일할 것이다. 





도원결의를 설명해 놓은 표지판.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도원결의는 유비, 관우, 장비가 복숭아 나무 아래서 의형제를 맺어, 후에 중국의 삼국시대 중 한 나라인 촉나라를 세우는 계기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말한다.


유비, 관우, 장비 세 명이 복숭아 나무 아래서 의형제를 맺으며 술잔을 부딪히는 듯한 장면이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었다. 자연의 힘이란..!!




도원결의를 다른 각도에서 보고 싶어 위로 올라갔다. 




빙구 단샤는 엄청나게 높지는 않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다. 특히 계단이 참 많다. 


계단이랑 별로 안 친한 사람에게는 최악의 관광지일지도..! 내가 갔던 날은 날씨가 선선해서 다닐만했는데, 여기에 더운 날씨까지 겹쳐진다면?! 조금 힘들수도 있겠단 생각이들었다. (쪼끔 많이)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에는 현무문(玄武门) 석상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표지판.. 그림도 난해하고.. 중국어는 어렵고... 영어는 번역기를 돌렸는지 무슨말인지 통 알 수가.... 





 멀리서 보면 귀신이 문을 잡고 있는 모양이라는데 넌 대체 생겨 먹은 귀신인거니..?  ㅋㅋㅋ 


옆에 있는 긴 뱀은 말 안해도 알 수 있었지만, 넌 좀 난해한 작품이로구나~! 그래도 웅장해서인지 보기에는 좋았다.




원근법을 이용한 진격의 거인샷. (여행하느라 못 보고 있음..)




현무문을 지나 전망대 위로!! 전망대로 가는 길이 꽤 가파르다. 빙구단하 내부에는 물이나 간식을 판매하는 상점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기 전에 꼭 충분한 물과 간식을 챙겨오자! 매우 중요 별표 다섯 개!!




사진에 보이는 계단보다 실제 계단의 수가 훨. 씬. 더. 많으므로 주의하세오..





전망대 위에서 보이는 풍경. 왼쪽으로는 도원결의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방금 지나왔던 커다란 현무문이 보인다. 그리고 커다란 작품들을 따라 나있는 개미 굴 처럼 좁은 길들이 빙구단하의 드넓은 규모를 짐작케 한다.




줌을 땡겨서 찍어본 도원결의. 각도가 바뀌니 처음의 그 느낌이 나지는 않는다. 괜히 표지판을 세우는게 아니구나, 뷰포인트에 표지판을 세우는 뜻 깊은 이유가 있었음을 전망대에서 깨달음.




전망대 다른 편의 풍경. 지형의 움직임에 의해 솟아나고, 오랜시간 물과 바람, 지형의 변동에 의해 깎내려가며 형성됐을 자연의 조각품들.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작품들이지만 언젠간 하나하나가 멋진 작품으로 태어나겠지.




넓게 시야가 트인 전망대에서 챙겨간 간식들을 먹으며 풍경을 감상했다. 이거슨 레알 신선놀음..♥ 360도로 넓게 트인 풍경을 보며 먹는 간식은 꿀맛!!! 일 줄 알았는데 느닷없는 복병의 출현..


빙구단하에 오기 전 슈퍼에서 천하장사 소세지와 똑같이 생긴 소세지가 있어서 무려 다섯 개나 샀더랬다. (4+1에 혹했었음) 그런데 이게 웬일... 엄청 무진장 맛없다. 정말 진지하게 Seriously 정색하게.


4+1에 홀렸던 내 눈을 비비고 살펴본 이 소세지의 정체는 할랄 닭고기 소세지.. 즉, 이슬람 음식이란 말인데.. 향신료 향도 엄청 강하고, 푸석푸석하고.. 무엇보다 생으로 먹는 것이 아닌 듯 했다. 다섯 개나 샀는데.. 어... 어쩌지..? 




아직 입 속에 남아있는 진한 소세지와 향신료의 데미지.. 다행히 소세지와 함께 구입한 초코파이로 입을 정화한 뒤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기부가 하고 싶어졌다. 소세지 네 개.. 간절하게.. ㅋㅋ


소세지라 쓰고 애물단지라고 읽는 물건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얼마 내려오지 않았는데 작품을 설명하는 표지판이 하나 보였다. 작품의 이름은 망귀석(望归石). 표지판을 읽어보니 아버지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이라고.




읭....! ? 감동적인 모습을 기대하며 주위를 둘러봤는데, 표지판에서 보이는 돌이라곤 저거 하나 밖에 없다.. 그림과 실물이 너무 다른 거 아니오.. 




이게 무엇인가.. 내 감동 돌려줘... 실망을 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이런 눈 앞에 풍경이 펼쳐져 있다. 이 것은 빙구단샤의 밀당인 것인가요..? ㅋㅋ


 눈을 돌려 바라본 곳에는 울퉁불퉁하게 솟아 있는 산맥 너머로 새하얀 설산이 길게 뻗어있었다.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풍경이었다. 단샤지형만 생각하고 온 터라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랄까? 자연이 감독하고, 자연이 주연을 맡아, 배경도 자연인 커다란 세트장 같은 느낌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풍경에 입을 턱 벌리고 계단을 걷고 있는데, 아까 표지판에 있던 그림과 너무 똑같은 석상이 저기 바로 눈 앞에 서 있었다.





그냥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돌 기둥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두 석상이 함께 한 방향을 쳐다 보고 있는 모습,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영원히 기다리고 있는 애잔한 모습이었다.


내가 빙구단하에 온 이유는 도원결의를 보고 싶어서 였는데, 지금은 빙구단하에서 으뜸가는 석상을 꼽으라면 단연 이 망귀석이다. 그 자리에서 서서 10분 간 멍~하니 감상했던 것 같다. 





망귀석을 본 마주한 칠녀봉(七女峰). 


그럴싸.... 허긴 헌데, 망귀석의 디테일을 보고 난 직후라 그런지 감동 제로.. 조금 억지라고 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또 지금 사진으로 보다 보니 그럴싸하다. (나란 사람 간사한 사람... ㅋㅋ)





칠녀봉의 뷰포인트를 지나면 이렇게 사막처럼 황량한 길이 나온다. 혹시나 해서 길을 따라 조금 올라 가봤는데 이어져 있는 길은 없었다. 아마도 우기에 비가 많이 내리면 물이 흐르는 물길인 듯 했다. 물이 흐르는 빙구단하... 상상만해도 엄청난 풍경일 듯.




지금은 바삭바삭 말라있는 물길을 따라 걸어 내려와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면, 처음에 봤던 도원결의가 바로 코앞에 위치하고 있다. 망귀석에게 일등자리를 내어주긴 했지만, 순위에 상관없이 여전히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이었다.





소서천경관구의 시작점이기도 한 도원결의 옆으로 뻗어있는 길을 지나면, 도원결의 석상의 뒷모습을 볼 수 있다. 



'응...? 그런데 뭐랑 닮았는데. 분명 뭐랑 비슷한데...'





그 것은 바로 내 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정도면 싱크로율 99.99999%




내 손을 닮은 도원결의를 지나면, 정말 정말 다른 행성에 온 것만 같은 풍경이 또 다시 펼쳐진다. 언덕 사이로 길게 뻗어 있는 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빙구단하의 다음 구역인 대서천경관구가 나온다. 


이로써 빙구단하 소서천경관구의 관람은 마무리, 대서천경관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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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 +033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중국 장예 빙구단하에?!